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다시그리게하는개인들의기록물
“한눈에내려다본경성시가의전망은실로굉장히인상적이었다.시가를둘러싼산들이멀리창공에분명하게붉게도드라졌다.그것은내지등에서는어디에서도볼수없는산의모습이었다.살짝안개가서린가운데아침햇볕을받은집들이모두하얗게빛나고있었다.지붕은붉은색이많이눈에들어왔다.마치어딘가외국의거리에온것같은이국적인경치였다.”(닛타준)
1941년경성을찾은소설가닛타준이유람버스를타면서본경성풍경을기행문에남긴내용의일부다.식민지조선에관광을와서그기행을글로쓴이일본인과같이,과거의사람들은여러가지이유로여행을떠났고,먼곳에대한동경과미지의세계에대한호기심을품고관광에나섰다.그런동경과호기심은관광안내서와지도를낳았고,세계곳곳을여행한사람들은수많은기행문을남겼다.역사적기록을통해과거의경관이나지리적상황을복원하는역사지리학자인저자는특히개인이기록하는여행의결과물인기행문에관심을가졌다.문학작품이기도한기행문은작가의여행과정과여행지의지역상황을상세하고,비교적재미있게담고있는사실적인기록이므로,과거의경관이나지리적상황을복원하는데중요한자료로이용할수있기때문이다.
이책에서연구자료로활용한일본인의기행문(단행본)은80여편에이른다.이와별도로기행문저자의특성에관한정보를수집하기위해직업,관광당시나이,관광의개인적배경등에대해서도인터넷과문헌자료를샅샅이살피어조사하였고,이결과를도표로정리하였다.연구자료로활용한관광안내서는37가지,사진첩목록은18개다.각종지도와사진첩에수록된도판을비롯하여저자가직접찍은사진과소장하고있던그림엽서를포함한총90여개의도판을이책에실었다.
그들의눈에비친서울,평양그리고부산
이책에서는근대관광공간가운데서울·평양·부산등3개의도시에주목한다.식민지조선에서일본인관광객이가장많이방문한도시이기때문이다.세도시는관광지로서각기나름의특징을지니고있다.식민지조선을대표하는관광지는금강산이라고할수있으나,세도시를통해세계의형성과정에제국주의,자본주의,산업발전,도시화의진전등을두루살펴볼수있다.식민지의수도였던경성,즉서울은조선을식민지화하고발전시킨제국일본의정당성을상징하는관광공간이라는성격이강하다.평양은조선의전통문화가잘보전된관광공간이었으나,그이면에는평양이임진왜란·청일전쟁의전적지여서일본제국의확대과정을기념할수있는관광지라는성격도지니고있었다.한편일본인의식민지조선관광의출발점이자종착점역할을했던부산은일본인에의해만들어진관광지가특히많았으며,시간에따라변화가컸다.일제가제안한관광지중상당수는조선역사속에서의의미보다는일본역사속에서의의미때문에선정되었다.이책은‘관광지’로서서울,평양,부산이어떻게조성되었고,시간흐름에따라어떻게변화하였으며,구체적인장소들이관광지로서어떤의미를지니고있었는지를고찰하였다.
한국근대관광을말할때이야기할수있는것들
한국에서근대관광이시작된것은일제강점기라할수있으며,이를주도한것은일본제국주의였다.일본은1905년의러일전쟁승리이후자국민들의해외여행을적극적으로장려하였고,특히조선총독부는식민지관광개발을통해경제적인이익을획득하고,제국의우월성과제국주의의정당성을홍보하고자하였다.이책의시간적범위는1905년부터1945년까지의41년간으로하는데,일제강점기는1910년부터이나,관부연락선과경부선철도가개통된1905년을기점으로일본인의한국여행이급증하였기때문이다.
당시일본인의관광은대부분현장과일정한거리를유지하며현지인과만날기회가배제된오늘날의단체패키지해외관광과매우닮은여행이었다.그들이남긴기행문속한반도를바라보는시각은낙관적인전망이배어있으며,특히한국인들의모습은피상적이고소략하게설명되었다.저자는이책이경성·평양·부산이라는세도시를주로다루고있어지역적제한이있을뿐만아니라,일본인이만든자료위주로분석하였기때문에당시한국인의관점과상황을담은후속연구가이루어져야할것이라며소회를밝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