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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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 이후,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
하란사, 캄캄한 대한제국의 등불을 밝히다
“우리에겐 등불 꺼진 저녁 같은 이 나라를 구해야 할 사명이 있어.
공부를 하는 건 어둠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줄거리]
화영은 몇 달 전 의화군(의친왕)과 함께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 오랜 친구 란사가 독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영은 소문이 조작된 것이길 간절히 소원하며, 당당하고 똑똑한 신여성 란사를 떠올린다.
오래전, 꼬마 도둑에게 소매치기를 당할 뻔한 화영을 란사가 돕게 되어 두 사람은 안면을 트게 된다. 이후 남편의 도움으로 이화학당에 입학한 화영은 그곳에서 란사를 만나 인연을 쌓는다. 기혼자는 들어올 수 없는 이화학당에 기지를 발휘해 입학한 란사는 본래 이름 대신 이화학당의 선교사가 지어준 이름 ‘낸시’를 한문식으로 고치고 남편의 성인 ‘하’ 자를 따와 ‘하란사’라는 이름을 갖는다. 미국 웨슬리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란사는 그곳에서 이 강, 대한제국의 왕자인 의친왕을 만나 그의 옆에서 독립에 대한 투지를 지켜보며 자신의 애국심과 독립 의지도 날로 키워간다. 의친왕에 대한 충성심이 깊어질수록, 그에 대한 마음도 깊어진다.
유학을 다녀와 이화학당의 사감이 된 란사는 ‘욕쟁이 사감’, ‘호랑이 사감’이라는 별명을 얻지만, 그 거친 언행 뒤에는 조선의 여성들을 가르치고 계몽시켜 독립을 돕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했다. 그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신여성이 많아져야 나라를 위한 운동도 할 수 있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던 중, 의친왕을 도와 파리 강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거쳐 가던 그녀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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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비영

경상북도안동에서태어나초등학교2학년때서울로올라왔다.어려서부터글쓰기를좋아해소설가되는게꿈이었다.중학교3학년때처음으로소설을썼는데,그걸보신선생님들로부터칭찬과주목을받았다.곧소설가가될거라믿었다.정말그런줄알았다.그러나소설가의길은멀고아득했다.신춘문예에도몇번떨어졌다.박완서선생님을마음의멘토로삼은덕에,늦게나마1995년에신라문학대상으로등단의...

목차

그녀
새로운이름
당신뜻대로
<관산융마>1
꼬마도둑
신세계
신여성
심부름꾼
그림자가되고싶어
그를죽인자
영어선생님
<관산융마>2‘입이없다’
순이,향화
고백
항거
그들이가는길
악몽
비원
결(結)

작가의말
참고도서

출판사 서평

<줄거리>

화영은몇달전의화군(의친왕)과함께비밀스러운임무를수행하기위해떠난오랜친구란사가독살되었다는소식을듣는다.화영은소문이조작된것이길간절히소원하며,당당하고똑똑한신여성란사를떠올린다.
오래전,꼬마도둑에게소매치기를당할뻔한화영을란사가돕게되어두사람은안면을트게된다.이후남편의도움으로이화학당에입학한화영은그곳에서란사를만나인연을쌓는다.기혼자는들어올수없는이화학당에기지를발휘해입학한란사는본래이름대신이화학당의선교사가지어준이름‘낸시’를한문식으로고치고남편의성인‘하’자를따와‘하란사’라는이름을갖는다.미국웨슬리언대학으로유학을떠난란사는그곳에서이강,대한제국의왕자인의친왕을만나그의옆에서독립에대한투지를지켜보며자신의애국심과독립의지도날로키워간다.의친왕에대한충성심이깊어질수록,그에대한마음도깊어진다.
유학을다녀와이화학당의사감이된란사는‘욕쟁이사감’,‘호랑이사감’이라는별명을얻지만,그거친언행뒤에는조선의여성들을가르치고계몽시켜독립을돕고자하는열망이존재했다.그녀는‘나라를지키기위해서는공부를해야한다,신여성이많아져야나라를위한운동도할수있다’라며교육의중요성을강조한다.그러던중,의친왕을도와파리강화회의에참석하기위해중국을거쳐가던그녀는의문의사건에휘말리게되는데…….

<책속에서>
“그분은독이든음식을먹고돌아가셨다합니다.”
그말을전한사람은건어물가게이씨였다.그말에망연자실정신을놓은듯이주저앉아있는데이씨가아주은밀하게한마디를보탰다.
“배정자가미행했다는소문이돌고있습니다.”
화영은몸을부르르떨었다.일어나서는안될풍경이머릿속에절로그려졌다.이토히로부미의애첩이라던배정자가이제는드러내놓고나라를구하려는사람들을훼방놓고있었다.이씨의은밀한한마디를화영은의심하지않았으나,한편으로는그조차도잘못된정보를가지고온것이었으면하는마음이간절했다.
“아니,조작된소문일지도몰라요.”
이씨가고개를갸웃했다.
“뭔가사정이있을겁니다.그럴수밖에없는사정이있었을거예요.아직죽었다는걸확인한것도아니니어디가서그런소리하지마세요.”
화영의단호한태도에이씨도입을다물고말았다.사실이씨도란사선생이죽은걸본것이아니니소문내서좋을게없었다.
(…)이씨가돌아간후화영은그녀가남기고간노트를꺼냈다.꽤두툼한서양노트였다.화영은조심스럽게첫장을열었다.
내인생은나의것이다.내생각대로사는것이다.내생각은그곳에있다.잃어버린나라를되찾는것!나는기꺼이한알의밀알이될지니.
그녀가그대로느껴졌다.화영은첫장만펼쳐보고곧노트를덮었다.그녀가화영에게노트를맡기고간이유가짐작되자소름이돋았다.화영은노트를보자기에곱게싸서반닫이깊숙이넣었다.아직은그걸볼용기가나지않았다.그녀가죽었다는것이조작된소문이길바랐다.
화영은그녀를기다리기로했다.(본문16~17쪽)

그러던어느날,화영은이상한이야기를들었다.
“우리학교에괴짜가하나들어올모양이야.교칙을무시하고입학을허락했대.”
점순이라는이름이너무도싫어실비아로이름을고친여자가말했다.이즈음이화학당의교칙이많이달라진것은화영도익히알고있었다.
“교칙을무시하고”
“응.그여자배포가대단해.”
“무슨배포”
“기혼자는못들어온다하니까기발한발상을해서입학이허가되었다지.”
“기발한발상이라니”
“어느날그녀가밤중에프라이선생님앞에나타났대.가지고온등불을선생님앞에서끄면서말했다는거야.우리가캄캄하기가이꺼진등불같으니우리에게학문의밝은빛을줄수없겠느냐고.그래서그를기특하게여긴선생님덕에입학허가를받았대.”
“오호,그런용기있는여자도있네.”
화영은그여자가궁금했다.그러다가그녀가학교에온첫날,우연히복도에서마주쳤다.화영은단박에그녀를알아보았다.아,도둑을잡아준여인이,본처의패악을잠재워준여인이바로그녀였다.반가웠다.그녀도화영을알아보았다.
“여기서만나다니반가워요.”
먼저손을내민건그녀였다.화영은잠시미안한생각이들었다.공부할마음이있는줄알았으면화영이권유했어도좋을일이었다.
“정말반가워요.”
화영은그녀의손을오래잡고있었다.(본문38~39쪽)

“이땅의여인들을사랑하오.배우지못하고대접받지못한여인들을사랑하오.난그들을위해무언가를하고싶소.여자도남자와동등한대우를받는나라가되어야하오.여자도남자못지않은심지와결단력이있소.”
란사를그윽하게바라보는의친왕의눈빛엔깊은신뢰가그득했다.의친왕의말에고개를끄덕이며그녀는그모든일이마땅히해야하는일이라고여겼다.그일을한것이자신이라는것에도자긍심이대단했다.하지만그앞에서는한없이부끄럽고초라하게생각됐다.힘없고배우지못한여성들을위한교육을펼쳐나가리란당당한포부도사동궁전하앞에서는더없이작은일이었다.이강은란사의그런용기를깊이신뢰하고있는지도모를일이었다.에스더조차도전하앞에서그토록오만하던란사가그런일을해냈다는사실에놀라워하고있었다.그녀의여성교육에대한열망은그누구보다깊고열정적이었다.
“놀랍소.어찌그런생각을하였소”
그가술잔을든채하란사를그윽하게바라봤다.
“그는일본의앞잡이입니다.일본에빌붙어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YMCA)회장,조선체육회회장,중추원고문에연희전문학교교장감투까지쓴인물이아닙니까.누군가는호되게반박을해야합니다.”
“음…….”
그가짧은신음을뱉으며벽에몸을기댔다.바람이부는지창호지문이몇번덜컹거렸다.문짝이헐거운것같았다.덜커덩거리는그소리가빈공간을몇번헤집었다.(본문175~176쪽)

란사가조용히그의곁에앉아뒤를이어「독립선언서」를외웠다.란사가문장을외우는동안그는눈을지그시감고앉아서들었다.그러다란사가외우기를멈추면눈을뜨고그다음을이었다.
“낡은시대의유물인침략주의와강권주의에희생되어우리민족이수천년의역사상처음으로다른민족에게억눌리는고통을받은지10년이지났다…….”
그러고는또다시침묵이흘렀다.그가또술한잔을마셨다.안주도없이.술잔을잡은그의손이미세하게떨렸다.말없이그가술잔을내밀었다.란사도말없이잔을받아들었다.목젖을타고내려가는술이독약만큼이나썼다.술한잔마시고한문장외우고,또한잔마시고한문장외우기를여러번.그의눈에서는피눈물같은눈물이흘렀다.그것은아버지에대한추모이며한나라의황제였던고종에대한조문이며구렁텅이에서나라를구해보려는민초들의열망이었다.그들은벌써몇번이나같은문장을되뇌고있었다.
“3·1독립선언서는대한의자존이다.조선을세운지4,252년,모든행동은질서를존중하며우리의주장과태도를떳떳이하고정당하게하라.”
초옥의나무들이떨었다.술에담긴하늘도시퍼렇다.아무것도할수없는무력감에그는오로지술을마셨다.입을다물고눈을닫고귀를닫고,마음엔아무것도담지않았다.아니담을수가없으리라.가끔입을열어하는말은‘이보게’가다였다.그러다술에갇히면맥없이쓰러졌다.그는살아있는사람이라고말할수없었다.팔다리다잘린허깨비,그는움직이려하지않았다.그럴수만있다면,땅속으로사라질수만있다면,흔적없이사라질수만있다면…….그는그러고싶을것이다.란사의마음은찢어질듯아팠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를위해아무것도해줄수없었다.다만,그의곁에서함께술을나눈친구하란사가있었다.(본문233쪽~234쪽)

형무소로들어서자어디선가함성이들렸다.
“대한독립만세!우리는개구리다!”
그들이소리치는말의의미를화영은알고있었다.좁은방에,앉지도못할정도로많은수형자들을집어넣고육체적으로쉴수없도록고문하는방법이있다는걸그녀는익히들어알고있었다.이가악물렸다.하지만그곳에서그녀가할수있는건아무것도없었다.기도는말그대로기도일뿐이었다.그무엇으로도그들을위로할수없었고힘이되어줄수도없었다.그런자신이너무나초라하게느껴졌다.하지만지금은순이를만나는일이최우선이다.만난후에구체적인방법을찾아봐야할것이었다.순이가갇힌옥사는여옥사8호감방이라했다.햇볕도들지않는축축하고어두운옥사에갇힌순이를생각하니가슴을돌로내려친듯아팠다.
유관순,어윤희,권애라,신관빈,심명철,김향화,임명애…….유관순과향화를빼고는모르는인물들이었으나만나보나마나그들의눈빛은같을거라는생각이들었다.
(…)
기도가끝난후돌아서나올때,한서린노랫소리가들려왔다.
“……진흙색일복입고두무릎을꿇고앉아하느님께기도할때,접시두개콩밥덩이창문열고던져줄때,피눈물로기도했네.대한이살았다.산천이동하고바다가끓는다.에헤이데헤이에헤이데헤이대한이살았다,대한이살았다…….”
노랫소리가끝나기도전에사나운표정을한간수들이우르르몰려갔다.손에는곤봉을든채였다.보지않아도그후의풍경은처참할것이었다.‘대한이살았다’라는구절이가슴을파고들었다.(본문285~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