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숨 - 특서 청소년문학 31

푸른 숨 - 특서 청소년 문학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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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이라는 바다에서 숨을 참아야 했던 일제강점기 한 어린 해녀의 숨비소리!
“나를 지키는 힘과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처절한 삶은 때로 그것 자체로 힘이 되기도 했다.”
열악함 속에서도 배려와 아름다운 공존으로 삶을 버텨내는 제주의 어린 해녀 영등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제주 하도리에 상군 해녀를 꿈꾸는 영등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영등은 육지에서 돈을 버는 아버지를 대신해 상군 해녀 할머니와 함께 어린 세 동생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작업을 나간 할머니가 사고로 물숨을 먹고 돌아가시자 남겨진 영등은 동생들을 책임지기 위해 해녀 일을 하며 살아간다. 당장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공부를 꿈꾸지 못했던 영등은 어느 날 야학에서 강오규 선생님을 만나 글을 배우며 권리, 의무, 자유 등을 배우기 시작한다.
일제의 수탈, 동료 해녀의 죽음, 동생들 뒷바라지, 매번 저승을 코앞에 둔 바다 물질…… 영등에게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하도리의 이웃이자 해녀 삼촌, 친구인 춘자, 연화, 옥순이 삼촌, 순덕이, 빌레 삼촌 등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제주, 바다에서 숨값을 치르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아름다운 공존을 담은 이야기.

일제강점기 제주 하도리를 배경으로 서로 연대하며, 의지하며 거친 삶을 살아온 해녀들의 ‘아름다운 공존’을 그려낸 『푸른 숨』은 출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빼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청소년소설이다. 책의 앞페이지에는 소설의 배경인 제주 하도리 지도를 넣어 독자들이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소설 본문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제주어를 많이 덜어냈지만, 아름다운 제주어를 살린 ‘영등의 일기’를 통해 동글동글한 오름을 닮은 제주어의 매력을 담아냈으며 책 뒷순서에 표준어 풀이를 실어 이해를 도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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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미경

1965년충청북도청원에서태어났으며,충북대학교지리교육과를졸업했다.1998년[어린이동산]에중편동화「신발귀신나무」가당선되어어린이동화를쓰기시작했다.2012년『사춘기가족』이‘올해의아동청소년문학상’을받았다.어린시절시골에서자연과함께자란경험이동화의밑거름이되었다.키작은풀,꽃,돌멩이,나무,아이들과눈맞춤하며동화를쓰는일이참행복하고,좋은동화를쓰고싶은욕심이아주아주많다.그동안지은책으로는『꿈꾸는꼬마돼지욜』,『직지원정대』,『발트의길을걷다』(공저),『사춘기가족』,『신발귀신나무』,『교환일기』,『물개할망』『똥전쟁』,『금자를찾아서』,『선녀에게날개옷을돌려줘』,『나도책이좋아』,『야옹아,가족이되어줄게』,『일기똥싼날』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서러운꿈
산호가지맹세
해경
육지멀미
숨의무게
혼백상자등에지고
갯닦기
물숨찾아가는길
청국장냄새
감은장아기들
한손에빗창들고
인간이라는슬픈이름
영춘의졸업장
산호가지하나
해화
바다는얼지않는다
다시바다

영등의일기
『푸른숨』창작노트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천번의물질은천번의두려움이었다.
다만그것을견뎌낼수있다는믿음이있을뿐이었다.”

상군해녀였던할머니가물숨을먹고돌아가시면서어린나이에동생들을책임져야했던‘영등’은살기위해바다에서숨을참으며살아간다.그러나고된삶에도영등의옆에는춘자와연화,옥순이삼촌,순덕이,빌레삼촌……서로의아픔을아는친구,삼촌들이있었다.해녀조합이해녀들의‘숨값’을빼앗으며수탈하는데함께목소리를높이고,물숨을먹을뻔한바다에들어가두려움을이기고숨을찾아오며영등은삶과맞서나아간다.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자신을일으켜세우는힘과용기는어디에서비롯되는가?‘오롯이지켜내고싶은것’이존재하기때문이아닐까?누구에게는그것이신념일수도,가족일수도,나라일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더궁극으로파고들면결국하나로귀결되지않을까?나자신의존엄.-창작노트에서

숨을참으며물질하는해녀들은모두지켜야할것이있었다.그것이가족이든,삶이든,자기자신이든지켜야하는것이있기에파도를맞닥뜨려도피하지않았다.신세타령을할지라도‘눈물방울이턱밑으로채떨어지기도전에불턱은다시웃음바다’가되었다.
살면서우리는여러번의파도를마주치게된다.『푸른숨』은그런순간에마주한청소년독자들이문제를회피하고도망치는대신,주변의친구들과연대하고주체적으로삶을살아갈수있도록마음속불씨를심어줄소설이다.

줄거리
일제강점기제주하도리에상군해녀를꿈꾸는영등이라는소녀가있었다.영등은육지에서돈을버는아버지를대신해상군해녀할머니와함께어린세동생을키우며살아간다.그런데어느날,작업을나간할머니가사고로물숨을먹고돌아가시자남겨진영등은동생들을책임지기위해해녀일을하며살아간다.당장먹고사는일에급급해공부를꿈꾸지못했던영등은어느날야학에서강오규선생님을만나글을배우며권리,의무,자유등을배우기시작한다.
일제의수탈,동료해녀의죽음,동생들뒷바라지,매번저승을코앞에둔바다물질……영등에게삶은결코녹록지않았지만하도리의이웃이자해녀삼촌,친구인춘자,연화,옥순이삼촌,순덕이,빌레삼촌등과함께울고웃으며나아갈수있었다.일제강점기제주,바다에서숨값을치르며살아가는해녀들의아름다운공존을담은이야기.

책속에서

“우리,이걸로우정맹세하게.”
연화는아기손바닥만한산호가지를셋으로잘라하나씩나눠준뒤말했다.
“고연화,김영등,양춘자,세동무는우정을맹세합니다.이산호가지가하나인거마냥저희도평생함께할거우다.”
씻어놓은팥알같은얼굴들엔장난기가사라지고제법진지한빛이어리었다.세동무의머리위엔똑같이소라똥모양머리뭉치가얹혀있었다.물에들때거치적거리지않게머리를위로묶어틀어맨것이었다.소라똥머리는얼른자라물질을하고싶어하는여자아이들의소망이었다.
“니들이거죽을때까지간직해야되멘.”
영등과춘자는연화말에사뭇비장한얼굴로고개를끄덕였다.
---pp.23~24

“반갑다.난강오규라고한다.공부배우고싶지않니?저녁때강습소에나와서공부하라.”
영등은동생들뒷바라지를위해공부에대한열망을오래전누름돌로눌러버렸다.그런데도공부라는말에가슴이뛰었다.
“세상이바뀌어서이젠여자도배워야한다.그래야캄캄한세상에서벗어날수있주.”
“당장먹고사는게캄캄하우다.저녁엔망건짜야해서공부배울짬이없수다.”

영등은차갑게쏘아붙였다.공부가싫어서가아니라여건이안돼서못하는거란걸똑똑히밝히고싶었다.남루한옷에땀범벅인자신에반해뽀얀얼굴에말쑥한차림새인상대에대한반감도없지않았다.일종의자기방어같은것이었다.얼마전부터춘자어멍에게망건짜는걸배우느라짬이없는것도사실이었다.밤에말총을엮어망건을짜는건해녀들의부업이었다.섬엔말이많아말총구하기가쉬웠다.

“혼자동생들돌본단얘기연화한테들었어.당장한치앞의어둠을몰아내는것도중하지만,그보다중한건먼데있는어둠을물리치는거주.”부드러우면서도힘이있는목소리였다.야학선생은누이동생을보듯안타까움이담긴눈빛으로영등을바라보았다.
---pp.33~35

영등은순덕의죽음이도무지믿기지않았다.순덕이금방이라도덧니를드러내고수줍게웃으며배위로오를것만같았다.어떻게해서라도하루더쉬라고잡았어야했다.영등은순덕을잡지못한자신의손등을찍고싶었다.오늘하루만더누워있었더라면,순덕이배를기다리는동안물에들지만않았더라면,북쪽대진항으로가는걸하루당겨오늘떠났더라면,차라리육지물질을떠나오지않았더라면…….순덕이죽지않는길은무수히도많았다.그러나순덕은끝내죽음을비끼지못했다.시간이얼마나흘렀을까?갑자기처량맞은노랫소리가들렸다.

이여싸나이여싸나
우리부모날날적에
해도달도없을적에
나를낳아놓았는가
......
해녀팔잔무슨팔자라
혼백상자등에지고
푸른물속을왔다갔다
옥순이삼촌이망연히앉아실성한사람처럼노래를불렀다.삼촌의처연한노래는꾹꾹눌러참고있던사람들의속울음을기어이밖으로끌어냈다.춘자는순덕의이름을부르면서엉엉목놓아울었다.
---pp.66~67

“영등아,이제다른누가아니라너자신이네삶의기둥이돼야한다.이세상누구도삶을대신해줄순없어.네나이열여섯이니이제홀로설때도됐주.알을깨지않으면절대로새가되어날수없어.알을깨는일은두려운일이고,고통이주.두려움이없으면성장도없는법,성장없는삶이란죽음과도같다.지금당장은힘들겠지만,넌강하니까반드시이겨낼수있어.”

선생님말은영등에게마치주문처럼들렸다.그중에죽음이란말이유독가슴에박혔다.죽음,그것은아무것도할수없는것을의미했다.그러면당연히동생들을지켜낼수도없을것이었다.동생들을지키기위해서라면무슨일이든할수있었다.영등은어떻게든알을깨고나와야했다.그런데어떻게해야알을깨고나갈수있을까?맥이빠져허깨비같던몸에퍼뜩기운이돌았다.영등은그제야숨이제대로쉬어지는느낌이었다.
---p.107

해녀들은그렇다고자신들의신세가처량해울지는않았다.불턱에서가끔신세타령할때도있지만,구질구질길게끄는법이없었다.눈물방울이턱밑으로채떨어지기도전에불턱은다시웃음바다가되곤했다.바다에서잔뼈가굵은삼촌들의관록덕분이었다.바다에서청승은자칫독이될수있었다.지나친자기연민으로냉철함을잃을수있기때문이었다.간혹어린해녀들이오래질질짰다가는삼촌들의호통이떨어졌다.삼촌들은바로비죽거리는어린해녀들의입에구운미역귀나소라를넣어주었고,들썩이는어깨위로두툼한손을얹어주었다.

정작서러운건찬바다가아니었다.시시각각변하는바다는때로해녀들을위협했지만배신하거나농락한적은없었다.바다는끊임없이생명을품었다가아낌없이내어주었다.그들을서럽게하는건,해녀들의방패막이가돼주어야하는데도오히려수탈을일삼는해녀조합이었다.
---p.139

영등은선생님과함께유학길에오르는모습을상상해보았다.둘이서나란히배의갑판위에서서멀어지는섬을보고,어깨를맞대고기차에앉아있고,함께밥을먹고…….영등은황망히고개를돌렸다.마음속영상이얼굴에그려져있을것만같아서였다.고삐풀린망아지처럼날뛰는마음에얼굴이달아올랐다.
“당장답하기어려울테니천천히생각해보라.사흘뒤에다시올때까지.”
영등은어릴때부터자신의욕망을누른채살아왔다.그게체화되어버린걸까.일본유학,그건애당초자신이누릴수있는호사가아니었다.하지만이제지켜야할동생들도떠나고없지않은가.선생님말대로이제영등자신의삶을살아도되었다.
영등은바다를떠난삶,테왁과망사리를버린삶을그려보았다.답이명확해졌다.
“저도이제제삶을살거우다.”
선생님의얼굴이밝아지면서눈이빛났다.
“저는바다를떠나살수없어마씀.바다에서물질하는게제기쁨이고보람이우다.바다없인살수없어마씀.”
영등은정말이지바다를떠난삶은상상조차할수없었다.영등의허파는물고기의그것과같은걸까.이제뭍에서보다바다에들어숨을쉬는게더편하게느껴질정도였다.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