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이성아 장편소설|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밤이여 오라 (이성아 장편소설|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14.00
Description
밤에 굴복하지 않는,
밤과 맞장을 뜨면서 이겨내는 위대한 영혼들의 서사!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제주4·3평화문학상이 제9회를 맞아 3년 만에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이성아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를 선정했다. 수상작인 《밤이여 오라》는 국가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그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내전과 인종청소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와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인 제주4·3을 동시에 공명시키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국가폭력에 대한 역사적 질문을 좀 더 폭넓은 문학적 시선으로 옮겨놓았다.
제주 4·3에서 시작해 발칸에 이르기까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어온 국가폭력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혹은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어왔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각자 감당해온 아픈 시간 앞에서 외면해왔던”(소설가 정지아) 희생자의 고통에 대해 감각하게 된다. 전쟁 트라우마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가족,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젊은 사람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총살 당한 아내를 평생 잊지 못하는 남편, 한순간에 평범한 유학생에서 간첩단사건의 일원으로 둔갑된…… 작가가 그려내는 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시대의 비극을 외면해왔고 등한시했던 현재 그들의 처절한 생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국가폭력을 분노와 탄식만으로 결론 짓지 않는다. 치유와 화해의 시각으로, 참극의 슬픔이 이해와 연대로 바탕 될 때야 비로소 우리는 그 폭력을 온전히 멈추게 될 수 있게 된다고, 국가폭력의 희생과 피해에 대해 답하고 있다.
저자

이성아

1998년단편소설〈미오의나라〉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가마우지는왜바다로갔을까》로2014년세계문학상우수상,단편소설〈그림자그리기〉로2018년이태준문학상,장편소설《밤이여오라》로2021년제주4ㆍ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태풍은어디쯤오고있을까요》《절정》을펴냈다.

목차

차례

프롤로그-하얀성전7

길위의연인들-자그레브13
어제도착한세상-마르부르크47
하얀요새의도시-베오그라드71
그들은모른다-서울87
배회하는유령들-비셰그라드117
국경검문소-몬테네그로137
빈방-서울145
팬텀코멘더-보이보디나159
잃어버린고향-부코바르172
스위트컴즈레이터-자그레브180

에필로그-지금,여기195

작가의말207

출판사 서평

역사적안목과함께문제의현재성,당대성에대한감각도예민하게유지하고있다.무엇보다지성과사유의힘이느껴지는세련된문장,발칸의땅을떠도는한여인의우수와고독을전하는깊은감수성의언어가돋보인다.
_‘심사평’중에서

삶이이토록슬프도록
신은도대체뭘하고있었을까

2015년가을,독일어번역가변이숙은자신이번역한작품의저자,마르코의초대로크로아티아의수도자그레브로향한다.마르코는독일어로소설을쓰는작가였고이미중국에서열렸던번역포럼에서인사를나눈사이였다.웬만하면저자와거리를두는게번역가의습관같은것이었으나발칸반도로의초대라는말에자신도알수없는기운에빨려들듯응하고만것이었다.20년만이었다.독일에서의짧은유학생활.그뒤로는단한번도이방향으로는관심도갖지않았었다.마르부르크의잿빛하늘,작은스튜디오에서의생활.대학동아리선배이자동거인현기표.아마도그것때문이었으리라.기표는한국에계신아버지환갑잔치에다녀와다시독일에돌아오면발칸반도로함께여행을가자고했었다.독일에서발칸은그리멀지않았기에.

“나는그녀를피해서사진을찍었다.어느순간그녀와눈이마주치자그녀가나에게다가왔다.그녀는화를내고있었다.지금까지네가사진찍는걸지켜보고있었는데,누구에게허락을받았느냐?그것은몹시언페어한일이라고,언성을높이며호통을치더니사라졌다.갑작스럽게벌어진상황에벌에쏘인듯정신이혼미해졌다.

여기서무얼하고있느냐?그건언페어한일이다.”
-본문43쪽

홀로독일에유학와우왕좌왕했던자신의모습을떠올렸던걸까.변이숙은안타까운심정으로기표의이국에서유학정착을도왔다.강좌를소개해주고,삶의세간살이를거들어주었다.처음에는대수롭지않았으나,그는점점변이숙의마음에틈을비집고들어왔다.집문제로어려움에처한그에게변이숙은자신의집에들어와같이지내자고했다.기표는약혼자가있다고처음부터말했었다.하지만그들은음악을고르고함께먹을음식을요리했다.좋아하는음악이같은게뭐그리대단하다고호들갑을떨어댔다.자주웃었고쉬지않고떠들었다.알게모르게자꾸부딪치고있었다.그리고서로마주보고있다고느낀순간,입술이닿았다.

“너는누구니?
나는너에게누구였니?
그대로덮어버릴생각도했다.나자신을속이는것은내게익숙한것이었다.
그럼에도안되는게있었다.
보이지도않고형태도없던것들이부득부득되살아나발을걸었다.마음을연다는게대화가통한다는게무엇인지비로소알게해주었던,대책없이나를따뜻하게감싸던말들.말은비눗방울처럼둥둥떠다녔다.나는비눗방울에걸려넘어졌다.
그때누나라고부르던상운이떠올랐다.

형이안기부에끌려간것같아요.”-본문69쪽


빨치산의가족.빨갱이의자식.숱하게들어왔지만함부로입밖으로꺼내본적없는말이었다.토벌대사이에서주인집자식을찾아내칼부림을했던,그래서산으로들어갈수밖에없었던자신의뿌리에대해그녀는그누구에게도말할수가없었다.무장해제된건기표때문이었다.기표앞에서는그녀는그무엇이든말하고싶었다.기표가걱정되었다.돌아온다는소식이없었다.그래서그녀는무작정한국으로돌아가야했다.귀국했지만공항에서안기부에끌려갔다.북한에몇번이나갔어?그낭떠러지같은말을왜내게묻는것인지.알고지낸독일교민들이북한공작원이란이름으로둔갑되어있었고,기표또한마찬가지였다.안기부에서나는북한공작원을돕는애인,약혼자가있는간첩의애인으로되어있었다.회유와협박,공포와공감으로되풀이되는수사기법들에몸과정신이점점잠식되어갔다.그녀는버텼다.자신이버텨야만기표를살려낼수있다고생각했기에.하지만그렇게버틴탓에그녀뱃속에있던어린한목숨이스러졌다.

“톰의가족에게최초의비극은내전에끌려간형의전사소식이었다.그러나형의유해보다세르비아군이더먼저그의마을에도착했고그의아버지가죽임을당했다.그러나사실,그들은톰의아버지도형도아니었다.남편이드리나강의다리에서뒤통수에총을맞고죽은후,그의아내가세르비아군인들에게윤간을당해서태어난아이가톰이었으므로.
“강간은전쟁의역사만큼이나오래된전략이지.특히전선이민간인지역으로확대되면집단윤간은내부결속을다질뿐아니라굳이총칼을들지않고도마을을점령할수있는무기거든.그어떤화력의무기보다효과만점이지.집이고뭐고다버리고도망가버리니까.게다가그들이우월하다고믿는씨도뿌릴수있잖아.그토록우월감에넘치는민족이라니.그게바로나야.””-본문131쪽

또다시국경이었다.강을마주하고세르비아와크로아티아가땅을나눴다.마르코와함께북토크에참석하기위해세르비아의보이보디나,부코바르를차례로여행하고있었다.브코바르는마르코의고향이었다.그곳에는학살이있었다.2천여명이사살되었고8백여명이실종되었다.마르코의가족또한그참극을겪었다.몰살당했을수도있었다.마르코뿐아니라부코바르에는마르코와같은수많은마르코들이그곳을빠져나오거나여태그곳에서현재의삶을살아내고있었다.말해주지않고설명해주지않으면그런참극이일어났으리라고는상상조차할수없는장소였다.높이치솟은추모비와그너머반파된건물이증거가되었다.거리곳곳에는총알자국들또한그대로남아있었다.주민들을한곳에몰아넣고집단학살한창고는기념관이되었다.

“취조실에서부터시작된이명증세와악몽은출소후에도이어졌다.악몽은종종환각을불러왔다.발작처럼착란에빠지기도했다.착란속에서나는마르부르크에있었다.나는기표를기다리고있었다.텅빈우체통을들여다보면거기오도카니앉아있는내가보였고,길거리에세워진자전거를내것인양타고달렸다.수많은내가여기저기에서기표를기다렸다.내가너무많아서기표가길을잃을지모른다는생각에조바심쳤다.때로는맹렬하게도망치고있었다.나는쫓기고있었고숨을곳을찾았다.마침내숨었다고생각한곳이갑자기광장처럼탁트이는가하면감옥처럼사방이막히기도했다.”-본문147쪽

제주4·3에서발칸에이르기까지
여전히끝나지않은고통의신음이세심하게공명한다

그어느때보다평화롭고풍요로운시대를살아가고있지만세계곳곳에서는여전히폭력이발생하고있다.정의와국가라는명분아래자행되어왔고,그폭력의피해와희생은고스란히무고한시민들이받아내었다.소설속크로아티아의마르코,서울의변이숙같은인물들이어디그들뿐이겠는가.소설은우리가등한시해온,외면해왔던피해자들을기억하라고,국가폭력에대해인식하고사고하는방법을달리하라고주문한다.탄식하고분노하는일과함께피해자를이해하고인정해야만우리는좀더큰질문으로폭력에대항할수있다는것을.

[심사평]

《밤이여오라》는내전과인종청소의참혹한시간을통과해온발칸반도의역사를한국현대사의국가폭력에연루된개인의비극적이야기와세심하게공명시키면서국가폭력에대한질문을좀더넓은시야로성공적으로옮겨낸다.무엇보다지성과사유의힘이느껴지는세련된문장,발칸의땅을떠도는한여인의우수와고독을전하는깊은감수성의언어가돋보인다.쉽지않은소설적구도임에도이음매를잘다독이고간추렸다는평도있었다.전체적으로큰무리없이폭력에대한탄식과분노의이야기를치유와화해를향한섬세하고고독한내면의분투로잘감싸고있다는데심사위원전원은흔쾌히동의했다.당선자에게축하를전한다.

-심사위원임철우방현석정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