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 변신 (프랑스 태피스트리 읽기)

실의 변신 (프랑스 태피스트리 읽기)

$27.00
Description
국내 최초로 태피스트리를 본격 탐구한 책
태피스트리엔 역사, 사랑, 혁명, 욕망… 모든 것이 교차돼 있다
태피스트리는 실로 짠 그림으로, 가로실(위사)과 세로실(경사)을 교차하여 그림을 표현한다. 태피스트리의 제작 공정은 길고 복잡해서, 같은 면적의 벽을 장식한다고 했을 때 태피스트리의 제작 비용이 프레스코(벽화)의 약 열 배나 된다. 때문에 이 호화로운 매체를 주문하고 소유하는 사람은 대부분 왕과 귀족이었다. 태피스트리를 역사와 정치의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루이 12세, 카트린 드메디시스, 루이 14세가 주문한 태피스트리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통치계급의 권력과 당시 시대상을 재현한다.
이 책은 특별히 15-18세기 프랑스의 태피스트리에 주목한다. 이 시기 프랑스는 중세에서 벗어나 근대로 진입하였고, 봉건사회에서 절대왕정으로, 발루아 왕조에서 부르봉 왕조로 교체되었으며, 1789년에는 대혁명이라는 격변을 맞았다. 이때 왕과 귀족들이 주문 제작한 태피스트리에는 당대의 사회상이 투영되어 있다. 이를 읽어내는 방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실의 변신: 프랑스 태피스트리 읽기』는 태피스트리가 장려한 예술품 이상으로 귀중한 사료이자 시각매체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저자

정은진

미술사학자
이화여자대학교사범대학교육공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교인문대학미술사학과에서르네상스전공으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이화여자대학교에서서양미술사를가르친다.저서『기쁨을전하는그림』,『하늘의여왕』,『미술과성서』와공저『서양미술사연구』,『미술사의시선』,『18세기의방』,역서『베네치아미술』,『로마,절대권력의길을닦다』,『미켈란젤로』,『신약성서,명화를만나다』가있다.그리스도교미술과물질문화연구에관심을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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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글

Ⅰ서론
용어와짧은역사
제작과정
왜프랑스태피스트리인가?
서사,선전,장식

Ⅱ서사
1《여인과유니콘》태피스트리
궁정풍사랑과그기원
사랑의단계
사랑의장소
소망에서욕망으로

2《유니콘태피스트리》
유니콘,하나의뿔
사냥의정치학
사냥의매뉴얼
유니콘,왕의사냥감

Ⅲ선전
1발루아태피스트리
앙투안카롱과뤼카스더헤이러
발루아축제
앙리3세치하의카트린드메디시스
축제,귀족정치의프로파간다

2고블랭태피스트리
고블랭제작소
고블랭제작소를방문한루이14세
알렉산드로스로그려진루이14세
됭케르크에입성하는루이14세
프로파간다로서태피스트리

Ⅳ장식
1《그로테스크》태피스트리
그로테스크의기원과전개
베랭의그로테스크
코메디아델라르테
중국취향
즉흥과환상속으로

2《네원소》태피스트리
로카유장식
태피스트리디자이너로서부셰
신들의사랑으로표현된네원소
궁정풍사랑에서갈랑트리로

닫는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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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동하는프레스코이자가장값비싼직물,태피스트리
15-18세기프랑스사회를재현하다

『실의변신:프랑스태피스트리읽기』(이하『실의변신』)는국내최초로태피스트리를본격적으로탐구한책이다.태피스트리는실로짠그림으로,가로실(위사)과세로실(경사)을교차시켜다채로운색채로그림을표현한다.태피스트리를제작하려면긴시간과공력이필요하기때문에이는가격으로반영된다.같은면적의벽을장식한다면태피스트리의제작비는프레스코(벽화)의약10배가든다.때문에태피스트리는‘가장값비싼직물’,‘이동가능한프레스코’로여겨졌고태피스트리의소유자는대부분왕과귀족이었다.태피스트리는궁정예술이며귀족예술이었다.필사본이중세를대표하는고급예술이라면르네상스의최고급예술품은태피스트리라할수있다.벽을장식한다는점은태피스트리와프레스코가동일하지만,태피스트리는이동이가능한매체라는점에서당시성을이곳저곳옮기며생활했던귀족들에게아름다운장식품으로선호되었다.
『실의변신』은특히15~18세기프랑스에서제작된태피스트리에주목한다.이시기프랑스는중세에서벗어나근대로진입하였고,봉건사회에서절대왕정으로,발루아왕조에서부르봉왕조로교체되었으며,1789년에는대혁명이라는격변을맞았다.큰변화의시기에프랑스의왕과귀족들은자신의성을화려하게장식할태피스트리에어떤장면을담으려했을까.이책은여기에착안하여태피스트리를당대의사회변화를보여주는텍스트로읽고자한다.넓은공간을장식하는태피스트리는장식적인기능과함께관람자에게이야기를전달한다.태피스트리는벽의냉기를막아방안의온기를보존해주고,부드럽고유연한시각매체로서효과적인선전도구로사용되었다.저자는유명미술관에소장되어있는태피스트리연작을한작품씩상세하게해석한다.파리클뤼니중세박물관의대표적인작품인《여인과유니콘》부터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중세미술분관클로이스터스에소장된《유니콘태피스트리》,피렌체우피치미술관의《발루아태피스트리》,LA게티미술관의《그로테스크》까지.커다란고화질도판을함께수록한이책은독자에게마치전시실을관람하는것같은느낌을선사한다.

《여인과유니콘》:궁정풍사랑이야기

태피스트리는이야기이다.이야기에는등장인물이있고테마(주제)와플롯(구성)이있다.파리클뤼니중세박물관에소장된여섯점의태피스트리《여인과유니콘》연작은1500년경제작되었고,다홍색배경과아름다운여인의모습이시선을사로잡는작품이다.19세기문인부터현대작가에이르기까지많은작가들이이작품에서깊은인상을받았다.쇼팽의연인으로알려진조르주상드는소설『잔(Jeanne)』(1844)에서이태피스트리를“기이한태피스트리”라고언급했고,시인라이너마리아릴케는『말테의수기』(1910)에서이연작을“벽걸이양탄자”라고칭하면서한작품씩자세히묘사했다.『진주귀고리소녀』(1999)로유명한작가트레이시슈발리에는동명의소설『여인과일각수』(2003)를펴내기에이른다.
‘궁정풍사랑’은11세기남프랑스에서활동한트루바두르(음유시인)들이부르던여인을숭배하는시가에서시작된사랑의전통이다.결혼한귀족여성을미혼의젊은기사가좇는내용이많았고,대체로기사는상대여성에게절대복종했다.여성은태양이나달처럼인간이닿을수없는존재로그려지며남성의존경과숭앙의대상이된다.이러한여성과남성의지배ㆍ종속관계는봉건제의영향에서비롯된것으로,여성은봉건영주로서가신인남성의헌신을받으면서그대가로사랑을선사한다.
《여인과유니콘》의각각의제목은〈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그리고〈나의유일한소망〉이다.저자는이작품을로마의시인오비디우스의『사랑의기술』과프랑스의작가이자성직자안드레아스카펠라누스의『사랑에대하여』를바탕으로,여성이남성과사랑에빠지는단계에맞춰해석을제시한다.프랑스의귀부인은애인을찾고(시각),사랑을속삭이고(청각),화관을선물하고(후각),애인을사로잡아(미각)육체적결합(촉각)에이른다.다섯가지감각이명확하게묘사된것과달리〈나의유일한소망〉은그렇지않아해석이분분한데,〈나의유일한소망〉에서여인은머리카락이거칠게잘려있다.저자는신체일부분인머리카락을애인에게선물로보낼만큼여인이적극적이며자신의욕망에충실한것이라고해석한다.궁정풍사랑에서무엇보다중요한것은여성의존재감이크다는점인데,실제로궁정에살던귀부인들이실상은그렇지않았다.사랑해서결혼하는경우는드물었고정치적,경제적이해관계로얽힌결혼이대다수였다.또한주로밀회를즐기는쪽은아내가아닌남편이었다.어쩌면궁정풍사랑은귀족여인들의소망이반영된것일지도모른다.《여인과유니콘》의주문자가누구인지에대해서는여러이견이있지만,작품의내용으로보면귀족가문의여성일가능성도설득력이있어보인다.


《발루아태피스트리》:쇠약해가는왕권과귀족의득세를보여주는시대화

프랑스궁정에서주문한여덟점의태피스트리로구성된《발루아태피스트리》는귀족들의축제장면을담고있다.각작품의제목은〈마상시합〉,〈창던지기〉,〈장애물경기〉,〈퐁텐블로축제〉,〈바욘에서의수상축제〉,〈튀일리축제〉,〈코끼리행렬〉,〈여행〉이다.1574년프랑스궁정화가앙투안카롱이디자인한이연작의주문자를학자들은프랑스의왕비이자섭정으로권력의중심에있던카트린드메디시스로추정한다.그녀는남편이사망한후검은드레스만입어‘검은왕비’라는별명이있는카트린은태피스트리에서도검은옷을입은모습으로등장한다.그녀는남편인앙리2세가세상을떠난뒤처음에는축제를개최할생각이없었다가,샤를9세의통치기에섭정을하게되면서왕실의힘을과시하기위해축제를열었다고한다.
《발루아태피스트리》의화면구성은크게전경의인물,그리고배경이되는놀이와축제풍경으로나뉜다.전경의인물들은이작품의주문자로짐작되는카트린드메디시스를포함한발루아가문의귀족,그리고그들의친구들이다.촘촘하고정교하게그려진배경에는당시궁정의풍속을엿볼수있는축제와놀이가재현되어있다.여기서눈에띄는점은전경의인물이과도하리만치크게묘사된것이다.크게묘사된인물은누구일까.태피스트리를주문한군주일까?〈튀일리축제〉에서축제를개최한카트린드메디시스는원경에작게등장하지만,폴란드대사를맞이하는기즈공작앙리는전면에커다랗게서있다.한편,앙리3세가아네성으로여행을떠나는행렬을묘사한〈여행〉에서도앙리3세는두드러지게표현되지않았지만,전면오른쪽에오라녀나사우가문귀족세명이마치주인공처럼당당히등장한다.즉,왕실의권력을재현하는태피스트리에서그권력의중심이어야할왕은부재하거나희미하게표현되었다.《발루아태피스트리》는발루아왕조의권력보다는당시득세하던귀족정치를보여주는프로파간다이다.
《그로테스크》:극장무대를재현한태피스트리

그로테스크는동굴을뜻하는이탈리아어그로타(grotta)에서유래한프랑스어로,15세기말로마를비롯하여이탈리아곳곳에서발굴된고대장식미술을지칭하는용어다.로마시대에그로테스크장식이등장할당시,제국로마는이민족의침입이빈번했다.혼란과불안은난잡한잎사귀와소용돌이장식,물고기꼬리를한사람같은이미지로재현되었다.그로테스크는장식을지칭하는용어에서시작되어18세기에그개념이미학적범주와문학으로확장되었지만,이책에서는그로테스크를장식을지칭하는용어로사용한다.
1690~1730년보베제작소에서제작된《그로테스크》중〈낙타〉에는소용돌이모양의장식과만개한꽃병,잎이무성한덩굴이나타난다.이를배경으로곡예를하는인물,악사,무희가나타나는데,이는‘코메디아’라는당시유행하던대중극무대를재현한것이다.특히〈낙타〉에서세부분으로구성된구조물은프랑스에서유행하던삼면양식무대장식술의영향을받았다.삼면양식연극무대는이탈리아에서시작되어17세기부터프랑스에서인기를얻은양식이다.이이탈리아식무대는원근법을적용하여이론적으로가장이상적인장소가존재하는데,바로전면에있는첫번째관람석에서극장의대칭축위에있는왕의좌석이다.프랑스에서이탈리아식극장무대는루이13세,루이14세의절대왕권의표현인동시에그도구중하나가되었다.그런데이처럼특권을가진관람자를위한무대장식은18세기에들어변화를맞는다.프랑스왕실밖에도이탈리아식극장건축이생겨나기시작한것이다.이로인해왕의자리를위해소실점을구현한17세기이탈리아식무대배경은원근법의깊이감이얕아진다.코메디아의무대를재현한〈낙타〉에서도무대배경에해당하는건축물들은깊은원근법이적용되지않았다.이러한변화는절대권력을추구했던왕의시선이사라지고다양한취향을추구한귀족들의시선으로변화된사회적배경과무관하지않다.《그로테스크》태피스트리가유행한시기는루이14세사후,어린루이15세를대신한필리프도를레앙의섭정기였다.또한이귀족의섭정기는코메디아의시대라고도불렸다.
실은사랑의이야기였다가선전매체가되고,극장의무대를재현하기까지다양하게변신하였다.15세기부터18세기에이르는프랑스사회의변화를태피스트리로읽고자한『실의변신』은태피스트리가장려한예술품이상으로서귀중한사료이자시각매체임을흥미롭게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