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사연구자김영민교수의새로운질문
“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
사상사연구자이자칼럼니스트인김영민서울대교수가이번에는‘인생의허무’를주제로한인문에세이를펴냈다.앞선산문집에도‘허무’라는테마는등장했지만,오로지인생의허무에대한그의사유를담은것은이번책이처음이다.
남녀노소나이불문누구나한번쯤은인생이허무하다고느꼈을것이다.그럴때마다당신은어떻게했을까?허무의근원을깊이파고들거나건너뛰거나무시하거나또는극복했을까?김영민교수는“인생은허무하다”고직설한다.허무가인간영혼의피냄새같은것이어서,영혼이있는한아무리씻어도지워지지않는다면서도“인간이영혼을잃지않고살아갈수있듯이,인간은인생의허무와더불어살아갈수있다”고선언한다.
도대체허무와더불어살아가는삶이란무엇일까?저자김영민은인간에게희망,선의,의미가언제나삶의정답은아니라고말한다.겉으로는멀쩡해보여도속으로는이미탈진상태이거나세상에대한불신으로가득하거나텅비어버린이들에게희망과선의,의미를가지라고한들무슨소용이있을까.그렇기에저자는선의없이도,희망없이도,의미없이도,시간을조용히흘려보낼수있는상태를꿈꾼다.목적이없어도되는삶을원한다.삶을살고싶지,삶이란과제를수행하고싶지않기때문에.이러한저자의삶에대한태도는우리에게허무와더불어살아가는삶이무엇인지그일면을보여준다.
김영민식유머와해학,통찰로가득한
‘허무한인생’과더불어사는법
그렇다면어떻게해야인생의허무와더불어살아갈수있을까?이책은다양한방식으로허무와더불어사는법을들려준다.허무라는주제를다룬만큼죽음과시체와해골이종종등장하지만,언제나그러하듯김영민식유머와해학,그리고통찰가득한글들덕분에독자들은너무무겁지도않으면서또너무가볍지않게인생의허무와마주하며적당한거리두기를할수있다.
해골과함께하는중세의‘죽음의춤’을,윌리엄모리스가주장하는예술을통한구원을,권태를견디는시시포스의반복된노동을,장자의슬픔을극복하는관점의전환을이야기하는저자의빛나는문장들은때로는독자들의생각을대변하면서도평소생각지못한새로운사유의길로이끈다.
그의에세이는말랑하거나달콤한글이아니어서인생이허무하다느끼는누군가를직접적으로위로하지는않는다.다만그의글은읽는이로하여금고개를주억거리며밑줄긋고,기록하거나필사하면서오래도록기억하고싶게만든다.여기에더해독자들의마음한켠을저자와같은시선으로함께바라보고싶은그림과영화,시와소설리스트로풍요롭게채워준다.그것만으로도일상을버티는데작은위안을준다.천천히읽을수록,곁에두고오래음미할수록그가치가빛을발한다.
소식의「적벽부」,
허무에대한글쓰기의모티프가되다
이책『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의시작은2021년봄『중국정치사상사』출간기념특강으로거슬러올라간다.방대한동서양문헌을종횡무진넘나들며지금까지우리가경험하지못한새로운중국이야기를들려주는이책의특강주제가바로북송시대문장가소식의「적벽부」를토대로한‘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였다.「적벽부」는소식(소동파)이유배시절양쯔강을유람하면서지은글로,『삼국지연의』에나오는그유명한‘적벽대전’을회상하며장구한자연과달리짧고덧없는인생을깨닫고시름을잊는다는내용을담고있다.‘중국정치사상사’와‘인생의허무’를연결한이독특한강연이후저자는허무와더불어사는삶에관한생각의편린을다양한지면에발표해왔는데,이책은그글들을「적벽부」의흐름에맞추어새롭게재구성한것이다.8개의장구성에맞추어배치된각각의글은하나의독립된글인동시에서로연결되어서「적벽부」와같은흐름과호흡으로이어진다.부록으로실린「적벽부」내용을본문과연결해살펴본다면책읽기의색다른묘미를즐길수있다.
인생의허무는비단소식뿐아니라수많은이들이오래전부터고민해온인류보편의문제이다.저자는시와소설등문학작품과그림과영화등수많은예술작품의경계를넘나들며인생의허무에대해앞서고민한이들의사유를그만의독특한시선으로포착하고새롭게해석한다.그런점에서이책은인생의허무를앞서고민한이들에게보내는저자의답장이자,동시에소식의「적벽부」에대한새로운주석서라할수있다.
허무를직관하게만드는이미지의향연
이책의또다른특징은이미지에있다.태초에텍스트이전에이미지가먼저있었듯이,저자는텍스트와별개로인생의허무를이야기하는이미지에집중한다.이책에는동서고금을넘나드는회화와벽화,판화,벽지,도자기,그림책,영화,설치작품등다양한허무이미지가실려있다.때로는이미지가텍스트를보조하는듯하지만,텍스트가이미지를보조하듯설명하는경우도있다.텍스트를읽기전에먼저이미지를접하며허무를직관하는것도이책을읽는또하나의방법으로추천한다.바라보는것만으로도직관적으로허무를이해하게하는이러한시각문화에대한저자의애정은책곳곳에서드러난다.지면상의문제로못다실은이미지들은또다른판본으로새롭게선보일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