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전문성과베테랑큐레이터의대중성및내공으로
예술가들의삶과작품에관한감동의기록을펼쳐내다
무엇보다저자는국립현대미술관에서한국작가들의아카이브(편지,일기,사진,노트등)를체계적으로수집·관리하는업무를주도하면서,자료에기반한풍부한스토리텔링이돋보이는전시의가능성을보여주었는데,이책역시그연장선상에있다.다양한아카이브를통해예술가들의삶을입체적으로조명하고직접진행한유족인터뷰,오늘날후손들로이어지는놀라운계보,작가의생애및작품에얽힌숨은이야기등어디에서도들을수없었던진귀한이야기를들려준다.
이책은크게4장으로구성된다.1장은근대기신(新)문화의첨단에있던화가와문인들이장르를넘나드는우정과협업을통해서로의예술세계를성장시켜간과정을,2장은대한민국을대표하는화가들과그들의오늘이있기까지헌신적인배우자이자예술적동지이며후원자였던아내들에대해이야기한다.3장은가장헐벗고참혹했던시대를관통해야했던화가들의파란만장한삶과그속에서도꽃피운작품세계가펼쳐진다.4장은고통과방황을거듭하면서도오로지예술을통해구원받을수밖에없었던화가들의짙고깊은‘운명’을이야기한다.
굳어버린감성과삶의열망을깨우는예술가들의분투와삶의방식
경성최고의잡지를함께만들었던영화감독봉준호와발레리나강수진의외조부박태원과구본웅,39세의주부박완서가펜을들게한화가박수근의묵직한예술혼,세계마저감동시킨예술적동지김환기와김향안,예순까지그림한점팔지못했던한국추상화의거장유영국,포로수용소에서도미술교본을만들어후학을가르친한국의미켈란젤로이쾌대,앞서탐구하는자의고된운명을받아들였던나혜석,자신만의광대한우주를창조했던화가이자어머니이성자,어이없는총탄에스러진비운의천재이인성…….
작가는책을통해예술가들의초월성과위대함을강조하거나,작품의기법이나사조등의미술지식을전파하는데목적을두지않는다.우선생애를조망하며,거기에서비롯된철학과작품간의유기적맥락을선명히드러냄으로써작가들의세계를전체적으로이해하도록안내한다.누구보다인간적인결핍과숱한좌절에도불구하고자기세계를포기하지않았던그들의분투와삶의방식이독자들의마음에가닿기를희망한다.예술가들이대단한점은누구에게라도닥칠수있는시련앞에서도인간의기본과본성에충실했던데있다.‘철저한고독속에서지켜낸예술가의정직한표현’에우리는자신을되돌아보고일상의셈법에뭉툭해진삶의열망을자극받는것이다.
한국근대미술로초대하는지상(紙上)의전시관이자최고의교과서
약400여쪽에달하는책에는200여편의도판과사진을수록했고,150개에이르는주석을통해충분한설명과근거를밝혀두어더심화된관심과공부로이어질수있도록하였다.작가특유의입담과해박한지식을토대로각화가들의인생여정에대한흥미진진한스토리텔링,철학및작품에대한전문가로서의분석이어우러지며마치미술관에서베테랑큐레이터의설명을들으며관람하는듯한생생한재미와감동을선사한다.그과정에서자연스럽게예술적안목과식견을키우고,나아가K-컬처의단단한뿌리를확인하는뜻깊은시간을맛보게될것이다.
이책은미술작품감상을좀더깊이있게즐기고픈사람들은물론,예술사를공부하는학생,전시현장에서대중에게다양한미술작품을소개하는도슨트등일반인과전문가모두에게좋은지침서가되어줄것이다.누구라도책을덮는순간,우리미술에대한거리가한층좁혀지며당장미술관에가고싶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