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지배적패러다임이보여주는세상뿐아니라
그것이조명하지않거나못하는구석들,그러나우리에게는
사활적으로중요할수있는그구석들을보여주는대안적렌즈들(많은손전등)을가지고보다‘큰그림(bigpicture)’,보다‘완전한그림(completepicture)’을그리고자한다.”
외교정책결정과정론이란무엇인가?
1950년대구미(歐美)에서국제정치학이라는학문이체계화,이론화되기시작한이후국가간상호작용이나국가의외교정책행위(또는무행위)를설명하는분석적도구는국가의‘단일성(unitary)’과‘합리성(rational)’이라는현실주의적(realist)전제또는합리주의적존재론에기초해있었다.이에따르면행위자는주어진대안들중가장큰이익을가져다줄것으로예상되는대안,즉자신의‘효용함수’의관점에서가장선호되는결과를가지고올것으로예상되는대안을선택한다.다시말해,해결해야하는문제와관련된정보,문제해결을위한각대안들의비용과이익,그리고그것들이각각성공/실패할확률등이국가라는‘블랙박스’로투입되고,블랙박스내부에서는경제적효용계산이이루어지며,그결과전국민의이익이라고간주되는국가이익의관점에서가성비가가장높은외교정책이산출되어나온다는것이다.이외교정책은상대국의대응을야기할것이고,그것은다시자국의블랙박스로들어가서새로운효용계산이이루어지게된다.
이와같은합리주의적관점에서보면외교정책이결정되는‘과정’은중요하지않다.국가가국가이익이라고하는‘선험적’으로이미주어져있는자신의선호를기준으로모든대안들의장단점을고려하고가성비가가장높은대안을선택하기때문이다.여기서‘선험적’이라는말은시간적으로경험보다앞선인식이라는뜻이라기보다는경험이나감각의세계에서벗어난,즉보편성과필연성을지닌인식이라는뜻이다.즉합리주의에서의국가의이익이나선호는구체적시공간의차이에의해,즉실천과과정에의해형성되는것이아닌인간의본성이나국제정치의무정부성과같은상수적요소에의해주어지는,따라서시공간의특수성을초월하여모든국가들이공유하는개념으로파악된다는것이다.
그러나현실주의의합리주의적전제가지나치게현실을단순화,보편화하고있다고보던일단의국제정치연구자들은국가라는“형이상학적추상물”의블랙박스를열어그속에서‘살과피’를가진사람들이실제로참여하는의사결정의과정을관찰하고자하였다.이렇게시작된외교정책결정과정론은합리적선택론을넘어서서또는그것과함께국가의외교정책행위에대해보다완전하고심도있는설명이나이해를가능케주는대안적분석도구로부상하게되었다.
다시외교정책결정과정론이란무엇인가?
이책에서살펴본외교정책결정과정의이론들(합리적행위자모델,조직과정모델,정부정치모델,양면게임모델,집단사고모델,전망이론,운용코드모델,오인모델,대통령성격모델)이란현실주의의방법론적전제들,또는그것들을공유하는합리적선택이론이나합리적행위자모델이간과하거나포착하지못하는(또는이론화를위해전략적으로생략하는)인간의비합리적요소들이의사결정과정에미치는영향에대해빛을비춰주는,다시말해,‘형광등’으로서의지배적패러다임이보여주지못하는부분을보여주는‘손전등들’을가리킨다.그것은‘형이상학적추상물’인국가라는블랙박스를열어의사를실제로결정하는‘살과피’를가진사람들과그들간의상호작용에초점을맞추는‘행위자-구체적’인또는주체지향적인이론들이다.
이이론들은외교정책결정과정에대한전반적이고추세적인그림을보여주는‘행위자-일반적’이론과는달리인간정책결정자의역할이특정시공간에서구체적이고맥락적으로드러나는그림을보여준다.그렇기때문에외교정책결정과정론은다수준의변수들을검토하고다요인들로설명을시도하며,심리학,사회학,조직행태론,인류학,경제학등의많은학문영역으로부터의통찰력을환영한다는면에서학제적접근법이다.
그러나,국제정치나외교정책결정과정에대한전체적,통합적이해의관점에서보면,‘손전등들’은‘형광등’이보여주지못하는부분들을보여준다는의미에서형광등에대해상호보완적인관계에있다.국가의대외적행위에대한‘(국제)체제적영향’을드러내주는합리적선택론은장기적이고일반적인외교정책적추세를기술하는데,그리고국가내부의‘결정동학’에주목하는외교정책결정과정론적관점은단기적이고변화하는외교정책행위를설명하는데상대적으로더유용하다.
정책결정자들은당연히이두패러다임의상보성을활용하여‘보다완전한,’‘보다큰’그림을그릴수있게될것이고,국제정치나외교정책결정과정에관한이해를증진할수있게되어,그들이직면한문제의해결을위해더정교하고효과적이며효율적인정책도구를선택/사용할수있게될것이다.부정적인관점에서보면,다양한손전등들을갖추고있지못한정책결정자들은그들의인간적한계나그들을둘러싼구조적제약에대한몰이해로인해문제해결은커녕자신들뿐아니라그들이책임지고있는국민들,나아가인류전체에재앙을초래할수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