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대하여 - 인문학 공동연구 총서

욕망에 대하여 - 인문학 공동연구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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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 온 우리 안의 ‘욕망’
욕망에 관한 인문학의 질문들
‘욕망’은 오랫동안 부정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었기에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신장된 현대 사회에서 욕망은 더 이상 움츠리지 않고 다양한 양상으로 분출되고 있다. 욕망은 속삭인다. “인간은 가진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내가 무엇을 욕망하느냐가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말해준다면, 우리의 욕망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온 동력이 아닐까?
욕망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 싶게 하고, 이미 가진 것은 더 갖고 싶게 한다. 욕망은 없애거나 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서 금욕주의가 가져온 결과는 늘 불행했다. 그렇다고 욕망을 마냥 분출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더구나, 거대한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지금, 아니, 기후변화와 불평등 심화 등 성장보다 먼저 생존을 생각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도무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욕망에 대해 좀 더 본격적이고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욕망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다루지 못한다면 거대한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이 시대에도 인간에 대한 성찰은 인문학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고, AI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해도 지식이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담론의 주제를 선정해 매해 우리 곁을 찾아오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인문학 공동연구 총서’. 이번에는 ‘욕망’에 대하여 말한다.
저자

서울대학교인문대학

엮음:서울대학교인문대학

목차


발간사/강창우
서설:우리는무엇을욕망하는가/이강재

제1부욕망의변주,소유혹은사랑
1마이카로향하는여정:한국인자동차소유욕망의전개와한계/고태우
2프쉬케와쿠피도의사랑이야기:즐거움의탄생/안재원
3불가능한기원:입양서사와친족의욕망들/김정하
4자유롭지못한존재의욕망:운영·춘향·초옥의사랑/정길수

제2부욕망이남긴삶의여적
5삼세기영지가의영예:강세황의명예에대한열망/장진성
6소설『요재지이』에투영된여우와귀신의심상한욕망/김월회
716세기일본무사의고명이라는욕망/박수철
8루이스부뉴엘의영화속욕망의궤적:프로이트에서라캉까지/임호준
9스탈린시대소련공산당원의욕망/노경덕

제3부욕망으로철학하기
10서양정치사상사에서욕망을바라보는시각들/윤비
11플라톤과욕망의다면성/강성훈
12푸코철학의실용성:성적욕망의계보학을넘어서/도승연
13공맹이사유한리더의공적욕망과사적욕망/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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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출판사 서평

“우리는무엇을욕망하는가?”
서울대학교‘인문학공동연구총서’
이번에는욕망을말하다

서울대학교인문대학은2019년부터매년이시대의한가지화두를주제로선정하여심포지엄을개최해왔다.매년10월이면인문대학내여러학과의교수가한자리에모여주제에대한자신의연구결과를발표한다.아직여물지않은그연구를교수들은겨울동안이렇게저렇게붙들고있다가다음해봄까지하나의완결된원고로완성한다.그리고그해여름,드디어탐스러운연구의결실이한권의책으로엮어나온다.깊은숲의생명력을상징하는짙은초록색양장커버를두르고서우리곁을찾아온이번인문학공동연구총서『욕망에대하여』는바로그연구의결실이다.초록색커버는마치생명의숨처럼멈추지않는인간의욕망을표현한다.이번책에서는다양한대상으로변주된욕망을문학과역사,철학등인문학이라는렌즈로살펴본다.욕망은우리가추구하는삶과뗄수없는관계에있다.이책은욕망에대해함께생각해보는성찰의시간을통해진정우리가행복한삶을살아가고있는지돌아볼것을제안한다.

욕망의변주,소유혹은사랑

1부에서는소유욕과사랑이라는모습으로변주된욕망에대하여말한다.1장「마이카로향하는여정」에서는고태우교수가한국인의자동차소유욕망을다룬다.한국은“미군이남긴지프를두드려자동차를만들다가,이제연간300만대이상을생산하는세계5대자동차생산국”이되었다.우리사회를이지점으로빠르게옮겨놓은것은무엇일까?바로‘마이카’에대한욕망이다.그렇다면마이카에대한우리의담론은‘세계5대자동차생산국’이라는결론으로끝이난걸까?1994년에실시한여론조사에따르면‘자동차가사치품이냐필수품이냐’라는물음에전체14.8%가‘사치품’,75.8%는‘생활필수품’이라고답했다고한다.끝난것같았던‘자동차가사치품이냐생활필수품이냐’의질문은기후변화등생태위기를직면한지금,탈탄소체제로의전환에서새로운쟁점이되어다시시작되고있다.고태우교수는마이카로향하는여정앞에는파국의길과지속가능한공존의길로의갈림길이놓여있다고말한다.그방향키는자동차에대한집단적욕망을어떻게대체하느냐에달렸다.고태우교수의연구는마이카에대한욕망을두고불평등의문제와과시적소비현상,기후변화까지논하면서인문학담론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고있다.

2장「프쉬케와쿠피도의사랑이야기」에서는안재원교수가프쉬케의과감하고도위험천만한욕망에대해들려준다.쿠피도가쏜화살에맞은것이아니라자신이직접화살에자기엄지를찔러서사랑에빠진프쉬케의이야기는왠지현실세계에대입해도전혀낯설지가않다.저자는프쉬케의이야기에서‘욕망밖에있는것은사랑’이라는메시지를발견한다.강렬한호기심으로욕망을뛰어넘어야사랑에도달할수있다는것이다.욕망을뛰어넘은곳에있는것이사랑이라면우리는욕망안에머무르는것이아니라어떻게든욕망을벗어나야할것이다.

3장「불가능한기원」에서김정하교수는친족의기원을찾는‘입양서사’로욕망에대해말한다.미국에입양된디앤볼셰이리엠은영화감독이되어친부모를찾아나선자신의이야기를다큐멘터리로만들었다.감독은친부모를찾고자기안의상실을채우려고하지만친어머니를만난다고해도“상실이라는이름의욕망”은충족되지않는다.대신감독은이과정에서개인의문제를사회의문제로연결하고,상실이라는욕망을좇지않았다면만날수없었던다양한사람들과새로운관계로이어진다.욕망을추구하는일은언뜻끊임없는반복의굴레로인간을지치게하는일일것같지만,그과정에어떤의미가있음을이글은말하고있는듯하다.“어쩌면중간이라는요동이서사적진실,나아가서사라는삶의진실일지모른다.”(125쪽)4장「자유롭지못한존재의욕망」에서는정길수교수가한국의고전소설에나타난청춘남녀의사랑을주제로욕망의문제를다룬다.「운영전」의궁녀운영,「춘향전」의기생춘향,「포의교집」의행랑새댁초옥은모두신분등의제약에서자유롭지못한여성들이다.작품안에서이들의사랑은처음에는오해로비롯된해프닝,또는허영심의발로로보여진다.그러나사랑의욕망이지닌순수함과진실함은자유와평등의문제로범위를넓히면서독자로하여금체제너머를상상하게한다고이글은말하고있다.

욕망이남긴삶의여적

2부에서는욕망이남긴것들을돌아본다.5장「삼세기영지가의영예」는역모사건에친형과장인이억울하게연루되면서60년동안벼슬없는야인으로살아야했던강세황의이야기를다루고있다.강세황은평생벼슬을할수없게되어우울증과좌절감으로고통받았지만,자신을알리고자하는욕망을져버리지않았고,「표옹자지」를써서세상에알려지지않은자신의비범함을알리고자하였다.무명의재야문인인그가할수있는일은이것밖에없었지만,그는끝내벼슬을하게되고초고속승진하여일종의명예의전당인기로소에들어가는영예를얻게됐다.그의호는노죽(露竹),‘이슬을머금은대나무’라는의미다.장진성교수는“차가운공기가사방을뒤덮은새벽,이슬이대나무에맺혀도대나무는결코휘지않는다.절개와지조의상징인대나무처럼시련과고난의시절에도강세황은그험난한세월을묵묵히견뎠다.”(190쪽)라고말한다.욕망은어쩌면뜨겁고들끓는성질의어떤것이라기보다는푸른빛의대나무처럼고고하게우리안에있는것일지도모른다는사실을강세황의이야기를통해전하는듯하다.

6장「소설『요재지이』에투영된여우와귀신의심상한욕망」에서는여우-귀신서사를통해한층다채로운인간욕망의실제를다룬다.김월회교수는인간의욕망과비교할때소설속여우와귀신의욕망이권력지향적이지않다는점,소시민적욕망에만족한다는점을지적한다.인간이아닌이들주인공은세속적부귀영화의추구를비웃고혐오하기도하며,욕망을채우기위하여남의원한을사서는안된다는오묘한이치를깨닫기도한다.현실속우리가특별히욕망하지않는욕망의대상에대하여다시금생각해볼기회를여우-귀신서사는제공하고있다.7장「16세기일본무사의고명이라는욕망」에서박수철교수는16세기일본사회의지배층이라할무사에게서볼수있었던‘고명(高名)’이라는명예욕을다룬다.고명은전쟁터에나가이름을떨치는것을의미하였지만,당시일본인에게고명은단순히명예라는무형의추상적가치에그치는것이아니라부귀라는실질적가치를얻을수있는수단이기도하였다.이글은고명이라는욕망을통해당시조선과달랐던일본사회를설명하고있다.

8장「루이스부뉴엘의영화속욕망의궤적」에서임호준교수는스페인영화의대부라할수있는루이스부뉴엘감독의작품으로욕망을다룬다.부뉴엘의영화세계를관통하는키워드는단연욕망이다.부뉴엘은서구문명이욕망에대한억압으로인해신경증으로가득차있다고보았다.이러한점을그는영화에서일그러진형태로표출되는도착적인욕망으로표현했다.영화에서는욕망이어떤것인지를잘보여주는연출이등장하는데,예를들어주인공이욕망하는여자배역을두명의여배우가연기하게한것이다.흔히우리는우리가욕망하는것이어떤대상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주인공이서로다르게생긴두명의대상을구분하지못하고원한다는것은그의욕망이대상의문제가아니라는것을보여준다.

9장「스탈린시대소련공산당원의욕망」에서노경덕교수는소련역사연구의주요패러다임이바라보는공산당원의욕망문제를다룬다.전체주의,수정주의,푸코주의,신전통주의가공산당원의욕망을서로다른식으로해석하고묘사하고있다는것이다.예를들어전체주의론자들은공산당원의개성과개인적욕망의존재를인정하지않는다.욕망을바라보는시각에서오히려바라보는그당사자의욕망이발견된다는점은흥미롭다.

욕망으로철학하기

3부에서는욕망의본질에대해생각해본다.10장「서양정치사상사에서욕망을바라보는시각들」에서윤비교수는전근대서양정치사상에끼친금욕주의에대해다룬다.우리가여전히금욕주의를경계해야하는이유는오늘날에도금욕주의적정치관이시민들의도덕윤리에만초점을맞추면서제도적인결함을놓치게하고있기때문이다.“(갖고쓰고싶은욕망을누르고)적게소비하고(더쉬고즐기고싶은욕망을누르고)더많이일해야부유해지고사회와국가가발전한다는생각이일방적으로강조될경우복지나생활수준개선의목소리를정당하게평가하기어렵게된다.”(332쪽)라고윤비교수는말하고있다.욕망을경계해야한다면,금욕주의역시경계해야할대상임을생각하게한다.
11장「플라톤과욕망의다면성」에서강성훈교수는우리를혼돈속으로데리고가는데,바로좋음에대한표면적믿음과실제믿음에관한이야기를통해서다.
욕망은좋음에대한생각과긴밀한관계가있고,X를욕망하는것은X를좋아하는것,X가좋다고생각하는것이라는사실에는별로논란의여지가없을것처럼보인다.하지만여기에는다양한문제를제기할수있다.“X가좋다고생각하면서도X에대한특별한욕망은없을수도있지않을까?거꾸로,X가좋다고생각하지는않으면서도X를욕망할수도있지않을까?”(344쪽)우리가좋아하는것은실제로좋아하는것일까,아니면어떤영향에의해좋다고믿어지는것일까?‘좋다’라는일견단순해보이는느낌혹은생각조차이토록복잡하고다면적인성격을갖고있기때문에우리가어떤욕망들을갖는지는우리가어떤사람인지를규정하며,우리가‘좋은’삶을살지그렇지않을지를결정하게된다고이글은말하고있다.

12장「푸코철학의실용성」에서도승연교수는“철학의실용성이무엇일까”라는질문이가능하다면그것은경제적이거나도구적관점이아닌삶을분투하게하는비판적이고창조적인도구의가능성일것이라고주장한다.“무엇인가의한계를명확히설정하는것과그것의한계를뛰어넘기위해한계를바라보는것은완전히다른방식의사유라는점을기억해야한다.”(395쪽)라고말하는이글은철학의실용성에관한질문으로욕망의문제를다루고있다는점에서흥미롭다.13장「공맹이사유한리더의공적욕망과사적욕망」에서이강재교수는공자와맹자의언행을기록한『논어』와『맹자』를중심으로리더의욕망에대해다룬다.공맹사상에서는사적인욕망을인정하되그것이공적인역할을방해해서는안된다고단호히말하고있다.단,공맹사상은기본적으로욕망의절제를주장하고있지만,모든사람을대상으로욕망을절제해야함을주장한다기보다리더들에게올바른길을제시하는정치사상의측면이강하다고이강재교수는말한다.

이글의말미에서소개하는그림〈계탐도〉에는세상의온갖귀한물건을다가지려고하는‘탐’이라는이름을가진전설상의동물이등장한다.이그림에는,탐이하늘의태양까지갖고자달려들었다가끝내타죽었다고하는이야기가담겨있다.만물을생장하게하지만오래바라보는것으로도눈을멀게하는태양이라는존재는무언가를떠올리게하지않는가?지금현대사회에서우리는이토록모순적인욕망을어떻게다뤄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