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17.80
Description
만남은 얼마나 아름답고 고통스러운가!

정신분석학의 시선으로 본
하루키의 만남과 단절, 그리고 치유
우리 삶은 만남으로 가득 차 있다. 스쳐 간 인연, 엇갈린 만남, 잊지 못할 만남, 그리고 진정한 만남. 크고 작은 만남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거나 실수를 저지르고, 상실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만남의 가능성과 본질에 대해 데뷔작부터 꾸준히 탐구해 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역시 만남으로 시작해 새로운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타인과의 만남뿐 아니라 자기 내면세계와의 연결에 집중한 그는 트라우마, 무의식 등 심리학적 통찰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 정신분석학자 가와이 도시오가 하루키의 주요 모티프인 ‘만남’에 주목했다. 그는 하루키의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만남이 어떻게 진화하고 심화되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마치 심리치료사가 꿈을 해석하듯 만남의 심리학적 의미를 정교하게 파헤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진정한 만남과 따뜻한 추억을 위해 좋은 이야기와 책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듯,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만남이 무엇인지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가와이도시오

일본을대표하는정신분석학자.교토대학대학원교육학연구과박사과정중1987년스위스취리히대학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1990년융학파분석가자격증을취득하고고난대학조교수를거쳐교토대학대학원교육학연구과교수,교토대학마음의미래연구센터교수및센터장을역임했다.국제분석심리학회(IAAP)회장을지냈으며현재는교토마음연구소대표이사를맡고있다.아버지이자일본심리학의거장인가와이하야오의학문적유산을이어받으면서도,현대적인관점에서융심리학을재해석하고확장해왔다.특히꿈과무의식,내러티브를통한치유,문화와정신의학의접점을탐구하여다수의저서와논문을발표했다.지은책으로《임상심리의이론》《융―영혼의현실성》《꿈과마음의오래된층》《수수께끼를풀어보는무라카미하루키》《마음은어디에서와서어디로가는가》(공저)등이있으며,엮은책으로는《융학파심리치료》가있다.

목차

들어가며5

프롤로그당신의저주에나까지휘말린거야13
이야기를한다는것|선택하지않고떠도는사람들|마음깊숙한곳과의연결|다시찾아온허기|그만남이실패한이유|단절혹은소멸|반성과트라우마의극복|공유에서상대가내놓은것|현대시스템과실패한만남|사건의해결이후엇갈림|공유물을잃은현대사회

제1장마침그때네가전화를줬어45
우연의발생과발견|가족혹은공동체와의단절|비일상적이고규칙적인만남|우연의일치와공유|불가능으로부터전개되다|신체적특징의겹침|관계는언제회복되는가|말하지않아도이해하는것|원래의관계로돌아가기|성스러운것과의관계|우연을통한재회

제2장잠시만났고,그대로멀어졌다79
그저그뿐인만남|낭만도주저함도없는|이름을부른다는것|특징적일부에이끌리다|예술을통한정서적교감|관계에여운을남기다|다른차원에서의재회|더깊은곳으로들어가는법|살아남아기억될말들

제3장만약까닭이란게있다면105
일상의공백에서생겨난사건|사건은더욱미궁속으로|신에게맡길수없는수수께끼|결국잃어버린목표|뜻밖의인물과뜻밖의만남|또다시수수께끼만남았다|공유물로서의수수께끼|전승되는불가사의의경험

제4장그녀는종소리를울려주었는데131
짧고근사한사춘기의만남|아름다움이끝나는죽음|진정한공유가아닐지라도|첫번째여자친구|큰이야기와연애이야기|만남의실패와또다른만남|뜻밖에비밀을공유하다|죽음과실패한만남|우연한공유와우연한치유

제5장자네가내게다시생명을주었지163
허구의인물과만나기|가상공간에서이루어진공유|현실과가상의우연한일치|영원하지않은순간들|꿈에서의생생한만남|설명하기어려운경험|죽음이후의만남과위로|무겐노와보사노바로부터|만남을기록해두는것

제6장누구나가면을쓰고살아가187
외모가관계에끼치는영향|나자신의모습으로|첫인상과는다른매력|거리감을유지하면서깊어지기|마주하기두려운내면의민낯|가면아래의평행우주|다른사람을통해밝혀진관계의진실|외모로평가하고싶지않지만

제7장부끄러운줄아세요215
다른나로살아간다는것|텅빈일인칭단수|가장과죄책감,그리고위화감|거울을통해상대를바라보기|내가모르는것을아는여자|몰랐던자신과의만남|문득역겨운나와마주하다

나오며238
옮긴이의말244

미주250
참고문헌253

출판사 서평

“극심한고립과따뜻한공감이
어떻게공존할수있는가?
이것이내소설의중요한주제중하나였다”
―무라카미하루키

관계맺기라는영원한숙제에대하여

‘만남’이란무엇일까?이책은단순하고도심오한질문으로시작한다.특히만남의장소가대면에서비대면으로확장되고,만남의대상이운명적상대에서익명의다수로전환되는오늘날진정한만남은무엇인가라는질문이다시금필요해보인다.저자는만남이“평소맺고있는관계로부터멀어지거나,아예관계가없을때이루어지는”(5쪽)특별한사건이자이야기라고말한다.이는만남이약속된누군가와만나거나일상에서사람들과반복적으로마주하는일뿐만아니라,예상치못한타인과마주침,고립된상태에서나의참된모습과의만남등을포함한다.이책의저자인융학파분석가가와이도시오는무라카미하루키의세계관이만남과이별의다양한순간들로이루어져있음을발견하고,그의만남에대한가치관이‘무심함(디태치먼트)’에서‘관여(커미트먼트)’로심화된것을주목하여,하루키의소설들을통해만남의의미와가치에접근하고자한다.
하루키의초기작에는대부분의주인공이나화자가홀로외롭게지내거나타인과별다른관계를맺지않는단절된만남을보여주지만,최근들어서는쉽게끝날관계라도연결되고,어긋난만남으로부터자기반성이시작되는등비교적적극적인관계맺기를보여준다.하루키의세계관이변화한것은만남이시대에따라변화했기때문이다.전근대세계에서는개인의선택보다는공동체안에서의필연성이나운명에따르는만남이지배적이었다.예를들어누구와결혼할것인지,무슨일을할것인지등은주체적인선택이아니었다.이시기에는우연한만남이존재하지않았고,공동체에속한사람과외부인의구별이뚜렷했지만,때로는신성한존재와의예기치못한조우가가능했다.하지만근대적의식이등장하면서개인은공동체로부터자립하여선택의가능성을추구하게된다.이시기의만남은유일하고절대적인상대를향한‘낭만적인사랑’을중시하며,이러한기준을충족하지못하는만남은거부하거나죄책감을느끼는경향이있다.가능성을추구하면서도궁극적으로불가능하거나,또는그반대인불가능성때문에가능성을추구하는것이근대적의식이가진욕망의특징이었다.
이렇듯만남의형태는변화무쌍했지만,만남에대한사람들의기대와고민은변하지않고이어져왔다.융은이를‘거대한연결의상실’이라부르며,현대인이신의세계나초월적인세계,또는자신의마음깊숙한곳과연결되어있지않기때문에현실적인관계를맺지못한다고지적했다.이책은이러한시대적변화속에서만남의본질을탐구하며,과연만남은어떻게가능해지는지를밝혀내려는시도이다.만남은단순히아름답거나구원적인것만은아니며,상대방이나자기자신의그림자와마주하는부정적인측면은물론개인의상실과후회,파멸을포함한다.궁극적으로이책은만남이지닌깊이와가치를조명하며,모든만남이우리삶의본질적인숙제임을이야기한다.

불가사의한하루키월드를
이해하는핵심키워드‘만남’

무라카미하루키의소설을이해하고공감하며읽는다고말하는독자가얼마나될까?저자는이책을통해하루키의초기소설집《빵가게재습격》과장편소설《스푸트니크의연인》《기사단장죽이기》을비롯한최근소설집《일인칭단수》를대표적인예로들며,하루키가‘만남’이라는모티프를꾸준히발전시켜왔음을밝힌다.때문에‘만남’은불가사의한하루키의세계관을보다선명하게읽는핵심열쇠이자새로운관점이될것이다.
하루키의초기작인〈빵가게재습격〉에서는무심한(디태치먼트)관계가변주되며개인뿐아니라사회적현상으로확장된다.신혼생활중인화자와아내는‘견딜수없는허기’를느낀다.화자는과거에도허기를‘빵가게습격’이라는사건으로해소하려했지만실패한경험을아내에게들려준다.이에아내는당시실패한빵가게습격을자신과다시성공시키자고하며,맥도날드재습격에나선다.하지만맥도날드재습격또한점원들의기계적인대응과시스템중심의사회로인해생생한만남이발생하지않으며,화자는자신의내면세계와의‘거대한연결’마저끊긴불충분함을느낀다.그러나하루키의후기작특히《일인칭단수》의단편들은만남의가능성을보여준다.
예를들어〈돌베개에〉는이름도얼굴도기억하지못하는여자와의하룻밤만남으로시작하지만,여자가지은단카(短歌,일본정형시)라는예술작품을공유하며만남에깊이를더한다.화자는단카집에적힌여자의필명을알게되고,특히여자가지은단카에서“두번다시/만나지못하리라/생각하면서도//못만날리없다는/생각도드네”라는인상깊은구절에공감하며다른차원에서의‘재회’를이룬다.또한〈크림〉에서는학창시절에피아노를함께배운만남만있던친구에게연주회초대를받지만,공연장에는관객도피아노연주도존재하지않아재회가실패한다.이과정에서화자는친구의장난이나혹은복수에당한것같다고좌절하며공황상태에빠지지만,우연히마주친노인에게서“중심이여러개이면서둘레가없는원”에대해생각해보라는수수께끼를전해듣게된다.여기서수수께끼는새로운만남의공유물이며,인생의본질을탐색하는과제가된다.이처럼하루키의소설속만남은단순히줄거리를이어가는장치를넘어,인간존재의근원적인고립과연결,상실과회복,그리고치유의가능성을탐색하는핵심적인키워드이다.
하루키의소설을원서로읽기위해일본어를전공하고,《아무튼,하루키》의저자이기도한이지수번역가는역자후기를통해이책이하루키의문학을“다른사람의시각을빌려진득하게파고들어보는”기회가되었다고말한다.하루키의문학이“예전과는사뭇다른형태와의미로다가”와이지수번역가역시그동안만나왔던하루키와색다른만남을경험한것이다.하루키나하루키의소설과의색다른만남에이어번역가자신과관계를맺어온모든인연과의만남도자연스레떠올랐다.이지수번역가는“자기도모르는사이에멀어진상대,충분히헌신하지못했던대상,피상적인관계로끝나버린사람들.그모두에게‘커미트먼트(관여하기)’의여지가있었을지도모른다고생각하면등뒤로식은땀이흐른다”고고백한다.이책은무라카미하루키소설속인물간의만남은물론,독자와작가하루키의만남,그리고나자신이살아오면서경험한만남들을보편적이고본질적인의미안에서돌아보게한다.

바그너,소설,산탄총,혹은빵…
진정한만남에는공유물이필요하다

“만남이라하면두사람이만난다는것만으로충분해보일수도있다.그러나깊은만남에는반드시제3의요소가존재하며그것이꼭공유되어야한다.”(58쪽)

이책의핵심주장중하나는진정한만남에는반드시‘공유물’이필요하다는것이다.등교첫날이나입사첫날,혹은친해지고싶은사람과가까워지기위해우리는간식이나사소한취향을공유하며가까워진다.즉서로에게적극적개입(커미트먼트)을하기위해서는의견을나누거나공감할수있는예술작품,개인의취향이드러나는소품,꼭물건이아니더라도가치관이나기억을공유하는일이필요한것이다.이처럼이책은인물들사이를연결하고심화시키며,때로는예상치못한치유를가능하게하는‘제3의요소’를적극적으로탐구한다.
하루키의작품들은다양한형태의공유물을통해만남의본질을파악해왔다.초기작〈빵가게재습격〉에서는첫번째습격당시빵가게주인이제안한바그너의음악이공유물이며,맥도날드재습격과정에서아내가내놓은산탄총이공물이자,습격이라는미션을공유하게만드는매개물이다.〈우연여행자〉에서는주인공과낯선여자가서점옆카페에서같이읽고있던소설《황폐한집》이공유물이되어만남을시작하고깊이를더한다.이공유는두사람의내면을연결하며진정한만남의기회를제공한다.〈돌베개에〉에서는단카집이,〈크림〉에서는노인이던진“중심이여러개이면서둘레가없는원”이라는수수께끼가,〈사육제〉에서는화자와F*라는여인이슈만의피아노곡〈사육제〉가공유되며관계의깊이를더한다.이는단순한취미공유를넘어의도적인헌신과도박을통한만남으로,F*의표면적인모습뒤에숨겨진본질에다가서는중요한역할을한다.
이처럼공유물은만남을이루는데필수적이며,하루키는다양한공유물들을통해인간관계의복잡성,심오함,그리고예술이가진치유적힘을독자들에게선명하게보여준다.또한단순히공유한다는행위의중요성뿐만아니라무엇을공유하는지에집중하는데,하루키는특히이야기혹은이야기를품고있는공유물을소설속에서적극적으로사용해왔음을밝힌다.이야기야말로사람의마음을움직이고,서로에게적극적으로개입할수있는도구이기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