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자유는 어떻게 서로를 반대하는가 (임신중절의 윤리적 논쟁)

생명과 자유는 어떻게 서로를 반대하는가 (임신중절의 윤리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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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찬성’과 ‘반대’로 답할 수 없는 질문들
우리는 임신중절에 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답한다. 언제 어떻게 그 답을 정했는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쨌든 각자의 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찬성’과 ‘반대’들은 이상하리만치 확고해 보인다. 그러나 그 답으로 우리가 어떤 논거에 동의하게 되는지 알고 있을까? 태아의 생명권이나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말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가 관념적이라서 언뜻 그럴듯하게 부정하거나 쉽게 동의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고, 임신중절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불이 난 실험실에서 배아 냉동고 너머에 있는 인간을 구하기 이전에 유리 접시에 든 배아를 들고 뛰어야 한다. 여성의 자율권을 주장하고, 임신중절에 찬성하는 자유주의자라면 우리는 논리적으로 갓 태어난 유아까지도 살해할 수 있다. 동의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생명과 자유는 어떻게 서로를 반대하는가』는 철학자인 저자가 임신중절이라는 독특하고 첨예한 윤리적 문제를 화두로 35년간 천착한 연구서이다. 또한 여성의 자율권을 옹호하는 자유주의 입장과 태아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보수주의 입장 양극단 사이에 놓인 무수한 논리와 논거들, 숱한 물음표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철학 교양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임신중절에 관해 ‘찬성’과 ‘반대’로 답하기 전에 마주해야 하는 물음들, 그러니까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이 서로를 반박하며 얽히고설켜 버린 구체적이고 촘촘한 주장과 논거 들을 풀어헤치며 검증해 간다. 풀리지 않는 대립으로 점철된 윤리적 문제에 어떻게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임신중절에 관한 물음에, 인간 생명에 관한 물음에 포기하지 않고 답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

김상득

서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응용윤리학방법론연구」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서울교육대학교등에서강의하였으며,연세대학교의과대학에서Post-Doc.과정과연구강사를역임하였고,미국조지타운대학교케네디윤리학연구소(KennedyInstituteofEthics)에서객원연구원으로활동한바있다.현재전북대학교철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생명윤리,AI로봇의윤리,사회정의등에관심을두고연구한다.저서로『AI로봇윤리』(2024),『알기쉬운윤리학』(2013),『유전자윤리학』(2009),『생명의료윤리학』(2000)등이있으며,논문으로「AI로봇의책임공백에관한윤리학적연구」(2024),「GenAI와연구윤리」(2024),「낙태법관련헌법재판소결정에관한‘윤리법정’」(2023),「기계의메타윤리학」(2020),「소수집단우대조치에관한윤리학적연구」(2017)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들어가는말/임신중절,왜도덕문제인가
윤리를묻는이유|임신중절이란|임신중절물음의특수성:그어디에도없는충돌|개인적문제와정치적문제|세가지입장

1장/자유주의입장
권리이론의한계|태아의도덕적지위를부정하는워런|툴리의주장은유아살해까지도허용한다|임신중절,무례하지만부당하지않다|도덕적회의주의:모든입장은그저하나의기호다

2장/보수주의입장
자연법과보수주의|미끄러운언덕길논증|수정은도덕적으로왜중요한가|인간생명의시작에관하여|출생의의미

3장/도덕적지위론
도덕적지위란무엇인가|도덕적지위를정하는기준들|쾌락과고통을느끼는능력|유정적존재의경계

4장/죽음은왜악인가
에피쿠로스논증|미래가치손실논증|미래가치는누가,더지니는가|자아동일성과죽음의악

5장/자아동일성입론
잠재성논증|잠재적인존재|‘될잠재성’과‘산출할잠재성’|단계이론과과정이론|수정논증과분절논증

6장/가치논변
권리논변대가치논변|태아는본래적가치를지닌다|가치논변의실천적함의와그비판|이론적한계|죽임과죽음

7장/정당방위
이중효과원리|정당방위권리|누구의생명을구할것인가|딜레마

8장/의학의발달
생식보조의술이가져온것|새롭게논의되는잠재성논증|확률적존재들|사후피임약의윤리|성윤리문란이냐여성해방이냐

9장/페미니즘
핵심은생명이아니라성|도덕적칭찬을받겠지만|여성해방과미래지향적책임|신체적자율권|임신중절권리와양성평등

맺는말/사회적임신중절
반성적평형의방법과신보수주의|공공정의에관한물음|또하나의성불평등그리고사회적임신중절|윤리의상향평준화:남성에게도동등한책임을

부록/임신중절과법:헌법재판소결정에관한‘윤리법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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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수많은윤리적논쟁중에왜임신중절인가?

생명과자유는모순될수없는,모순되어선안되는가치이다.그러나불행하게도임신중절은바로이모순에서모든문제가시작된다.이를풀기위해모델로삼을만한유사한예를도저히찾을수없다.물론생명을구하기위해자유를일정부분억압해야하는경우는종종있다.그러나임신중절의논쟁은그런식으로결론지을수없는데,다른어떠한갈등과도분명하게구별되는두가지특성때문이다.우선태아와임부의관계가굉장히독특하다.임부와태아의관계는비대칭적,한마디로기생적이다.태아는전혀신체적이득을주지않으면서임부의뱃속에전적으로기생한다.인간사에서어떤이의생명을구하기위해상당기간특정누군가의신체가필요한경우란임신말고는없다.

다른하나는태아의존재론적특성이다.윤리적갈등대부분은인간과인간간의갈등이다.그러나임부는분명히인간이지만,태아는그렇지않다.태아를쉽게‘아기’라고말하고싶겠지만,태아는출생하여살아가는아기와여러면에서다르다.그렇다고태아를아예인간이아닌것으로볼수도없다.왜냐하면태아는시간이지나면분명히인간이되기때문이다.그러나이분명한사실에도불구하고우리는자궁안에서움직이는몸뚱어리를제대로설명하지못한다.임신중절의논쟁은태아의존재,그리고태아와임부의관계를규정하지않고서는해결하기어려우며,이책은이를정의하기위한과정을담고있다고할수있다.

강력해지는자유주의자의논리,
그러나여전히강고한보수주의자의논리


인간은모두태아였다.그러나‘태아는인간생명이다’라고하면이것은논쟁의영역이된다.그렇다고여성의자기결정권이제대로존중받아온것도아니다.여성의자기결정권역시어처구니없게도오랫동안논쟁의대상이었다.임신으로인해여자는신체적으로온전하지못한채로생활할뿐아니라많은부작용을겪는다.밀려오는역한냄새와토할것같은메스꺼움,극심한요통을느낄만큼체중이늘지만영양은늘부족하고,쓰러질듯위험한빈혈도찾아온다.시시각각몸에생기는돌이킬수없는상흔들은열거하기도어렵고,임신성당뇨와고혈압등합병증까지말하지않아도,한인간에게가해지는이불안한시간을대신경험할수없는것만큼이나여성에게서임신중절의권리를빼앗는것이어떤의미인지우리는제대로설명하지못한다.

왜그럴까?여성의자기결정권이침해되는것에분노를느낀다고해도,만약우리가태아였던과거로돌아간다면“여성의자기결정권을존중해주십시오.”라고단호히말할수있겠는가?물론태아로돌아간들우리는말할수도,생각할수도없다.책에서는‘최소극대화원칙’,즉특정상황에처한사람들중자신이어떤지위의사람인지모른다면자신이누구인지알게된후발생할최악의손실을막기위해그상황에서가장열악한위치에있는사람에게가장유리하도록결정한다는원칙을들어이문제를설명한다.그러나그‘사람들’에태아가포함되느냐의문제로또새로운논쟁이시작된다.

우리는임신중절이라는거대한물음앞에서간단히대답해버릴지모른다.태아는인간이‘될’생명이므로임신중절을반대한다고.혹은여성은자기결정권을지니므로임신중절을찬성한다고.그렇다면이런물음은어떤가?임신22주에조숙아로태어난아이와임신23주에중절된태아,이둘사이에는어떤차이가있는가?왜하나는더오랜기간존재하고도생명이되지못했는가?또이런물음은어떤가?불이난생명공학실험실에서소방관이사람을구하러가는길목에배아보관냉동고가있어그걸파괴하려고한다면,앞에있는배아를먼저구해야한다고누가자신있게주장하겠는가?그렇다면어째서보수주의자는배아도생명이라고주장하는가?자연보호와동물의권리를치열하게외치는활동가들은어떠한논리로태아의생명권을부정하는가?

이책은임신중절의윤리에관한철학적논쟁을개괄적으로이해하기위해여성의자율권을옹호하는자유주의입장(1장)과태아의생명권을옹호하는보수주의입장(2장)을소개하면서논의를시작한다.여기서우리는임신중절에관한두입장이어떤논리적토대위에서있는지그실체를구체적으로확인하게된다.‘찬성’이나‘반대’로답할수없는질문들과본격적으로마주서게되는것이다.

도덕적지위는무엇이고,죽음은무엇인가?

이책을읽어나가기란(고백하건대)쉽지않다.쉴틈없이전개되는논리를따라가기도어려운데,‘도덕적지위’같은낯선철학적용어가곳곳에서등장한다.이책이도덕적지위를논하게된배경은이렇다.‘태아가인간인가?’라는물음은인간만이생명권을지닌다는것을암묵적으로전제한다.이는인간중심주의라는비난을피할수없다.따라서이책은‘태아가언제인간이되는가?’라는물음을‘태아는도덕적지위를지니는가?’라는물음으로대치한다.도덕적지위란무엇일까?도덕적지위의기준은무엇일까?태아는언제이기준을충족할까?3장「도덕적지위론」에서는인간의도덕적지위를정하는기준에대해알아본다.

태아가도덕적지위를지닌다면태아를죽이는임신중절은도덕적으로그르다.그런데죽음은악일까?4장「죽음은왜악인가」에서는철학이늘그러하듯당연한것에대해‘왜’라고묻는다.태아의죽음은악인가?악이라면무엇이악(피해)인가?악이라면누가악을당한건가?악을당한사람이이제존재하지않는데우리는어떻게악을증명하는가?

태아의죽음과관련하여,5장「자아동일성입론」에서는태아와태아가자란후에인간이서로관련있음을증명하는‘자아동일성’에대해다룬다.태아가인간과자아동일성을갖춘다는것이증명되면태아의죽음이인간의죽음을의미하지않는다고말하기는어려울것이다.

6장「가치논변」에서는태아가생명권을가지느냐,아니냐는권리차원의논증이아니라,태아그자체로가치를지니느냐는가치차원에서논의해야한다는주장을검토한다.아무리어머니의생명을구하기위함이라할지라도이미태어난유아를죽이는일은도덕적으로결코허용될수없다.이와같은논리로태아가생명권을지닌다면여성의생명이위협받는다고해도임신중절은태아를죽이는것이기때문에허용될수없게된다.이는온건한보수주의자가허용하는임신중절권리까지부정하는것이다.따라서권리에근거한주장은논리적일관성을유지하기어렵다.여성의자율권역시논리적일관성에어려움을겪기에태아가그자체로가치를지니는지,임신중절이그자체로그른지를논할필요가있는것이다.

누구의생명을구할것인가?

“무고한인간을죽이는것은도덕적으로그르다.”라는대전제는부인할수없는도덕판단이다.그렇다면태아는무고한가?정당방위권리를다루는7장「정당방위」에서는이런물음들이이어진다.임신중절을정당방위의사례로볼수있을까?태아는산모의생명을의도적으로혹은부당하게위협하는공격자인가?

의학은우리에게희망을주는동시에더한혼란속으로데려가기도한다.8장「의학의발달」은앞으로더곤란해질임신중절에관한논의의현재와미래를보여준다.한예로,체외수정기술이생기기이전에인간배아는고의적인방해가없는한자연스럽게인간으로발달하는존재였다.그러나체외수정은실험실에서인위적인의술행위가있어야만인간으로발달할수있는배아의존재를창조하였다.(배아의도덕적지위를주장하기가불리해졌다는의미다.)한편,만성난임을극복하고자현재실험중인의술이성공적으로개발된다면,태어날미래개인의독특한유전자청사진이수정전에이미결정된다고한다.(배아의도덕적지위를주장하기가유리해진다는의미다.)8장에서는발전된의학이임신중절의도덕성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고찰한다.새로운의학적국면에대한검토는임신중절논쟁에서점점더긴요한과제로부상할것이다.

더긴요해질과제는또있다.바로페미니즘이다.여성의입장을배제한임신중절논의는절대로사회적공감대를얻을수없다.9장「페미니즘」에서는임신중절에관한또하나의주요한배경이론으로페미니즘이논의된다.임신과출산에서뿐만아니라양육에서도여성과남성은불평등하다.맺는말「사회적임신중절」에서는생물학적사실을넘어사회적제도의문제로서임신중절에관한물음을바라보고논의를확장한다.

이제는‘다른’입장위에서서

저자가임신중절에관한연구를시작했을때인1980년대나지금이나임신중절은인기없는윤리학연구주제라고한다.복잡하고난해해서좀처럼들여다볼엄두가나지않는이주제에관해저자는무려35년을집요히연구했다.이책이외에임신중절에관해이토록진지하고세밀하게천착하고있는책을찾아보기어려운이유일것이다.유감스럽게도임신중절에관한문제는불이난실험실에서배아냉장고를구할지,인간을구할지를선택해야하는,발생할지안할지모르는가상의문제가아니다.임신중절은우리주변에서계속해서발생하고있는지난하고현실적인문제이다.우리가내리는답이완벽한진실에닿을순없어도현실속탈출구의문을열유일한열쇠이기때문에치열하게고민해야했지만,그러지못했다.이러한의미에서,저자는본인의답으로서‘수정보수주의’라고부를수있는입장임을밝히고이에관해설명한다.물론저자의입장과는별개로이책의목적은찬성과반대를유도하거나,어느것이옳다는것을말하는것이아니라여러물음을드러내보이는데있다.

생명권과자율권이충돌하는임신중절에관한물음은‘찬성’이나‘반대’로답할수없는복잡하고모순적인질문들로우리인간앞에오랫동안놓여있었다.이기나긴질문을담은책『생명과자유는어떻게서로를반대하는가』는임신중절에관한‘찬성’이나‘반대’라는우리의주장이갖는의의와한계가무엇인지알게해준다.생명의가치가존중받지않는곳에서인간이존재한다는것은있을수도없지만,생명만이제일가치가되는세상에서인간은행복하게살아갈수없다.또한자유를누리는세상에서가장중요한것은자유의한계를정확히설정하는일이다.한계가있을때만이자유의세계는유지된다.

임신중절에관한물음은찬반논쟁을넘어인간의생명과자유에관한철학적토론의장으로우리를데려갈것이다.책을읽고나서이전과같은입장위에선다고하더라도,힘겨운윤리적논증을거친그답은이전과는너무도다른‘찬성’혹은‘반대’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