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15.83
저자

권비영

경상북도안동에서태어나초등학교2학년때서울로올라왔다.어려서부터글쓰기를좋아해소설가되는게꿈이었다.중학교3학년때처음으로소설을썼는데,그걸보신선생님들로부터칭찬과주목을받았다.곧소설가가될거라믿었다.정말그런줄알았다.그러나소설가의길은멀고아득했다.신춘문예에도몇번떨어졌다.박완서선생님을마음의멘토로삼은덕에,늦게나마1995년에신라문학대상으로등단의...

목차

서(序)

제1장
봄날의기억/마사코/운명/사랑을품었다가/촛불을흔드는바람/물위의도시/유럽여행/그럴수밖에없었다/아카사카,그집의추억

제2장
떠도는영혼/고려신사/흐르는물은길을찾는다/잃어버린집/그리운얼굴

제3장
우크라이나여자/아버지/조국/액자속에갇힌세월/그아이/봉사자들/깊은강물은소리없이흐른다/험로/또다른계절/오정수와해리의역사/줄리아의편지

결(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줄거리

“마사코,네가영왕과결혼하게되었다.”
유난히하늘이맑았던날,대한제국의마지막황태자이은과일본황족의딸마사코의결혼이성사된다.그누구의의견도반영되지않은정략결혼이었지만마사코는이은을보는순간쓸쓸한웃음속의따스함을느낀다.‘나는온화하고마음따뜻한청년이은에게시집가는것이야.’나라를빼앗긴황태자이은은그어떤사소한행동도자신의의지대로할수없는무력함에고통스러워하고,마사코는그런그의옆에서일본인으로서죄책감을느끼며,이은의고통을이해하며,그에게힘이되어주지못하는아픔을남몰래견딘다.
훗날,이은의피를이어받은대한제국마지막황태손이구또한미국에서만난줄리아멀록과사랑에빠진다.그러나시대는이들을가만히두지않았다.대한제국의황태손이라는위치에대한갈등,조선황실의정통성을둘러싼분분한의견,복잡하고소란한상황에번뇌하는이구……“구,너무빨리변해가는군요.나는당신만보고한국엘왔어요.”그런구를보며줄리아역시늘이방인같은느낌을지울수없었다.숨막히는삶속에서도버틸수밖에없었던대한제국마지막황족의슬픈이야기.

작가의말

우리가알고있는진실,혹은역사적사실이때로는허구보다설득력이약할때도있다.세월은아무런말이없고승자들이만들어놓은규정지어진진실은점점굳어간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때때로궁금하다.그것이진실이었을까?진실에대한,혹은역사에대한의혹은새로운가설을만들고기존의정설을흔들며혼란스럽게한다.진실이면에,진실보다더진실한그무엇이숨겨져있는것은아닌가하고.그런이유로이소설은시작된다.단단한거북이등껍질처럼굳어버린역사의이면.나는거기에서슬픈역사의그늘속을방황하며고뇌했던얼굴들을찾아낸다.
“저에게있어역사소설은실제사건을허구화하는것이아니라,실제역사를더잘이해할수있게하는허구랍니다.”
움베르토에코의말에고개를끄덕인다.

책속에서

“날씨가참좋지요?”
그말에그가고개를끄덕였다.그러고는마사코를한참바라보더니조용히말했다.
“네,날씨가좋군요.”
눈을가느스름하게뜨고하늘을바라보다마사코를보고싱긋웃었다.그웃음에스며있는어색함과쓸쓸함이오히려측은하게느껴졌다.학업을핑계삼아,어린나이에조국을떠나올수밖에없었던그의마음을헤아려보면그쓸쓸한웃음을이해할수있을것같았다.그인들일본여인을배필로맞으리라는생각을상상으로나마했을까…….
육군사관학교를졸업하고소위에임관된그는절제된말투와행동으로군인다운면모를보여주었다.그러나단둘이있을때는부드러운눈빛을가진외로운청년이었다.조선과일본의융화를위해진행되는정략결혼이었지만마사코는그를보는순간그의가슴에흐르는따뜻한마음을느낄수있었다.
‘나는온화하고마음따뜻한청년이은에게시집가는것이야.’
마사코는스스로에게그렇게타일렀다.처음만나는자리라어색하고부담스러웠지만마사코는그의눈빛을보고마음을놓았다.온화하고따뜻하며말을아끼는사람.마사코에게이은은그렇게각인되었다.(본문24쪽)

지진이일어난후사람들은이성을잃고날뛰었다.식량공급이어려워지고인심은극도로나빠져서도둑이들끓었다.계엄령이선포됐다.조선인들이식량을약탈하고사람을죽인다,조선인들이혼란을틈타독립운동을하고있다,조선인들이방화를하고우물에독을뿌린다…….
소문은진실보다더욱진실해보였다.극한상황에서사람들은본능적으로몸을사린다.우선은내가살아야하는것이다.사람들은폭도에가까웠다.어이없는일들이대처할겨를도없이연이어터졌다.
“조센징을싹쓸어버리자.”
“조센징은악마의화신이다.”
성난일본사람들이거리로쏟아져나와닥치는대로조선인사냥을한다고했다.합당한이유나논리가있을리없었다.그저조선인이보이기만하면눈에불을켜고달려든다는것이었다.삽으로쳐죽이고,때려죽이고,밟아죽였다는이야기들이섬뜩하게흘러다녔다.
“어찌조선인들을이리못살게구는것이오.”
무겁게말을뱉는그의얼굴은침통했다.마사코와함께신변의위험을핑계삼아궁내성으로피난했지만그는마음의감옥에갇혀또다시자신을괴롭히고있었다.(본문77~78쪽)

“이제마음을단단히먹어야하오.우리는이제왕족도아니고평민이오.국적도제3국인이되어있소.재일한국인으로등록을해야하오.차라리잘된것인지도모르오.모든굴레에서벗어난느낌이오.”
“전하…….”
“마음을접는일이이리편한것을.이제편안한마음으로살려하오.”
그가억지웃음을애써지어보였다.가슴이미어지듯아팠다.
“…….”
어쩜전하의그말은진심일지도몰랐다.허울뿐인황태자의위치에서모든것을벗어던져버린홀가분한마음에그리말씀하실수도있다.그러나마사코의생각은달랐다.마사코가의식을놓고있는동안전하는스스로의마음을그리달래셨던것같았다.
“나는당신만건강하면되오.내가족만같이있으면되오,그것만바라오.”
전쟁이끝난후히로히토천황은인간선언을했다.‘나는신이아니고사람이다.’천황이인간임을자처하는상황에,소중한것은인간뿐이다.
‘전하는조선으로가시옵니까?저를버리고가시옵니까?그말이하기어려워그리저를위로하십니까?’
묻고싶은말은그것인데맘속의말은입밖으로나오지않았다.(본문172~173쪽)

나와줄리아는늘그렇게즐거웠다.
“재능이뛰어나신황태자니까그렇게될거여요.”
“어허,황태손이래도!”
“난그런거잘모르겠어요.어떤사람은황세손이라고도하던데요?”
“그건몰라서하는소리요.황태자의아들이니황태손이맞는게지.”
사실나자신도내가진정황태손인지에대한확신이없었다.내가황태손이라는걸확인해주는것은오로지부모님뿐이었기때문이다.
일본아카사카저택에서태어난나는미국에유학을가기전까지한번도조선에가본적이없으며,또한국적조차대한제국국적이아니었다.미국에갈때도내나라황족의도움을받은적이없었다.원망을하기위해하는말은아니다.나는나혼자의힘으로공부를하였고,내로라하는회사에당당히합격하여잘살고있다.다만나는자신의정체성을확인하고싶은것뿐이다.
그럴때는유독아버지가그리웠다.나는유난히도아버지를사랑하였다.어머니에대한사랑과는무게가다른것이었다.(본문255쪽)

“그동안참많은일이있었소.”
알다마다요.소인도귀가있고바람을읽어내는눈이있습니다.말씀안하신들그아픔을모르겠습니까.율리아는고개를숙인채비전하의말을들었다.
“모든것이전하의뜻이오.전하의뜻을제대로읽어주시오.”
율리아는비전하의얼굴을우러르며진정그분의마음을읽었다.숙명여고이사장추대문제가있을때도비전하는마음의상처를받았을것이다.비전하의이사장추대에불만이많았던사람이대놓고상스런언사를했다들었다.
“왜쪽바리여자가이사장이되어야하오?이건영왕의모후이신엄비께서세우신조선의학교요.”
그때비전하는어떤표정으로그자리에서있었을까.
비전하는엄연한영왕의정비이지만,조선에서는‘쪽바리여자’라는대우를받을수밖에없다는사실을어떻게받아들였을까.상처투성이인마음을어떻게다스리는걸까…….다이해할수는없어도비전하의상처난마음이읽혔다.(본문3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