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실재하는 추상 | 개정판)

질병 (실재하는 추상 |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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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질병, 인간이 이름 붙인 추상적 총체에 불과
건강이라는 이름의 정상성과 구분되는 비정상성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먼 옛날에는 질병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아픔, 쓰림, 불편함 등의 증상들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러한 증상을 분류하고 여러 증상을 묶어 하나의 병으로 명명하기 시작함으로써 비로소 질병이 탄생했다.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인간의 자연적인 생의 과정 속에서 병증은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이름의 정상 상태로부터 구분된 비정상적인 상태로 지정되었다. 《질병, 실재하는 추상》은 이러한 질병의 추상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15편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 병증과 고통이 역사와 문학, 삶 전반에 걸쳐 어떻게 다양하게 인지되어왔는지, 사회와 일상에서 어떻게 이용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최은주

영미문학비평을전공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건국대학교소속의NRF학술연구교수로,인간과비인간이‘난민화’되는현상과이동권문제를연구하고있다.논문으로「경계횡단의언어와환대(불)가능한장소」,「정치적으로전유되는이주·국경에대한고찰」등이있다.그동안제인오스틴,샬럿브론테,에드거앨런포,버지니아울프의작품에나타난타자에대한논문을발표했고,그연장선에서《책들의그림자》,《런던유령-버지니아울프의거리산책과픽션들》을펴냈다.그밖에《죽음,지속의사라짐》,《나이듦,유한성의발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우리는모두질병보유자?
시빌과스트럴드브러그
추상에서구체로
잠정적환자상태

1장질병의역사
야누스의얼굴
죄와벌
의도된해석

2장질병의사회문화사
그녀에게생긴일
새로운세계
윙비들봄의손
법의개입과개인의선택

3장개인적인몸
직소퍼즐같은몸
어머니,한여자
침묵의세계

4장사회적인몸
도시를폐쇄하라
말,말,말
맹인을이끄는맹인

5장질병의아이러니
콜레라와상사병
노년의법칙

6장인식적차원
아브라카다브라
날건말건?!

7장정상과비정상
뫼비우스의띠
불신과맹신

인명설명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시대마다탄생하고유행해온질병의역사
병증을통해드러나는인간의치부
‘건강’의기준이시대에따라계속달라지는것처럼,‘질병’의기준또한달라진다.“난시와근시의결점이농경사회나목축사회에서는정상일지라도항해사나조종사에게는비정상이다”라는캉길렘의말처럼같은증상이라도시대의필요에따라질병으로분류되기도하고아니기도한것이다.따라서질병은그자체로는존재하지않으며오로지인간이이름을부여하고특질을규명한역사만을갖는다.이에이책은고대그리스의서사시로부터우리나라현대시에이르기까지다양한문학작품들을들어인간이질병에부여한역사를좇는다.
소포클레스의서사시《오이디푸스왕》에등장하는질병은윤리적인과오에대한징벌이었다.샬럿브론테의소설《빌레트》에등장하는독신녀들은처녀도가부장제의현모양처도아니라는이유로질병을부여받아‘불능’한상태로묘사된다.《댈러웨이부인》의셉티머스는신경쇠약으로인해낙오자로분류되어사회적으로숨겨지는‘요양원행’을지시받는다.저자는헨리크입센의《인형의집》,브람스토커의《드라큘라》,셔우드앤더슨의《와인즈버그,오하이오》에서질병이저주,비정상적인상태,사회적으로배척받아야할존재로그려지는것을차례로보여준다.
알베르카뮈의소설《페스트》와영화〈눈먼자들의도시〉에등장하는전염병은결코개인의문제로국한할수없는,개인의비정상성을넘어선모두의삶이된다.병의이름이문제가아닌그로인해삶이파괴되는양상자체가질병으로그려지는것이다.그리고이병증은인간의치부또한여실히드러낸다.가브리엘마르케스의소설《콜레라시대의사랑》에는콜레라와도같은병증의상사병을앓는청년이주인공이다.청년은노화의온과정에도굴하지않고일생에걸쳐자신의사랑,어쩌면사랑에대한집념을고수하며,결국콜레라를빌미로해서라도일생의집념을굽히지않는다.이처럼집념과도같은그의사랑은콜레라와다름없이위태롭고무모하다.이외에도이책은치명적인교통사고로인해평생죽음을생각할만큼의극심한고통에시달렸던불운의작가프리다칼로와그의예술세계를조명한다.평생벗어날수없으므로익숙해지는것말고는도리가없는일상의고통,그고통을고도의예술작품으로승화시킨프리다칼로에게있어질병은곧삶그자체였다.

의학기술과대중매체의선동에휘둘려
타인이강요하는건강에대한집착에서벗어나야
질병은인간에대한신의징벌이기도했고,사회에불필요한인간을추방하는구실이기도했다.원인모를떼죽음도,속쓰림도,수줍음많이타는사람도,노화의증상들도,모두의사들이‘진단’하기전까지인간의삶과분리되지않는다.마치그유명한김춘수의‘꽃’에서처럼페스트로,위식도역류로,사회불안장애로,류머티즘,알츠하이머,동맥경화와같은각각의병명으로이름붙여지는그순간질병이탄생하는것이다.반대로말하면,의학기술의발달로인해병명이정해졌기때문에질병이삶에서제거되어야할것으로배척되는것이다.질병의명명은일상을의학기술의기준에맞추어비정상으로만든다.그때부터우리의삶은더악화될지모른다는공포에빠지는것이다.이위험에대한공포는대중매체에의해확산되고보험,영양제,헬스클럽,건강식품같은자본주의의굴레를키워나간다.
이에저자는내몸과내병증에대한진단이의학기술과대중매체의신화가아닌오로지나의결정에의해이루어져야한다고제안한다.의학기술의틀이나의사의진단이아니라,나스스로가내고통에관여하여질병으로나타나는내고유의삶에책임을져야한다는것이다.의학기술과대중매체가강요하는건강에집착하다보면우리는모두질병보유자가된다.‘내’가느끼는고통,‘내’가골라내는비일상성을생각할줄알아야만,질병이라는추상성의세계가조성하는위험의굴레에서벗어날수있을것이다.

한번읽으면결코배신하지않는반려인문학
은행나무출판사〈배반인문학〉시리즈출간!
인문학의효용은궁극적으로나에대한관심,나다움에대한발견에존재한다.또한인문학은스스로성숙한삶을살아나가는데있어근본의힘을제공한다.〈배반인문학〉시리즈는이처럼‘나’를향한탐구,지금나에게필요한질문과그것을둘러싼사유를제공하기위해기획되었다.지금나는무엇을보고,어디에서있으며,무엇을향해나아가고있는가?현대철학과사회의화두인‘몸’을매개로인간과사회의관계를연구하는건국대학교몸문화연구소필진은이질문에답할수있는키워드를선정해,일상속인문학적사유를쉽고명료하게펼쳐낸다.내삶을더욱풍요롭게해줄〈배반인문학〉의다채로운사유의항해에몸을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