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 이승우 장편소설

이국에서 : 이승우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머무르거나 떠돌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
그 무한성에 대한 마스터피스

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이승우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자리 한 편에 우뚝 서 있는 작가 이승우. 종교적이며 관념적인 통찰로 생의 이면을 소설로 파헤쳐 뚜렷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그려온 이승우가 장편 《사랑의 생애》(2017)이후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이국에서》를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소설은 떠날 수밖에 없는 한 인물의 삶의 궤적에 침투해 떠난 곳의 재난적 상황이 떠나 온 이국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는, 공동체의 추악한 실태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본국에 머물 수 없어 떠나 온 곳 이국, 하지만 그곳에서도 공동체적 재난과 불행과 패배는 여전히 존재하고, 국가폭력 앞에 해체당한 연약해진 개인들의 슬픔과 고통이 있다. 그곳, 이국에는 내부인이지만 외부인으로, 외부인이나 내부인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로부터 격리당하고 외면당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살아온 땅을 떠났으나 그 어디에도 정작하지 못한 사람들. 또한 그들은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고, 땅에 올랐으나 땅속에 머무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생의 정면을 바라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장소가 변한다 한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떠났다고 해서 그 떠남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삶의 한계에 대해 말하지만 그 현실에서 벗어나 생의 완벽한 자유를 꿈꾸는 것에 주력한다. 사회 질서나 규율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자유, 욕망과 구원의 문제들. 머무르거나 떠돌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그 무한성에 대한 질문과 답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되어 세상에 나왔다.

저자

이승우

1959년전남장흥군관산읍에서출생하였으며,서울신학대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원을중퇴하였다.1981년[한국문학]신인상에『에리직톤의초상』이당선되어등단하였고,현재조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있다.1991년『세상밖으로』로제15회이상문학상우수상을,1993년『생의이면』으로제1회대산문학상을수상했고,2002년『나는아주오래살것이다』로제15회동서문학상을수상하여...

목차

이국에서-7

작가의말-354

출판사 서평

내부인의외부와외부인의내부를공명하는울림

주인공황선호는한광역시의시장을모시는측근이다.그도시는광역시중에서도규모가제법컸기때문에시장의영향력또한만만치않았다.따라서이곳의시장이되는것이대권후보로가는유력한코스라고여기는사람들도많았다.시장은재선에성공해야만했다.하지만선거를몇개월남기지않은상황에서건설업체와의뇌물스캔들이불거진다.받았다는뇌물의액수가너무커서덮기도쉽지않아보였다.황선호는긴회의끝에아이디어를하나낸다.책임자의완벽한한시적실종.잡힌꼬투리를잘라내버리는.이른바담당자한명이모든비리와부정을다뒤집어쓰고사라지는것이었다.선거에서승리할때까지6개월정도만완벽하게종적을감추면된다.하지만황선호는아이디어를낼때만해도그‘담당자’가자신이될줄은꿈에도생각지못했다.시장과의저녁식사자리에서그는‘담당자’가되어주기를요청받는다.선택지는두개였다.부탁의형식을취한명령을받아들여완벽한시한부실종을사는것,또는오래몸담아온캠프를떠나는것.황선호는모든책임을뒤집어쓴채한시적인잠적을택한다.
“그래서그의자루는,그도시에사는대부분의사람들이그런것처럼언제나가득했다.가득한데도충분하지않아서늘허둥거렸다.자루속에가득한그것들이정말로필요한것인지는말할수없고,말할필요도없다.가득채운다는것,그것만이언제나중요했으니까.무엇으로든가득채워야했으니까.그렇지않으면불안했으니까.다들그렇게살았으니까.그를추동한것은성찰이아니라모방과관성이었다.”

어디로가고싶으냐는질문에황선호는‘보보민주공화국’이라고답한다.회사를그만두고싶을때어머니가한말.“네가원하는일을해라.남이원하는일이아니라.”그말은어머니의말이면서어느여행작가가쓴문장이기도했다.어쩌면그에게‘보보’는그렇게따라건져올라왔다.오랜내란의과정을거쳤고현재까지도군부독재가이뤄지고있는곳.종교가다른두민족의갈등이심각한곳.불안정한정세와치안으로한때여행자제지역이었다는곳.“이도시의하늘은투명하고태양빛은순수하다.”여행작가가쓴‘보보민주공화국’의소개첫문장처럼그렇게그는‘강진’이라는위장신분으로‘보보민주공화국’에입국한다.

“‘그문장이떠오른이유가무엇인지를오래생각했다.추천인지경고인지,어떤신호인지헷갈렸다.왜냐하면그의의식의수면위로그문장이솟아오른적이없었기때문이다.그의의식의밑바닥에그문장이잠겨있었다는사실도모르고있었기때문이다.그는그문장과그문장의주인과그문장이불러일으킬수있는모든것으로부터거리를유지하며살아왔다.그런데왜갑자기?그는어리둥절했고,난처했고,그러다마침내깨달았다.그는자신의운명을지시하는이정표로,그의고심에대한답으로,일종의계시로그문장을받아들이고말았다.”

“외부인이잖아요.지시가내려온걸어떻게합니까?우리도어쩔수없다니까요.체크아웃하셔야합니다.”정부로부터포고령이내렸다는이야기였다.타깃은입국목적이불확실하거나체재하는동안의활동과출국일정이모호한외부인들.선언문에는“보보민주공화국은외부인들이우리국토를통과해지나가는것을허락하지않을것이다”라는문장이있었지만사실상머무는것을허락하지않겠다는의미였다.불행하게도그포고령은황선호도피해갈수없었다.보보에머무를수있는유일한방법은국민안전국을통해허가증을받는것.하지만허가증을받기도전에그는호텔로부터체크아웃을통보받는다.외부인이기때문이었다.

““이호텔에당신과나빼면외부인이서너명되려나?그런데그들은당신과달리이웃나라사람들이에요,나처럼.그들도곧떠나겠지요.떠났다가다시오기가상대적으로쉬워요.가까우니까.그런데당신은…….어떻게할건데요?”황선호는글쎄,어떻게할까요?하고되물었다.그의나태한태도를믿을수없다는듯엘라핀은,아무대안이없는거예요?하고묻고,그렇게대수롭지않게여길일이아닌데,진짜태평한분이네,하고혼잣말처럼중얼거렸다.”
펍의주인필은황선호에게‘쟝’을찾아가보라권한다.육교위에있던쟝을만난그는묘한기시감과함께어머니유품속한장의사진을떠올린다.김경호가보낸마지막편지에동봉된사진속남자가‘쟝’이었다.편지는자전거를타고세계를떠돌았던김경호란남자의여행기였고,그의어머니는김경호의편지를모아두권의책을출판했다.보보를떠올리게했던“이도시의하늘은투명하고태양빛은순수하다”라는문장또한김경호의편지에있던구절이었다.쟝이갈곳없는황선호를데리고간‘친구들의집’또한김경호의편지에서본장소였다.그렇다면그들은서로아는사이일까?황선호가보보에온것도우연이아니라운명인것일까?

“모두들사연이있어요.대를이어살아온자기나라를그냥떠나는사람이어디있겠어요.살수없어떠났지만이친구들이정말로원하는것은떠난곳으로다시돌아가는거예요.다시돌아가려면그곳이살수있는곳으로바뀌어야겠지요.그래서떠도는거예요.그곳에아직못가니까,언제가될지모르지만,그곳에기어이이르려고,어떤사람은죽기전에이르지못하고,그아들이나딸,그아들이나딸의아들이나딸을통해겨우이르게될수도있지만,그렇게라도이르려고,어쨌든지금은다른데로가려고하는겁니다.”

황선호의눈앞엔생존을위해발버둥치지만거부당하고외면당한사람들.오랫동안살아온땅을떠났으나어디에도정착하지못한사람들.앞으로도뒤로도움직일수없는사람들.물에서나와땅에오르지못하고땅속에머무는사람들.그마저도불안정한사람들.그래도포기하지않는사람들.몇년째짐도풀지않고견디는사람들이있었다.그들은임시적으로거주하고있었다.이곳은그들의정착지가아니었기때문이다.외부인인이들에게제대로된일자리가허용될리도없었다.수학교사는수학을가르칠수없고전기기술자는어떤공장에도들어갈수없다.손재주가있는사람만이무언가를만들어팔았다.서로를친구라고칭하고공동체를이루어사는그들과함께하며황선호는베일에싸여있던김경호의흔적을찾아나선다.그러던어느날,연락이끊겼던동료'송'에게서전화가온다.예상치못한변수가생겨일이급박해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