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주의자

직관주의자

$16.00
Description
도시의 빛과 어둠을 정교한 문체로 직조한 미스터리 우화
현대 미국 문학의 고전을 새로이 정의하는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첫 번째 소설 《직관주의자》가 출간되었다. 《직관주의자》는 가상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의 진실을 찾아가는 최초의 흑인 여성 점검원의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데뷔작으로 콜슨 화이트헤드는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 이후 가장 신선한 인종적 우화”라는 찬사와 함께 미국 문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묘사와 어두운 유머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는 《직관주의자》는 역사, 호러, 코미디, SF 등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가고 있는 콜슨 화이트헤드의 놀랍고 신비로운 작품 세계의 시초를 보여줄 것이다.

《직관주의자》는 기존 탐정소설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인다. 먼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정체불명의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은 직접 비밀을 찾아 나선다. 소설의 무대인 고층 빌딩들로 가득한 대도시는 흑인이 ‘유색인’으로 불리는 흰색 문명사회이고, 특정 시간대에 속하지 않은 뉴욕을 반영한 평행 우주다. 이 가상의 도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엘리베이터 점검원이다. 그들은 경험주의와 직관주의라는 파벌화된 두 부서로 나뉜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경험주의자와 달리 새롭게 떠오르는 직관주의자는 직접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와 직감으로 기계의 상태를 점검한다. 주인공 라일라 메이 왓슨은 흑인 여성 최초의 엘리베이터 점검원이자 직관주의자다. 어느 날 검사를 담당했던 11호기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자유낙하하는 추락 사고가 벌어진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라일라 메이는 불가능한 사고의 진실을 알고자 직접 뛰어든다. 그리고 ‘블랙박스’가 이 사건의 내막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

콜슨화이트헤드

ColsonWhitehead
1969년미국뉴욕맨해튼에서나고자랐으며,하버드대학을졸업했다.흑인여성최초의엘리베이터조사관라일라메이왓슨이가상의도시에서추락사고의진실을찾아가며펼쳐지는미스터리소설《직관주의자》(1999)로데뷔한뒤,두번째작품《존헨리의나날들JohnHenryDays》(2001)로퓰리처상최종후보에올랐다.이후《제1구역》(2011)등세편의소설과두편의에세이를집필하며,똑같은주제와스타일을선보인적없는도전적작가로명성을쌓았다.여섯번째소설《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로2016전미도서상과2017퓰리처상ㆍ앤드루카네기메달ㆍ아서클라크상을수상했으며,2017년〈타임〉‘가장영향력있는인물100인’에선정됐다.《니클의소년들》(2019)로‘자신만의미국고전장르를창조해가고있다’는극찬을이끌어내며2020퓰리처상ㆍ오웰상,2019커커스상을받으면서퓰리처상을두번수상하는기념비적인기록을세웠다.두번째퓰리처상이후2년만에발표한《할렘셔플》(2021)은미국아마존차트1위,〈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다.

목차

1부하강
1장·13
2장·101
2부상승
1장·201
2장·303

출판사 서평

“사회를건축으로치환한우화적인세계.”-김보영(소설가)
“간결한시와신비로운품위로쓰인첫번째소설.”-뉴요커

*2017ㆍ2020더블퓰리처상수상작가콜슨화이트헤드의데뷔작
*〈뉴욕타임스〉주목할책
*〈에스콰이어〉〈USA투데이〉올해최고의데뷔작
*〈GQ〉밀레니엄베스트북

“이세상너머에또다른세상이있다.”
자유와해방을선사할
완벽한엘리베이터를찾아서

《직관주의자》는기존탐정소설의전개를충실히따르는듯보인다.먼저예상치못한일이벌어지고,정체불명의사건에휘말린주인공은직접비밀을찾아나선다.소설의무대인고층빌딩들로가득한대도시는흑인이‘유색인’으로불리는흰색문명사회이고,특정시간대에속하지않은뉴욕을반영한평행우주다.이가상의도시를굴러가게하는것은엘리베이터점검원이다.그들은경험주의와직관주의라는파벌화된두부서로나뉜다.눈에보이는것을중시하는전통적인경험주의자와달리새롭게떠오르는직관주의자는직접엘리베이터에탑승했을때느껴지는이미지와직감으로기계의상태를점검한다.
주인공라일라메이왓슨은흑인여성최초의엘리베이터점검원이자직관주의자다.어느날검사를담당했던11호기엘리베이터가완전히자유낙하하는추락사고가벌어진다.유력한용의자로지목된라일라메이는불가능한사고의진실을알고자직접뛰어든다.그리고‘블랙박스’가이사건의내막에깊은연관이있다는것을알게된다.

라일라메이가학교에서들었던악명높은설계문제.지금우리가시달리는도시에서,이성장이저해된판잣집에서우리를구해줄완벽한엘리베이터는어떻게생겼을까?우리는그안을들여다볼수없기때문에알수없다.천사한테난치아모양처럼우리가상상할수없는무언가,그것이블랙박스다._94쪽

블랙박스란직관주의의창시자풀턴이연구했던완벽한엘리베이터의청사진을의미한다.완벽한엘리베이터는기존의“무덤”과같은엘리베이터가아니라,차별과배제의언어로쌓아올려진견고한수직도시를파괴하고자유와해방의천국으로상승시켜줄장치다.

라일라메이는제2의상승이초래할온갖결과를생각해본적이없었다.우리가블랙박스를내놓고나면이도시를파괴해야할것이다.현재뼈대는그장치에흐르는골수를수용할수없을것이다.도시를완전히파괴하고돌무더기를덜인기있는자치구로나른뒤새로시작해야할것이다._275쪽

따라서블랙박스를찾는일은흑인여성이라는정체성으로살아가는라일라메이가새로운도시를찾아자유를회복하는것이기도하다.블랙박스와추락사고의진실을파헤치며,라일라메이는완벽한엘리베이터라는꿈을둘러싼다양한인물들과얽히게된다.
이과정에서콜슨화이트헤드는갈등을해소하기보다기울어진세계의부조리를섬세하고건조한언어로가만히들여다보는방식을택한다.《직관주의자》는사건의해결이라는결말을향해전개되는탐정소설의구조를따르고있지만결국세상이온전히설명될수없으며보이지않는것들로가득차있음을보여준다.소설의주인공이점점더깊어지는미스터리속으로빨려들어가는것처럼,독자또한콜슨화이트헤드가교묘한반전과아름다운산문으로정밀하게건축한미로의힘에매료된다.

“엘리베이터는열차다.종착지가천국인완벽한열차.”
현재의한계너머에있는희망으로도약하는소설

《직관주의자》가긍정하고자하는것은기계와인간,즉존재의불완전함이다.무언가가불완전한것은이세계를누구도완벽하게예상할수없다는사실에서온다.더나은미래를위한사회의진보는결함없는발전을강박적으로추구하는것이아니라서로의불완전함을인정하고직시하는것에서시작된다.엘리베이터로상징되는기술의발전은더나은미래로의상승이라는꿈을약속했지만,낙관적전망은언제라도망가지고추락할수있다.11호기엘리베이터가어느날돌연히추락한것처럼.《직관주의자》에서기존의엘리베이터는권력자들이더높은곳을향해질주하는현대성의폭력을나타내는비판적의미에서의수직성을의미한다.계급을나누고누군가를배제하는방식으로발전한지금의엘리베이터는필연적으로실패할수밖에없다.그러나풀턴이남긴말처럼,“발전을이끄는것은실패”다.실패한이도시에서,라일라메이가찾고자하는새로운엘리베이터는우리를또다른세상으로데려다줄열차다.

“열차를,여러분과단어사이에있는곳을기억하자.
엘리베이터는열차다.종착지가천국인완벽한열차.”_125쪽

라일라메이는엘리베이터수직통로의어둠속에서새어나오는빛을보며“보이지않는곳에더많은빛”이있으며“구원은없을것”이라고느낀다.하지만도리어그작은빛에서,“새로운도시가다가오고있음”을강렬하게직감하기도한다.표면적으로는보이지않는것을직감하는직관주의라는설정은‘대상의겉면’이라는편향된기준에의해세워진백인권력자들의사회에서,표면적으로드러나지않는폭력적구조를흑인여성으로서직접느끼며살아가는라일라메이의세계에대한은유다.“사물과영적으로소통하는기계시대의샤먼”이라는김보영작가의말처럼,라일라메이는자신의감각이라는언어로번역된느낌으로,아직다가오지않은미래의도시를갈망하며직접느끼고자한다.

라일라메이는직관주의가소통이라고생각한다.그렇게간단명료하다.
자신이아닌것과하는소통._330쪽

콜슨화이트헤드는《직관주의자》에관한한인터뷰에서공식적인역사가매우신뢰할만하다고생각하지않으며,모든것은그자체로유동적이라고말했다.그말은과거의일이고정된채로이미지나간것이아니라현재와공존하며계속변화하고있다는인식을담고있다.이러한인식은섬세하게구성된이우화속에잘숨겨져있다가,마지막에이르러주인공과독자가마주하게되는비밀에서선명히드러난다.비밀의민낯은허무하고건조하다.그러나라일라메이는대도시의실패를직시하며낯선희망으로도약하고자한다.《직관주의자》는어둠에서흘러나오는작은빛에서어딘가에존재할다른세상을강렬히직감하게하는작품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