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겠다는 마음

되겠다는 마음

$14.00
Description
모든 것에 닿고자 간절한,
그렇게 되겠다는 마음의 표상들

신예작가 오성은의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오래된 시간의 문을 열고 마주하는 착색 삽화처럼 아득하고 친근하다. 아득함과 친근함이 자아내는 경이로움은 오성은 소설만이 거느린 미덕이다.
-함정임(소설가)

오성은은 세상에는 슬픈 것이 가득하는 것을 아는 작가이다.
-윤성희(소설가)

2018년 진주가을문예에 중편 〈런웨이〉로 등단한 이후 영화 연출과 방송 진행, 작곡, 사진, 여행에세이 집필 등 문학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 예술가로서 활동해온 오성은의 첫 소설집 《되겠다는 마음》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되겠다는 마음》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그가 오랫동안 발견해온 현실과 앞으로 발견하려는 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생의 희망과 환희가 가득 담겨 있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자취에 대하여 슬픔과 자조를 묻고, 위로와 복수의 어긋남을 아쉬워하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다종다양한 감정과 마음들을 그려낸다. 그 마음들이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어떤 불꽃으로 타올라 어떻게 꺼져가는지를 관찰하며 “재가 식을 때까지(…) 재의 마음으로 소설”(윤성희_추천사) 이 된 이야기들은 오성은의 손길에 따라 노래가 되고 음율이 되고 문장이 된다. 배와 한 몸이 된 노인이 나아가는 먼 바다로, 악기를 월세 대신 주고 떠난 악사의 공허함으로, 골동품 상점을 드나드는 글쟁이의 은밀함으로, 창고가 되겠다는 젊은 부부의 환상으로 뻗어나간다. 어떻게 보면 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무언가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인 채로 남은 생의 한 부분들이며 끝내 되지 못한 마음들에 대한 간절함, 원하는 무엇에 닿지 못한 헛헛함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쉼 없이 ‘쓰는 사람’으로서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오성은에게 이 ‘되겠다는 마음’은 한시절을 매듭 짓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안고 소설의 세계로 떠나는 자의 첫 걸음인 셈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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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성은

1984년생,부산영도에서태어났다.동아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으며2018년[진주가을문예],중편소설「런웨이」로등단했다.KBSTV[바다에세이포구]를진행했으며,문화웹진[채널예스]에포구이야기를연재했다.단편영화[향수]를연출하고각종방송과강의에서음악을포함한모든소리를더깊이감상하는‘듣는영화’로써텍스트읽기를제안하는영화쟁이기도하다.앞으로도소설...

목차

고,어해7
핑크문29
아주잠시동안53
밤은농담처럼81
무명의사람들101
가방안에들어간남자129
추억을완성하기위하여153
창고와라디오185

해설|허희(문학평론가)217
소설악보:선과선을연결하는음표들
작가의말235
추천의글238

출판사 서평

“당신은내게전부이거나아무것도아닌사람이기도해요.”

서두를여는작품「고,어해」는금광호선장인‘노인’에관한이야기이다.이제배는자신의몸과마찬가지로늙고닳아버린폐선이되어버렸다.삼십년을넘게자신과함께했으니,이제폐기해야되겠으나노인은자꾸망설여진다.고철업체에배를넘기는걸결정한어느날“밑바닥에서울려퍼진바다짐승의처절한울음소리”를듣는다.사람들은배가무슨소리를내냐며환청이라고노인을다독이지만그는꺼이꺼이우는배울음소리가예사롭지않다.우연일까.최사장이먼바다에서물건을받아건네오면큰돈을주겠다는연락이오고노인은폐선에게생명을연장해줄생각으로‘그일’을받아든다.정체모를하얀가루를싣고항구로향하는노인.육지로귀환하면치욕을감내하는삶이시작될테고반대로배는건강한모습을재탄생할지모르겠지만,노인은갑자기“처음보는바다”를향해뱃머리를돌린다.자신의쓸모없음과같은등위에있는폐선을끌고그는바다를향해질주한다.떠난자가된다.

「무명의사람들」에서는떠난사람들을기다리며떠난곳에자신도모르게정박하며삶을영위하는남겨진자들에대한이야기이다.사람을기다린다는것.떠난사람을찾아기다린다는막연한목적을안고살아가는사람들.자신에게소중한사람을잃은경두,진수,미란,상주이모는아내와동생,부모와아들을각각잃거나떠나보냈다.그들은떠난자들이처음으로돌아오게되는곳터미널에자리를잡아인연을맺어간다.김치를배달하며사별한아내를그리워하는경두,집을나간여동생을찾아고향을버리고낯선대도시로흘러든사내진수,보육원에서나고자라성인된미란.경두는사별한아내를기다리고미란은존재도모를부모를,진수는집을나간여동생을기다리는중이다.각각의소중한사람을잃고비슷한마음들을간직한채본인의삶을묵묵히살아내는세사람은각각의떠난사람의미련과남겨진자의알수없는슬픔을공유하고일상의순간순간을반추하며삶의무의미적체념을깨닫는다.

「아주잠시동안」또한만남과떠남,사랑과이별에대해,더나아가서자신이되고싶었던모습과타인에의해되어가는자신사이에서갈팡질팡흔들리는인물의모습을그린다.음악학원을운영하는기훈에게,장인은건물관리를맡기며음악하는삶과현실에서의욕망하는삶이비교되기를원한다.그런기훈은장인의의도를쉽게파악하지만모른척하며현실에서의음악하는삶을고수하며동시에타인이본인에게원하는모습또한되기를노력한다.그런와중에끝방에사는,월세가밀려금방이라도집을비워내야하는,기타가방을멘,누가봐도음악하는사람처럼보이는세입자태윤을마주하게된다.태윤은음악학원을운영하는집주인이자관리인인기훈에게정서적으로통한다생각해자신의이야기를늘어놓는다.아픈애인이말도없이사라졌고,꼼짝못하고그녀의집에서정처없이기다리고있다고.자신은계속그녀를기다릴예정이며방세를값이나가는기타로대신내겠다는말.태윤의상황을들으며기훈은자신의모습을보게된다.더불어지금나는왜이곳에서이렇게움직이고있는지반추하다음악하는사람이되고싶은마음과건물주로서의욕망하는마음사이의혼란함을느낀다.기훈은그토록미워했던도돌이표와같은,모든게제자리로돌아와주기를자신스스로바라고있음을깨닫는다.

“시간이지나면다제자리로돌아올거라고생각했어요.”

너무멀리가버린자신에게다그쳐도돌이표처럼제자리로돌아와주기를바라는마음이한편에있다면,그마음들이너무멀어아예환상이나비현실로자리를바꾸는이야기들이있다.「가방안에들어간남자」는주인외에모든것을삼키는가방에대한이야기이다.가방의갈증으로인해모든것을삼킨다고생각하는주인공은자신의갈증과가방의갈증이연결되어있다고생각한다.가방의갈증을충족시키는행위,즉가방에무엇을집어넣는행위를하며자신의욕망이해소되며,스스로의현실에서의갈증을해소하는데집중한다.시간이흘러그런행위가자신을삶을깨뜨리고방해하는요소란걸깨달아가방을버리지만,돌도돌아가방은주인공에게귀환한다.주인공은가방안으로들어가기로결심한다.끊임없이삼킬수밖에없는가방과영원히결별하는방법은가방안에주인공이스스로잠겨지는것.그러나가방안에서그는사라지지않는다.삼켜지지않는다.그는가만히가방밖을상상한다.현실의이면을상징하고확장한‘가방’.현실을벗어나비현실에갇혔으나다시현실을꿈꾸고바라게된다는걸깨닫게된다.

「창고와라디오」에서는아내는창고가되겠다고선언한다.남편은대수롭지않게흘려들었다.하지만중학교동창인강에게서“무언가되겠다는건이미되돌릴수없는상태라는거다”라는말을듣게되면서사안의심각성을인지하게된다.남편은사라진아내를찾아그녀의고향으로내려가게되고,거기에서미래의아내가나타나이미본인이꾸었던꿈을이야기하고있는장면을경험하게된다.환영같은아내에게창고가되겠다고한이유를물었으나답을들을수는없었고,현실에서멀어진다른차원에진입한느낌과시·공간이분리된모습,중력이작용하지않는듯한움직임으로아내와대화를나눈다.남편은어쨌든비현실속이라도아내와함께해야한다고생각하는걸까?만약당신이창고가된다면나는당신이즐겨듣는라디오가되겠다고다짐한다.

“나는무엇이든될수있을것만같은기분을느꼈다.”

오성은의소설은다양한인물들의삶에서느껴지는작은감정과존재했으나이미사라져버린흔적들에주목한다.마음의전체를물들이는하나의색에주목하기보다는작은부분에스며드는다양한빛깔에반응하는것일수도있다.그건그만의관찰의방식이며소설가로서의오성은이세계를들여다보는방식이기도하다.나아가그것은,오성은에게관찰하고반응하는것들을소설이라는장르로반응해내는자기만의예술가적방식이라말할수도있을것이다.오성은만이반응했던장면,이를테면사물과자신을한몸이라생각하게되는반응,창고가되겠다는아내의말에호응해그렇다면나는라디오가될수있겠다는남편의반응,모든것삼키는가방안에결국들어가는수밖에없는주인공의반응같은.특정한어느것에만반응하는리트머스시험지처럼,오성은의이야기들은우리의마음이삶의어느순간에직면하면반응하게된다는,또몽롱하고환희의순간같은걸만나게된다는,발견할수있다는목소리라고말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