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지속과 소멸의 이중주

기억: 지속과 소멸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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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잊어도 괜찮아, 잘못 기억해도 괜찮아
잊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치유와 위로의 인문학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더 적은 것만 잊으려 애쓴다. 어제와 오늘을 연결해주는 기억의 지속과 그 오작동인 기억의 상실, 곧 망각은 늘 기억과 한 쌍을 이루는 존재다. 기억은 일상에서의 건망증이나 병증으로서의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서 알 수 있듯 의학에서도 주목받는 동시에, 인격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만큼 기억상실 소재가 문학과 영화 등의 극예술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모티프로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 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의 발달로 모든 것을 어디에서나 기록할 수 있게 된 요즘, 망각이나 착각과 같은 기억의 오작동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잘못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과연 망각은 제거해야 할 나쁜 대상일까?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에 천착해온 영문학자 서길완은 망각이 기억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억할 것을 더욱 잘 기억하게 해주는 상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서길완

건국대학교영어영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건국대학교몸문화연구소연구원으로활동하고있다.연구의주된관심은트라우마와치유의문제다.이와관련해서「글쓰기치료와실천적증언으로서의자전적질병서사:오드리로드의«암일기»를중심으로」,「트라우마의치유적,창조적인재전유:트라우마회고록의가능성으로서오드리로드의«자미:내이름의새로운철자»」,「도래하는과거를수용하는트라우마의능동적인방편」등의논문을발표했으며,«기억과몸»,«그로테스크의몸»,«애도받지못한자들»,«폭력의얼굴들»,«우리는가족일까»,«내친구를찾습니다»,«문학,치유그리고스토리텔링»을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며
기억강박시대의풍경

1장기억과의전쟁
기억과의사투
신비로운기억능력?
기억의역습
과거와의사투가벌어지는현장들

2장기억의누수와복원
기억의가치
과거의경험,꼭그대로‘리콜’돼야할까?
트라우마와외상후스트레스장애
외상으로인해초래된기억장애와마주할때,우리가알아야하는것들
트라우마적기억을다루는어려움

3장누수된기억을어떻게통합할것인가?
트라우마적기억과간접적트라우마
기억해야비로소잊을수있는기억
내과거,내손으로‘포샵’하자

4장망각의가치,그필요성
무엇을잊어야하는가?
기억하는능력만진화한다면?
디지털기억감시시대의위험
나를잊어주세요:모든것을기억하는사회
기억과망각의시장
망각의시장을움직이는보이지않는손

나가며
망각해도괜찮아,다시기억하면되니까
기억의날실과망각의씨줄

인명설명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토탈리콜’이라는환상과기억강박의시대,
망각에대한오해를풀다

저자는망각과기억이지닌각각의중요한역할을제시한다.먼저불필요하거나아픈상처를잊음으로써살아갈수있도록돕는망각의역할과반대로잊어야만살아갈수있는충격적인기억을마치다른사람에게이야기를들려주듯새롭게기억하여지금의자아를단단하게만드는‘서사적기억’으로서의기억의역할이다.두관점에서독보적인존재감을선보이는것은바로‘아픈상처’이자‘충격적인기억’인트라우마적기억이다.
기억강박의시대는무엇이든더잘기억하고잊지않는것이중요하다고말하지만,발자크의중편〈아듀〉는기억하는것만으로도자아를해치는기억이존재함을알려준다.본디귀부인이었던스테파니는전쟁통에남편이사고사하는장면을두눈으로똑똑히지켜보고본인은적군에나포되어2년간성적유린을당했다.이심대한고통을마주한그녀의자아가택한것은그끔찍한기억과함께모든것을잊는것이었다.스테파니의옛연인필리프가‘아듀’(영원한안녕)만을외치고다니는광인이된스테파니를되돌리기위해다양한방법을시도하여그녀에게모든기억을되찾게했을때,스테파니는진정으로안녕을고하고심장이굳어죽어버리고만다.이렇듯자아를위협할정도로끔찍한기억도,생존을위한망각도존재하는것이다.
그러나현실의사람들은트라우마적기억들을그저기억속에묻어놓을수만은없다.여기서저자는임상심리학자피에르자네의유명한치료사례들을소개하면서,심지어신경증을불러일으키기까지하는트라우마적기억들에올바르게대면하는것이그극복에중요함을시사한다.이때기억에대면하는방법으로‘서사적글쓰기’를제시한다.자신의성폭력경험을토대로《이야기해그리고다시살아나》를쓴사회학자수잔브라이슨과,유방암에걸려유방절제술을받은이후사람들의반응으로입었던깊은상처를극복해나가는《암일기》를쓴시인오드리로드의사례를든다.두사람은모두과거의충격으로인해생긴트라우마적기억을글쓰기를통해서사적기억으로전환하여극복한대표적인사례다.내기억을다른사람에게도보일수있는사연으로구체화하는서사적글쓰기는수잔브라이슨에게처럼닥쳤던일이무엇인지정확히깨달을수있게하고,오드리로드에게처럼사건을재구성하고그에대해지금의관점에서평함으로써트라우마를유발한상대에게사후적인복수를가한다.저자는트라우마를유발한과거와대면함으로써과거의고통을잊을수있다고설명한다.

디지털파놉티콘의시대에는
완벽한기억이망각보다큰위협이된다

익명으로이슈가된인물에대해서금세‘신상’이털려대중들에게공공연하게,혹은은밀하게공개되는현실에서알수있듯지금의가상공간에는개개인에대한정보가,그것도SNS처럼스스로의손에의해소상히노출되고있다.자신이쓴논문에수십년전마약류환각제흡입경험을기록한것이적발되어미국국경에서입국을금지당한캐나다인이나SNS에음주사진을올렸던것때문에교원자격시험에서탈락한사례를보자면자연스러운망각이이루어지지않는디지털공간의기억이개개인이현재를살아가는데에영향을끼칠수있음을알수있다.근래우리사회에서불법촬영으로인해여성들이기나긴고통을받는현실또한하나의참담한사례가된다.바야흐로디지털파놉티콘의시대인것이다.
트라우마와같은특수한상황이나디지털시대의외부기억과같은은유적인것이아니라도,실제로모든것을완벽히기억하는것은일상생활에크나큰지장을안긴다.알렉산드르루리야가《모든것을기억하는남자》에서기록한연구대상S를비롯해완벽한기억력을선보인사람들은외부의자극에연관된기억들이과다하게머릿속으로흘러드는탓에현재를온전히살아가지못한다.망각능력이인위적으로제거된실험쥐가실재하지않는기억속생존의위협에고통받다죽어간것처럼,무조건많이기억하는것과삶의풍요는오히려완전히상충한다.그럼에도사람들은망각시장의상술에넘어가젊은시절의기억력을되찾기위해두뇌트레이닝을하고기억능력을증진한다는미신을믿고보조제를산다.

온전하지못할때에더욱빛을발하는기억과
기억해야할것을돋보이게하는망각에관한고찰

망각은이성의부족이아니라삶에필요한것이며삶을가능하게하는원동력이라고말한니체의말에서처럼더많은기억이아니라적절한망각이삶의풍요를가져다준다.또다른기억의오작동사례인착각이기억에무의식이원하는바를덧입힌것임을생각한다면,있는그대로의객관적기록이아니라망각과착각이작용하여적절히취사선택된기억이진정한나의기억이된다고볼수있다.망각이나착각이잘못이라기보다자아정체성을보존하기위한트릭이되는것이다.
고대그리스의트로포니오스신탁소에서는신탁을잘기억하기위해이전의기억을잊는다는의식으로서망각의여신의이름을딴‘레테’의강물을마신뒤기억의여신의이름을딴‘므네모시네’의강물을마셨다고한다.마르셀프루스트는유명한마들렌일화를통해망각의심연에서불현듯떠오르는기억의아름다움을이야기하며‘비자발적기억’을제시한바있다.기억은무조건더많이하는것에그미덕이있는것이아니라,망각의체에걸러져서더욱가치있는것으로거듭나야하는것이다.이에저자는‘기억의날줄’과‘망각의씨줄’이적절히교차되어야우리의정체성과그것을둘러싼세계라는옷감이알맞게짜일것이라고이야기한다.망각을막연히두려워할것이아니라,잊어도되는것을잘잊음으로써더풍요로운기억을일궈낼수있을것이다.

한번읽으면결코배신하지않는반려인문학
은행나무출판사〈배반인문학〉시리즈출간!
인문학의효용은궁극적으로나에대한관심,나다움에대한발견에존재한다.또한인문학은스스로성숙한삶을살아나가는데있어근본의힘을제공한다.〈배반인문학〉시리즈는이처럼‘나’를향한탐구,지금나에게필요한질문과그것을둘러싼사유를제공하기위해기획되었다.지금나는무엇을보고,어디에서있으며,무엇을향해나아가고있는가?현대철학과사회의화두인‘몸’을매개로인간과사회의관계를연구하는건국대학교몸문화연구소필진은이질문에답할수있는키워드를선정해,일상속인문학적사유를쉽고명료하게펼쳐낸다.내삶을더욱풍요롭게해줄〈배반인문학〉의다채로운사유의항해에몸을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