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18.00
Description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천 번 별이 지고 뜨는 동안 침묵했던 작가 공지영 길을 떠나다
세상의 소란이 아닌 고독의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대면하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기까지, 순례의 시간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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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공지영

1963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과를졸업했다.1988년《창작과비평》에구치소수감중집필한단편「동트는새벽」을발표하면서문단에데뷔했다.1989년첫장편『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1993년에는『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를통해여성에게가해지는차별과억압의문제를다뤄새로운여성문학,여성주의의문을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인간에대한예의』가잇달아베스트셀러에오르며명실공히독자들에게가장사랑받는대한민국대표작가가되었다.
대표작으로장편소설『봉순이언니』『착한여자1ㆍ2』『우리들의행복한시간』『즐거운나의집』『도가니』『높고푸른사다리』『해리1ㆍ2』『먼바다』등이있고,소설집『인간에대한예의』『존재는눈물을흘린다』『별들의들판』『할머니는죽지않는다』,산문집『상처없는영혼』『빗방울처럼나는혼자였다』『공지영의수도원기행1ㆍ2』『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아주가벼운깃털하나』『공지영의지리산행복학교』『딸에게주는레시피』『시인의밥상』『그럼에도불구하고』등이있다.
2001년21세기문학상,2002년한국소설문학상,2004년오영수문학상,2007년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부문),2006년에는엠네스티언론상특별상을수상했으며,2011년에는단편「맨발로글목을돌다」로이상문학상을받았다.2018년『해리1·2』가‘서점인이뽑은올해의책’에선정되었다.

목차

서문

천번별이지다
홍동백,백동백그리고공동백
그가죽었다,고했다
광야에서
너는약속의땅에가지못한다
그가나의이름을불렀다
완전한것은모던한것이고그것은언제나미래이다
친절하라,그어느때라도
누가누가더나쁠까
“이것밖에는길이없어”
무의황홀,사막으로가고싶었다
통곡의벽
나는너에게낙원을약속하지않았다
지금너는어디로가느냐?
“거기그사람이있을겁니다”
비아돌로로사
고통은유혹이다
놓아줌으로써사랑은완성된다
샤를드푸코를찾아서
참된고독속으로
‘깨달은후의빨랫감’
평사리로깃들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누구나한번쯤각자의‘광야’에서야할때가있다
홀로있으라,스스로를대면하라,그리고선택하라

길을떠난작가는요르단암만을시작으로갈릴래아호수,요르단강,쿰란,나자렛,베들레헴,예루살렘등을차례로순례한다.이는지금까지주로유럽의수도원과성지를순례했던것과는전혀다른경험으로,낯선중동의,그것도세계에서가장위험한분쟁지역을방문하게되는것이다.요르단과이스라엘국경은물론,곳곳에세워진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을가르는높다란장벽과철조망,그리고총을든군인들의적의에찬눈빛을마주한다.실제로작가가방문하고난1년뒤인2023년가을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전쟁이발발한다.

느보산의모세기념성당을시작으로예수의탄생이예고된순간부터그가부활하는순간까지의흔적이담긴성소를직접방문해걷는동안,작가는그과정이담긴

성경을묵상하고또그것을자신의삶에대입하여성찰한다.고독,옳고그름,침묵,고통,믿음,친절,사랑,악,변화,고통,성장등보편적인삶의주제를천착하기에,종교에상관없이누구라도깊숙이자기자신을돌아보게한다.

함께순례했던일행이떠나고예루살렘에홀로남은작가는샤를드푸코성인의흔적을찾아나자렛과예루살렘의글라라수녀원을방문한다.화려한세속대신사막의고독을택하고,안정된수도자의길이아닌가장가난하고열악한상황에서오직예수를닮고자했던푸코는,오랫동안작가의영혼을사로잡은대상이었다.그의혁명같은삶을깊이만나고난뒤,작가는긴여정을마무리한다.

평사리에서예루살렘,그리고다시평사리로돌아오는순환의여정은작가가직접촬영한수십편의사진을통해더욱생생하고입체적으로다가온다.솔직한인생고백,고통속에서길어올린깊은깨달음을특유의매혹적인문장에담아내어독자들과나누고진중함속에서도작가만의위트가여전히빛난다.

고통과상실,상처로얼룩진시간,
자신만의광야를밤새헤맨이들에게건네는가슴속이야기

마침순례무렵자신의‘환갑파티’를열어준후배들에게그는말한다.자신이조금이라도성장했다면,그것은그저나이가주는선물이아니라,피눈물흘리는고통을견디고넘어온노력의과정이주는것이라고.나이가든다고그냥나아지는것은없다고.작가는자신을비롯한자기세대에대한뼈아픈반성,지난날자신이지녔던편협함과미숙함에대한반성을통해회복과새로운출발을다짐한다.

순례를통해그는마침내동백나무가죽은잎을떨어뜨리고새꽃잎을피워내듯,자신의죽어있던시간을떨구고다시금일어선다.드라마<토지>의배경이기도했던평사리돌아와,한평생자신의고통을정면으로응시하기위해글을썼던소설가박경리를떠올리며다시펜을든다.

작가는삶에대한달콤한환상을냉정히거둬내고,고요하고담담한목소리로말한다.‘외로움’은단순한고립과단절이아닌낡은과거와이별하고진정한자유로나아가기위한과정임을,“언제라도고통이오면우리는이고통이내게원하는바를묻고,반드시변할준비를해야함”을말이다.오늘도흔들리고치이고,실수하고무너진이들,고통과상실로얼룩진자신만의광야를밤새헤맨이들에게이책은다시한번깊은위로와지혜를전해줄것이다.수많은독자들의영혼을울리며독보적인세계를구축해온‘공지영표’산문의진수를다시한번깊이느낄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서문중에서

사랑하는나의벗들,그분께서나를산과바다로인도하시고고통의낚싯바늘에나를걸리게도하셨다.나는배고픈물고기처럼미끼들을물고아슬아슬죽음을비켜여기까지왔다.우울하고눈물흐르던시간도있었고불면으로쭉이어진새벽도있었다.가장큰후회는더사랑하지못했던것,사랑함을소유로굳혀버리려던것.

이제나는마지막으로찬란한가을볕아래서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받았고사랑했던시간이더많았음을깨닫는것은가을이기때문이리라.여름을떨구는리넨이불처럼나는지난날의나를조용히떨구며생각한다.삶은지중해풍샐러드같아.

죽음을거쳐온사람들,사랑에상처입은사람들,주린이들과배고픈이들,그리고샘물을갈망하는사람들,밤새광야를헤맨사람들에게내책을전하고싶다.그들은,아니어쩌면그들만이이글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그들이나의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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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안해도좋으니까아무일도일어나지않게해주세요.

그렇게기도해도고통은왔고나는선택해야했다”

왜예루살렘이야?나는스스로에게물었다.나도정확히스스로에게대답할수가없었다.하지만그이유가무엇인지는나중에천천히깨닫게되겠지.이건나이가나에게준선물이었다.서두르지않는것.답이언제나그순간에주어지지않는다는것.그리고어쩌면답은없어도좋을지도모른다는것.

그로부터여러날동안아침에깨어일어날때나는나자신을살폈다.예루살렘행을취소할까하는생각은전혀들지않았다.사실50그가죽었다,고했다51나혼자가는것이니얼마든지취소해도상관없었다.겨울이온다고하지만아직정원과텃밭에서할일도많았다.그러나내마음은움직이지않았다.
―<그가죽었다고,했다>중에서

남에게나자신을내어주는일은결코약해지는것이아니었다.그것은어쩌면거대하고힘이센우주혹은신과하나가되는일이었다.그래서성자프란치스코는“우리는줌으로써받고용서함으로써용서받으며자기를버리고죽음으로써영생을얻습니다”라고했던거였다.그래서우리가조건없이무엇을남에게주기로하는순간우리는마치거센대양의조류를올라타는조각배처럼우주의힘을얻게되는것이리라.

내가동백이를위하여내잠과내안락을내어주고뒤척임으로써나는아주잠시이지만이세상의이기심을떠나우주의커다란법칙속으로들어갔고,어쩌면잠시우주와한맥박으로뛰고있었는지도모른다.그래서지난날내가남에게해를끼치고나의이익을고집하면서살았을때,어쩌면작은이익같은것을분명얻고는있었지만이상하게도홀로있는순간한없이외로웠고초라하며무력해졌다는것도기억났다.
―<홍동백,백동백그리고공동백>중에서

저기압이나고기압혹은기압골과같이우리눈에절대보이지않지만필연코존재해서눈이나비혹은햇빛이나바람으로닥쳐오는어떤놀라운힘이내곁에있었다는것을나는한번더깨달았다.나는내마음대로할거야,하면서내키는대로날고움직이고있는줄알았으나실은제트기류를타고동쪽으로동쪽으로날아가고있었는지도모르겠다.아무리뛰어도이지구보다빠른속도일수는없다는것을

알았다고해야하나,부처님손바닥에있는손오공,아니이모든것으로도다표현할수없는경외와전율이나를엄습했다.심지어나는지금말하고있지않나말이다.저광야가매혹적이라고.

나는결국그분의바람대로광야에혼자서있을뿐아니라,서있어보니좋은데요,계속이렇게살다죽고싶어요,뭐이러기까지하고있는것이다.
―<광야에서>중에서

약간깨달은것가지고는삶은바뀌지않는다.대개는약간더괴로워질뿐이다.삶은존재를쪼개는듯한고통끝에서야바뀐다.결국이렇게,이러다죽는구나하는고통말이다.변화는그렇게나어렵다.가끔은존재를찢는듯한고통을겪고도바뀌지않는사람이있는데,대신고통을거부하려고헛되이싸우던그가망가지는것을나는여러번보았다.

그러므로고통이오면우리는이고통이내게원하는바를묻고,반드시변할준비를해야한다.이것은그동안우리가가졌던틀이이제작아지고맞지않음을알려주는것이다.
―<지금너는어디로가느냐?>중에서

“저에게는서울이란온통고생과긴장뿐인도시였는데아주뜻밖의일이었지요.집에갈때가다되어서받는것에익숙하지않은제가조심스레여쭈었어요.‘제게왜이런걸……’하고요.사장님께서웃으시며제게자신의지갑을열어돈을보여주며대답하셨어요.

‘누군가너에게이런걸해주라고이돈을주셨단다.그러니아무염려말아라.’

말도안되는소리였죠.그냥사장님께서나미안해하지말라고하시는소리인줄만알았어요.그래서대답했죠.

‘그런좋은분이계시다니믿을수없네요.’

저는그냥웃으려고했어요.그런데말씀이이어졌죠.

‘그사람이궁금하니?만일그렇다면그게어디든네가가는길에있는성당에들어가보거라.거기그분이계시단다.’”
―<“거기그사람이있을겁니다”>중에서

그러니수많은성인들,수많은현자들이인간세상을떠나사막으로간것이었으리라.거기에는우리감각을미혹시키는배경들이가장최소화되어있기때문이리라.그모든감각을지워버리고나면인간은하는수없이자기자신을만난다.그리고통곡하는것이다.

대답은간단해졌다.마치몇십년만에만난어머니를붙들고울듯이,어쩌면그것보다더간절히그리워하며내밖에서찾아헤매던그사람을만나게되니까.결코잊어버리지않았으나잊은줄만알았던첫사랑의기억과도같은나자신.사람은신의모상을닮게만들어졌으니그나자신속에사랑의원천인신의모습이들어있으니까말이다.인간에게그보다더한그리움이있을까.
―<무의황홀,사막으로가고싶었다>중에서

한때나도아이들에게집착한적이있었다.내가불행했기에더그랬는지도모른다.아이의성적을위해밤늦도록매를때려가며가르치려고한일도있고,사람들앞에서버릇없이굴면가차없이벌을주었다.나중에는엄격함으로는아무것도할수가없다는것을알고방식을바꾸었다.방황하는사춘기아이를위해서그애학교운동장담벼락을돌며몇시간이고기도를한일도있었다.

그러나어느날이런생각이들었다.이게그유명한집착이라는것이구나,이게그유명한,남을내마음대로하고,아이에게내가몸소하느님이되어그애의고유한생김새대로가아니라내가원하는대로하고싶은교만의죄구나,싶었다.내긴긴기도도실은집착의다른포장이라는것을깨닫게된것이었다.그걸깨달은나는몹시아팠다.

마리아가십자가를지고가다넘어진상처투성이아들을보고그자리에서울거나소리쳤다는기록이없다.하늘을향해“제발제아들을살려주세요”하고기도했다는말도없다.그녀는침묵하며아들의길을그저따라갈뿐이었다.그리하여그녀는모성을완성한다.내맘에들지않고이해도할수없고남들보기에도엄청나게부끄럽지만,그러나아들에게아들이원하는길을가게함으로써.
―<비아돌로로사>중에서

어린시절엄마가말하곤했었다.

“자라.자고나면나아있을거야.”

자고일어나면신기하게도많은것이달라져있기도했다.자고일어나면내바지가껑충해지고옷소매가짧아져있기도했다.비단인간에게만그런것은아니어서,하동에와서살다보니자고일어나면아랫집감나무가초록초록했고,자고일어나면길가은행나무가노랗게물들어있기도했다.

해가있어야싹이튼다고생각하지만어둠속에서야말로싹이트고꽃이피어난다는것,이것은정말위대한일이다.그러니까우리는밤에자랐고,고통중에성숙했고,아프고나서야키가반뼘쯤자란것일까.
―<놓아줌으로써사랑은완성된다>중에서

천사가일러준대로그분은거기계시지않았다.그분은살아나셨고우리보다먼저갈릴래아로가셨다.예수가거룩하게변모해서초막을지어서라도머물고싶은타보르산이아니고갈릴래아,권력층이사는예루살렘이아니고갈릴래아,어부들이그물을손질하고물고기가잡히지않아허탕을치고목동들이양을모는그곳,그러니까이곳,걸어가는강아지를낚아채고,욕설을하고싸움이일어나고시비를걸고이시골에서뒷담화해서말도안되는소문을퍼뜨리고폭력을당해간경찰서에서“폭력을당한건아니지요?”라고묻는이곳,여기갈릴래아.
―<‘깨달은후의빨랫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