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 특서 청소년문학 35

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 특서 청소년 문학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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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구형’이 되어버린 소년과 로봇의 이야기
“밖으로 세상을 보러 가자, 우리 같이.”

로봇과 유전자 조합 인간을 싫어하는
열다섯 소년 ‘인류’에게 다가온 구형 로봇 ‘미래’.

인류는 엄마에게 학대를 받고 있었던 미래의 사연과 간절한 소원을 알게 된다.

“난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딱 한 번이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가우디’ 같은 건축가를 꿈꾸는 인류는
특별 고등학교 건축과에 지원하기 위한
서울 탐방 영상을 미래와 함께 찍기로 한다.

그렇게 둘은 도시 미관법에 따라 구형 로봇을 퇴출한
‘걷기 좋은 도시, 서울’에 몰래 잠입하는데…….
선정 및 수상내역
2023 우수출판컨텐츠 선정작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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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리

제10회푸른문학상미래의작가상,2016청소년이뽑은청문상,네이버지상최대공모전판타지부문특선을수상했다.쓴책으로청소년소설『팬이』『기적이일어나는시간,49』『나는랄라랜드로간다』『치타소녀와좀비소년』,판타지소설『이계학교』『시간을담는여자』와동화『표그가달린다』가있다.

목차

1.발견
2.동행
3.행동

출판사 서평

소외된‘구형’들이세상에외치는특별한목소리!이제껏볼수없었던새로운청소년SF
“나는선택할수있다.나의세계관을증명하거나,잘못된세계와싸우거나.”

푸른문학상수상작가김영리가자신만의세계관이담긴특별한청소년SF로돌아왔다.우리가머지않아맞닥뜨리게될세상을미리들여다보고온듯,작가는로봇과유전자조합이보편화된미래시대에생길수있는사회적문제와소외된이들을섬세하게조명한다.
아이로봇을학대하는것은아동학대에해당하는가?유전자조합은자연법칙에위배된것인가?시대에뒤처진‘구형’은퇴출되어야하는가?청소년SF소설을통해던지는질문들이시대를날카롭게관통한다.

“만약로봇처럼인간도구형과신식으로나뉜다면,
보호할인간과보호할가치가없는인간으로나누겠지.
대체그걸누가결정하는건데?”
-본문에서

『로고』에는유전자조합인간이주류가된세상에서아무런조합없이태어난‘인류’,최신형로봇과안드로이드가쏟아지는와중퇴출위기에처한구형로봇‘미래’가등장한다.로봇을싫어하는소년과제멋대로인로봇의첫만남은그다지화기애애하지않지만,‘구형’이라는심리적동질감과같은목표가생기면서급속도로가까워진다.도시미관을명목으로구형로봇을퇴출한서울에두‘구형’이잠입하는과정은발칙하고때론재기발랄하다.
『로고』속,전에없던신선한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절로‘구형’들의저항을응원하게된다.소외된이들이서로연대하고자신의정체성을입증해나가는과정을지켜보며,청소년독자들은때로뒤처진것같다는생각이드는순간에도자신이존재자체로의미가있다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

줄거리

인류는로봇과유전자조합인간을싫어하는열다섯소년이다.지방소도시에서고철공장을운영하는외할아버지와실험견출신이글비와함께살고있다.어느날,할아버지의고철공장에서발견된로봇토막이사라진다.구형로봇폐기물을로봇센터에신고하지못해불이익을받을위기에처하자,인류는로봇토막을훔쳐간범인을잡기위해창고에CCTV를설치한다.꼬리를잡은도둑은키가작은구형로봇이었다.
구형로봇‘미래’는힘들게살아온로봇이더는재활용되지않고편히쉬게하려고자신의집과멀지않은산에묻어주었다.‘엄마’라는여자에게‘미래’라는이름을선물받았지만학대를당하고있었다.미래의사연을알게된인류는특별고등학교건축과입시에중요한여름방학숙제프로젝트를미래와함께하기로결심한다.도시미관법에따라구형로봇을퇴출한‘걷기좋은도시,서울’에몰래잠입하여건축물탐방영상을찍기로한것!
유전자조합인간들속에서태어나세상과싸우던인류는구형로봇인미래를지키고자유전자조합인간인이복여동생해림과함께‘2의저항’을시작한다.

책속에서

질문은중요하다.세계관을확인하는것은더중요하고.질문으로내편과적을구분해야한다.적을내편으로오해하면주인공이라도비명횡사할수있으니까.보통위기에빠진주인공의미래는둘중하나로갈린다.비장하게죽음을맞거나고통을겪으며성장하거나.둘다달갑지않다.타인이내인생에끼어들어발생하는위기를피하려면질문이필요하다.
열다섯은세계관을정립하는질문을정해야하는중요한시기다.나는열다섯하고도2분의1이지났다.더는미룰수없다.내가특별한지아닌지는세계관에서결정이난다.오래전부터머릿속으로나와남을나눌꼭맞는질문이무엇일지생각하고또생각했다.그날은세가지질문을드디어결정한날이었다.
로봇을얼마나처리했는가.
유전자조합인간을싫어하는가.
왜?
그로부터며칠뒤뜻밖의녀석을만나면서나의세계관이송두리째흔들렸다.(본문12쪽)

“네가로봇도둑맞지?훔쳐간로봇어쨌어?”
확신에차서냅다날린질문이었다.팔았냐,얼마받았냐,누가시킨거냐연이어그물같은질문으로공격하려는데,로봇이순순히대답했다.
“땅에묻어줬어.”
로봇은눈만보이고입이없었다.사람이라면코와입이있어야할부분이우산을엎어놓은것같은철제마스크모양으로가려져있었다.그래서말을할때온몸이울려서소리가나는것같았다.목소리는아이에가까웠다.성별을구분하자면남자쪽이었고.
“로봇이여기있는지는어떻게알았어?”
“…….”
하고싶은말만하겠다는건가.나는성큼성큼걸어가로봇의팔을잡았다.로봇은놀란눈이었지만거부하지않았다.잠시몸을움찔했을뿐.
나는녀석의손목을뒤집었다.팔다리가있는로봇들은손목안쪽에일련번호가새겨져있으니까.그런데일련번호가지워져있었다.라이터불로지진것같은조잡한흔적이남아있었다.로봇은결코자신의일련번호를스스로지울수없었다.역시,뒤에누가있었다.
“누가이랬어?”
“…….”(본문43~44쪽)

유전자조합을하지않은인간과구형로봇은비슷하지만다르다.나에대한차별은법적으로금지되어있지만,구형로봇은단속대상이다.서울시에서는구형로봇의방치가도시슬럼화로이어진다며올해초부터구형로봇을발견즉시수거해서폐기처분했다.도시미관개정법에따른조처였다.
할아버지가말한불꽃축제는서울도심한가운데세워진로봇파크개관을축하하기위해마련한행사였다.그축제에구형로봇은절대함께할수없었다.
세계관은중요하다.세상을이해하는방식이살아남을가치가있는지없는지를증명하니까.이로봇을만나면서부터나의세계관은흔들리고있다.나는선택할수있다.나의세계관을증명하거나잘못된세계와싸우거나.
“너는여기계속숨어있을수있어.더지내보면알겠지만,공장아저씨들은진짜좋은분들이야.할아버지도무뚝뚝하지만약속은꼭지키는분이고.네가이창고가좋다면그렇게해.하지만그게아니면…….”
“아니면?”
나는몸을낮춰서로봇과눈을맞추며말했다.
“밖으로세상보러가자.같이.”(본문73~74쪽)

“사랑받는게부러워.이건물도,너도.”
“뜬금없이무슨소리야.”
“공장아저씨들이랑할아버지모두가널사랑하잖아.”
“사랑은무슨,할아버지가얼마나무뚝뚝한데.아저씨들은내가양말도챙겨주고냉장고에커피도넣어놓으니까,그냥그런거지.”
“너도아저씨들이랑할아버지를사랑하는구나?그런게사랑이구나.”
미래는무릎을가슴쪽으로당긴채혼잣말했다.선글라스,마스크,모자,장갑등으로완전히가렸는데도쓸쓸함이겉으로드러나는것같았다.
“엄마말이야.날정말사랑한걸까?”
“그여자는널때렸어.그건사랑이아니야.”
“늘때리지는않았어.가끔너무힘들면…….때리고나서는늘나를안아줬어.”
“안아주고나서는토닥토닥하면서귤도줬어?조물조물맛있어져라주문도외우고?”
나는날카롭게받아쳤다.미래는왜여기까지와서,경복궁을보고감탄하는순간에도그여자이야기를하는걸까.미래는그여자에게서영영벗어날수없는걸까.
“사람이든동물이든로봇이든다른대상한테화풀이하는건나쁜거야.그건너도알잖아.그래서도망쳐온거아니야?”
“만약에말이야,내가더잘했으면달라졌을까?내가더빨리움직이고,더똑똑하고,진짜아이처럼귀엽게생겼다면.”(본문100~101쪽)

“저건물은왜해체하는거야?노후화돼서?”
“이주변이다고층인데저건물만5층높이여서해체한다고들었어.”
“경복궁도높이가낮잖아.저건물보다훨씬더오래됐고.”
“경복궁은사적제117호이지만,저패션디자인센터는아니야.”
“사적은무슨기준으로정하는거야?”
“역사적으로중요한시설을국가가법적으로지정한문화재라는데,나도잘모르겠다.”
이것도편집때더빙을해야겠다.‘모르겠다’니너무무책임한말이다.입으로뱉은말을하나하나검열하듯이머릿속으로되새김질했다.
“법이역사적으로중요하다고정하지않으면모두저렇게사라지는거야?”
미래의눈은해체공사가진행중인패션디자인센터에못박혀있었다.역사적으로보존할가치가있는건물과그렇지못한건물.법이바뀌면서사라져야할로봇과새롭게만들어지는로봇.어쩌면저건물역시구형이어서해체되는게아닐까.(본문122쪽)

“우리집엔비글이있어.인간을위한의약품을만들려고생체실험을당하다가구조됐어.그딴건시대가변해도그대로야.로봇도생체실험을대체할순없으니까.”
해림은나를빤히쳐다보았다.내입은멈추지않았다.
“구형로봇은새로바뀐도시미관법때문에수거후폐기되지.실은장소만지하물류터널로옮겨져서파손될때까지일하는거지만.신식로봇과구형로봇의차이가뭔데?차이가있다고치자.그게,그렇게까지문제가될일인가.”
나는감정이복받쳐서입을닫았다가주먹을불끈쥐고다시입을열었다.
“만약로봇처럼인간도구형과신식으로나뉜다면,생체실험을해도되는인간과보호할인간으로나누겠지.보호할인간과보호할가치가없는인간.대체그걸누가결정하는건데?”(본문136~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