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노의 생존조건과 생활수준 (서유럽 고전장원 농민의 삶)

농노의 생존조건과 생활수준 (서유럽 고전장원 농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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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농노의 하루를 복원하다
- 9~11세기 장원 농민의 생존과 생활
《농노의 생존조건과 생활수준: 서유럽 고전장원 농민의 삶》은 9~11세기 서유럽 고전장원제 아래서 살아간 농민의 삶을 “생존조건”과 “생활수준”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한 연구서다. 저자는 영주직영지 경작을 위해 무보수 강제노동을 수행해야 했던 농민을 고전적 의미의 농노로 규정하고, 그 물적·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사료에 기대어 촘촘히 검토한다.
이 책의 강점은 “삶의 조건”을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기록이 남아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수치와 구조로 복원한다는 점이다. 영지명세장 같은 토지대장 성격의 문헌을 핵심 사료로 삼고, 문헌기록의 빈틈은 고고학 자료와 그림 자료로 메운다. 그 과정에서 자료가 특정 시기와 지역에 몰려 있다는 한계까지 함께 점검하며 논의를 세운다.
책의 구성은 농업생산력, 고전장원제와 생존조건, 가족제와 생활수준의 세 부분으로 이어진다. 경지제도와 토지이용, 농기구와 재배기술, 생산성 같은 농업의 바탕을 먼저 다룬 뒤, 농민보유지와 부역·공납·부담총량을 통해 예속의 작동 방식을 해부한다. 마지막에는 가족의 형태, 가계의 수입과 지출, 의식주 생활을 묶어 “그들이 어떻게 먹고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저자

이기영

동아대학교사학과명예교수.서울대학교역사교육학과를졸업한후동대학원서양사학과에서석사및박사과정을수료했다(문학박사).주요연구분야는서양중세봉건사회의구조와형성및농촌경제이며,여러차례프랑스,독일,미국등지의연구소와도서관에서서양중세사에관한자료를수집하며연구했다.전공에관한수십편의논문이있으며,지금까지단독저서와번역서는다음과같다.
『고전장원제와봉건적부역노동제도의형성:서유럽대륙지역을중심으로』(사회평론아카데미,2015),『고대에서봉건사회로의이행:서유럽농노제와봉건적주종관계의형성및인종문제』(사회평론아카데미,2017),『영주는농노의노동을어떻게수탈했는가?:서유럽의고전적농노노동착취제도』(사회평론아카데미,2023),이르미노저,『생제르맹데프레수도원의영지명세장』(한국문화사,2014),M.블로크저,『서양의장원제:프랑스와영국의장원제에대한비교사적고찰』(한길사,2020),M.블로크저,『프랑스농촌사의기본성격』(사회평론아카데미,2023),B.H.슬리허르판바트저,『서유럽농업사500-1850년』(사회평론아카데미,2023)

목차

머리말
서론

제1부농노삶의물적기초로서의농업생산력
제1장경지제도:개방경지제의발전수준
제2장토지이용의형태와방식
제3장농기구와재배기술
제4장농업생산성

제2부봉건적토지소유제로서의고전장원제와농노의생존조건
제1편농노의기본적생계수단:농민보유지
제5장농민보유지제도
제6장농민보유지의크기
제2편농노의기본적의무와부담
제7장경작부역과수송부역
제8장잡역과공납
제9장농노의부담총량
제3편농노계급의형성과권리능력
제10장결혼관계로본고대적신분제의해체와농노계급의형성
제11장농노계급의권리능력제한과신분세

제3부농노계급의가족제와생활수준
제12장가족제도
제13장농노가계의수입과지출
제14장의식주생활

결론

출판사 서평

농노개념의재정의:무보수강제노동과예속의기준

중세의농노는단순히권리능력이제한된신분범주로만묶이지않는다.저자는농노를“영주직영지경작을위해무보수강제노동을수행하지않으면안되는”예속농민으로잡고,농노제의핵심을생산관계와착취구조에서찾는다.이정의는고전장원제라는토지소유제도안에서농민의노동이어떻게지대로바뀌는지,그전환의고리를선명하게보여준다.
이책이다루는범위는갈리아북부를중심으로한서유럽의고전장원제가지배적이던시기다.저자는방대한주제를한번에붙들기위해오래전부터연구를이어왔고,기존논문들을바탕으로하되자료를보충하고오류와미진함을손질하며원고를새로다듬었다.그축적의시간이텍스트의밀도와단단함으로남아있다.
국내에서중세유럽은정치사나제도사로요약되기쉽다.이책은그틀을“생산과생계”로돌려세우며,역사서술의중심을영주의저택에서농민의밭과집으로옮긴다.농노라는말에덧씌워진막연한이미지가아니라,예속이작동하는구체적장치가무엇이었는지확인하게한다.


생존조건우선의분석:생활수준에앞선생산력·체제의점검

저자는생활수준을말하기전에생존조건을먼저따진다.생존조건은농업의생산력과사회경제체제가함께규정하며,책의구성도그논리를따라농업생산력(제1부)과고전장원제(제2부)를앞세운다.즉“얼마를생산했는가”와“그생산이누구의몫이되었는가”를한데놓고본다.
제1부에서는경지제도와토지이용,농기구와재배기술,농업생산성을차근차근짚는다.제2부에서는농민보유지가영주에게는노동력재생산의수단이고,농민에게는기본생계수단이라는양면성을드러낸뒤,그대가로부역과각종의무가부과되는구조를설명한다.갈이질부역처럼가장힘든작업이수십일에서100여일에이르렀다는서술은“예속”을시간의단위로체감하게만든다.한국에서이책의의의는‘장원제=막연한봉건착취’라는도식을넘어,착취가어떤노동목록과부담묶음으로실현되었는지보여준다는점에있다.
농업기술의수준,토지이용방식,보유지의크기,의무의조합이서로맞물릴때농민의선택지가얼마나좁아지는지읽게된다.그래서이책은중세사를전공하는독자뿐아니라,사회경제사의언어로세계사를다시설명하려는독자에게도기준점을제공한다.


생활수준의질문:생존조건의결과로서의삶의수준점검

제3부는앞의두부분에서다룬생존조건의“결과”로서생활수준을묻는다.저자는생활수준을파악하려면농노가계의수입과지출을먼저분석해야한다고못박고,그뒤의식주생활을구체적으로살핀다.가족단위로생계를꾸린현실을반영해가족제도까지함께다룬다는점이이부분의뼈대다.
결론에서제시되는수치들은이책의문제의식을또렷하게정리한다.농노의노동가운데절반이상,경우에따라3분의2이상이영주에게착취되었다는진술은“부역”이생활의주변이아니라중심이었음을말한다.동시에고전장원제아래서지배적인가족제는부부와자녀약2.5명으로구성된소가족제였고,농노가계의총수입은곡물수확량과축산물을합쳐2,310~6,899리터로추정된다고정리한다.먹고마시는문제에서는농민층이호밀·보리·귀리로만든검은빵이나죽을먹었고,식사때포도주나맥주를곁들였다는설명이이어진다.
이책은고전장원제아래농민의생계가어떤조건에서유지되었는지,그유지가어떤노동과부담을요구했는지,그래서생활수준이어떻게정해졌는지까지한흐름으로보여준다.중세유럽사회경제사연구자와대학원생,세계사수업을준비하는교사,“노동과생계”라는렌즈로역사를읽고싶은독자에게도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