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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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근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살아낸
제주 여성운동가의 꿈과 좌절을 담은 논픽션의 정수!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이 책의 양경인 저자는 제주4·3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던 1987년부터 5년 동안 끈질긴 채록과 집요한 취재를 거쳐 제주 여성운동가 김진언의 삶을 복원해냈다. “내가 죽으면 발표하라”는 김진언 할머니의 뜻에 따라 20여 년 만에 펴내는 그녀의 생애는 해방 전후 여성운동의 공백을 메우는 소중한 기록이자 시대의 비극에 온몸으로 저항한 한 인간의 이야기다.

제주4·3 사건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군부 독재에 가려져 수십 년 동안 이야기되지 못했다. 잔혹한 국가폭력은 ‘애국’이라는 명분과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정당화되었다. 저자는 이데올로기와 낙인을 걷어내고, 단단한 꿈과 희망을 지닌 한 여성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해방을 찾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나아가 그 시대 제주 사람들이 품었던 열렬한 소망과 깊게 드리운 상처를 제주4·3의 현장에 있었던 민중들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제주4·3이 좌절된 최초의 통일운동이자, 봉건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었던 여성운동이었음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저자

양경민

1959년제주에서태어났다.제주4·3연구소의창립멤버이며,현재4·3평화인권교육전문강사로활동하고있다.재경제주4·3희생자와유족증언조사책임연구원,제주4·370주년신문편집위원장을맡는등제주4·3을알리는일을하고있다.공저로는『이제사말햄수다』,『4·3과여성』이있고,『선창은언제나나의몫이었다』로제9회제주4·3평화문학상논픽션부문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

1부김진언제주4·3여성운동가의생애
1제주에서의활동
2제주를떠나다
3북한,무계급사회의계급
4다시교도소에서
5제주로돌아오다

2부박선애·박순애대담:사회주의여성운동가에서통일운동가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해녀의권리를위해싸우던당찬해녀,김진언
새로운세상에대한꿈을꾸다
김진언할머니는열세살에물질을시작했다.아침에배를타러나갈때면늘앞장서서선창을하던당찬해녀였다.“앉은뱅이도일어서춤춘다”는말을들을만큼노래를잘했다.남다른풍채와궂은일에도솔선하는성격덕에일찌감치해녀들의권리를지키는부녀회의총무를맡았다.낮에는어업조합사람들을상대하고밤에는배를타고나가해녀들이캐온해산물을지켰다.

그때우리부락에서부녀회를만들었는데,조직이셌다.동네여자가죽으면행상을메어서공동묘지까지는못가도신작로길건너까지는여자들이다옮겼다.사촌고모님이부인회회장이고우리어머님은부회장,나는총무를맡았다.어머니,사촌고모,내가옆구리딱해서나서기시작하면남자들이아무소리도못했다.고모님이일하다비위가틀어져서베구들동산에가“이쫄장부같은놈들다나와라”하면남자들이발발떨며맥을못추었다._본문23~24쪽

부녀회활동을함께하던이들이항일운동으로징역을가버려활동이흐지부지되자,할머니는강원도와일본으로물질을떠난다.그렇게수년동안바다를떠돌다제주에서해방을맞는데,제주에는새로운세상에대한기대가넘실거린다.할머니는정치·경제·사회·문화모든방면에서남녀가평등하며일부일처제를실시한다는‘여자평등권’과차별없는무계급사회라는말에이끌려남조선노동당(남로당)민주여성동맹(여맹)활동에뛰어든다.

제주4·3과한국전쟁,월북과남파,비전향장기수생활…
역사적비극에맞서며자신의꿈을지키다
제주4·3사건이발생하기전까지여맹사람들은제주에서환영받았다.바닷가마을에내려가면집을통째로내주며반겼고,여자들이많이모이는장터에서연설을하면호응을안하는이가없었다.토지무상분배나일부일처제와같은구호는일제의수탈을겪으면서도해녀항일운동이활발했던제주도사람들에게지지를받았다.
그러나제주4·3사건이시작된봄이후,무자비한탄압이시작되면서사람들은점점높은산으로쫓기게되었다.그렇게1947년봄부터2년동안김진언할머니는제주의수많은오름과한라산일대를뛰어다니며여맹활동을계속했다.제주일대에서는무분별한학살이자행되고있었다.토벌대가중간산마을을불태우고산을돌아다니는사람이보이면바로총을쏘았으며,민보단이조직되어제주사람이제주사람을죽이는비극이벌어지고있었다.

1948년11월15일북촌의젊은이들을10여명을잡아가함덕해수욕장에서총살했을때,우리집안장손인큰조카도희생되었다.사촌들은몰래내려온나를보자잡아먹을듯이달려들었다.
“이년아,어느것이해방이고?어느것이금일명일이고?”_본문58쪽

김진언할머니를비롯한여맹사람들은이제집안이“역적”이되어원망을사고있었다.김진언할머니도결국“집안사람을서른여섯이나빼앗긴”채토벌대에붙잡히고만다.그렇게경찰서로끌려간할머니는모진고문에시달렸지만,끝까지날조된진술서에지장을찍지않는다.육지의교도소로이송되었을때,공교롭게도한국전쟁이일어나교도소가인민군에게점령당한다.
그길로북한으로건너간할머니는그곳에는평등사회가이뤄져있을거라고믿었다.그러나현실은할머니의기대와너무도달랐다.굶어죽는인민들이허다한데군의상부에서는음식이남아나고있었다.‘우리제주에서는이러지않았다’며분노했지만,여전히평등사회에여성해방의꿈을믿었다.그한편에는제주도에서서른여섯명의일가친척을잃은분노와설움이자리하고있었다.
한국전쟁에서죽을고비를몇번넘기고임무를받아남파된할머니는몇달만에체포되어20여년을교도소에서지낸다.그엄혹한세월동안전향을거부하다결국전향문서에도장을찍은할머니는출소하여25년만에제주로돌아온다.그곳에서딸과함께파란만장했던인생을되돌아본다.

만약내가한국전쟁때형무소에서나와바로제주로왔다면집안에서도못견디고나를죽여버렸을거다.우리가한일전체가거짓말이돼버렸으니까.사람만죽었지뭐하나이룬것이없으니까.그러니까내가이부락으로돌아오기도창피했다.하지만그때분들이몇명없으니까,있어도나를이해할수있는어른들이라그렇지그사람들보기가여전히너무미안했다.우리가어리석어그고생을한것일까,아직도모르겠다._본문148~149쪽

“여성해방없이인간해방은없다”
새로운세상을꿈꾸었던세여성의이야기
저자는김진언할머니의생애를울림있게전하는것을넘어독자들에게시대의모습을전하려한다.할머니와같은시기전라도에서여맹활동을했던박선애·박순애자매를인터뷰하여해방전후여성운동의모습을보다체계적으로조망한다.독립운동가집안에서태어나전라도일대에서활동하다지리산에서붙잡힌자매는“여성해방없이인간해방은없는것”이라고말하며,삶의여정을차근차근들려준다.그렇게해방직후각자의자리에서새로운세상을꿈꾸었던세여성의이야기는여성운동의물결안에서연결된다.그녀들의삶은스스로의해방을위해목숨을걸고싸웠던,그리고미래의여성들이자신의해방을위해나설수있는길을열어준발자취로이곳에깊이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