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민족의역사에서‘시민의역사’로
실학·동학에서3·1혁명과좌우합작까지,
한국근대사를‘개벽’의흐름으로다시읽다
한국근대사를국가와민족의관점이아닌개인과시민의관점에서새롭게접근했다.이책은조선후기에서식민지시기를거쳐근대민주공화국으로나아가는한국사의흐름을‘시민의권리와의무’,‘개벽’,‘중도통합’이라는세가지핵심개념으로재구성한다.저자는한국의근대사를단순히봉건사회에서근대사회로이행하는과정이나식민지지배에서벗어나독립국가를건설하는과정으로만보지않는다.개인의자유와인권,시민사회의성장이라는관점에서근대사의흐름을다시읽어야한다고주장한다.국가의독립이곧개인의해방을의미하는것은아니며,식민지에서벗어난많은신생국가가군사독재나권위주의체제로귀결된것과달리한국은시민사회의성장에힘입어민주공화국의길로나아갔다는것이저자의문제의식이다.
한국근대사의중심에‘시민’을놓다
그동안한국근대사의주체를국가나민족,혹은특정정치세력중심으로설명했다면,이책은그이면에서성장해온‘시민’의형성과시민사회의성숙과정을주목한다.저자는조선후기부터신분적평등과국민주권,참정권,지역사회의자치권,시장에서의영업의자유,토지에대한권리와의무등을요구하는새로운사회세력이성장했다고본다.독립협회와만민공동회,동학농민군,국채보상운동과애국계몽운동,신민회운동등에서나타난권리·의무의식의확산을하나의흐름으로바라보면서,조선후기의‘백성’이근대적의미의‘국민’을거쳐시민적주체로성장해가는과정을추적한다.특히저자는‘국민’이라는개념이식민지배과정에서국민징용령·국민총동원령등으로동원과통제의의미를갖게된역사까지짚으며,당시새롭게등장한사회세력을설명하기위한개념으로‘시민’에주목한다.
실학과동학은서로이어져있었는가
2장에서는「다산학과동학사상의연속성」을본격적으로탐구한다.다산정약용의사상에서나타나는‘인’과‘천’의관계를출발점으로삼아다산학과동학사상의연속성을살펴보고,유학과서양문명의접촉속에서형성된새로운사상적흐름을‘제3기유학’이라는관점에서분석한다.이는한국근대화를단순히서양문명이외부에서유입된결과로보는시각에대한문제제기이기도하다.근대적인권과시민의식이외래사상의일방적인이식으로만들어진것이아니라조선후기부터축적된사상적자원과외부문명의만남속에서주체적으로형성되었다는것이저자의관점이다.이러한문제의식은3장의‘개벽’논의로이어진다.
한국근대사를움직인새로운개념,‘개벽’
이책에서가장중요한개념가운데하나가바로‘개벽’이다.
저자는천도교의개벽사상을중심으로대종교의개천·중광사상,기독교의천부인권과민주주의사상등을서로연결해살펴본다.표현과교리에는차이가있었지만,인간의존엄과평등,자유,평화라는방향에서서로만나는지점이있었다는것이다.이러한‘광의의개벽론’은주자학적신분질서와대립하면서개인의존엄과권리를강조했고,일본제국주의의파시즘적지배에맞서는독립운동의사상적기반이되었으며,나아가사회주의의도전속에서는좌우세력의협력과공존을모색하는사상적토대로도작용했다고분석한다.따라서한국근대사는하나의거대한개벽의과정으로읽을수있다는것이저자의핵심주장이다.
동학농민혁명에서3·1혁명으로이어진‘개벽의역사’
저자는동학농민혁명을단순한농민봉기나반외세운동으로만규정하지않고시민의형성과반봉건·반침략혁명이라는관점에서바라본다(4장).27개조폐정개혁안과집강소의실태를분석함으로써동학농민군이제시했던사회개혁의구체적인내용을살핀다.이를통해신분제적질서의해체와권리의확대를요구했던당시사회의움직임을시민사회형성이라는장기적인흐름속에위치시킨다.
5장에서는이러한개벽의흐름이「3·1혁명」으로이어지는과정을집중적으로다룬다.저자는3·1혁명을단순한독립운동을넘어탈식민지해방운동이자민주공화혁명으로규정한다.특히손병희를중심으로한‘개벽프로젝트’를핵심적으로다루면서천도교·기독교·불교·대종교등종교·사상세력의연대,민족대표33인의역할,그리고거리로나선수많은시민들의참여를함께조명한다.
3·1혁명은외부에서주어진것이아니라내부에서준비된혁명이었다
이책이3·1혁명을바라보는또하나의특징은윌슨의민족자결주의에대한기존설명을재검토한다는점이다.저자는윌슨의민족자결주의가3·1혁명의중요한외적조건이었다는사실을부정하지않는다.그러나3·1혁명이윌슨주의의영향을받아수동적으로일어난운동이었다고보는해석에는동의하지않는다.오히려최제우에서최시형,손병희로이어진개벽사상의축적과천도교를비롯한종교·사회세력의연대,그리고독립을준비해온시민사회의내적역량을3·1혁명의중요한동력으로본다.특히손병희가윌슨의민족자결주의가한국에직접적용되기어렵다는현실을파악하면서도이를국제사회에한국의독립의지를알리는전략적기회로활용했다는점에주목한다.즉외부의사상에끌려간것이아니라,내부에서준비한독립운동이외부의조건을전략적으로활용했다는것이다.
민족대표33인보다더넓은시민사회를보라
또한,저자는3·1혁명의주체를소수의지도자에게만한정해서는안된다고강조한다.민족대표33인과거리시위에참여한100만명이상의시민뿐아니라,집에서독립을염원하고성미를내고금주·단연운동에참여하며독립운동을지원했던여성과어린이,노인등훨씬더많은시민들이3·1혁명의기반이었다는것이다.이러한관점에서3·1혁명은특정지도자들의사건이아니라시민사회전체의역량이폭발한사건으로재해석된다.동시에한국의3·1혁명이인도·중국·필리핀·이집트등아시아와아프리카의독립운동에도영향을준세계사적사건이었다는점도살펴본다.
3·1혁명이후다시등장한‘중도통합’의길
6장은「개벽제3파좌우합작운동」을통해6·10만세운동과신간회운동을조명한다.3·1혁명이후사회주의사상이확산되면서민족독립과사회변혁이라는두과제가동시에제기되자,이를결합하려는움직임이등장했다.저자는상하이임시정부의좌우합작,6·10만세운동,여운형의활동,신간회운동을이러한‘중도통합’의역사적시도로해석한다.중도통합은단순한정치적타협이아니다.저자가말하는중도통합은서로다른세력이시민과함께건설적인타협과창조적인절충을이루면서역동적인균형을만들어가는과정이다.따라서한국근현대사를좌우어느한쪽의시각에서해석하기보다중도통합을지향한시민세력이어떻게형성되고역사적위기에대응했는가를중심으로다시볼필요가있다는것이이책의결론이다.
150여년의‘시민개벽’,한국근현대사를다시묻다
이책이궁극적으로주목하는것은동학농민혁명이나3·1혁명이라는개별사건자체가아니다.저자는반봉건,반식민,사회변혁,민주공화국건설이라는시대별과제가서로단절된것이아니라‘개벽’이라는장기적인흐름속에서중층적으로이어져왔다고본다.그리고그과정의중심에는언제나시민사회의성장이있었다고말한다.동학농민혁명에서3·1혁명으로,다시6·10만세운동과신간회운동으로이어진시민적역량은해방이후에도4·19혁명,5·18민주화운동,6월항쟁,촛불등으로이어졌다는것이다.
저자는이러한역사를통해한국의산업화와민주화가비교적성공적으로이루어진배경에도근대이후축적된시민사회의내재적역량이있었던것은아닌지질문한다.결국이책은한국근현대사를‘국가가어떻게만들어졌는가’라는질문에서‘시민이어떻게형성되고성장해왔는가’라는질문으로전환한다.그리고그긴흐름을‘개벽’이라는하나의개념으로묶어,한국근대사의독특한내재적발전경로와시민사회의역량을새롭게조명한다.오늘날한국사회가맞닥뜨린민주주의와사회통합의과제를이해하기위해서도,지난150여년동안축적되어온시민사회의역사를다시살펴볼필요가있다는것이이책이던지는메시지다.
“실패한근대라는통념을넘어,
대한민국의형성과성장을새롭게읽는다”
[근현대한국사새로읽기]7권8책은한국근대와현대를하나의연속된역사적흐름으로읽어내며,오늘의대한민국이형성된과정을다각도로조명하는교양·학술총서이다.우리역사에서근대는종종식민지화와국권상실로귀결된‘실패한역사’로이해되어왔다.이때문에근대와현대를함께조망하는시도는많지않았다.이시리즈는이러한통념을넘어대한제국과독립운동,분단과전쟁,산업화와민주화는물론,시민사회와과학기술,음악과미술에이르기까지한국사회를움직여온다양한역사적동력들을하나의시야안에서살펴본다.
각분야의권위있는연구자들은한국근현대사를정치사중심의서술에머물지않고외교,사상,문화,예술,과학기술,시민사회의성장과정까지확장하여해석한다.이를통해식민주의역사관과냉전적인식을넘어한국사회가축적해온역량과창조성,그리고세계속에서형성해온문화적정체성을새롭게조명한다.『근현대한국사새로읽기』시리즈는격동의역사속에서한국인이만들어온변화와성취의과정을입체적으로탐구함으로써,대한민국의현재를이해하고미래를전망하기위한새로운역사읽기의길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