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의 다음 지붕

그 집의 다음 지붕

$12.00
Description
한 채의 집을 짓듯 살아온 시간 위에 다시 한 겹의 지붕을 얹는 시편들.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체온이 밴 언어로 지은 김은자 시인의 시집 『그 집의 다음 지붕』은 독자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공간이자, 고단한 삶을 품어주는 따뜻한 안식처가 되고, 상처 입은 존재들에게 조용히 기댈 자리를 내어준다.

김은자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집의 다음 지붕』에는 상상력에 따른 이상화를 거부하고, 내부로 유폐된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데 초점이 잡혀 있다. 넓은 의미에서 그의 시는 ‘우울증’(멜랑콜리)을 근거로 삼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슬픔’(애도)보다 한 단계 더 도착된 정신 현상의 일종인 인간 사회에 편재한 “몸을 이리저리 뒤틀자/검버섯 은하가 피어”(「고희의 비망록」)나는 ‘서러움, 분노, 죽음’ 등의 환부를 그리는 데 바쳐지고 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시인이 인지하는 인문적 관점 자체가 우울증의 형태를 띤다는 의미와 직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의 기제로도 활용될 만한 김은자 식의 인간학이란 “겹겹의 얼굴 속에서/한 줄기 빛을 더듬는”(「빛을 찾는 신앙」) 상태, 즉 오로지 비극을 벗어난 평정의 상태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은자의 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 활로가 막힌 하류 계층의 다양한 자유의지를 보상해 주려는 실천적 사유를 토대로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시의 화자는 멜랑콜리(우울증)란 자기 방어기제를 투사하여 심리적 아우라를 드리우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부재하는 사랑의 대상을 내세워 왜곡을 일삼는 김은자 시인의 ‘멜랑콜리’의 근원에는 “제 몸을 끝까지 내어준/한 생의 껍질”(「초록의 맛」)을 숨기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저자

김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