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시스터

헬프 미 시스터

$15.00
Description
무해한 척, 유해한 세상에서
자기가 정한 방향대로 한 발 나아가는 삶

황산벌청년문학상ㆍ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이서수 신작
“볕들 날 없는 일상에서도 기어이 윤슬 한 조각을 찾아낸다”
_박상영(소설가)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로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중요한 자산”이라는 평을 받았던 소설가 이서수. 그는 연이어 발표한 단편소설 〈미조의 시대〉로 제22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와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젊은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번에 출간된 《헬프 미 시스터》는 이서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전작 《당신의 4분 33초》가 전위적 음악가 존 케이지를 통해 시대와 불화한 ‘이기동’이라는 인물의 삶에 집중했다면, 《헬프 미 시스터》는 삼대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플랫폼 산업과 여성 노동의 현실, 혈연과 인연으로 엮인 가족 구성원의 연대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약물 성범죄를 당할 뻔한 뒤 회사를 그만둔 수경, 그런 딸의 곁을 지키는 엄마 여숙, 이렇다 할 직장 없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버지 천식,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큰 전업투자자 남편 우재, 수경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일찍 철들어버린 조카 지후와 준후. 그리고 수경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틴챗’ 유저 은지와 수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보라까지.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을 겪었지만, 수경의 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게 된다. 자차 배송을, 뚜벅이 배달을, 대리운전을, 그리고 여성을 위한 심부름 대행 어플 ‘헬프 미 시스터’ 일을. 이서수는 15평짜리 낡은 빌라에 사는 다섯 식구와 그 집을 오가는 두 소녀의 좌충우돌 ‘플랫폼 노동 도전기’를 통해 우리에게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는” 대신 “서로를 껴안고 구원”(소설가 박상영)해야 한다고 전한다.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단단하게 성장해나간다.

“이젠 때가 되었다. 그들 모두 정신을 차릴 때가. 네 명의 성인이 거주하는 집에서 단 한 명도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없다니…….”_본문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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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서수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구제,빈티지혹은구원〉이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몸과여자들》《엄마를절에버리러》등을출간했다.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월급사실주의동인이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기적이라고생각하면,
정말로모든게기적이되는건지도모른다
수경은사실상집안의가장이다.아버지천식과남편우재는태평하고순진한성격이었고,수경과어머니여숙은생활력이강했다.그래서천식과우재는주로집에머물렀고―전업투자자인우재는안타깝게도수익을전혀내지못하고있었지만―수경과여숙은나가서돈을벌어왔다.그들은이균형이나쁘지않았다.수경에게그일이일어나기전까진.어느날,수경이새로운거래처와의계약을성사시키며즉흥적으로회식이잡혔다.그녀는팀원들앞에서능력을인정받았고,모두가즐거웠다.별다른일이일어날거라예상되지않는,지극히평범하고보람찬하루.하지만그날수경은모텔에서눈을떴다.동료는수경앞에무릎을꿇고빌었다.나쁜의도는없었고,수경이너무피곤해보여서,잠이들어서모텔로데려간것뿐이라고.하지만수경의몸에선졸피뎀성분이발견된다.수경을업고온동료를수상하게여긴모텔사장이경찰에신고하지않았다면더큰일이벌어졌을것이다.약물성범죄를당할뻔한수경은매일두려움에시달리다결국회사에사직서를낸다.

“팀장은어쩐지안도하는얼굴이었고,팀원들사이에팽배해있던긴장감과정적이그순간사그라졌다.얼음이었던것이다.독극물이가득차있는얼음.수경은그런존재여서녹일수도없고,그렇다고동사할때까지품고있을수도없는존재였을것이다.수경은회사를나오며그걸깨달았다(……)극복은영화에서나나온다.현실에선불가능하다.극복이아니라참는것이다.이를악물고참는것이다.”_본문에서

사실상집안의가장이었던수경이퇴사를하고,꾸준히생활비를보탰던엄마여숙마저딸을돌보기위해일을그만두자집안의다섯식구중돈을벌어오는사람이단한명도없게된다.그나마한사람이상의몫을할수있는나이인우재마저도경력단절로인해재취업이어려운상황.경력직에지원하기엔경력이부족하고,신입으로지원하기엔나이가너무많았다.설상가상수경은조카준후가피의자를찾아가두들겨패는바람에합의금을물어주느라적금까지깬다.하지만누가준후를탓할수있을까.수경은피해자였고,동료는명백한가해자였다.하지만모아둔돈이점점줄어들자마음이무거워진다.그런수경과가족을바라보는보라는답답한마음이들었다.도대체왜,다들피하기만하는거지?

“수경도그렇게생각할까.쟤,재수없다고.한번도돈을벌어보지않았고,그럴필요도없으니까저러는거라고.아직어려서,고작스물셋이라서인생을몰라서그런거라고.보라는수경이그렇게생각하더라도이것하나만은알아주길바랐다.
이투쟁은언니,너를위해하는거야.”_본문에서

방황하던수경은이내마음을다잡으며가족들에게선언한다.우리계속이렇게살면안된다고.나가서돈을벌어야한다고.가족에대한책임감으로상처를빨리극복하고일상으로돌아오려노력하는수경과그런수경을도우려는가족들의이야기.플랫폼노동자로살아가던이들은점차다른시작을꿈꾼다.

“스스로일어서는것.상처를지닌채로걸어가는것.다시사회에뛰어들어생계와보람을위해살아가는,사회와가족의일원이되는것.그렇게해보고싶었다.”_본문에서

21세기여성의노동현실을
연대와온기로끌어안는유쾌하고진솔한서사

문학평론가안서현은《헬프미시스터》를읽고“지금을살아가는인물들을창조해내는것,그리고다양한세대가모인대가족의올망졸망한욕망을하나도놓치지않고생생하게그리는것이바로이서수의장기”라고했다.《당신의4분33초》부터〈미조의시대〉에이르기까지,이서수는우리의삶과가장밀접한곳에놓였지만사각지대에머물러있는이야기를종이위로끌고와자신만의단단한세계로구축해낸다.수경이겪은일은여성이21세기노동현장에서드물지않게겪게되는일이다.공포와불안에집밖으로나가지못하는딸을보며과거에수시로당했던성희롱을떠올리는여숙처럼,비단약물성범죄가아니더라도우리를위협하는사건과사고들은불시에벌어지고끝내한사람과한가정을무너뜨리고만다.

수경과여숙이자차배송이후에뛰어든‘헬프미시스터’는이소설이전반적으로보여주고있는플랫폼노동중에서도여성의불안을타개하기위해만들어진심부름앱이다.의뢰인도,구직자도모두여성인공간.오직여성들만사용할수있는서비스.별의별게다있다는천식의말에,여숙은말한다.“그런게필요한세상이겠지.”그렇게수경과여숙은자차배송과‘헬프미시스터’일을,우재는배송과대리운전을,천식은뚜벅이음식배달을한다.무너지려하는가족을지키기위해,빠르게변해가는세상으로부터‘나자신’을지키기위해.그과정에서마주하고겪게된수많은일들.플랫폼노동의현실과제도적취약점들이생생히드러나며생각할거리를안겨준다.

수경과우재만큼이나커다란성장을보여주는건여숙과천식이다.키오스크앞에서쩔쩔매던두사람은,무서워하던운전도어느새제법멋지게해내고직원의도움없이도음식주문을거뜬히해낸다.이서수는이렇게수경가족의이야기를통해독자들에게넌지시손을건넨다.어려운상황에서도서로를다그치지말고오히려감싸안자는,그렇게같이무너지지않고함께일어서자는,부드럽고따뜻한연대와구원의손길을.

“그들모두이렇게한마음으로함께있다는것이기적.그들모두포기하지않고다시해보기로결심했다는것이기적.그들모두웃고있다는것이기적.
기적이라고생각하면정말로모든게기적이되는건지도모른다.”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