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라이프가드

$14.00
Description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마윤제의 첫 번째 소설집!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거지요.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유지되는 거요.”
깊고 검은 물속에서 일렁이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밀하고 묵직한 여덟 작품!
“바다는 고요했다.
그러나 그 온유함에는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었다.”

『검은 개들의 왕』과 『바람을 만드는 사람』, 『8월의 태양』으로 탄탄한 필력을 보여주며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ARKO 문학나눔 등에 선정된 마윤제 작가가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소설집 『라이프가드』를 출간했다.
마윤제 작가의 첫 소설집 『라이프가드』는 깊은 물속에서 일렁이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묵직한 여덟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발간된 작품으로, 이미 출간 전부터 뛰어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작가의 말에서 이르길 저자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을 알고 싶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양면을 통해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했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찰로 쓰인 여덟 편의 작품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했던 내면의 적나라한 감정까지도 낱낱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베처럼 단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은 문장들이 엮여 단단하고 묵직한 작품이 탄생했다.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이야기,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찰로 쓰인 단편들!

단편을 읽는다는 건 우리 자신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 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 -작가의 말에서

『라이프가드』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면서도 적나라하다. 가깝고도 먼 타인으로부터 깊고 어두운 질투와 시기를 발견하고(「강江」, 「라이프가드」), 다른 서가에 잘못 꽂힌 책으로 말미암아 유령처럼 떠도는 자신의 위치를 되새기거나(「도서관의 유령들」) 오래전 한 청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새로운 봄날을 꿈꾼다(「어느 봄날에」). 진실이라고 믿은 것이 모두 거짓임을 목격하거나(「옥수수밭의 구덩이」), 진실을 이야기했음에도 거짓으로 매도당하는 모습(「조니워커 블루」)을 보여주며 우리가 믿는 ‘진실’이 정말 견고한 것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온유한 얼굴을 가진 바다에 속아 실종된 남자의 모습이나(「버진 블루 라군」)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것으로 세상이 유지된다’는 말 한 마디(「전망 좋은 방」)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문학적 상징과 깊은 사유를 담은 『라이프가드』는 바다 같은 소설집이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아래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듯, 평온한 인간의 뒷모습에서 내밀한 이면을 바라보는 마윤제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문체와 몰입도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짧은 이야기 한 편에 누군가의 삶과 감정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담아내는 것, 『라이프가드』는 오직 마윤제이기에 탄생할 수 있는 소설이다.

저자

마윤제

경상북도봉화에서태어났다.‘Heaven,Mackenzie’라는재즈바와인테리어사무실을운영하다문학동네로등단했다.2012년‘마윤제’란필명으로세소년의모험을그린장편소설『검은개들의왕』을발표했다.제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이듬해아르코문학상을수상했다.뒤이어우연히잡지[GIO]에서읽은기사에이끌려3년동안의긴작업끝에남미최남단파타고니아를배경으로...

목차

강江
도서관의유령들
라이프가드
어느봄날에
버진블루라군
옥수수밭의구덩이
조니워커블루
전망좋은방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씨줄과날줄처럼촘촘하게엮인이야기,
인간에대한깊은사유와고찰로쓰인단편들!

단편을읽는다는건우리자신의뒷모습을훔쳐보는것과같다.만약누군가의삶을진실하고온전하게이해하고싶다면단편소설을읽어야한다.-작가의말에서

『라이프가드』의이야기는의미심장하면서도적나라하다.가깝고도먼타인으로부터깊고어두운질투와시기를발견하고(「강江」,「라이프가드」),다른서가에잘못꽂힌책으로말미암아유령처럼떠도는자신의위치를되새기거나(「도서관의유령들」)오래전한청년의죽음으로모든것을잃은이들이새로운봄날을꿈꾼다(「어느봄날에」).진실이라고믿은것이모두거짓임을목격하거나(「옥수수밭의구덩이」),진실을이야기했음에도거짓으로매도당하는모습(「조니워커블루」)을보여주며우리가믿는‘진실’이정말견고한것인가를의심하게만든다.온유한얼굴을가진바다에속아실종된남자의모습이나(「버진블루라군」)‘누군가는죽고,누군가는사는것으로세상이유지된다’는말한마디(「전망좋은방」)는소설의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까지도진한여운을남긴다.

문학적상징과깊은사유를담은『라이프가드』는바다같은소설집이다.바다의잔잔한파도아래짐승의발톱이숨겨져있듯,평온한인간의뒷모습에서내밀한이면을바라보는마윤제작가는자신만의개성있는문체와몰입도있는이야기로독자들을극에빠져들게만든다.짧은이야기한편에누군가의삶과감정을진실하고온전하게담아내는것,『라이프가드』는오직마윤제이기에탄생할수있는소설이다.

저자의말
(…)그때부터뭇사람들의뒷모습을바라보기시작했다.스타벅스에서커피를마시는젊은여성,스크린도어앞에서지하철이오기를기다리는청년,점심무렵햄버거가가득든종이봉투를양손가득들고개인병원계단을올라가는간호사,말간갓등아래술잔을높이든휴가군인,샛노란은행잎이깔린보도를걸어가는머리가희끗희끗한할아버지,먼길떠나는딸을배웅하는어머니,멀찍이떨어져서서로다른방향을바라보는연인들의뒷모습을훔쳐본것은그들의행복한모습뒤에숨겨져있는슬픔을알고싶었기때문이었다.더정확하게말하면한면이아닌양면을통해서한사람을온전히이해하고싶어서였다.(…)
단편은짧은이야기다.바다를향해흘러가는강물을칼날로잘라낸단면이단편이다.단편은찰나의순간을다룬다.단순한이야기도있지만어떤소설은은유를앞세워서복잡하고난해하다.이런이유로최근소설을읽기어렵다고푸념하는독자들이꽤많다.단편이쉽게읽히든어렵든한가지만은분명하다.우리삶의단면을보여주고있다는사실이다.따라서단편을읽는다는건우리자신의뒷모습을훔쳐보는것과같다.조금비약하면내앞과옆에있는사람들,혹은내곁을스쳐지나가는누군가의온전한모습을이해하려는행위라고할수있다.만약누군가의삶을진실하고온전하게이해하고싶다면단편소설을읽어야한다.

책속에서

우리는다시강으로뛰어들었다.이번에는간발의차이로내가먼저바위를건드렸다.형의얼굴이벌겋게달아올랐다.기분이날아갈것같았다.바위로올라간우리는동시에물을튕기며수면으로뛰어들었다.나는형을가볍게제치고물살을갈랐다.형이뒤를바짝쫓아왔다.수면에반사된햇살이눈을찔렀다.희열이복받쳐올랐다.
강중간쯤에서뒤를돌아보았다.형이보이지않았다.순간뭔가내발목을감았다.몸이물속으로쑥끌려들어갔다.난사력을다해발버둥쳤다.그러나몸이계속아래로끌려내려갔다.심장이터질것같았다.강물이살아있는듯꿈틀거렸다.소용돌이치는물속에서무언가다가왔다.검은물고기의아가미에서시커먼오물이울컥울컥뿜어져나오고있었다.그물고기뒤에서형이웃고있었다.(본문28쪽,「강」에서)

이따금제자리가아닌서가에꽂혀있는책이있었다.그런경우는대부분사서의단순한실수였기에얼마지나지않아제자리로돌아갔다.그런데도서목록에없는책을발견할때가종종있었다.바코드가붙어있지않은책을그는‘유령책’이라고이름붙였다.유령책은출생신고서를받지못한사람처럼어떤카테고리에도속하지못하고서가이곳저곳을떠돌아다녔다.
어느날그는자신의책한권을슬며시서가에끼워놓았다.유령책이어떻게움직이는지보고싶어서였다.한동안문학서가에꽂혀있던책은얼마뒤에인문학서가로이동했다.곧이어여행서가와건축학서가로옮겨가더니어느새철학서적틈에서심오한표정을짓고있었다.그뒤에는종교서가에자리를잡았다.그러다떠돌이생활이시들해졌는지처음꽂아놓은문학서가에심드렁하게꽂혀있었다.그리고어느날홀연히종적을감추었다.제멋대로도서관서가를돌아다니던유령책이처음부터존재하지않은듯연기처럼증발해버린것이다.(본문42쪽,「도서관의유령들」에서)

유지는모아이석상을떠올렸다.석상은온종일무엇을생각하는걸까.오래전자신들의찬란했던영광을반추하는걸까.아니면전쟁도약탈도없는평화로운천년의세상을생각하는걸까.어쩌면자신을빼닮은사람들이나타나서숨을불어넣어주길기다리고있을지도몰랐다.굳은무릎을펴고일어나서다시활보할날을위해뜨거운햇살과거친바람을맞고있었다.
사람들은모아이석상이크기와무게만다를뿐생김새가전부같다고했다.하지만유지는그렇게생각하지않았다.887개의석상이각기다른얼굴을하고있다고생각했다.세상모든사람의얼굴이다른것처럼석상도그럴거라고믿었다.유지는그가설을증명하기이스터섬을찾아갈것이었다.그리고모든석상의사진을찍어이름을붙여줄생각이었다.그사진을모아책을만드는게유지의꿈이었다.(본문88쪽,「라이프가드」에서)

기울기시작한떡갈나무를향해수컷이다시돌진했다.굉음이방목장을울렸다.
이기이한광경을지켜보던그가웃었다.육중한몸을흔들며미친듯이웃기시작했다.이모습을지켜본수행원들이크게웃었다.펜스앞에있던사람들전부가배를잡고웃었다.수컷멧돼지가흥분했다.아니광분한것처럼더거칠고강하게떡갈나무를공격했다.
나는떡갈나무뿌리가뽑히기전에멧돼지가먼저뻗는다고생각했다.통증은인간과짐승의구분이없었다.고통을회피하는건본능이었다.고대부터오늘날까지고문이횡행한건그때문이었다.수컷멧돼지도예외일수없었다.이제곧한계에직면해서스스로무너질것이었다.이는거스를수없는자연의순리였다.나는그런광경을수없이지켜봤다.사회적지위가높을수록,돈이많을수록,사람을많이거느릴수록,고통을참지못했다.(본문114쪽,「어느봄날에」에서)

“내가가장싫어하는게뭔지아십니까?”
“뭐예요?”
“난누가바다를더럽히는걸가장싫어합니다.내말무슨뜻인지아시겠지요?”
“모르겠어요.아무것도모르겠어요.”
여자는베드로처럼모든걸강하게부정했다.
“바다는말입니다.아무거나받아주는그런존재가아닙니다.아시겠어요?”
“세상의70퍼센트가바다인데좀받아주면안되나요?”
“아무리넓어도받아들일수있는것과없는게있습니다.”
남자가눈꼬리를치켜떴다.여자도물러서지않았다.
“그렇게많은데그정도아량을베풀지못한단말인가요?”
“이것저것다받아주다간금방끝장납니다.”(본문134쪽,「버진블루라군」에서)

“오늘성과는좀있으셨소?”
“뭐라고하셨습니까?”
“구덩이에서뭐가좀나왔냐고물었소.”
그는담배연기를길게뿜어낸다음오늘일어난신비로운현상을상세하게말했다.그의말이끝나자코큰사내가진지한눈빛으로말을이었다.
“중요한건진실이오.진실하지못하면서로연결될수없소.연결되지못하면당신이원하는걸얻을수없을거요.”
“연결이라고요?”
“반드시내말을명심하시오.”
“그게무슨뜻입니까?”
그의질문을무시한사내는곡괭이를들고근엄한표정으로땅을내리찍었다.한참동안사내를지켜보던그는천천히돌아섰다.자신의구덩이를향해돌아가면서진실과연결을생각했다.하지만뭐가진실인지무엇을연결하는건지알수없었다.(본문173쪽,「옥수수밭의구덩이」에서)

김목사가의자에앉았다.영락없는시골교회목사였다.하지만그는잔혹한사디스트였다.구름을벗어난달에서빛이쏟아졌다.김목사의기름발라넘긴머리위로푸른달빛이물처럼흘러내렸다.김목사가성경을펼쳤다.한사내가플래시를켰다.단하나의빛에성경구절이드러났다.목사는경구가마음에들지않은듯뒤로몇장을넘겼다.가늘고하얀손가락이행을따라움직였다.이윽고마음에드는부분을찾아낸듯손가락을멈추었다.김목사가나직하게성경구절을읽기시작했다.
“죄를범한자는그에상응한벌을받아야한다.다만죄를고백하고참회한자는인고의시간을지난뒤에비로소하나님의성전으로들어갈수있다.단고백은진실해야한다.만약거짓이라면엄혹한벌을받게될것이다.(본문198~199쪽,「조니워커블루」에서)

“고래가자살하는거알고있습니까?”
작업복이그의얼굴을빤히쳐다보았다.
“고래가요?”
“그렇습니다.”
“이유가뭐요?”
“음파탐지기에의한방향감각상실과스트레스,또는개체수조절과지형설등여러가지가있지만그어느것도확실하게밝혀진것이없습니다.”
작업복이천천히고개를끄덕이며말했다.
“무릇생명있는것들이죽는데는반드시합당한이유가있소.”
“그렇군요.”
“누군가는죽고,누군가는사는거지요.세상은언제나그렇게유지되는거요.”(본문223~224쪽,「전망좋은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