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 : 사진으로 잇는 50년 전과 오늘

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 : 사진으로 잇는 50년 전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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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0년 전 광화문, 이대앞, 피맛골, 해운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곳들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는 1971년에 한국의 곳곳을 촬영한 옛 사진과 그 사진 속 장소를 찾아가 같은 구도로 찍은 현재의 사진, 이 두 장의 사진을 두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변화한 우리 사회상을 이야기한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현대사를 읽는 동시에 가깝고 익숙한 장소들의 알지 못했던 낯선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된다. 생태적 관점으로 장소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와, 톡톡 튀는 극적인 장치로 친근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형진 KBS PD, 완벽에 가까운 고증을 통해 장소에 관한 정확한 역사와 지형을 이야기로 구현하는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이 셋의 개성 있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가 알던 장소들의 몰랐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

김찬휘,김형진,정치영

저자김찬휘는녹색당공동대표로서기후위기대응과생태적전환을삶의지표로삼고있다.20년간영어를가르쳤다.강사의삶을접고29개국을배낭여행후젊은날의꿈을다시찾는새여정에올랐다.현재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운영위원이자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교육홍보위원장이며기본소득강연을100회이상진행했다.선거제도개혁연대공동대표로서다당제정치개혁에힘쓰고있다.유튜브‘김찬휘TV’의진행자다.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며

1_같은장소,전혀다른이야기
취사금지,야호금지관악산연주대
‘바보스테이지’라불리는곳이있었다이화여자대학교앞거리
트렌드의시작종로2가
피맛골의사연피맛골
고품격의의미세종문화회관

2_역사적혼종
고아한종소리는여전히우리를위로한다보신각
해수욕이란무엇인가인천송도해수욕장
장충단에깃든영령은호텔로가라는걸까?장충단비
여전히슬픈정선아리랑정선읍
‘오죽헌정화사업’오죽헌

3_동상,저마다의이야기
큰물결을기다리며소파방정환동상
그의동양평화정신은지금도유효하다남산안중근의사동상
어떤승리맥아더장군동상
황소30건국대학교황소상
충무공을기억하는일진해이순신장군동상

4_역사,다소씁쓸한
독립정신도70m이동가능한가?독립문
일도양단중앙청
우리가잃어버린것창경원유원지
‘피묻은혼’은이것을부수라는건아닐까4·19학생혁명기념탑
공허하고기괴하다국회의사당
보존과리뉴얼사이한국은행앞분수대
남산의토끼와거북이남산케이블카

5_시간여행을떠나볼것
연등의화려함에취해힘든삶잠시잊으시라서울조계사연등
우리나라도로의어머니세종대로
골라!골라!남대문만빼고다골라!남대문시장
서울최초의근대공원탑골공원
‘빽판’의추억세운상가
영도다리!부산영도다리
밤바다못지않은‘밥바다’여수항
세월을넘고넘어,도도히흐르는진주남강과촉석루
서울시청앞연말풍경서울시청앞

6_지키지못했거나,지키지않았거나
산속의커다란우물산정호수
풍선을놓쳐버린듯사라진남산어린이회관
사라진천년의보물불국사
좁은골목길과마주한망미루부산망미루
‘지속가능한미래’는있을까부산화력발전소
인간의손길멀어지며되살아난자연의힘수원축만제

7_이어진다
누가‘신’인들무슨상관이랴마이산탑사
천주교순교의가슴시린터절두산성지
포화속에서도살아남은생명력인천차이나타운
죽은백송을품은동네통의동백송
순수비가내려다본풍경북한산진흥왕순수비
의연히서있는그자태만으로숭례문

번외그때는있고,지금은사라진것들

에필로그1-두사진가가바라본도시
소회(所懷)
50년전과동일한위치에서사진찍기
에필로그2-저작권법의목적은
내가한부분을담당할수있다니!

출판사 서평

50년전과현재,
두장의사진으로반세기를기록하다
이책의모태는『경향신문』의연재물「반세기,기록의기억」이다.이칼럼은50년전과후를보여주는두장의사진과세명의필자가돌아가며쓴반세기동안의변화에관한글을담고있다.칼럼을기획한건2015년결성되어‘카피레프트운동’을전개하고있는‘토종콘텐츠무상공유단체’셀수스협동조합이다(카피레프트는저작권을뜻하는카피라이트의반대개념을말한다).시간을더거슬러올라가면1971년,그러니까반세기전에전국을돌아다니며한국의시대상을사진으로기록한조성봉이라는사진가가있다.그는당시찍은귀한사진들을누구나사용할수있도록셀수스에기증했다.셀수스를결성한김찬휘·김형진,그리고그들의친구이자셀수스에가장많은사진을기증한후원자인정치영은옛사진에나오는장소들을중심으로우리사회의정치·경제·문화적변화상을글로써서칼럼에실었다.그사이,칼럼에들어갈장소의현재사진을찍기위해셀수스의조합원들은옛사진과동일한장소에가서동일한구도로장소의모습을촬영했다.이리하여50년전과후를보여주는익숙한듯낯선두장의사진과그변화에관한글이2022년1월부터매주금요일이면『경향신문』에기록되기시작한것이다.50년동안우리가아는그장소는과연어떻게변한걸까?

변했다는건,변하지않는그무엇이있어알수있는것
어떤곳은그야말로‘상전벽해’와도같아서,50년전사진가가선위치를쉽게찾을수없는경우도있었다.문화재로지정된오래된고목이단서가되기도했고,때로는주변어르신께옛사진을보여주며물어물어찾기도했다.과정이이런한,사진으로찾은것은장소와그장소의시대적배경,역사적의미뿐만이아니다.우연히길에서만난사람들은그장소에관한작고평범한기억들을들려줬다.옛사진을따라가며사진을찍는조합원들,글을쓰는필자들,그리고칼럼을읽는독자들은모두같은생각을떠올릴것이다.‘50년후에과연이곳은어떤모습으로변해있을까?’『피맛골에내려온남산의토끼』에기록된이야기들은이장소들을기억할귀중한,어쩌면유일한단서가될지도모른다.

많은장소가정치,경제,사회,문화의흐름에따라흔적도없이사라졌거나터만남아있다.비록초라하게남은터라할지라도그때다하지못한이야기를나름의방식으로전해주고있었다.건물은높아지고하늘은좁아져서50년전작가와같은앵글을맞출수없어아쉬웠다.장소를찾을때는먼저인터넷으로검색하여확인한후현장을찾아나섰다.변하지않은산등선과오래된건물들,그리고토박이어르신들의추억담은그지역장소를찾는중요한단서가되기도했다.변했다는건,변하지않는그무엇이있어알수있는것이아닐까.(253쪽「50년전과동일한위치에서사진찍기」)

박물관박제로남은피맛골
‘다이내믹코리아’.우리는어찌나새로운걸좋아하고빠르게결정하는지,옛성곽을새롭게(?)복원하기위해먼저시민들의추억이켜켜이쌓인건물들을순식간에부숴버린다.그장소와함께간직해온기억들은동시에갈길을잃고헤매기시작한다.

발전하는도시의기능을수용하고편리하게수행하기위해,하지만무엇보다도재산가치의향상을위해도시가허물어지고다시만들어지기를반복한다.터를완전히없애고빌딩을올려그안에피맛골이라는이름의식당가를재현해놓은지금의피맛골에서도시재생의문화가성숙하지못한것이아니었나하는아쉬움이남는다.집은새로지을수도있지만,고쳐쓸수도있는것이다.(250쪽「소회(所懷)」)

서울성동구마장동과남산1호터널을잇는청계고가도로는1969년에개통되어도심속자동차를분산시키는역할을했는데청계천복원공사가이뤄지면서30여년만에철거되었다.종로에있던피맛골은조선시대하급관리와평민들이말과가마가오가는대로를피해이곳으로다니면서국밥집이나주점이들어선활기넘치는골목이었지만,재개발되어지금은거대한빌딩숲으로변했다.피맛골에있던맛집들은뿔뿔이흩어졌고,피맛골에있던물건들은박물관으로가박제되었다.피맛골자리에지은식당가통로에‘피맛골’이라는간판만덩그러니남은채.이제피맛골을회상할수있는단서는당시의피맛골을기록한사진,그리고사람들의기억뿐이다.골목의평범한풍경들,거리를메우는문화들은하루아침에만들어진것이아니다.이것들은사람들을정신적인면에서기둥처럼지탱해주고있다.기분좋게불어온바람처럼,언제어디선가들려와서자연스럽게알게된우리주변장소에관한가벼운이야기들조차우리가간직한훌륭한사회유산이다.기둥처럼당연하게서있어도,바람처럼만져지지않아도우리는그것없이는제대로살아갈수없다.

익숙하고도낯선곳곳의이야기
한때는산정상에올라“야호”라고외치는것이보는사람도기분좋은풍경으로여겨졌다.하지만지금은다른이한테소음이어서,또야생동물을놀랠수있어서“야호”는금지행위다.산에서음주와흡연은물론이고불을피우면안된다는것은상식이지만50년전산중취사는자연스러운풍경이었다.버너를켜서취사를하고자하는전투적의지로산을올랐는가싶을정도다.
위압적인모습으로경복궁앞을막고있던건물역시사라졌다.일제강점기조선총독부청사로지어진중앙청은1995년광복절전까지도서울한복판에버티고서있었지만,지금우리는중앙청에가려지지않은경복궁을볼수있다.두장의사진을비교하면서,새롭게복원된웅장한광화문과거기서이어지는높다란담장,광화문과근정전사이의중문인흥례문이한눈에들어오는지금의그시원한풍경을바라보면서,우리민족이깨끗이품고있던이상을이오래된장소가하늘처럼떠받치고있었던것은아닐까,새삼생각하게된다.

사라진나무한그루가들려주는옛이야기
이책은우리가사랑하는장소에쌓인잘알지못했던이야기들을끄집어낸다.지역부호의거대한궁궐같은모습으로변모한오죽헌은1971년사진속에서만하더라도반가의아담한별채였다.각기다른모양의돌을쌓아만든멀쩡했던담장과대문앞에서커다란그늘을만들어주던사진속나무는지금은온데간데없이사라졌다.흙길은보도블록으로덮였고,그곳에는‘율곡선생유적정화기념비’가세워졌다.
조선시대부산일대를관할하던동래도호부관아의누문(樓門)이던망미루는일제강점기에일본인들이만든관광지인금강공원입구로옮겨졌다가,2014년에서야수안동의동래부동헌으로돌아갔다.하지만이미그곳에시가지가형성되어있어인근의어정쩡한위치로옮겨진망미루는지금좁은골목길과마주하고있다.기능을잃은옹색한장소가되어버렸다.

힘든삶잠시잊게하는
우리곁의아름다운공간들
이책은수백,수천가지의이야기가퇴적된장소들의역사를되새기며기록한다.1919년3월1일일본의식민통치에항거하여전민족이궐기한3·1운동이처음시작된장소인탑골공원.독립운동이들불처럼전국으로퍼져나갔던,그날오후의독립선언서낭독의메아리를탑골공원은품고있다.서울조계사는도시한복판에서자동차경적과매연공기에둘러싸여있는절이지만교복차림의학생들도하굣길에들를수있는동네절같은분위기를지닌친근하고편안한장소다.조계사앞마당의회화나무는벌써400살을훌쩍넘겼다고한다.수원축만제는1799년인조선시대정조23년에농업용수를공급하기위한관개시설로만들어진아담한저수지인데,50년전과사진을비교해보면나무가울창해진것말고는큰변화가없다.호수한가운데에준설토를쌓아조성한인공섬은인간의손이닿지않고십수년의세월이흐르자오리,기러기등이찾아오기시작해,이제는겨울철새민물가마우지의도래지가되었다한다.

누군가50년후미래에같은공간에서
그피사체를찍어공유한다면
셀수스의조합원들은발품을팔아옛사진속장소들을찾아사진을찍는다.그리고그것을무상으로공유한다.

사진등의콘텐츠는순전히내것이없다.앞서간사람들의유산에내노력이살짝얹어져만들어지기때문이다.그러니콘텐츠는모두의것이다.콘텐츠를무상공유하자는‘카피레프트운동’은이념이아니다.내휴대폰에서잠자고있는사진이누군가에는필요한자료가될수있기에돈받지말고서로주고받자는,일종의에너지절약,자연보호운동이다.
카피라이트(Copyright)에반대하는카피레프트(Copyleft)는저작권을부정하는게아니다.저작권은보호받아마땅하지만‘독점’대신‘공유’로사회발전을이루려는카피레프트운동은‘돈이없는사람도콘텐츠를만들수있는세상’을만들고자한다.(13쪽「들어가며」)

누구나콘텐츠를만들어나눌수있는세상이오면저작권이란세련된현대적개념역시낡은것이되어버릴것이다.지금우리가사는모습을50년전에상상할수있던사람이있었을까?지금은다소허황한이야기처럼보이는것들도만약50년후라면?반세기가지나이책을다시꺼내볼수있을때비로소알수있겠지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