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안부를 묻다 (이예훈 소설 | 사물을 보는 일은 그것을 마음에 담는 일이다)

바람에게 안부를 묻다 (이예훈 소설 | 사물을 보는 일은 그것을 마음에 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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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예훈 소설에는
내가 살아가고 또 대물림되어 살아가는 나의 아들 딸들이,
나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 이야기,
그 삶의 흔적들이 촘촘히 열려있다.
오늘의 ‘나’가 바로 그 어머니의 시간을 잇고 있으며 내 아이의 아이가 또 내가 드리운 그림자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들을 더듬는 자리에 이예훈의 소설이 있다. 단편소설은 우리 인생의 한 ‘기미 포착’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히 소소하거나 찰나적인 기미 하나에서도 내 삶의 전모를 그려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 조끼 한 장을 만드는 일. 그것이 단편소설을 만드는 일인데 근래 작가 이예훈이 손에 쥔 실 가닥이 곧 나이 많이 먹음, 과거, 흔적, 혈육, 생명... 등등인 듯싶다. 하여 나보다 앞서 살아간 이들에 대한 추억들이 냇물 흐르듯 풀려나는가 하면 이 나이에 가지는 회한과 연민, 사랑과 애달픔도 속절없이 배어난다. 그의 기미 포착은 여전히 섬세하고 예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그만의 이야기는 한숨을 내쉬게 하면서도 아름답다. - 최학 소설가
저자

이예훈

소설가
충북괴산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내고,1978년에대전으로와서살고있다.1990년대초오랜꿈이던글쓰기공부를시작하여1994년대전일보신춘문예,1995년소설과사상(도서출판고려원)에서소설을선해주었다.2003년『딸들의방』,2013년『이타방』을출간했다.2014년대전일보문학상을받았다,
이제세번째소설집『바람에게안부를묻다』를내놓는다.

목차

전기도둑10
총소리34
바가모요의꿈58
여자의시간88
바람에게안부를묻다112
열세살의대화법146
기억의내력170
아무곳에도없는마을190
고양이울음소리208

∥이예훈의소설을읽는다∥최학소설가214
시간잇기와존재의무상성

출판사 서평

닭울음소리에못이겨자리에서일어났을때,머리맡의시계를보니4시를막지나고있다.사방은아직캄캄한어둠에잠겨있는데날카로운닭울음소리만이어둠을찢는다.몸으로느껴지는방안의공기는부드럽고기분좋은온기를품고있다.아프리카의더위와모기에대해가졌던염려와공포가문득열없어진다.곤한잠에빠진아들의고른숨소리가조용히들려온다.우리에게올때달고온비염으로숨소리에늘가르릉거리는소리가걸려나왔었는데,따듯한날씨때문인지숨이한결편하게들린다.
어제저녁다르에스살람공항에서입국절차를밟느라진땀을빼고겨우밖으로나오니,북적이는검은사람들속에서아이가목을길게늘이고우리를찾고있었다.아무리많은인파속에서도혼자인듯허허로운아이의모습은여기서더욱도드라져보였다.영아!그텅빈눈속으로뛰어들듯나는큰소리로아들을불렀다.대학졸업을한해앞두고갑자기한국을떠나고싶다고했을때,나는어쩌면다시는아들을볼수없을지도모른다는이유모를불안이엄습했었다.그것은어쩌면이미유년기를벗어나고있는무영을아들로받아들인후,집을나서는그의등을볼때마다느끼는감정인지도몰랐다.평소여느사내애들에비해말수가적다거나표정이어두운것도,우리부부에게불퉁하게대하는것도아닌데그랬다.
_「바가모요의꿈」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