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 편지 (윤후명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비단길 편지 (윤후명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시편들
‘시인’으로 돌아온 윤후명 10년 만의 신작 시집
“시를 놓지 않겠다고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작가 윤후명이 10년 만에 신작 시집을 출간했다. 윤후명에게는 두 개의 정체성이 있다. 하나는 1980~90년대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소설가 윤후명’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문학적 출발점인 ‘시인 윤후명’이다. 한국 현대 문학사에 확실한 위치를 점한 소설가이지만 윤후명은 시인으로 출발하였고 그 정체성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윤후명은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며 문단에 등단하였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 당선까지 시작에 전념한 그는 1977년 첫 시집 《명궁》 출간으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터져 나온 고독의 언어들은 낯설었고 두 눈을 부릅뜨고 삶의 한복판에 활시위를 당겨도 대개는 비탄과 쓰라림의 음조였다. 거대담론과 이념에 추수한 ‘민중문학론과 리얼리즘론의 시대’에 개인의 이상과 삶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허무주의 내지는 무위의 감각은 단번에 독자와 평단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이 시집은 동시에 시인으로 하여금 문학적 갈증을 유발시켰고 소설을 향한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소설가로 등단 이후 활동 중심을 소설로 옮겼지만 그는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쇠물닭의 책》 등 두 권의 시집을 펴냈고, 시 선집 《강릉 별빛》과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에 90편의 신작시를 더하여 출간하는 등 꾸준한 시작 활동을 보여주었다.
시와 소설 창작을 병행하는 것은 장르 간의 벽이 완강한 우리 문학 풍토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윤후명은 두 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분명하게 정립한 거의 유일한 작가다.

“한국에서는 시인과 소설가를 구분한다. 장르 자체를 가른다. 시인은 시인이고 소설가는 소설가라는 식이다. 외국에는 없는 행태다. 이것은 언젠가 없어져야 할 장벽이라고 본다. 작가는 시를 쓸 수도 있고, 소설도 쓸 수 있다.”_‘작가 인터뷰’ 중에서
저자

윤후명

강원도강릉출생.1969년연세대철학과졸업
1967년경향신문시당선,1979년한국일보소설당선

〈수상〉
녹원문학상(1983),소설문학작품상(1984),한국일보문학상(1985),현대문학상(1994),이상문학상(1995),이수문학상(2002),현대불교문학상(2007),동리문학상(2012),고양문학상(2012),만해님시인상작품상(2013),연문인상(2018),3.1문화상예술상(2021)

〈약력〉
연세대강사,국민대대학원겸임교수,체코브르노콘서바토리교수(한국)역임,수림문학상심사위원장(현)

목차

도롱이집의시
1부백령도
2부구게왕국
3부비단길편지
4부사랑의힘
5부둔황에서강릉까지

출판사 서평

강릉에서둔황까지,둔황에서강릉까지
윤후명문학여정의총정리

윤후명의소설들을일컬어‘강릉을출발해고비를지나알타이를넘어마침내다시‘나’로회귀하는방황과탐구의여정‘이라고했는데시인은이번시들또한그러하다고말한다.“그동안의’나‘를말하며이시들은여기에서전쟁과혁명과사랑을증명한다.끔찍이도아름답고슬픈인생이었다.”
지난2017년발표한시전집《새는산과바다를이끌고》가윤후명시력오십년,시의총체였다면이번시집은윤후명문학여정의총정리라고할만하다.‘대관령’연작시는‘어디까지나를이끌어간다’며비로소끝을맺고,시인은어머니의손을잡고고갯길을넘어몽골초원,고비사막을지나텐샨을넘는다.언어는따뜻해지고이미지는이야기가된다.시속에소설이들어오고소설속에시가들어선다.그리움은안타깝지만영혼을값싸게흥정하지는않는다.시의씨앗을찾아서간직하는게시인이며,‘그래야세상은제길을잃지않는다.’

거쳐온인생이풍경이된다/자연속에서있는집한채/그안에나는형체없이서성거린다/아,살아왔구나/부끄러운딱정벌레처럼웅크리고/시를썼구나/그형체가내가맞는다면/풍경은완성될텐데/서성거리는사람의그림자는붙잡을수없다/한웅큼/내손안에쥐여있는풀잎을들고/나는그림자속에딱정벌레의집을짓는다_〈시를쓰는딱정벌레〉전문

‘내발걸음은멈출수없다’
총219편신작,시의향연

이번시집에는총219편의시가실렸다.많은편수만큼이나시인은다양한시의세계를펼쳐보인다.특히첫번째시집의시들처럼일상적인언어의규범적,문법적질서가무시되거나파괴된시편들은다시새로우며긴장과집중을늦추지않는다.시적세계의본질을이루는어떤태도또는관점에서비롯되는언어적고민과허무의세계관은시간이흘러도바뀌지않은시인의완강함이다.그럼에도시인의시는아직젊다.환상적인희망이나헛된기대는가지지않고,있는그대로의존재방식을끈질기게추구하고있는것이다.그지적정직성에도달한언어들은우리삶의보편적체험에대한생생하고인상적인시적표현을보여준다.‘어둠이살얼음처럼깔린모래밭은/검푸르게삶을휩싼다’(〈갯메꽃피는바닷가〉중에서)그리하여시인은‘이세상이없을곳으로달린다/달빛속에서나는세상도없고나도없는/그곳으로지금도열차를타고간다’(〈동해남부선〉중에서)

김수영,이어령등작가20명추모시로소환
시로쓴‘살롱드한국문단’

작가는등단반세기를훌쩍넘고생물학적으로도희수의나이가되었다.시동인지〈70년대〉의동인이었고,소설동인지〈작가〉의동인이었다.시인은이번시집에서처음으로도반과같은문학스승과문우들을소환한다.시인박목월(88쪽),시인박남수(89쪽),시인김동명(42쪽),시인김수영(90쪽),소설가이원하(91쪽),소설가박영한(92쪽),시인박정만(94쪽),화가김점선(95쪽),시인김형영(96쪽),화가김향안(105쪽),시인윤동주(106쪽),시인강은교(109쪽),시인정희성(109쪽),소설가황충상(116쪽),화가이인(123쪽),시인임정남,소설가정태언(224쪽),평론가황광수(225쪽),소설가이미륵(226쪽),평론가이어령(254쪽).우리문학의빛나는이름들로실로풍성한인연이다.시로쓴‘살롱드문단’의숨은얘기는문학사그자체이다.

1969년출판사삼중당에서일하면서/선생님의책을만든게처음만남이었습니다/그로부터저를신춘문예와이상문학상에도올려주었습니다/(중략)
_〈그러나그러나,선생님은가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