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조선 연구 (지양으로서의 조선, 지향으로서의 동양 | 양장본 Hardcover)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조선 연구 (지양으로서의 조선, 지향으로서의 동양 | 양장본 Hardcover)

$27.00
Description
경성제국대학은 식민지 조선의 최고학부로서 교육과 학술생산의 정점에 섰던 ‘조선총독부 기관’이었으며, 일본의 제국대학 중 처음으로 식민지에 세워진 대학이었다. 학문의 전당을 표방하면서도, 대륙 진출이라는 제국적 과제와 식민통치의 안정화라는 식민지적 과제가 중첩되는 식민지 조선이란 공간에서 경성제대는 ‘국책(國策)과 학문 사이의 균열’이라는 모순된 운명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러한 균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경성제대 초대 총장 핫토리 우노키치가 제시한 해답은 바로 ‘조선 연구’였다. 그는 조선 연구가 조선 그 자체만 다루어서는 안 되며, 조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중국과 일본 속에서도 조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조선 연구는 조선을 지양(止揚)함으로써 비로소 ‘동양 문화의 권위’를 지향(志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은 일본의 다른 어떤 제국대학도 넘보지 못한 독보적인 영역이었던 경성제국대학에서의 조선 연구, 그중에서도 법문학부를 중심으로 일본인 연구자들의 조선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추적한다. 근대적인 것, 제국적인 것, 식민지적인 것 사이에서 법문학부의 다섯 학자, 즉 오다 쇼고, 이마니시 류, 후지쓰카 지카시, 아베 요시오, 이즈미 아키라를 통해 이들이 추구한 ‘조선 연구’는 무엇이며, 이 연구가 어떻게 변화하고 변주되었는지 그 실체를 밝힌다.
저자

정준영

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교수.서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교토대학외국인공동연구자,한림대학교일본학연구소연구교수를역임했다.역사사회학과지식사회사가전공이며,한국에서근대학문이어떻게제도화된형태로지금에이르기까지발전할수있었는지에대해지속적으로연구해왔다.「피의인종주의와식민지의학」,「제국일본의도서관체제와경성제대도서관」,「한국전쟁과냉전의사회과학자들」등의논문을발표했으며,공저로는『식민권력과근대지식』,『한국현대생활문화사:1980년대』,『팬데믹너머대학의미래를묻다』등이있다.최근에는동료연구자들과함께한국대학사에대한새로운연구가능성을모색하는중이다.

목차

‘일제식민사학비판총서’를출간하면서
책머리에


프롤로그경성제국대학과식민지조선연구의궤적

1장제도화되는식민주의역사학:오다쇼고의조선사학회와경성제국대학
관료형학자의탄생
통치업무로서조선연구
식민사학의궤적과조선사학회
조선사학회의출범과그이면
실패한전통,조선반도사편찬사업
식민지통사편찬의딜레마
강좌라는형식과학회라는이름
통신강좌로서『조선사강좌』
『조선사강좌』의면면
조선사학회와『조선사대계』
조선사연구자로의전신과그식민주의적함의

2장종속화되는조선고대사:이마니시류의조선사기획
또한사람의조선사학창시자
‘식민사학’,어떻게읽을것인가
역사서사와식민주의역사학
권력의서사와식민주의역사학의딜레마
불가능한식민주의역사학?
조선사,민족의역사혹은권역의역사
일본동양사학과한사군연구
식민국가낙랑군과문화전파의경로
이마니시류의지적이력과조선사기획
이마니시의낙랑군혹은조선사서술에서‘중국적인것’
왕도의길과패도의길
이마니시조선사기획의귀결

3장‘국사’와동양학사이:후지쓰카지카시와아베요시오의동양문화연구
식민지대학의사명과그이면
핫토리우노키치와경성제국대학법문학부의학문편제
경성제국대학과‘동양문화연구’의제도적윤곽
외부이자내부인‘조선’과일본동양학의딜레마
핫토리우노키치이후의경성제국대학동양문화연구
식민지발동양문화연구의말로

4장불가능한조선의식민정책학?:식민정책학자이즈미아키라의운명
어느식민정책학자의침묵
식민정책학,모호한위상과분열적성격
식민정책학자가식민지로간까닭
폴라인쉬와이즈미아키라:일본식민정책학의방향전환
농정학적식민정책학과의결별
이상주의의급진성:동화주의와비동화주의
경성의이즈미아키라:식민지현실속식민정책학자
이즈미아키라의침묵,그이유

에필로그경성제국대학의조선연구,그후

본문의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근대적인것,제국적인것,식민지적인것사이에서
경성제국대학법문학부일본인연구자들이추구한
‘조선연구’란무엇인가
-경성제국대학에서‘조선인없는조선연구’는어떻게시작되었나

일본의제국대학은19세기스타일의근대대학이념,즉가장뛰어난연구자가가장훌륭한교사이며,대학은이런학술지식의생산을배타적으로영유해야한다는관념에충실하고자했다.이는식민지에처음으로세워진‘대륙유일의’경성제국대학(이하경성제대)에서도예외는아니었으나,경성제대는식민지의권력기관인조선총독부의소속기관이라는특수한상황에함께놓여있었다.즉,일본의제국대학과같은‘격’을유지하기위해‘학술’의가치를주요하게여기는동시에식민통치의인식을뒷받침하고실제정책수립에필요한배경지식을구축하는역할을수행해야했다.학문의전당을표방하면서도,대륙진출이라는제국적과제와식민통치의안정화라는식민지적과제가중첩되는식민지조선이란공간에서경성제대는‘국책과학문사이의균열’이라는모순된운명에서결코자유로울수없었다.경성제국대학의운영자들은이러한균열의간극을어떻게메우고자했을까?
경성제대초대총장인핫토리우노키치는이러한질문에대한해답이‘조선연구’이며,조선연구는조선을넘어중국과일본에대한고찰로뻗어가며최종적으로는‘동양문화’에대한이해를높이는연구로나아가야한다고보았다.그는조선이중국과일본을연결해주는교량역할을해왔기때문에‘중국과일본을이해하는거울’에다름아니며,따라서조선연구는조선의문화속에서‘중국적인것’의껍질을벗겨내고‘일본적인것’의속살을발견해내는것이라여겼다.즉,조선연구는조선을지양함으로써비로소‘동양문화의권위’를지향할수있다고본것이다.또한조선연구는조선인에의한연구보다일본을상세히알고중국을객관적으로분석해온일본인연구자에의한연구가더우월하다며‘조선이없는조선연구’의정당성을주장하였다.이러한조선연구를하기에최적의기관이바로인문·사회과학분야의분과학문을오롯이갖춘경성제대법문학부였다.
이책은식민지의대표적인연구거점이자학술연구가허용된유일한제도적공간인경성제대법문학부에서일본인연구자들에의한조선연구가어떻게진행되었으며,이들의조선연구가가진함의가무엇인지를추적해나간다.저자는조선의역사와문화를대상으로한조선연구뿐아니라경성제대법문학부의다양한학문적스펙트럼속에서전개된‘조선’연구까지를포함해,조선연구가일본사와동양사연구로‘확장’되고식민지현실과의긴장관계속에서‘변용’되고‘역류’해가는과정을하나하나밟아나간다.이러한조선연구의궤적을살펴봄으로써‘일제식민주의역사학’이라는문제의식을적극적으로해석하고자하며,또한우리학문속에여전히지속되고있는‘지(知)의종속’이라는식민유산의극복에도어느정도암시하는바가있기를기대한다.

경성제국대학법문학부의일본인연구자,
그들은누구인가
-다섯명의일본인연구자를통해본‘조선연구’의실체

이책에서는경성제대법문학부의일본인연구자,그중에서도다섯명의학자에주목한다.먼저오다쇼고와이마니시류는경성제대초창기의대표적인조선사학연구자로,식민지조선학의제도화를위해노력했다는공통점이있지만,그방식은제각기달랐다.조선총독부의고위관료출신의오다쇼고는총독부가주관한각종사업을지휘한경험을살려식민지에산재한일본인조선연구자들을결집해‘학회’형식의학술조직을만들려고한반면,이마니시류는본격적인조선사전공자라는정체성을기반으로기존과는다른관점의이론과방법론으로조선사학의실제내용을채우려했다.과연이들이지향했던조선사학의제도화란어떤것이었을까?이들의행적을집요하게파고든저자의해석은1장과2장에서확인할수있다.
3장에서는도쿄제대지나철학과출신의후지쓰카지카시와아베요시오를다룬다.각기청대고증학과송대성리학연구자인이들은경성제대초대총장핫토리우노키치의직계제자로서,조선연구를통해궁극적으로‘동양문화의권위’를지향한다는경성제대의이상을충실히이행하고자한다.그러나연구진행과정에서후지쓰카는오히려청대지식인의교류속에서중국지식인을압도하기까지했던홍대용,박제가,김정희의지성사적가치를새롭게발견하였으며,아베요시오는에도시대일본지성계의송학전통을거슬러올라가면중국에이르기전퇴계이황이라는지적거인을만날수밖에없음을밝혀낸다.이러한연구덕분에이들은오늘날대표적인친한(親韓)연구자로간주되기도한다.그런데이는과연타당한평가일까?저자는후지쓰카와아베가한국의지적거인들을발굴해낸숨은동기는무엇이며,이러한조선연구가이들이지향한‘동양문화’와는어떤연관성을지니는지에대해질문을던진다.
이책에서마지막으로살펴본일본인연구자는국제공법강좌교수이즈미아키라로,그는제국대학출신이아닌미국유학을통해학문적훈련을거친독특한이력의학자였다.경성제대부임전에는식민정책학자로서,특히타이완총독부의식민정책을강하게비판함으로써타이완지식인들의정신적지주로부상하기도했으며,3·1운동에대한조선총독부의폭력적대처를엄격하게비난하며식민지조선의현실을가장비판적으로분석한연구자였다.그가경성제대교수가될수있었던것도이러한식민정책학자로서의이력이주효하게작용했다.하지만놀랍게도이즈미는경성제대부임후조선에대한식민정책학자로서의발언을멈춘다.그는왜조선에대한연구를중단했을까?식민정책학자로서그의‘침묵’이의미하는바는무엇일까?저자는식민지조선학의궤적이숨기고있는이침묵의의미에주목한다.
이렇듯다섯일본인연구자는전공분야와조선에대한접근방식이제각기달랐으나그차이점에도불구하고경성제대법문학부의조선연구가어떻게제도화되고또어떻게드러나고변용되어갔는지를보여준다는점에서그의미가크다.

‘진실-거짓’의이분법적관점에서벗어나
그사이의모호함에주목한경성제국대학연구

이책은오랫동안우리학계를속박해온식민사관의문제를경성제대에서활동한일본인연구자들의조선연구사례를들어새삼따져묻는다.지금까지의식민사관비판이당시활동한일본인들이얼마나노골적의도를가지고한국의역사와문화를왜곡해왔는가에초점을맞추었다면,이책은그러한단순한이분법적관점에서벗어나그사이의모호함에도주목한다.특히경성제국대학은조선총독부의식민주의적지향이관철되는공간이었음에도제국적지향과근대대학특유의보편적인이상이일정하게통용된독특한장소였다.따라서식민지적인것과근대적인것을명확히나누는방식의관점으로는이해하기힘든공간이기도했다.
이책의저자는식민지통치시기이루어진조선연구가순수한지식추구일리없다는데동의하면서도이들의연구생산물이오로지식민주의적일것이라는단정또한하지않는다.서로다른방식으로조선사학을제도화했던오다쇼고와이마니시류는후대에관료형학자와엄밀성을견지한학자라는상반된평가를받는데,특히이마니시류는일본과한국에서대비되는평가를받는다.이러한양가적이고분열적인평가가나오는까닭은무엇이며,이상반된평가를우리는어떻게바라봐야할것인가?저자는식민주의적맥락에서일본인연구자들의조선연구가확장,변용,역류해가는과정이단순하지않음을들려줌으로써,식민사학을어떻게읽을것인가라는질문과함께식민사학의비판과극복이란무엇인가라는확장된질문을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