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하는 자세 (이태승 소설)

근로하는 자세 (이태승 소설)

$14.00
Description
산뜻하다. 허세나 지나친 자의식을 벗어나 균형 있게 섬세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_선정위원 은희경·정유정

직장인으로서, 청년으로서,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겪는 삶의 굴곡,
반짝이고 경이로운 우리들의 근로 미래에 대한 해학과 페이소스

첫 책. 작가에게 ‘첫 책’이란 이제부터 그려나갈 지도의 수많은 좌표들 중 처음일 것이다. 어떤 지도가 만들어질지 혹 어떤 모양이 갖추어질지는 작가 자신도, 독자도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일단 그 시작을 알리고 긴 여정을 위한 첫 발을 떼었다는 것. 여기 첫 번째 자신의 지도에 좌표를 찍은, ‘첫’을 맞이한 작가가 있다. 등단작가 중 출간 경험이 없는 소위 ‘첫 책을 출간해드립니다’라고 명명된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등단작가 ‘첫 책 지원 공모’에 선정된 이태승. 행정고시를 통과하고 국가보훈처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며 소설을 쓰는, 다소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의 출사표이자 작가로서의 첫 시작인 《근로하는 자세》를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선보인다. 소설가 은희경·정유정 두 선정위원들은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이태승의 《근로하는 자세》를 결정했던바, “젊은 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지금 소설계의 트렌디함을 벗어나 자기 이야기와 세계를 구축하는 힘”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태승의 첫 소설집 《근로하는 자세》는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한, 관료주의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웃픈’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도에 희생당하며 관성과 체념이 점철된 일상이 전부인 사람들. 소설은 그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여전히 반짝이는 삶의 감동과 의미를 블랙유머를 통해 말하고, 더불어 서류더미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의 현재의 균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또한 이태승의 소설은 관료제의 조직논리에 짓눌린 인간관계의 아이러니와 조직이 부과한 책임과 의무에 몽땅 삶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을 조망한다. 가벼운 잽과 묵직한 스트레이트로 ‘웃픈’ 상황들을 서사화하여 현재의 무미건조한 사회생활을 우리들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든다. 이태승의 소설은 그 지점에서 문학적 유희와 비의를 드러낸다. 본의 아니게 무의식적으로 관료주의의 관행에 ‘공범’이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코믹한 상황으로 풀어내고 스스로 그 범주에 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종국엔 관료주의적 생태에 과몰입되어 우리들이 놓쳐버린, 망각하게 된 삶의 빛나고 경이로운 가치들을 상기시킨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이태승

1986년정읍출생.연세대학교경영학과졸업.2017년계간《아시아》봄호에단편〈우리중에누군가를〉을수록하며등단.심훈문학상,평사리문학대상을수상했다.현재세종시에서행정사무관으로일하고있다.

목차

함께일하고싶습니다7
근로하는자세37
아침이있는삶75
문앞에서이만109
우리중에누군가를139
오종,료,유주163
일과이분의일193
구덩이227

해설|서희원(문학평론가)
서류를덮고잠든소설가의몽상255

작가의말286

출판사 서평

당신은이직원과함께일하고싶습니까?

이태승소설의시작이자출발점인〈함께일하고싶습니다〉는그관료주의사회에서의관행을비판하는작품이다.시청에근무하는공무원.그의공무업무는의례적으로실시되던보도블럭정비사업을중지하고시장의치적을보여주는“천리북”설치사업이다.조선시대의신문고를현대적으로변형한천리북을제작하라는시장의요구에그는아무이견없이이우스꽝스러운사업을수행하기에나선다.졸속행정이분명한이사업에부당함을느끼기는커녕오히려밤마다천리북을두드리는사람들때문에소음처리민원이새로운업무가되어밤마다잠복근무를하게된다.동시에시청에서는‘최악의직원’을선별하는투표가실시되고,조직원들과는달리열정과창의성이충만한그의첫상사이자‘어공’(어쩌다공무원)인‘황과장’이선정된다.선정이유인즉슨,그가다른조직원들에비해‘공무원마인드’가부족했기때문.

“그들은함께일하고싶은직원이었나,함께일하고싶지않은직원이었나,그중한명이내게어깨동무를하며언제점심한번먹자고말했다.나는“좋지”라고답하며슬그머니손을뿌리쳤다.”
-본문36쪽

이태승의실제직업인동시에등장인물들의주된직업이기도한공무원인물은단편〈아침이있는삶〉에서도등장한다.국립묘지관리공무원인주인공‘나’는한번도회사생활을해본적없이시나리오작가만을꿈꿔온지오래다.하지만그의부모가자신도모르게국립묘지직원채용원서를냈고합격했던것.일정한시간에출근하고퇴근하는아침이있는삶을살고자했으나문제는스스로아침식사가불가능했다는것이다.하루의일정한노동을위해서그에게필요했던건일상에서의지리멸렬함을벗어나는것보다하루치의에너지를내는‘아침밥’이였고그는아침을먹기위해주말마다부모의집에서반찬을챙겨가기시작했다.

“지금까지이모가와서음식을만들어줬다고했다.이건이렇게만들어라,저건저렇게만들어라,얼마나요구사항이까탈스럽고유난한지아주곤혹스러웠다고.이모의책망에듣는내
가다민망했다.그러니까내가칭찬을아끼지않은반찬들은전부이모솜씨였다.이모가주중에미리만들어놓고엄마는옆에서거들기만했다고.그나저나자매가아웅다웅하는모습을
보는게오랜만이었다.그때문이열리더니아빠가텃밭에서감자,당근,부추를가득품에담아가져왔다.온식구가한마음으로나를속이고있었다.”-본문99쪽

엄마의반찬솜씨가점점늘어가는동안,그는국립묘지일이꽤적성에맞아갔다.무겁게내리누르는업무가많지않았고간간이민원처리에만신경을쓰다보니자연스럽게그동안해왔던글쓰기가가능했던것.하지만‘아침을위한반찬만들기’라는가족들의웃픈공모가발각되는순간,그는자신의미래를버리고지금의현재에수긍하며공무원으로의삶에귀착하게된다.더이상시나리오는쓰지않았고아침이있는삶은창작고뇌가없는삶으로변모하게된다.

우리중에서누가빠져야된다고생각하니?

다분히사회생활에서우선시되는정의는다수에의한결정일테다.이태승의소설에서그힘이작용되는원리,조직안에서의다수에의한힘의균형이어떻게조율되고행사되어지는지도적나라하게그려진다.〈우리중에누군가를〉이보여주는다수에의한배제,선택은민주주의방식이작동되어매우합리적이고평등하게문제해결을도출하는것처럼보이기도한다.중학교기간제교사인주인공은중창팀멤버중한명을제외시켜야하는일에봉착하고그한명을배제하기위해중창팀전원에게‘우리중누가빠져야된다고생각하는지’를묻는면담을시작한다.각각의이유에서배제를원하는아이들.다수의합리적결정이라는모습으로둔갑된혐오,미움,사적이익등이아이들의이면에놓인채다양한배제의이유들이등장한다.

“우리중에빠져야할사람은……바로,너야!미안하지만다음연습부턴안나와도괜찮아.
저런,네가그런시무룩한표정으로울상을지으니선생님도마음이편치만은않구나.규정상어쩔수없는결정이었으니까모쪼록섭섭하게생각하지않았으면좋겠다.선생님이얼마나너를아끼고사랑하는지알지?”-본문162쪽

함께일할수있는사람과그렇지못한사람을결정하는데에있어다수에의한결정은꽤합리적으로느껴진다.〈일과이분의일〉역시조직의테두리로들어올수있는사람과그렇지못한사람을분리하는과정을소설로말하고있는데,성실하고일처리의능숙함보다는공무적마인드가공고하거나혹은관료제의시간구조를철저히이행하는것에초점이모아진다.“부모님양계장관리를맡아”하는노팀장은그양계의작업에따라,기후에따라빈번하게휴가를사용하는중이었고,미안한마음에달걀로사과하며양해를구해보지만,파견직원을뽑는투표에서선정되어축출당하고만다.관료제에서의동료의식이란나의죄를같이나누어들‘공범’이되어야만한다는듯.

“노팀장이문을열고들어왔다.“새벽6시에출발했는데하마터면늦을뻔했네요.”그러고는가방에서달걀을꺼내돌렸다.노팀장이건넨달걀을두손으로공손히받았다.일주일내내달걀을받기가미안했다.성실하게알을낳는닭처럼노팀장은두말없이제일을처리했다.두배로일하면서도어떠한불평한마디없이.그마음이고마우면서무서울정도였다.”-본문218쪽

산뜻하다.허세나자의식을벗어나균형있게섬세하다

그밖에서류더미에묻혀상사에게인격모독과삶의위협을받으면서도그어떤잘못이나오류를판단하지못한채죽음의상황조차도업무의연장선으로대하는〈근로하는자세〉.우연히구덩이에빠진택배기사가오히려휴가가는셈치고구덩이에서빠져나오는것을미적거리는상황을유니크하게설계한소설〈구덩이〉.동성커플과의우연한만남에서일탈까지의과정을본능보다사회속에서의역할이나자기만의삶의방식의자세에서성적욕망이끌려나오는〈오종,료,유주〉.이처럼이태승의소설들은일과조직과관료주의사회에서의표면적으로드러난갈등이나표출된다양한문제들을자기만의방식으로소설화하며,무겁지않고산뜻하게.치우치지않고균형감있게그려내고있다.

■심사평

90여편의응모작중4편을본심에서다뤘다.다종다양한작가들의각기다른작품들이라신선했고읽는즐거움도있었다.그중에이태승씨의소설집을최종심에서다루고자했다.선정작인《근로하는자세》는다양한이야기를다양한방식으로다루고있음에도편차없이고루완성도를보여준다.이야기를다루는작가의태도는절제돼있으며산뜻했다.허세나지나친자의식을벗어나서균형있게,적당하달까,전반적으로섬세했다.무엇보다재미가있다.트렌디함을의식하지않고자기이야기,자기세계를구축하는힘또한신뢰를주었다.
-소설가은희경

단편인데도불구하고각각여러장르를차용해잘다룬다는느낌을받았다.이야기의구성력과짜임새가눈에띄며반전도재밌다.이작품집의가장큰장점은편차가적다는것,즉전체적으로고르다라는점이다.바로여기에서본심에오른다른젊은작가들의단편들과의차이가존재했다고생각한다.분명,이지원사업의수혜로인해이작품들이세상밖으로끌어올려지는기쁨이있을거라고확신했다.-소설가정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