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불교회화

조선의 불교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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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찰에 가면 이곳저곳에서 불화를 볼 수 있는데도, 우리가 불화를 제대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림이 그곳에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흔히 불상이 내뿜는 고고한 분위기에 감동하여 불화는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사찰의 가장 큰 건물인 대웅전에 들어가 내부의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 불단과 벽면, 천장까지, 불상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이 전각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림 안에 무엇이 그려져 있고 어떤 것을 상징하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분석하는 내용적 접근을 넘어, 그림의 기능과 봉안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조선시대 불교회화를 톺아보는 연구를 담고 있다. 각각의 불화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불화가 걸린 공간과 그곳에서 진행된 의례라는 맥락을 살펴보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전각 바깥에 거대한 불화를 걸어 놓고 행한 불교 의례는 마을의 축제이자 공동체가 소통하는 장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한 점의 불화에는 그 시대와 문화, 공동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기능과 공간의 관점으로 불화를 바라봄으로써 오랜 시간 전해진 인류의 지혜와 예술인 종교회화를 입체적이고 실재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

정명희

저자:정명희
홍익대학교에서한국미술사전공으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조선후기괘불탱의연구」,「이동하는불화:조선후기불화의의례적기능」,「유리건판으로보는북한사찰불교회화의현황과과제」,「조선시대주불전의불화배치와기능」,「화원으로불린승려:조선시대불교회화의제작자」등불교미술분야의논문을발표하면서연구를계속해왔다.국립중앙박물관전시과장으로,독일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기념특별전《영혼의여정》을비롯해《꽃을든부처》,《대숲에부는바람,풍죽》,《공재윤두서》,《대고려,그찬란한도전》등크고작은국내외전시를담당했다.지은책으로는『불교미술,상징과염원의세계』(공저),『한번쯤,큐레이터』,『멈춰서서가만히』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프롤로그

1부불화를읽는법
1장불화를보는새로운시선
불화,어떻게볼것인가|공간의측면에서이해하는불화
2장새롭게등장하는불화의명칭과그의미
만다라,의식을위한단|의식과불화|부처를눈앞에마주하는방법
3장불교의식집을왜알아야하는가
불교의식집이란무엇인가|조선후기의식집의특징

2부주불전에걸린불화의조합
4장주불전의부로하와삼단의례
「진관사수륙사조성기」와조선전기삼단의기록|『진언권공』에수록된일상의례|
주불전의불화들
5장후불벽뒤편의〈관음보살도〉
주불전의〈관음보살도〉벽화|관음단과의식|〈관음보살도〉벽화의유형

3부세개의단,세점의불화
6장이름보다도널리알려진별명,상단탱·
불상뒤에거는그림,후불탱|상단의례의정비와불화
7장의식의실세,중단탱
중단불화의변화|수륙재와〈삼장보살도〉|예수재와〈지장시왕도〉|
일상의례와〈신중도〉
8장영혼을위한불화,하단탱
시식의례와하단탱|하단을배치하는방법|상설화된하단탱,〈감로도〉

4부전각밖으로나온불화
9장의식단의확장과괘불의조성
야단법석|괘불과성물의이동
10장도량에걸리는작은불화들
도량을꾸미는불화|수륙재의성행과새로운불화의등장|
네명의사자와다섯명의왕
11장연결된공간

에필로그
본문의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부록

출판사 서평

기능과공간의관점으로다시보는
우리곁의오랜그림,조선불화의재발견

사찰에가면이곳저곳에서불화를볼수있는데도,우리가불화를제대로인식하기란쉽지않다.‘그런그림이그곳에있었던가?’라는생각이들정도다.흔히불상이내뿜는고고한분위기에감동하여불화는무심코지나치고마는것이다.그러나,사찰의가장큰건물인대웅전에들어가내부의어둠에눈이익숙해질때까지기다려보자.불단과벽면,천장까지,불상에가려보이지않았던그림들이전각전체를가득채우고있다는것을알게될것이다.
이책은그림안에무엇이그려져있고어떤것을상징하며무슨의미가있는지분석하는내용적접근을넘어,그림의기능과봉안공간이라는관점에서조선시대불교회화를톺아보는연구를담고있다.각각의불화를개별적으로인식하는것에서나아가불화가걸린공간과그곳에서진행된의례라는맥락을살펴보면다양한연구가가능해진다.전각바깥에거대한불화를걸어놓고행한불교의례는마을의축제이자공동체가소통하는장이기도했다.그러므로한점의불화에는그시대와문화,공동체의이야기가담겨있다.이책은기능과공간의관점으로불화를바라봄으로써오랜시간전해진인류의지혜와예술인종교회화를입체적이고실재적으로조망하는방법을안내한다.

출판사리뷰

그렇다면왜조선의불화인가?전쟁과화재를자주겪은역사적상황으로인해우리나라사찰에있는전각과전각내부의성보(聖寶)는대부분조선후기에조성된것이다.흔히조선시대를‘억불숭유의시대’라고치부하지만,당시불교교단은유교적가치관을수용하는공존의노력등을통해불교를전파하였다.이러한조선시대불교계에대한재평가없이우리나라불교회화를이해하기는어려울것이다.
불화란불교의교리를엄격한법도에따라시각적으로재현한종교화이다.세속적의미와는다르기때문에그림에담긴교리적의미를파악하는것은불화를이해하는데중요하다.그러나이책은조선불화자체보다는조선불화의기능과기능하는공간에더주목한다.불화가걸린공간에서진행된의례는불화에관한더풍부한이야기를들려주기때문이다.불화의기능을이해하는것은단지불화에그려진주인공과주변인물의이름을아는것이나,그림에재현된시공간을알아차리는것을넘어선다.

1부「불화를읽는법」에서는불화의내용과주제에한정하지않았을때보이는것들에관해알려준다.이책에서불화에대한설명은그림안에서시작하지않는다.사찰입구에서부터출발한다.사찰의입구인일주문을통해성스러운영역인경내로들어서면,사천왕이보호하는천왕문을지나,낮은지붕이있는누각에다다른다.그아래로고개를숙이고계단을오르면,비로소사찰의가장커다란법당인주불전중앙에형성된아늑한마당에도착한다.이텅비어있는작은공간이바로불화를보는시작점이다.물론이곳에서전각을바라봐도내부어둠속에서찬란하게빛나는거대한불상이먼저눈에들어올것이다.불화는오랫동안불상을보조하는기능을맡았다.불상이없다면불전이성립할수없다는인식이있을정도로신앙의중심은불상이었다.1부에서는불상에가려져있던불화를새롭게바라보는방법을안내한다.불화를기능과공간의관점으로새롭게보기위해익혀두어야할것들,의례적기능에따라새롭게불리기시작한불화의명칭(‘상단탱’,‘괘불’등)과의례를표준화하는역할을한일종의매뉴얼인불교의식집에대해소개한다.

2부「주불전에걸린불화의조합」에서는주불전에다양한불화가걸리게된이유에대해알아본다.주불전에걸린다양한불화는불교문화를공유한중국이나일본과는다른,또고려시대와도구별되는조선시대만의특징이었다.조선시대사찰에서는의식전용전각을짓는대신,사찰을찾은참배객이라면반드시들리는주불전에삼단(三壇)을갖춰두고의식을체계적이고쉽게진행할수있도록하였다.세개의단을뜻하는삼단은조선시대승려들이생각한장엄한불교의식의기본구조였다.삼단,즉상단,중단,하단에는각단을상징하는불화가걸렸다.불상을정면에두고바라볼때,상단은정면에있는불상의뒤쪽을말하고,중단은오른쪽,하단은왼쪽에자리한다.상단은불상과불화가함께봉안되지만,중단과하단에는불화만걸렸다.기능과공간에따른새로운불화의수요가생기기시작하였다.이렇듯삼단의례는주불전에한점이상의불화가걸리게된이유를설명한다.

3부「세개의단,세점의불화」에서는새로운이름을갖게된조선불화의세계를본격적으로다룬다.조선불화는삼단의례에서불화가걸린공간에따라‘상단탱’,‘중단탱’,‘하단탱’이라는이름으로불리기시작하였다.상단탱은정면상단에거는불화로,‘불상뒤에거는그림’이란의미로‘후불탱’으로도부른다.전란(임진왜란·병자호란)직후조성된불상은대체로규모가작았기에,그뒤편에걸리는후불탱은불상을보완하는성격이강해졌다.이를위해후불탱에는본존인석가모니불그림이앞에놓인불상보다크게그려졌다.반면조선후기에들어서주불전에압도적인규모의불상을갖추기시작하면서불화에그려진본존은불상으로인해가려졌고,불화는예배자에게잘인식되지않았다.불상에가려진부분을생략해그리기도하였다.이렇듯기능과공간은불화의양식에영향을미쳤다.3부에서는각단이지닌의례적기능과특징을소개하고,상단탱,중단탱,하단탱으로사용된다양한불화들을소개한다.

4부「전각밖으로나온불화」에서는야외에서진행한의례에내거는거대한불화인‘괘불’에대해다룬다.전각에서치를수없는대형의례는야외에단을마련해진행하였다.그런데어떤이유로전각에다수용할수없을만큼큰규모의불교의식이많아지게된걸까?임진왜란과병자호란때의승군을조직해국난을막는데동참했던불교교단은전란이후에는피해를복구하고국가를재건하는데총력을기울였다.그러나전쟁이끝난이후에도전염병과기근으로위기상황은계속되었다.현실의고난이커질수록유교가수행하지못하는종교적기능에대한요구는더욱높아졌고,사찰은천도재(遷度齎)를마련해갑작스러운죽음을겪은사람들의마음을위로했다.사찰의야외의식은무너진사회를일으키고공동체를통합하는데기여하려는노력의일환이었다.‘불화를건다’라는의미의‘괘불’은야외의식전용불화의명칭으로굳어지게되었다.4부에서는괘불의도상들을소개하고,불화뿐만아니라불패(佛牌),위판(位版),번화,가마등의역할을소개하면서의식에필요한설비와절차에관해다루면서야외의식전체의모습을그려볼수있도록한다.

사람들이많이모여떠들썩한모습을나타내는‘야단법석’이란표현은야외에단(壇)을만들어불법(佛法)을펴는자리를마련한데서유래한불교용어다.의례가진행될때사찰의모든공간은음악과무용,도량을장엄한그림등평소에접할수없는시각적,청각적자극으로가득채워진다.불상이함께하지못하는그공간에서불화는축제의화룡점정을찍는주인공이다.이렇듯이책은우리주변의사찰에서쉽게볼수있는그림임에도불화를어렵게만느껴왔던독자들에게그것이사용된공간과기능이라는맥락속에서좀더실재적인방식으로불화를감상할것을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