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 (한찬동 시집)

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 (한찬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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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적막한 사유의 세계에 들다
인생의 한 막을 접고 세속을 비켜보겠다고 섬에 움막을 지어보았다. 새 소리와 파도 소리, 궁핍과 추위, 고독과 적막 속에서도 마음엔 평화가 있어 살만했으나 세상은 역시 무한의 자유는 허락하지 않았다.
뭍에 오른 나는 어떤 모습인가? 이리저리,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영락없이 예전 그대로다. 다른 것은 주변에서, 곁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다. 잊히고 떠나고, 때로는 아주 경계를 넘어가 버리기도 했다.
때 이른 생각일지 모르나, 그래서 소멸에 대하여 더 많은 사색을 하게 되었다. 무너지고 쓰러진 것, 밟히고 이겨진 것, 내몰리고 쫓기는 것, 지워지고 씻겨진 것, 묻히고 덮힌 것, 태워지고 사윈 것, 끝내 없어진 것들.
그러나, 역시 우주는 자비롭게도 제 작은 한 모퉁이에 빛 을 내리고 비를 뿌려 주었다. 빛은 찬란한 햇발이 되거나 눈부신 황혼이 되었다. 비는 아롱진 무지개를 띄우고 초록 의 잎을 틔웠다. 둘의 갈채는 어둡고 깊은 침묵을 깨워 유쾌한 소란을 피워냈다.
불현듯 황혼이 붉듯·홀연히 무지개 뜨듯, 그렇게 아름다운 기별은 또 올 것이다. 낯선 땅, 해괴한 유행병 난리 속에 서도 축복의 한 생명을 우리 가족에게 주었듯이, 아내의 따 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소녀의 마음에 소망을 싹 틔운 것처 럼, 이 세계는 앞으로도 한참 더 향기로울 것이다.
저자

한찬동

ㆍ충남논산에서태어남
ㆍ농사지으며시를쓰고먹향기속에소리하며삶
ㆍ남쪽먼바다푸리섬과뭍의내포를오가며다시세상사는법을배우고있음
ㆍ시집
『어찔어찔흐뭇한』(2001)
『또한세상』(2009)
『거기멀고깊은곳에』(2017)
『불현듯황혼이붉듯홀연히무지개뜨듯』(2023)

목차

자서(自序)4
1부눈길걸어등불따라
기다림12
어떤세밑14
알수없는일16
곷꽃집의남자18
봄꽃이지는날20
꽃잎진자리22
불빛두개24
의문?26
기도28
그겨울,노점의하루30
공포32
부질없는짓34
혼자다36
전화가없는풍경38
나비잠40
아이와천사42

2부내몸안여울물소리
새벽에46
갓난소의죽음48
은행나무의쓸쓸함에대하여50
노송老松의유산52
나무에기대어54
나의언덕사과나무56
두더쥐감자58
노루와사냥개60
금이빨삽니다62
두꺼비를경외함64
들길66
어떤외출68
여름풀밭70
여름이간다72

3부푸리섬일기
순간의경계76
슬픈유산78
무게80
돈벌레내방기82
섬식구84
푸리섬까마귀86
옃염치88
움집일기90
섬이란92
또하나섬의역사94

4부시절가조(時節歌調)

꽃밥한상98
발자국99
돌담100
푸리섬의전설101
겨울에는102
비밀의숲103
봄에들풀도104
조팝꽃필때105
만추106
찔레꽃지던날107
간이역찻집108
텃밭에서109
섬110
밥한끼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