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적막한 사유의 세계에 들다
인생의 한 막을 접고 세속을 비켜보겠다고 섬에 움막을 지어보았다. 새 소리와 파도 소리, 궁핍과 추위, 고독과 적막 속에서도 마음엔 평화가 있어 살만했으나 세상은 역시 무한의 자유는 허락하지 않았다.
뭍에 오른 나는 어떤 모습인가? 이리저리,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영락없이 예전 그대로다. 다른 것은 주변에서, 곁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다. 잊히고 떠나고, 때로는 아주 경계를 넘어가 버리기도 했다.
때 이른 생각일지 모르나, 그래서 소멸에 대하여 더 많은 사색을 하게 되었다. 무너지고 쓰러진 것, 밟히고 이겨진 것, 내몰리고 쫓기는 것, 지워지고 씻겨진 것, 묻히고 덮힌 것, 태워지고 사윈 것, 끝내 없어진 것들.
그러나, 역시 우주는 자비롭게도 제 작은 한 모퉁이에 빛 을 내리고 비를 뿌려 주었다. 빛은 찬란한 햇발이 되거나 눈부신 황혼이 되었다. 비는 아롱진 무지개를 띄우고 초록 의 잎을 틔웠다. 둘의 갈채는 어둡고 깊은 침묵을 깨워 유쾌한 소란을 피워냈다.
불현듯 황혼이 붉듯·홀연히 무지개 뜨듯, 그렇게 아름다운 기별은 또 올 것이다. 낯선 땅, 해괴한 유행병 난리 속에 서도 축복의 한 생명을 우리 가족에게 주었듯이, 아내의 따 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소녀의 마음에 소망을 싹 틔운 것처 럼, 이 세계는 앞으로도 한참 더 향기로울 것이다.
뭍에 오른 나는 어떤 모습인가? 이리저리,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영락없이 예전 그대로다. 다른 것은 주변에서, 곁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다. 잊히고 떠나고, 때로는 아주 경계를 넘어가 버리기도 했다.
때 이른 생각일지 모르나, 그래서 소멸에 대하여 더 많은 사색을 하게 되었다. 무너지고 쓰러진 것, 밟히고 이겨진 것, 내몰리고 쫓기는 것, 지워지고 씻겨진 것, 묻히고 덮힌 것, 태워지고 사윈 것, 끝내 없어진 것들.
그러나, 역시 우주는 자비롭게도 제 작은 한 모퉁이에 빛 을 내리고 비를 뿌려 주었다. 빛은 찬란한 햇발이 되거나 눈부신 황혼이 되었다. 비는 아롱진 무지개를 띄우고 초록 의 잎을 틔웠다. 둘의 갈채는 어둡고 깊은 침묵을 깨워 유쾌한 소란을 피워냈다.
불현듯 황혼이 붉듯·홀연히 무지개 뜨듯, 그렇게 아름다운 기별은 또 올 것이다. 낯선 땅, 해괴한 유행병 난리 속에 서도 축복의 한 생명을 우리 가족에게 주었듯이, 아내의 따 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소녀의 마음에 소망을 싹 틔운 것처 럼, 이 세계는 앞으로도 한참 더 향기로울 것이다.
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 (한찬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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