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월화 세트 (전 2권)

폐월화 세트 (전 2권)

$28.47
Description
미니시리즈 드라마 제작 확정!
조선판 '미녀와 야수' 『폐월화』 개정판 출간
먹물로 그린 듯 검푸른 밤, 꽃 한 송이로 시작된 위험한 거래!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신비로운 고택에서
꽃을 지키는 저승사자 이겸과 일당백 살림구단 최여리가 만났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귀한 붉은빛의 꽃, 폐월화(閉月花).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기에 달조차 얼굴을 숨긴다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 꽃을 지키는 저승사자라 불리는 야차 같은 사내, 이겸.
예기치 않게 찾아온 운명의 밤, 홀린 듯 고택으로 들어가
폐월화를 꺾어버린 침입자에게 이겸은 무시무시한 처벌을 내린다.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네 아이를 취하겠다.
꽃 값은 그걸로 하지.”

어려서부터 어미가 없는 집의 살림을 꾸려온 처지인지라
아비가 벌여놓은 일의 뒷수습은 언제나 그의 딸, 여리의 몫.
실수로 꽃 몇 송이 꺾었기로서니 목숨으로 갚으라고?
여리는 그럴듯하게 선머슴의 모습으로 변복을 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비밀스러운 고택으로 향하는데…….

“초면에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하오나,
꽃 값은 분납으로 드려도 될까요?”
저자

조은담

저자:조은담
바다가좋아남쪽으로이사왔지만정작바다는못보고강을보며글을씁니다.
이강을따라가면남해가있으니까그래도괜찮아,위로하면서요.
달빛이따스하게내려앉은밤,부드럽고청량한바람처럼아름다운이야기가좋습니다.오래도록다정한이야기꾼이될수있다면더할나위없이좋겠지요.

그림:이랑
시선을담다.
인스타그램@rangbi

목차

1권

제1장꽃을지키는저승사자
제2장약조와인지상정
제3장달밤의동행
제4장눈을감아도,귀를닫아도
제5장마음,물이들다
제6장천문화(天文花)
제7장일검과월검
제8장해월각
제9장살고싶어진다,내가
제10장진헌군이겸
제11장불속의연꽃
제12장곤룡포의주인
제13장타버린서고
제14장한양입성

2권

제15장때를기다리다
제16장사가의서찰
제17장월침삼경(月沈三更)
제18장회연에드리운구름
제19장연꽃으로지다
제20장그대나를부르면
제21장눈속에피는꽃
제22장달빛위의발걸음
제23장간택령은없을것이니
제24장꽃비내리는날
외전야수전과오래된화첩
외전얼음심장
외전해와달이된오누이
외전헌화가
작가의말기억이위로가되는시간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높은언덕에서면강너머고택의담장주위가내려다보였는데,그곳에피어있는꽃은세상어디에도없는진귀한붉은빛을띠었다.바람이스치면저들끼리붉은물결을만들어내기도하고,별빛이내려앉으면은은하게반짝이기도하는이상한꽃이었다.그꽃을아는이들끼리는그것을은밀하게‘폐월화(閉月花)’라불렀다.얼마나아름다운꽃이기에달조차얼굴을숨긴다는의미의이름이붙었을까.---1권p.8

“흐힉!어,어이쿠!”
저를겨눈칼끝을본달현은방정맞은소리와함께바닥에털썩주저앉았다.하늘에닿을듯끝이없는검은그림자가날선검을들고달현을내려다보고있었다.
얼굴을가린검은천과묶지않은긴머리가바람에흩날려만들어내는기운이기묘했다.달빛아래에서날카롭게빛나는눈은속을읽을수없어절로사람을움츠러들게하였다.
달현의다리가앉은채로달달떨렸다.
이,이자구나!꽃을지킨다는저승사자가!---1권p.11

“약조는함부로하는것이아니다.그래도분명뭐든하겠다고한것또한너다.하면너는꺾은꽃을대신해무엇을할수있느냐?”
“사,살려만주신다면무엇인들아깝겠습니까?하,하온데제가가진것이없어당장은변변히드릴것이없습니다.일찍이마누라도죽고딸린아이하나와겨우입에풀칠만하는정도여서,그,그래도시간만주신다면어떻게해서든…….”
“꽃값은그걸로하지.”
“예.……예?”---1권p.13~14

놀란여리가눈을번쩍떴다.마지막으로보았던하늘과나뭇잎을뒤로하고누군가의얼굴이시야에들어왔다.순간,바람이여리의곁을스치고지나갔다.
키가무척이나큰사내는검은천으로얼굴을반이상가리고있었다.아무렇게나풀어헤친검은머리카락이바람결에흩날려여리는멍하니눈앞의이를응시했다.
모든것이검다.머리도검고입고있는옷도검고여리를보고있는눈빛도검고곧았다.맑지만서늘한눈빛.---1권p.47

윗옷을풀어헤치고일하는사내들을본것이한두번도아닌데왜이리덥지?
하긴이제껏여리가본사내들의몸이라곤배가두툼하고토실토실살이오른것이흡사박같은몸매가전부였다.본게그것밖엔없으니사내들이란다그런몸을가진줄만알았는데,이곳의나리는달라도뭔가많이달랐다.군살이라곤하나없는,말그대로단단한사내의몸이었다.
“으아아!나지금뭐래니?생각하지마!기억해내려고도하지마.이음탕한머리.지워.지우라고.”
그러나지우려하면할수록기억은더또렷해지는법.여리는오뉴월개처럼흐트러질때까지머리카락을벅벅헤집었다.이것은온전히자신과의싸움이었다.이럴때는기억력도쓸데없이더욱좋았다.---1권p.72

빠진도끼날은나무에누워있던이겸의다리바로윗가지에박혀있었다.저분은왜저곳에서주무시고계시는것이며,도끼날은하필저리로날아갔을까?
바람이불어나뭇잎그늘이살랑거리자이겸의눈꺼풀이귀찮은기색과함께떠졌다.더이상나무위에서잠을잘수없음을예감한이겸이부스스일어나앉았다.
“이번에도제가일부러그런건절대아닙니다만,언제부터거기계셨습니까?”
“내가내집어디에있는것도허락을받아야하느냐?”---1권p.85~86

이지?”
거친손이머쓱해진여리는소매로꼬물꼬물손등을덮었다.
“모름지기일하는사내손이란다그런것이지요.손이고와봐야계집같다는소리밖에더듣겠습니까?”
“흉을보려는것이아니다.그런손이있었기에너와아비가먹고산것이아니겠느냐.그러니흉한손이아니라장한손이다.”
무심한듯무심하지않은이겸의말에여리가반짝시선을들었다.그의작은한마디가여리의가슴에동그란파문을만들었다.---1권p.88

그러나이모든상황이익숙한듯이겸의검은동요가없었다.무심한그의기운을닮은검술은그가아무런이유없이숨어살고있는것이아님을증명하였다.
어둠속에서겁에질린여리의손끝이옅게떨려왔다.고택에서뵌나리와지금의나리는다른사람이었다.
여리는피로물든이겸의검을보며왜그를두고흉흉한소문이돌았는지그제야알게되었다.사람을베면서도서늘한표정에동요조차없는이겸의모습은‘검을쥔저승사자’,바로그것이었다.---1권p.103~104

감각이제법예민하다생각해왔는데밤톨강아지의체향을꽃향기와혼동하다니.혼동이아니라면이것저것일거리를짊어지고다니는녀석이니실제저봇짐안에말린꽃가루가들어있을지도몰랐다.---1권p.108

평생겪을큰일들을다합쳐도모자랄만큼위험한고비를몇번이나넘긴탓에그만전신이쇠약해졌다.그래,그것만큼합당한이유가없다.
나리에게안겼기때문이아니라고애써여리가주문처럼외고또외는데그순간이겸의얼굴에서미끄러진물방울이안겨있는여리의얼굴로떨어져내렸다.
톡.톡.그리고한번더톡…….
물이이토록농염한것이었나?안정은개뿔!---1권p.130

“왜네가…….”
하잘것없는인연이었다.그저골치아픈우연들이얽히고설킨만남이었을뿐이다.그런데도손안의녀석은저를지키기위해기꺼이목숨을걸어주었다.처음얼굴을마주한날도이겸의상처때문에내내주위를맴돌정도로모질지못한녀석이었다.
왜냐고하문하는이겸의말에답할사이도없이여리의다리가접혔다.하얗고말간꽃향이이겸의손가락사이를빠져나가바닥으로풀썩내려앉았다.---1권p.137

○작가의말

―기억이위로가되는시간―

아주오래전,언젠가의겨울에경주에서머문적이있습니다.
늦은밤문득숙소마당으로나갔더니시리고선명한달이기와지붕위로떠올라있는게보였습니다.뽀얀입김이흩어지고,피부는찬기운때문에움츠러드는데기와위에내려앉은달빛이고요하고도아름다워서한참이나머물러있던기억이납니다.
주위는적막하고,옅은바람에머리카락은산들거리고,분명말을할수없는달인데도‘괜찮아,아무런문제도없어.’라고속삭여주는것같기도했습니다.
가끔그렇게시간이멈춘것같은기억이흘러드는순간들이있습니다.그때의기억과더불어당시의시간들이함께떠오를때면그게제겐작은위안이되기도합니다.
아,맞아.그래도그때참좋았지.그게참행복했어.그건또그립다…….
『폐월화』전체를관통하는달빛이미지는그때의기억에서가져온것입니다.제가당시에느꼈던따뜻한감정들을글을읽어주시는독자님들께도전해드리고싶었는데서툰글솜씨라잘표현이되었는지는모르겠습니다.
그렇게사소하고가벼운마음으로시작한『폐월화』가종이책으로세상에나온지도어느덧3년이되었습니다.물론네이버베스트리그에연재되던기간까지포함하면그보다더오래된글이긴합니다만.
첫종이책인쇄후엔긴시간만큼이나많은변화가있었습니다.종이책에서전자책으로,이후웹툰으로도그려져『폐월화』는많은독자님들을만날수있게되었습니다.초판에는외전중에서‘야수전’과‘오래된화첩’만수록되어있는데그글이종이책출간을기념한것이었기때문입니다.그다음하나씩추가된외전들은전자책출간,웹툰출간을기념했던글들인데이번개정판에서함께담아볼수있게되었습니다.
변화가있을때마다추가한외전이라고는하나어쩌면그이야기들은제가궁금했던이야기였는지도모르겠습니다.겸이와여리가달이다섯개뜨는곳으로가자던약속을지켰는지,작품내내욕을먹었던이흔에게도다른모습이있진않았을지,서래댁과동아,무영은또어떻게지내고있는지같은것들말입니다.
마지막외전‘헌화가’는제목에서눈치채셨겠지만향가헌화가관련설화를차용했습니다.절벽에핀아름다운꽃과그것을꺾어주는존재라는설화속설정이어쩌면폐월화라는꽃의시작도그러하지않았을까……라는느낌을주었습니다.‘겸이와여리가기억하는것보다도훨씬더오래전,두사람의인연은폐월화의처음과닿아있었다.’와같은이야기는외전을읽어주시는분들이없었더라면세상에나오지못했을겁니다.감사합니다.
그런생각들을합니다.많은우연과행운과다행들이이글에생명을불어넣어주었다고.
이이야기를인터넷에올려야겠다고생각했던우연,많은독자님들이글을읽어준행운,좋은출판사를만나게된다행이지금의『폐월화』를만들어주었습니다.혼자였으면불가능했을일들이좋은분들께서마음을더해주시고함께해주셔서비로소빛을보게되었습니다.
이제『폐월화』의시간은멈추었기에더이상의외전이더해지는일은없습니다.그래도저는가끔,아주가끔밤하늘을올려다볼때주위를신비롭게물들인달빛을보게된다면겨울의그밤과더불어한번씩폐월화가떠오를거같긴합니다.
이겸도,여리도,서래댁도,동아도,무영도,그리고이흔도읽어주시는여러분들이있어내내행복했을겁니다.이이야기가저에게도그랬듯누군가에겐그리운기억이,따뜻한위로가되었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