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침묵을 깬 여성들 (힐데가르트, 안젤라, 카타리나의 비전과 미술)

중세의 침묵을 깬 여성들 (힐데가르트, 안젤라, 카타리나의 비전과 미술)

$28.69
Description
중세 유럽에 실제 살았던 여성은 미술 작품에 어떻게 그려졌을까?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사학자 이은기 교수가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해온 중세 시대에 자기 목소리를 낸 여성들, 그중에서도 빙엔의 힐데가르트, 폴리뇨의 안젤라, 시에나의 카타리나가 남긴 미술을 통해 이에 답한다. 이 책은 종교미술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거나 종교 일화의 설명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성녀의 비전 체험과 발언에 주목하고, 미술 속 성녀 이미지에 투영된 당시 가톨릭 사회의 여성상의 문제를 구체적이면서도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중세를 견뎌낸 세 성녀의 삶과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한다.
저자

이은기

서양중세와르네상스미술사학자.홍익대학교서양화과와같은대학대학원미술사학과를졸업하였고,이탈리아피사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목원대학교미술교육과에오래재직하였으며,현재는이대학의명예교수이다.미국프린스턴대학교방문학자,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방문학자,서양미술사학회회장,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등을역임하였다.
저서로『르네상스미술과후원자』(2002),『서양미술사』(공저,2006),『욕망하는중세』(2013),『권력이묻고이미지가답하다』(2016)가있으며,중세와르네상스미술을통해보는여성상에관심을두고있다.

목차

1중세수녀원과여성의자기목소리
여성의침묵과수녀원의역할
여성과책
세여성신비가의비전이야기

2빙엔의힐데가르트-비전그림의여성성과자연관
빙엔의힐데가르트생애
힐데가르트의비전과『쉬비아스』
힐데가르트가본‘우주’
힐데가르트가본‘아담과이브의창조와타락’
힐데가르트가본‘아담의창조,타락,구원’
서정적인추상화〈추락하는별들〉
힐데가르트와연옥
초록의생명력
지혜로서의여성

3폴리뇨의안젤라-광적인비전과능동적인미술감상
능동적인미술감상자,안젤라
안젤라의생애
‘채색십자가’와안젤라의비전
“눈으로볼수있는것보다더가까이안아주겠다”
성금요일,그리스도와함께관에눕다
심상의이미지와미술의만남

4시에나의카타리나-만들어진열전과실제의삶사이
공적이미지와실제삶의차이
열전이전하는카타리나의일생
금식과신비한비전,기적을강조한카타리나이미지
만들어진비전과실제비전
실제의카타리나,장군의연설같은글
카타리나의정치력
제단화의공적인이미지

5성녀의비전기록과고해사제
우연히잘못된사람?중세의왜곡된여성관
빙엔의힐데가르트와볼마르
폴리뇨의안젤라와A형제
시에나의카타리나와카푸아의라이몬도
최선의선택,성녀와고해사제의협력

6고행과금식-참회와몸의정치
비전과고행
힐데가르트의병약함,병인가무기인가
폴리뇨의안젤라와달콤한고름
시에나의카타리나의영웅적단식,참회인가수단인가
금식의정치?
수동적이면서동시에능동적인선택

7에로틱한비전-‘그리스도와의신비한결혼’
알렉산드리아의카타리나와‘그리스도와의신비한결혼’이미지변천
시에나의카타리나와‘그리스도와의신비한결혼’
노래중에서가장아름다운노래,‘아가’
사랑의화살
집으로서의하트
여성신비가들의에로틱한비전
중세여성에게허용된최고의공적이념

8엑스터시에대한현대의해석들
에로틱한비전과엑스터시
히스테리인가?
변성의식상태인가?
승화인가?
‘희열(주이상스)’인가?
약점을반전시킨대안?

나가는글

본문의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중세의침묵을깬여성들의비전과삶을미술을통해들여다본다
-중세에는‘왜여성미술가가없을까’라는질문에답하는책

서양중세와르네상스미술사학자이은기교수가『욕망하는중세』(2013,사회평론)에이어중세미술과세성녀이야기를다룬『중세의침묵을깬여성들』을출간했다.이책은아주단순한호기심에서출발했다.오랫동안종교미술을공부하면서마리아,막달아마리아처럼성경에등장하는여성의그림은많이보았는데,중세유럽에서실제살았던여성은어떻게그려졌을까하는것이었다.제일먼저시에나의카타리나의제단화를떠올렸고,그녀에관한글을찾아읽기시작했다.왜제단화속의신비한‘공적인이미지’와실제모습이다를까.여성에게금지사항이많았던중세시대에지성이나감성이뛰어난여성은어떻게견뎠을까.이책은이질문에서시작되었다.
미술사에서이질문이처음은아니다.미국의미술사학자린다노클린은“왜위대한여성미술가는없는가”라는질문을던졌다.당시미국에서미술사개설서로널리읽히던H.W.잰슨의『세계미술의역사』안에작품이미지가500개가넘는데,그중에여성작가이름이단하나도없었기때문이다.노클린은여성의능력이부족해서가아니라여성에게불평등한교육제도와사회제도에이유가있다고결론을이끌었다.
중세미술,특히성녀와관련된미술의경우,미술사에서는성녀를그린작품의양식과도상등미술적요소를밝히는데주력했고,종교사에서는성녀의신비주의에집중했다.문학사가들은시각적형상을해석하지못하는한계가있었다.이러한기존연구의경계를허물며한계를뛰어넘은것이이책의특징이자가치이다.시작은미술사이지만종교미술을하나의예술작품으로보거나종교일화의설명으로감상하는것이아니라성녀의비전체험과발언에주목하고,성녀이미지에투영된당시가톨릭사회의여성상의문제를좀더구체적이면서도다각적으로접근한다.이를통해중세를견뎌낸세성녀,즉빙엔의힐데가르트,폴리뇨의안젤라,시에나의카타리나의삶과발언을들려주고자한다.

여자에게는오로지침묵만을강요한중세시대,
여성은어떻게자기목소리를냈을까?
-이책이중세시대수녀원과성녀에주목한까닭

움베르토에코의『중세』3권은1100쪽에달하는분량으로1200~1400년을다룬다.그런데중세인물554명중여자는14명밖에되지않는다.2명은문인이고,5명은왕족,정치가의부인이며,나머지7명이수녀이다.
13세기의대(大)신학자토마스아퀴나스는여성은“우연히잘못된사람(man)”이라고말한다.남자에게서정자를받아아기를낳으면완전한남자가나와야하는데‘잘못되어’여자가나왔다는것이다.여자의몸은도구일뿐,존재자체가무시된것이다.성경은여자들은교회안에서잠자코있어야하고(고린도전서14:34),머리를드러내고기도하면안된다(고린도전서11:4-6)고가르쳤다.여자는육체적으로허약하고이성적으로불완전하다는이유로하느님과남자들을중재하는사도직에서철저히배제되었다.
그러나수녀원에서는여성도글을배우고쓸수있었다.당시수도원에서는책을손으로썼으며,수녀원에서도필사가이루어졌다.저자는각국의고문서도서관에서중세여성을그린희귀필사본을여럿발굴했다.색감이화려하고정교한필사본에는당시여성의삶이어떠했는지짐작케하는많은이야기가담겨있다.흥미롭게도필사하면서자신의모습을그려넣은여성도있다(본문33-36쪽).따라서중세시대에자기목소리를낸여성은수녀원에서찾을수밖에없었고,이책에서는그중에서도미술과관련지어세성녀를다룬다.

창의적인힐데가르트,광적인안젤라,지적인카타리나
-저자가주목한중세시대자기목소리를낸세여성

저자는중세의침묵을깨고자기목소리를낸세여성에주목한다.바로힐데가르트와안젤라,카타리나이다.세명의공통점은수녀이고,하느님의비전을경험했으며,비전과관련된글과그림을남겼고,제단화로도제작되었다는것이다.역사가이들을신비화했지만실제초월적인존재는아니다.단지말로형언할수없는비전을온몸으로,온정서로느꼈을뿐이다.현대정신과학에서는이를‘변성의식상태’라고일컬으며,다른종교에서는명상,창작자들은‘몰아의경지’라고객관화한다.
중세의침묵을깬여성으로저자가첫번째로주목한여성은빙엔의힐데가르트(HildegardvonBingen,1098-1179)이다.힐데가르트는하느님의비전을3권의신학서에그림과글로남겼다.또2권의약초치료서를저술하고77편의오페레타를작곡했다.자연과의공존을지향한생태론,음악을통한통합적인종교의례,그리고여성주의관점에서특히주목받고있다.그녀의비전에는가부장적인중세가톨릭세계에서살면서느낀여성의관점이반영되어있다.〈아담과이브의타락〉(본문65쪽)에서는이브를연록색구름으로묘사하여,아담이타락한원인을이브가유혹해서가아니라아담의결함에서찾는다.또완전한원형으로묘사되어온고대부터이어온우주관과달리,힐데가르트의〈우주〉(본문99쪽)는달걀형태로,생동감넘치는자연스러운선으로이루어졌다.개성을존중하지않던시대에어떻게이토록독창적인그림을그렸을까하며저자는감탄을금치못한다.이책에는앞서소개한두그림외에도힐데가르트의비전이담긴그림10컷(그중7컷은컬러)이국내최초로실려있다.
두번째중세여성은폴리뇨의안젤라(AngeladaFoligno,1248-1309)이다.안젤라는남편과아이,친정어머니가죽자모든재산을형편이어려운이들에게나누어주고수녀가되었다.안젤라의비전은종교작품앞에서에로틱하다못해광적이기까지한형태로발현되었다.예수의시신을관에넣는미사극을보던카타리나는스스로관에들어가시신옆에누워입맞추는행동을했다.예술작품을제대로감상하려면감상자또한경험을창조해야한다는말대로,저자는안젤라를‘적극적인미술감상자’로보았다.
세번째로주목한여성은시에나의카타리나(CaterinadaSiena,1347-1380)이다.극단적금식으로33세에세상을떠난카타리나는『대화』를쓰고400여통의편지를남겼는데,저자는편지를읽고깜짝놀랐다.고개를숙이고고통에겨운제단화속모습과달리,아비뇽유폐시절교황에게로마로돌아오라고쓴편지에는전쟁터에서병사들의사기를진작하는장군과같은당당함과호기가넘쳤기때문이다.사후80년만에시성(諡聖)된카타리나는교회가만들고유지해온여성상과실제모습이다른대표적인성녀이다.성녀의이미지는13세기초에는박해받는순교자였다가중재자로변한뒤14세기말이후그리스도와의일치를의미하는신부로숭배되었다.어쩌면중세여성에게‘그리스도와의결혼’은공적으로허용된가장높은경지였을것이다.

박물관에서무심히지나쳐버리는중세미술에서길어올린
새롭고흥미롭고유익한이야기
-이책의구성과특징

20세기말부터미술사분야에큰지각변동이일었다.조형성과창작중심에서벗어나창작된당시상황에서의역할과기능,유통등다각도의관점에서‘이미지의역사’와‘시각문화의역사’를다루기시작했다.그동안간과되었던수용과감상,즉보는이의관점에서미술을해석할수있는계기가마련된셈이다.
이책은시각적이미지인성녀의비전과미술을통해중세의사회와여성의삶이실제어떠했는지재구성하고있다.1장에서는중세사회를이해하기위해여성의거의유일한사회진출이라할수녀원과여성을연결시켜알아본다.2장에서는비전형태로여성으로서의발언을그린빙엔의힐데가르트,3장에서는당시종교미술이어떻게수용되었는지짐작케하는폴리뇨의안젤라,4장에서는가톨릭의여성상그대로제단화로그려진시에나의카타리나에대해자세히살펴본다.그런데이성녀들의비전과전기는고해사제가썼다.5장에서는각성녀의고해사제,그리고그들의협력적관계와실제와다르게글이완성되는과정을들여다본다.6장에서는수행의일환이지만연약한여성의이미지로부터자신을보호하는데꼭필요했던고행과금식에대해살펴본다.7장에서는관련미술작품의시각적영향,장소에따른표현의변화등시각적인면에서작품의의미를꼽아보고,8장은현재까지나온이‘비전’에대한해석을두루살펴본다.
중세미술이라고하면어둡고중후하며종교적인데다가비슷비슷해서눈이가지않던사람도저자의‘그림설명’을따라가면공통점과미세한차이는물론,힐데가르트의화사한그림부터반고흐의〈별이빛나는밤〉과미켈란젤로의〈최후의심판〉까지편견없이미술을접할수있다.저자가작품속의상징과색,도상을종교적인개념과충실하게연결시키고있어서딱히종교에관심없는사람도거부감없이세성녀의삶으로빠져들수있다.힐데가르트의컬러도판뿐아니라국내서에서보지못한희귀한필사본도판을포함해도판이100컷넘게실려있어시각적으로도다채롭다.평생미술사학자로살아온만큼저자는학문적깊이를놓치지않으면서도다각도에서주제에접근하고있어서쉽고부담없이읽을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