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들 2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5

나의 아이들 2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5

$18.00
Description
‘약속된 땅’을 향한 갈구와 좌절
핏빛 어린 정치 현실을 매혹적인 동화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감수성

빅북 어워드·프랑스 외국소설대상 수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후보·유럽문학상 후보
세계적인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추천을 받고 러시아 문학계뿐만 아니라 세계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신예 작가 구젤 야히나.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나의 아이들》(전 2권)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전작 《줄레이하 눈을 뜨다》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북 어워드’를 수상했고, 프랑스 외국소설대상 역시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작가의 이름을 알렸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언어의 마술적 사실주의로
스탈린 시대의 억압적 현실을 묘파한
보편적 깊이의 대서사

소설은 1920년대부터 1930년대의 소련의 볼가강 유역 독일인 자치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독일계 러시아인인 마을 선생님 야코프 이바노비치 바흐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독일어와 러시아어 말하기, 쓰기, 읽기, 산수를 가르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우도 그림이라는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그나덴탈 선착장으로 가자 뱃사공 카이사르가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집에서 그림은 바흐에게 그의 딸 클라라의 가정교사가 되라고 제안한다. 병풍의 가림막을 사이에 둔 채로, 둘은 낭송과 문학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 바흐는 클라라의 집이 있는 볼가 저편의 음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싫어하지만, 결국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는 딸 안체를 낳은 뒤 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바흐는 이야기를 쓰며 딸 안체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바흐에게 이야기를 쓰도록 강요하는 마을의 당 지도자 호프만과 갑자기 그의 집에 뛰어든 떠돌이 바시카 등과 얽히는 한편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사적 격변, 특히 독소전쟁은 독일계 러시아인인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데…….
《나의 아이들》은 독일의 고전 동화에 대한 여러 언급으로 가득 차 있으며, 바흐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서 친숙한 동화와 신화의 특징들을 발견한다. 러시아 내전(1917-1922), 기근(1932-1933), 스탈린의 집단농장화 정책(collectivization) 등 그 당시 볼가 지역의 역사적 사건들이 그의 삶을 뒤튼다.

저자

구젤야히나

GuzelYakhina,1977~
러시아중부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의수도카잔에서태어났다.현재모스크바에거주중이다.2015년데뷔작《줄레이하눈을뜨다》가러시아최고문학상‘빅북어워드’와‘야스나야폴랴나문학상’을수상한데이어‘올해의책’과‘독자대상’에선정되었으며,30개국언어로번역되면서전세계에이름을알렸다.두번째소설《나의아이들》역시‘빅북어워드’와‘프랑스외국소설대상’을수상하고‘메디치외국문학상’최종후보에오르면서류드밀라울리츠카야에이어현대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여성작가로떠올랐다.

목차

제자·7
아들·137
아이들·311

에필로그·406
야코프이바노비치바흐의달력·409
작가의해설·410
감사의말·415
옮긴이의말·418

출판사 서평

‘약속된땅’을향한갈구와좌절
핏빛어린정치현실을매혹적인동화로
디아스포라문학의새로운감수성

“나의아이들이여!그대들은이제러시아의아들딸이다!우리의든든한날개아래로오라!우리가그대들을보호하고아들딸처럼보살펴주겠노라!”_1권31쪽

18세기러시아의예카테리나대제는러시아제국신민이되는동시에본국의언어와문화를유지하며러시아땅에서농사를지을수있도록약속하며독일인들을초청한다.2세기가흐르고러시아사회주의혁명이후볼가독일소비에트공화국이설립되지만1941년독일군의침공으로붕괴되고,그해9월볼가독일인들43만여명이시베리아와카자흐스탄의수용소로강제이송된다.

독일의고전동화는이소설의주요은유이자소련시대의동화를이야기하는하나의방식이다.매혹적인동화가잔인하고끔찍하고피비린내나는현실로다가온다._작가의말

볼가강왼쪽작은독일식민지마을인그나덴탈.교사바흐의지극히평범했던삶은볼가강오른쪽숲속외딴집에사는클라라와사랑에빠지면서완전히바뀌게된다.클라라의집에서시간의흐름과관계없는두사람만의삶을꾸려가는동안마을은러시아내전과기근이라는역사의파괴적인변화를겪고있었다.

그는이곳의변화가세월의흐름에기인한것이아니라전쟁의상흔에기인한것임을깨달았다._1권152쪽

이거대한역사의흐름에서비켜날수없었던두사람역시비극적인사건을겪게되고,클라라가딸안체를출산하고사망한다.동시에‘볼가독일소비에트공화국’이선포된다.슬픔에빠진바흐는말을잃고죽음을생각하지만클라라를닮은,결국자기자신을닮아가는아기를위해헌신하는삶을살아간다.

시적이고몽환적인언어의마술적사실주의로
스탈린시대의억압적현실을묘파한
보편적깊이의대서사

볼가독일소비에트공화국에속하게된그나덴탈에당지도자로부임해온독일북서부광산출신의꼽추호프만은마을을변혁해사회주의혁명의과업을완수하고자애쓴다.한편바흐가딸안체에게줄염소젖과식량을얻기위해호프만의요청에따라쓴100편의옛날이야기는기묘하게도그나덴탈의현실을구현하게된다(“한편바흐가쓴일들이실제로일어나고있었다”).

그는양철말을타고능숙하게운전하는트랙터운전사들을보면서트랙터의측면에쓰인‘난쟁이’라는검은글씨가보일때까지그자리에서있었다.바흐가지난주에호프만에게가져다준옛날이야기역시〈난쟁이이야기〉였다._2권34쪽

이후그나덴탈과그주변지역은‘난쟁이’트랙터도입과폐지,예카테리나대제청동상철거,광신적이고모호하며궁극적으로비극적인인물인호프만의죽음에이르기까지수년간심대한변화를겪으며활로를모색하다가스탈린정권의박해로무너져내리고만다.바흐는이러한치명적인격변으로부터안체를보호하기위해숲속외딴집에계속고립되어살기를원하지만,예기치않게떠돌이바시카가나타나함께살게되면서그동안말을하지못했던안체에게러시아어를가르친다.아이들은새로운삶을위해바흐의곁을떠나가게되고,그는그저계속사랑할뿐이다.

이제그가할수있는일은무엇인가?그는자신의아이들을사랑할뿐이었다.먼발치서그들을사랑하는것.보지않고도사랑하는것.자기목소리를지금까지단한번도들은적이없고앞으로도못듣게될아이들을사랑하는것.그가모르는언어로말하는아이들을사랑하는것._2권323쪽

소설에는‘지도자’(레닌)와‘미래의지도자’(스탈린)를묘사하는몇개의장이삽입되어있다.특히거인으로묘사된‘미래의지도자’의포크롭스크(볼가독일소비에트공화국의수도)방문장면이나소련령독일식민지를놓고독일총통(히틀러)과대결하는사건을은유하는당구경기장면,1930년대대숙청의끔찍한현실과교차해보여주는굶주린개들을죽이는장면등은“20세기가장거대한비극에갇힌개인”들의고통스러운삶을여실히드러낸다.

작가는시적이고공감각적인언어로늦가을에맺히는서리부터봄에깨지는얼음까지계절에따른자연의소리,맛,냄새,색채를정확하게전달한다.동시에잔인한현실을매혹적이고환상적인동화로구현함으로써마술적사실주의경향도띤다.이는소설의또다른주인공인볼가강의묘사에서도잘드러난다.볼가강은모든바람(20세기초역사의폭력적이고고통스러운바람)에개방된스텝지역과숲에의해보호되는산속세계를분리하면서은둔을허용하는일종의화신으로,역사속에사라져간모든이들의기억을고스란히보존하는저장소이기도하다.

몰랐다면무엇을몰랐을까?이물이죽음으로가득찼다는사실을?아니면강바닥은시체로가득차고물은그들의피와죽기직전에그들이내뱉은저주로이루어져있다는사실을?아니면반대로이곳이생명으로가득차있다는사실을?넘치는생명으로인해그들이인생여정을끝내고나서도마치살아있는것같이잘보존돼있다는사실을?_2권401쪽

“러시아의위대한소설전통은아직끝나지않았다”는평가에걸맞은이놀라운소설은한인물의영웅적인행동,한계를모르는사랑과희생에대한가슴아픈서사시로서,어두운절망과아픔에건네는따뜻한위로와위안이될것이다.

작가의말

“독일볼가지역의밝고독창적이며살아숨쉬는세계,한때이방인이타국에서만들어냈지만지금은과거에사라진세계에대해이야기하고싶었다.하지만위대한사랑이우리마음속에두려움을만드는동시에두려움을극복하는데어떻게도움이되는지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

옮긴이의말

“『나의아이들』은먼지가잔뜩쌓인궤짝속이야기가아니라현대에도여전히진행중인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