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바라보는새로운시각,사회학의렌즈로패션을분석한다
패션을제도화된시스템으로바라보며처음으로패션을사회학적으로,그리고실증적으로연구한인문서『패셔놀로지』가사회평론아카데미에서출간되었다.저자인유니야가와무라는패션과패션현상을설명하기위해지멜,베블런,퇴니에스등의고전사회학자들뿐만아니라블루머,데이비스,부르디외의연구를포함한현대사회학이론은물론,다수의실증적연구까지개괄한다.저자는의복에서패션을분리하여패션을하나의연구주제이자연구대상으로삼았으며,문화의생산과소비가일어나는사회구조와문화생활의특징에주목하는문화사회학의입장에서패션을문화적상징으로다루고있다.
부르주아남성의과시수단이된아내와딸들의‘숙녀다움’그리고패션의여성화
복식학자들에따르면,18세기까지유럽엘리트집단의복식에서성별차이는크지않았다.귀족남녀모두가레이스,벨벳,고급실크뿐아니라장식이과한신발,가발,모자,화장품을착용하거나사용했다.그중에서현대소비모형의유래가된‘소비의왕’루이14세는사치스럽고화려한의복과장신구에빠져들었고,프랑스의위대함을주장하고자연회와축제,무도회를개최했다.패션의유행을선도하는왕을모방하려는귀족들은막대한빚을지기에이르렀다.그런데유럽에서는사치규제법을제정하여하류층사람들이상류층처럼입거나생활하는것을금지했기때문에패션은엘리트들만의것이었고,복식은계급의상징이자권력의상징이었다.
18세기말유럽엘리트남성들이밝고화려한장식을탈피하여비즈니스와레저맥락에서실용성을추구하기시작하면서패션에대한관심과아름다움에대한집착은여성의것이되었다.이후더노골적으로여성은눈요깃감,패션은여성의낮은지위에대한보상으로여겨졌고,끊임없이‘숙녀다움’을강요받은아내와딸들의우아함은남성의부와명성을과시하는수단이되었다.이런측면에서지멜과베블런등초기사회과학이론가들은패션의개념을여성의사회적지위와연결했지만,오랫동안연구자들에게패션은모순적이며덧없고지적인근거가없어연구주제로타당하지않다고여겨졌다.
의복과패션을바라보는오래된관점과시각
장자크루소는예술이도덕과사고에부정적영향을끼친다고보며사치에반대했지만,오노레드발자크는품행과장신구의미묘한차이를몸소경험하고,이런것들이부르주아소비자들에게얼마나중요한지이해했다.스타일에서미묘한디테일은사회적지위를나타내는중요한지표였기때문이다.현대복식을착용한아름다운여성을관찰하는것을즐겼던샤를보들레르는‘댄디’의개념을지적으로탐구했고,시인스테판말라르메는열렬한패션지지자로서저널의편집자가되었다.
사회과학자들이본격적으로패션에관심을갖게된것은1920년대후반들어여성의복식에서전통과의전면적이고극단적인단절이나타나면서부터이다.패션의사회적역할을연구한허버트스펜서는패션을사회진화의한부분으로보았고,게오르그지멜은패션을모방과차별화의욕망으로보았다.사회학자들은같은의복을착용하는집단행동에서패션을추구하는동기를찾아냈던반면,심리학자들은패션현상을본능에의한것으로보았고,때로는패션에대한집착을병적인것으로취급하기까지했다.역사학자들과미술사학자들은오랜기간에걸쳐실물의복과복식을관찰하여반복되는규칙과변이를밝히고자하였다.문화인류학자들은사람들이몸을감싸거나장식하는다양한동기중하나로정숙성을들었다.
이렇듯패션의개념은매우폭넓고,사회적규제나통제,위계구조,사회적관행,사회적과정등많은형태로다뤄질수있다.패션연구에서분석의대상은흔히의복과복식이었지만어떠한학자도패션과의복을구별하지않았다.하지만패션생산에서의복생산을분리하면의복과패션의차이가더명확해진다.의복은인간의기본적욕구이지만패션은그렇지않기때문이다.패션과의복을구분하여,문화사회학연구안에서패션을문화적상징으로다루고있다는점이이책『패셔놀로지』의가장큰특징이다.사람들이입는것은의복이지만,사람들은자신이입고소비하는것이의복이아니라패션이라고믿거나믿고싶어한다.이러한신념은패션이의복이상의의미를지닌다는사회적으로구축된패션에대한생각에서비롯된다.즉패션은신념과이데올로기의산물이다.
사회학으로시작하는패션연구입문
저자는프랑스에서오트쿠튀르가제도화되어프랑스패션무역협회가설립된1868년을패션시스템의시작이라고주장한다.초기프랑스의패션시스템은디자이너를채용하고,패션생산을제도화하며,디자이너간의위계를형성하는데성공하였다.당시패션의생산과확산은고도로중앙집권적인형태로이루어졌으며패션시스템에서디자이너들은‘스타디자이너’로서정당성을얻고지위와명성을얻었다.하지만저자는패션은뛰어난천재디자이너한명이창조해낸것이아니라패션생산에참여하는모든사람들이이루어낸집단활동이라고주장한다.왜냐하면뛰어난천재디자이너조차사회적으로만들어진것이며,디자이너사이에서도계층화된위계구조가형성되기때문이라고설명한다.이는부르디외로대표되는문화계층화이론,그리고사회학,문화사회학과예술사회학어느쪽에서도연구대상을개인의천재성이낳은결과물로보지않는관점을따른것이다.
이책은개인과사회의관계에관심을갖는사회학적관점을끝까지유지한다.우선,초기사회학자들의패션논의에서공통적으로나타나는‘모방’개념을가지고패션확산과소비현상을설명한다.그리고‘구조기능주의’의시각에서패션시스템,즉생산,유통,소비가어떻게긴밀히연관되는지분석하고,개인의결정과선택을강조하는‘상징적상호작용론’의전통을잇는시카고학파의하위문화연구를다룬다.패션소비에서는부르디외의구별짓기이론을소개하며,펑크와스니커즈하위문화를설명할때는문화기술지현상연구를연구방법으로사용하는도시사회학의접근에주목한다.조직사회학의시각에서패션생산과소비에참여하는다양한집단과기관,구조를분석한다.이런방식으로이책은패션스터디즈에관한사회학적연구방법론을정립하는데기여하고있다.
이책의구성,한국어판에추가한용어집
서론인1장에서는패션과의복을분리하여,사회과학에서의패션스터디즈그리고그연구방법론에대해논의한다.2장에서는고전사회학과현대사회학담론을비롯하여패션에관한실증적연구를살펴보고,패션을생산된문화적상징으로서문화사회학적연구의관점에서다룬다.이렇게패셔놀로지에관한논의의토대를마련한후,3장에서는패셔놀로지의이론적기반을세운다.‘패션시스템’이라는용어,제도화된시스템으로서의패션에대한접근방식을설명하고,파리의패션시스템에대한실증적연구를간략히소개한다.4장과5장에서는패션시스템으로패션의이데올로기를유지하려는패션시스템내의개인과제도에대해논한다.패션시스템에서핵심역할을하는디자이너는물론,패션의생산및게이트키핑,전파에기여하는저널리스트,에디터,광고주를살펴본다.6장에서는패션채택과정에서소비자가하는역할과그들이패션을상징적전략으로활용하는방식을살펴보고,오늘날소비자가어떻게생산자가되어가는지를알아봄으로써어떻게패션의생산과소비의경계가사라지고있는지설명한다.7장에서는지금까지의전통적패션시스템과구별되는대안적패션시스템으로서청년하위문화패션을고찰한다.일본의롤리타및영국의펑크와같은스트리트청년하위문화를실증적사례연구를통해파헤친다.8장에서는테크놀로지의영향과인터넷패션커뮤니티의출현에대해탐구한다.9장은이책의결론에해당한다.부록에서는연구경험이없는학생들을위해저자의책『패션과복식방법론:질적연구방법소개』(2011)에기반한사회학적방법으로패션과복식연구에서주요하게고려해야할사항들에대해개관한다.
이책은예술,문화,직업및조직사회학분야를공부하는사람들을위한패션스터디즈입문서이다.문화사회학안에서패션과패션현상,제도뿐만아니라패션디자이너와그외패션관련직업군이거치는제도적과정을설명하고있어이책은패션관련산업종사자들에게도유용하다.또최초로패션쇼를기획한찰스프레드릭워스부터코코샤넬,크리스티앙디오르까지전세계패션계를이끌었던스타디자이너들과이들의패션하우스를함께다루고있어패션에관심있는사람이라면누구나쉽게읽을수있다.『패셔놀로지』한국어판에는저자유니야가와무라가한국독자들에게보낸‘서문’이실려있고,일반독자에게덜익숙하거나,익숙하지만정확한의미를알지못하는‘오트쿠튀르’,‘펑크’,‘언더그라운드’,‘청년이행’등패션용어와문화사회학용어100여개에대해번역진이전문가의시선에서친절하게풀이를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