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김덕희 장편소설)

캐스팅 (김덕희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카믄 얼른 낚싯대를 잡으소.”

미끼를 던지는 자, 미끼를 무는 자
욕망 앞에 전부를 건 한판이 시작된다!

제23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작가 김덕희 첫 장편소설 출간
2018년 첫 소설집 《급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하고, 2021년 두 번째 소설집 《사이드미러》를 통해 전복적 상상력과 유려한 문장을 선보이며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김덕희의 첫 장편소설 《캐스팅》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힘과 힘이 대결하는 바다 위에서 한 도시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낚시꾼들의 짜릿한 손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으로 쓰인 ‘캐스팅’은 채비를 던지거나 목표 지점으로 보내기 위해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을 가리킨다. 무엇인가를 낚기 위한 그 동작은 살기 위해 벌이는 야생의 물고기와 인간의 숨 막히는 대결, 욕망을 은유하며 최소 1만 년 이상 이어져온 인간의 수렵 본능을 자극한다. 단편 〈급소〉에서 물컹한 촉감과 피비린내 나는 사냥 감각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가의 특장은 이번 장편 《캐스팅》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미끼를 던지고 무는 자의 뜨거운 한판 승부처로 작가가 택한 곳은 쇠락한 항구도시 초항시이다. 긴 외지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온 구장환은 어느 날 사채업자 홍 대표로부터 이천만 원의 빚 상환 협박을 받던 중 거부할 수 없는 내기 낚시 제안을 받는다. 홍 대표와의 내기 낚시에 걸린 것은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인 천만 원과 초항시를 둘러싼 테마파크 사업 유치권. 장환은 달콤한 미끼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깨닫지만, 결국 수락하고 게임에 나서기로 한다. 이것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섬의 끝자락에 선 장환에게 들물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비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드러낸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조,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강한 흡인력과 반전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한다. 코로나19 이후 ‘천만 국민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며 각광받고 있는 낚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이다. 여기에 철썩철썩 갯바위에 서서 물보라를 맞는 듯 생생한 묘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낚싯대를 타고 전해오는 짜릿한 손맛, 입질의 전율, 고기가 잡혀 올라올 때의 펄떡이는 역동성이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저자

김덕희

1979년경북포항출생.2013년단편소설〈전복〉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급소》《사이드미러》가있으며한무숙문학상을받았다.현재한양여자대학교문예창작과에재직중이다.

목차

1부
1냄새9
2여명20
3채비37
4제사51
5악몽74
6직벽92
7백사105

2부
8손맛129
9식구140
10바람164
11앞일183
12작전199
13해무229
14한배243
15재회255

에필로그275
작가의말281

출판사 서평

낚을것인가,낚일것인가?
내기낚시한판에한도시의미래가달렸다
운명의대어를향한짜릿한손맛대결

쇠락한항구도시초항시.부산에서호텔일을하다가초항시로돌아온구장환은홀로남아부둣가에서횟집을하는어머니의가게를내주기위해사채업자홍대표로부터이천만원의빚을진다.쇠락한도시의벌이로는사채를갚을길이요원한가운데,아버지의일곱번째기일에장환은새벽에항구에서보자는홍대표의제안에항구로향하고,그에게내기낚시를제안받는다.우선이자리에서홍대표를이기고,홍대표와라이벌인김재복과의내기낚시에서한번더이기면빚의절반인천만원을탕감해주겠다는것.

“구프로요,내는인자채비합니데이.내제안을받아들인다카믄얼른낚싯대잡고,아이믄그냥구경이나하소.바람좀쐬러나온셈치지뭐.”_30쪽

장환은밑밥주위를떠나지못하는고기한마리를상상했다.바늘만피하면배를실컷채울수있었다.넓고거친물속을지치도록돌아다니며뒤져야섭취할수있을만한양의먹이가눈앞에깔려있었다.바늘만피하면된다.바늘만피하면!_31쪽

오래도록아버지로부터낚시를배워온장환은그자리에서낚싯대를들고,오랜기다림끝에감성돔을하나낚아올린다.내기낚시를수락한셈이되어홍대표와김재복의내기낚시에서홍대표측사람으로출전하게된장환은김재복측인물인낚시꾼‘백사’를만난다.경기내용은가장큰감성돔을낚는사람이이기는것.치열한접전끝에백사의감성돔보다큰감성돔을낚은장환은내기에서이기고빚을탕감받게된다.떠나기전백사는장환에게어디서낚시를배웠는지묻고아버지에게서낚시를배웠다는말에혹시아버지의이름이구동근이냐고묻는다.

“어디서많이본초식이라했두마구장군아들이었구만.가만……죽은지한5년쯤됐나?에라이이냥반,부주안한벌을이렇게주는갑소.하여간호랑이가호랑이새끼를키워놓고가부렀네.”
장환은왜이사람이아버지를장군이라고부르는지,호랑이는무슨말인지알아들을수없었다._125~126쪽

천만원을탕감한이후홍대표는다시한번장환을찾아온다.그러고서는장환에게초항시를향해다가오고있는격류에대해알려주며자신과손을잡자는이야기를건넨다.재복과홍대표의내기낚시는초항시테마파크유치권에대한내기였던것.

“그라이까네,이테마파크의운영권싸움이란말이지.상상도못할돈이걸려있거든.째보글마,지가이길줄알았던기싸움에보기좋게져뿠으이인자독이바짝올랐을기라.근데이거는죽어도내가맡아야되는기거든.”_149쪽

내기낚시에서이겼으므로홍대표에게권한이넘어오긴했지만,재복이상황을역전하기위해물밑작업을하고있음을파악한홍대표는완전한승리를위해다시한번장환을초항시장배전국감성돔낚시대회로내모는데……전국의내로라하는조사들이모두모인그곳에서장환의낚싯대는과연자신과초항의운명을결정지을대어를낚아올릴수있을까.


“충돌하는생각들,평소의질문이단어와문장아래깔렸다”
황량한바다에서자신의답을낚는사람들의이야기

김덕희작가는‘작가의말’에서우연히낚시에빠져들었던자신의경험을털어놓는다.삶의복잡미묘한질문들과엎치락뒤치락하는생각들에종종무력감이찾아들때우리는종종바다를찾는다.그리하여그곳에서수평선을마주하고낚싯대를드리운다는것.새벽의미명속에서뭔가를낚아야하는자신은뜨거운질문이었을테고,좀체낚이지않으려는그뭔가는어떤종류의대답이었을지모른다.이렇듯낚시를통해이루어지는문답의프레이즈는《캐스팅》이내재한소설적힘을더욱공고히하는요소라할것이다.외형적으로는내기낚시를통해서로의욕망을겨루는상황을드라마틱하게보여주면서,삶의고비,막막한순간에맞닥뜨린자들이황량한바다에서자신의답을구해야하는삶들의풍경을위로하고있는것이다.
김덕희는빼어난데뷔작으로꼽히는〈전복〉이후줄곧서사의완결성과미의식을추구하는단편들을발표해온작가다.그간삶을통찰하는정교한이미지를직조해내는문장주의자,한땀한땀이야기의바늘을꿰는고전주의자로서그의이야기는탄탄하고읽는맛이있다는평가를받아왔다.그런면에서이전작품세계에비해더욱더활달해진전개가돋보이는소설《캐스팅》은작가김덕희의새로운도전이라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