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는 왜 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까?
의미론이란 말 그대로 말의 의미를 따지는 일이다. ‘언어의 음운이나 통사 구조에 대해 말하기는 어려워도 의미는 웬만큼 다 알고 통하는 거지!’라고 자만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는 같은 말을 사용하면서도 서로를 겉돈다. “내 말은 그게 아닌데….”라고 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일은 서로 오해한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학계에서는 전혀 다른 이유로 의미론이 국어학의 핵심 분야에서 밀려나 왔다. 의미란 형태나 소리가 아니어서 시각 혹은 청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보니 추상적이고 포착하기 어려운 것으로 치부되었고, 의미론은 ‘언어학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학문임을 인정받음에도, 전문 연구자가 적고 언어학이나 국어학의 핵심 분야로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말에 담긴 의미와 전달방법을 낱낱이 해제한 새로운 『한국어 의미론』이 나왔다. 14명의 국어학자들이 각 장을 맡아 써 완성도를 높이고, 시대성과, 적확성, 참신성을 풍부하게 반영한 적용 사례들로 채웠다. 국어학 전공생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 현장에서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고 말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을 통해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언어에 대한 인식의 장을 넓히고, 그동안 안다고 자부하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풍요로운 말의 의미를 발견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철우,김윤신,김진웅,김진해,박재연,이동혁,이지영,이찬규,이혜용,임채훈,

1장「국어학과의미론」,7장「문장의미의연구방법」집필
안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서울대학교언어학과박사
한국어의미학회회장역임
『한국어정보구조에서의화제와초점』(2003)
『언어의미학개설』(2010,역서)
『화용론의실제』(2016,역서)
『이름의언어학』(2022)

목차

머리말4

1부의미론과의미

1장국어학과의미론
1의미론의연구대상14
2해석의세단계28

2장의미의정의와유형
1의미탐색의위치40
2의미의정의44
3의미의유형53

2부어휘와의미

3장의미영역과의미분절
1어휘로세상을이해하는방법74
2의미부류와의미관계79
3의미분절과의미분석84

4장의미구분과의미관계
1의미구분:단의어,다의어,동음이의어96
2의미관계107

5장의미의확장
1다의어와의미확장138
2의미확장에대한인지의미론적관점145
3은유와환유에의한의미확장150

6장의미변화
1의미변화의유형172
2의미변화의원인182
3의미변화의과정189

3부문장과의미

7장문장의미의연구방법
1문장의미의특성198
2참조건의미론206
3의미규칙의표상방법211

8장지시와양화
1지시232
2양화244

9장의미역과구문
1사태와문장260
2사태참여자와의미역264
3사태와구문271
4구문의유형278

10장시제·상·양태
1시제288
2상297
3양태306

4부발화와의미

11장전제
1전제의개념과유형322
2의미론적전제325
3화용론적전제334
4의미론적전제와화용론적전제의관계346

12장화행
1화행의개념과국면354
2화행의유형359
3화행의적정조건364
4간접화행367

13장함축
1말하는것이상의의미378
2대화함축과협력의원리382
3관습함축394
4그라이스의의미모델398

14장공손성
1공손성의개념406
2대화격률의관점에서본공손성411
3체면보호의관점에서본공손성419

참고문헌433
찾아보기442
저자소개450

출판사 서평

말의어딘가붙어있을진정한의미를찾아서

‘의미’란도대체말의어디쯤붙어있을까?이책에서의미론을설명하는첫문장에는‘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말이등장한다.‘달을보려면손가락은잊어라’는뜻이며,속뜻은‘본질을보려면그형식이나수단에집착하지말라’정도된다.하지만언어학자들이란,비유하자면,그손가락을연구하는사람들이다.어찌됐든달을가리키려면‘손가락’이필요해서다.그러므로의미학자들도손가락을바라본다.‘손가락의어디쯤의미가붙어있을까’를주로생각하지만가끔은달(본질)을흘끔거린다.의미학자는언어학자중에서가장본질을의식하는부류이기때문이다.그래도열심히손가락(수단)을보면서가리키려는것이달이내뿜는하얗고찬란한빛인지,동그스름한달의복스러운모양인지,그것에따라더정확히달을가리키려면어떻게해야하는지그방법을찾아내려한다.자연스럽게의미론은기호와음성,통사구조를전부들여다보며이들이바뀌었을때의미가어떻게바뀌는지로탐구의영역을넓혀간다.같은단어들의나열순서만달리했을뿐인데도의미는자꾸만바뀐다.같은말을했는데어떤상황에서는전혀다른의미가되어버린다.『한국어의미론』은음운론,형태론,통사론과의미론과의관계를각각설명하면서언어학에서의의미론의위치를총체적으로가늠한다.그렇다.의미를찾기위해서는할일이많은것이다.

“잘했다,잘했어!”의의미를알기위해필요한것들

똑같은말의의미가시대에따라,상황에따라,말하는이에따라,그리고그당시의정서에따라그모습을달리한다.책에나오는사례를따라하나하나따져보면매일사용하는말조차생경하게느껴질지경이다.예컨대말에담긴‘정서적의미’에관해말하지않고는“잘했네”가다양한의미를가질수있다는것을설명할수없다.여기서의미는단어나문장에내재되어있는것이아니라발화당시의심적태도로결정된다.이미정의된개념적의미나내포적의미,사회적의미로는설명할수없다.우리가날마다새로운상황을,상대의정서를지각하지않는다면내가과연잘한것인지,못한것인지,“잘했네”단석자의의미를풀수없다는얘기다.의미를따라가기위해선예민한촉수를부지런하게움직여야만한다.

파도파도끝이없는의미의향연은우리를위태한곳으로데려가기도한다.‘아내,부인,마누라,안사람,여편네’라는단어는인간과여성,배우자라는속성을모두충족한다는점에서같은말인동시에‘전혀다른’말이될수있다.우리가흔히알고있듯이‘여편네’란말은화자가대상자인아내를평소에비하하거나,불쾌한감정을가지고있을수있음을내포하고있다.여전히여성인권의신장을외쳐야하는지금,‘여편네’라는말을사용했다간수많은눈총을받기십상이다.하지만이러한의미에대해상당히많은사람이수긍한다고하더라도어떤사람들은동의하지않는다면어떻게할까?어떻게해야하는문제이기앞서당연히동의하지않을수있다는점을인지해야한다.‘개념적의미’는대부분의사람이동의할수있으며,고정성을가지고있는반면‘연상적의미’는일부가이를부정한다고해도성립될수있기때문이다.어떤사람이‘여편네’라는단어에“정감있고좋지않나?나는아내라는단어가더이상한데말이야”라고하더라도문제가되지않는다.불특정다수인독자들을대상으로지면에기사를쓰는기자들이비슷한의미의단어들을놓고선택을고심하는것도어떤이들에게는너무나당연한의미가누군가에겐전혀그렇지않을수있기때문이다.이런점에서의미란한없이개방적이다.그래서더어렵게만느껴진다.동시에짜릿하기도한것이겠지만.

공손한말이반드시‘공손성’을지닌건아니다

심지어의미론의세계에선예의바른공손한표현조차논란거리가된다.가벼운마음으로산뜻하게누군가를도와줬는데상대방이너무나깍듯하게구구절절감사의말을하면되레이상한감정이드는건왜일까?‘사람이라면이런걸도와주는건당연한거아닌가?나를그동안어떤사람으로봐왔던거지?이렇게선그어서예의차릴것까지있어?’우리가말을할때는정보전달의효율성만을따지기보다인간관계를잘유지하기위해상대방을배려하는언어표현,곧공손성을선택하기도한다.보통우회적이고완곡하며,공손한방식으로대화하는이유는이때문이다.하지만이러한표현들이항상‘공손성’을담보하는것일까?예컨대허물없는친구사이에서뜬금없이완곡하고간접적인표현을한다면친구는도리어거리감을느끼거나혹시다른의도가있는것은아닌지의아해할수도있다.나아가앞선경우처럼왠지모르게화가날수도있다.평화로운일상이졸지에혼란과오해,속상함속으로빠져버렸다.이럴때의미론은외치고싶다.“이보세요,의미의세계에선당연하다여기고안주하고있을틈이없단말이에요!‘화용의원리’를모르시나요?”그렇다.의미론은화용론에도관심이많다.대화의맥락속에서의미를탐구하는분야인화용론이야말로의미론과단짝같은사이니까.

최신‘의미론’의개념을쉬운서술로
가장충실하게담아낸교재

국어학분야전공학부생의의미론관련수업에서한학기용교재로활용될수있도록설계된이책은이론을내세우기보다언어단위를중심으로장을나누고,학부생의눈높이에서이해하기쉽게서술하였다.이책의체제는크게4부로나뉜다.

1부‘의미론과의미’에서는의미론에대한총론을다룬다.형태소이상의언어단위는모두언어기호로서,그형식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그것과짝을이루는내용이함께결합한다.이때문에의미론은음운론,형태론,통사론등국어학의다양한하위분야와모두연결된다.1부에서는그관계들을살펴보고,의미의다양한정의와유형들을개괄한다.

2부‘어휘와의미’에서는어휘의미를이해하기위해어휘를의미영역별로분류해보고,이를분석한다.이를통해학습자는어휘가고립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의미를통해다른어휘들과연결되어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2부에서는은유와환유를통해확장되는어휘의의미와시간이흐르면서변화하는의미까지살펴본다.

3부‘문장과의미’에서는기존의미론교재들보다강화된문장의미론을다룬다.낱낱의단어가가진의미로부터구,절,문장의의미가형성되는방식에대해분석해보고,문장단위의구성요소들과그것의결합,즉통사규칙에따라달라지는의미규칙에대해탐구한다.

4부‘발화와의미’에서는문장의미의배경명제가되는‘전제’와화자가청자에게자신의의도를발화에담아전달하는언어행위인‘화행’,원래의문장이가진의미가아닌다른의미,혹은그이상의의미를전달하는‘함축’,그리고사회적상호작용속에서표현되는존중,호감,친근감,유대감등의표시인‘언어적공손성’에대해다룬다.특히이책에서는화용론에공손성을포함하여의미론의외연을확장하였다.

장마다흥미를유발하는도입부와중간중간상자로넣은〈더알아보기〉,학습한것을확인하고응용해보는〈연습문제〉와관련문헌을소개하는〈읽을거리〉를구성하여학습자스스로의미연구를위한방법론습득이가능하도록하였다.

글과말로의미를전달해야하는
모든현대인의의미론교양서

이책은상대에게자신이하는말과글의의미를제대로전하고자하는모든이들을응원한다.인간이언어를사용하는이유가의미의전달이라고본다면,의미론없는언어학은‘손가락을허공에대고달이라며가리키는것’이나마찬가지다.의미론은어휘의미연구를통해사전기술에크게기여해왔다.이는우리가사용하는말의기준이자뼈대를만들어온의미론의역할을보여준다.그럼에도그동안의미론교재가국어학의다른하위분야들에비해서그수가현저히적었으니의미론입장에서는서운할만한일이다.언어학과국어학에서의미론의위상을다시높이고자기획된이책의의도대로국어학학부생들이체계적으로의미론을학습할장을마련하고,다양한현장에서직업인들에게세련된언어를구사할영감을주며,나아가교양인모두가우리말에담긴의미를매일의일상에서탐구할수있는책이되길바라본다.그리하여우리는의미와,그리고상대와더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