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구: 흙의 장벽 2 (마리즈 콩데 장편소설)

세구: 흙의 장벽 2 (마리즈 콩데 장편소설)

$15.60
Description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
민족·인종·종교·젠더의 핏빛 투쟁
트라오레 가문의 비극으로 써 내려간 생명의 역사

대안 노벨문학상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현대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진 마리즈 콩데의 대표작 《세구: 흙의 장벽》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5, 6권으로 출간됐다.
《세구: 흙의 장벽》은 18세기 세구 왕국(현재는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도시)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생명력 넘치는 왕국이 점차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싼 역사의 풍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구의 명문가 출신인 두지카 트라오레와 그의 네 아들이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들어 겪는 고난과 시련은 세구 왕국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분열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2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이 소설은 매년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지역의 여성 작가 한 명에게 수여하는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며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구: 흙의 장벽》은 마리즈 콩데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그의 최대 히트작이자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대표작이다.
저자

마리즈콩데

MaryseCondé
1937년프랑스령과들루프에서태어났다.파리3대학에서앤틸리스제도문학의흑인에대한고정관념에관한연구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초기에는희곡을썼으나,파리에서교육받은젊은흑인여성이아프리카에서자신의뿌리를찾는내용의《에레마코농》(1976)으로소설을출간하기시작했다.18세기세구밤바라왕국의몰락을그린역사소설《세구》(1984)로리베라투르상을수상하며이름을알렸다.이어17세기흑인노예의삶을그린《나,티투바,세일럼의검은마녀》(1986)를발표하면서현대탈식민주의문학작가로서명성을얻었다.여성문학대상,일드프랑스젊은독자대상,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상,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문학상,메트로폴리스블루대상,트로피크상,아프리카카리브예술상,메티스소설대상등유수의문학상을받았으며,2014년레지옹도뇌르오피시에를수훈했다.2018년대안노벨문학상인뉴아카데미문학상을수상하면서세계적인작가로서다시한번입지를다졌다.

목차

3부고약한죽음ㆍ7
4부기름진피ㆍ187
5부물신들이떨었다ㆍ359

옮긴이의말ㆍ484

출판사 서평

판타지같은배경위에펼쳐지는장대한역사소설
낯선신비아래감춰온잔혹한진실

이소설은판타지로느껴질정도로우리에게생소한이야기다.처음출간됐을때도어떤이들은공상과학소설처럼받아들였다고,한인터뷰에서작가가직접말한바있다.이야기는‘그리오’라고불리는,왕과귀족들의조언자이자백성들을위로하는예능인인아프리카구송시인의노래와그노래를듣는주인공두지카트라오레의불길한예감으로시작한다.

‘세구는술책이자라나는정원이다.세구는배신위에세워진다.세구바깥에서세구에대해말하라.하지만세구안에서는세구에대해말하지마라.’

그리오들이부르는그노래에두지카가별다른관심을기울이지않고들어넘겼던적이수도없이많은데,왜그노래가뇌리에서떠나지않을까?_1권11쪽

《세구:흙의장벽》은첫장부터마지막장까지지극히낯선요소들로가득하다.들어본적없는이름,먹어본적없는음식,본적없는의복.그리오들의노랫소리,앞날을내다보고신들과교감하며운명의방향을바꾸기도했던철물장인주물사들의주술.
그러나마법같이신비로운포장지아래에있는것은실존했던사람들과왕국,사건등정확한역사적사실을바탕으로한‘역사’소설이다.작가는오랫동안역사가없는땅으로여겨진아프리카대륙,서구역사의주변부로만기록되어온사람들의이야기를발굴하여대서사시로촘촘하게엮어낸다.아프리카고유의전통과가치를전하는현대의그리오이자주관적사실주의에기반하여서술하는서구적의미의소설가로서그는18세기아프리카가겪은풍파를그만의독특하고탁월한시선으로그려낸다.

미지의역사를보편적인간의이야기로풀어내어
문화와시대를초월하는가치를담은새로운고전

낯선문화와역사를다루고있음에도출간당시각광을받을수있었던이유는이소설이독자에게멀지않게느껴지기때문이다.토착종교와이슬람교사이에벌어지는종교전쟁과아프리카를문명화한다는명목으로침투해들어오는서구제국주의처럼아프리카대륙을조각내고그들의전통을파괴한거대한사건들을이소설은거시적인사건의나열로다루지않는다.그사건들이어떻게개인과가족을파괴하고왕국과대륙을쇠락의길로이끌었는지,그역사를살았던‘사람들’의삶을통해보여준다.그중심에는밤바라족이지배하는세구왕국과세구의명문가트라오레가문이있다.

최근까지도두지카의영지는,그와그곳의다른아이들에게는전쟁이나포로나노예매매등세상의온갖소음이들리지않는포근한우주였다.(...)사랑하는큰형티에코로가이슬람으로개종하고떠나가버리면서,그러한행복의장벽에처음으로균열이생겨났다.나바는이제갑자기공포와두려움과맹목적인악을발견했다.아버지의영지뜰에서나만사의궁에서포로들을본적이종종있었지만,그들에게관심을기울였던적은전혀없었다.그는그들을측은하게여긴적이없었다.그들은자신의부족이아니었고,정복당한부족에속했으니까.그도똑같은운명을겪게될까?신분을빼앗기고주인에게팔려,주인의땅을경작하며모두에게서경멸을받는?_1권140-141쪽

아버지두지카가삭탈관직을당하고장남티에코로가이슬람으로개종하여세구를떠나는것을시작으로,다른세아들시가,나바,말로발리모두각기다른이유로뿔뿔이흩어진다.이들은노예무역,제국주의,기독교,이슬람과같은거센변화의물결에휩쓸린다.우리는그들을생각지도못했던방향으로떠미는힘과거기서살아남기위해치열하게저항하는모습,그리고그힘이휩쓸고지나간자리에남은잔해를,갈라진세구왕국과아프리카대륙을본다.트라오레가문의비극은그땅에깊이파인상흔중하나다.
그러나작가는아프리카토착민과흑인의편에서서백인과외세를단죄하는평면적인입장을취하지않는다.오히려정체성의조합만으로설명할수없고하나의정체성이나신념으로묶이는집단내에서도완전히단결되지않는인간의특성,지금의우리도통감할수밖에없는그복잡성을장대한서사를통해여실히보여준다.그것이바로이소설이우리에게가깝게느껴지는이유다.예컨대나바는자신이노예로잡혀가그입장이되어보기전까지는노예들을측은하게여긴적이없었다고하고,심지어한흑인인물은이렇게말하기도한다.

“우리의불행한대륙에일어날수있는아주좋은일,그건유럽국가,특히영국과프랑스가통치를맡아해주면서무지하고물신숭배자인우리의왕들을왕좌에서몰아내준다는거지!”_2권320쪽

흑인은백인에맞서는하나의동질적인집단이아니다.이슬람신도인노예가가톨릭신도인노예를죽이려고한다.남성이여성을억압하고착취하는가운데때로는여성사이에갈등이일고남성과여성사이에존중과공감이싹트기도한다.인간존재의입체성이이야기속에생생히살아움직이는것이다.
타자를마주했을때민족,종교,인종,젠더와같은정체성이상황과맥락속에서교차되고충돌하며빚어내는이야기들은우리에게낯설지않은것들이다.작가는지금까지이야기된적없는아프리카의역사와문화를그저찬양하기보다는그의관점에서본대륙의과거를가감없이드러내는방식을택한다.
“내가《세구》를통해하고싶었던말을이해한사람을만나본적이단한번도없습니다.(...)나에게《세구》는아프리카역사에대한숙고이자지금아프리카가부패하고쇠퇴한이유에대한설명이었습니다.한때강대하고아름다웠던곳에서지금사람들은굶고,싸우고,폭동을일으키고있습니다.그래서나는물었습니다.무슨일이일어났는가?나는그소설을통해나만의방식으로무슨일이있었는지를설명하려고노력했는데,사람들은아프리카에대한찬양만을보느라그건보지못하더군요.(...)아프리카를사랑하기란쉽지않습니다.그러기위해서는아프리카를속속들이이해해야하는데,그누구도그런수고를감수하려고하지않죠.사람들은그것이무엇인지도,그게뜻하는바도모르면서찬양만합니다.”_존스홉킨스대학교출판부Callaloo마리즈콩데특집호작가인터뷰중

■줄거리

1797년세구는영광의최정점을누리고있다.왕실각료이자왕의친우인두지카트라오레는어느날성벽밖에‘흰둥이’가나타나급히궁으로불려간다.‘흰둥이’의출현소식에도시가들썩이는동안두지카의아내중하나인시라는산통을겪고,아들말로발리를낳는다.
트라오레가문은그날부터서서히내리막길을걷는다.왕과의친밀한관계를질투하는세력의모함으로두지카는삭탈관직을당한다.장남티에코로는이슬람으로개종하고아버지에게“알라이외에신은없다”라고선언하여가문과왕국이대대로숭배해온물신들과조상신들을부정하고,심지어이슬람을공부하기위해통북투로유학을떠나겠다고주장한다.두지카는큰충격을받지만주물사의예언대로티에코로와,그와같은날노예에게서태어난배다른형제시가를함께통북투로보낸다.티에코로가떠나자큰형을항상따라다녔던동생나바는슬픔에빠져사냥장인인사촌티에폴로를따라사냥원정을떠났다가노예상인에게붙잡혀노예로팔려간다.티에코로와시가,나바가모두사라진영지에서두지카의첫째아내니아의애정을독차지하며살던말로발리마저이후세구를떠나완전히다른삶을경험하게된다.이들은세구밖세상에서벌어지는문명의충돌에휘말려생각지도못했던고난과시련을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