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8

아이리스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8

$16.00
Description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실패와 좌절을 딛고 나아가는 삶을 담은 성장소설

스페인어권의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세르반테스 문학상 수상 작가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의 자전소설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현대 멕시코 문학의 거장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의 장편소설 《아이리스》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8권으로 출간됐다.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알파과라 문학상, 마사틀란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멕시코를 넘어 스페인어권 전체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다. 《아이리스》는 그런 작가의 삶을 녹여낸 자전소설이다.

저자

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

1932년5월19일파리에서멕시코인어머니파울라아모르와폴란드인아버지장포니아토프스키사이에서태어났다.1942년어머니를따라멕시코로건너간뒤,미국에서교육을받고1952년다시멕시코로돌아왔다.1953년『엑셀시오르Excelsior』신문사에서사회문제를다룬기사를쓰면서저널리스트로활동하기시작했고,1979년에는여성최초로국가저널리즘상을수상하기도했다.작가로서의데뷔는1954년첫단편집『릴루스키쿠스』를출판하면서이뤄졌다.이후사회의부조리앞에서고통당하는익명의목소리를다루면서범상치않는인물들의내면세계를파헤치는작품들을발표하면서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주요작품으로마사틀란문학상수상작『나의예수,너를볼수없을때까지』를비롯해『틀라텔롤코의밤』『사랑하는디에고,키엘라가당신을포옹해요』『붓꽃』『티니시마』등이있다.

목차

아이리스11
옮긴이의말509

출판사 서평

“나는멕시코에서태어나지않았기때문에
멕시코의모든것에지대한관심을가질수있었다.”

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는소설작가이기도하지만멕시코를비롯한스페인어문화권에서행동하는지식인으로서존경과사랑을받는다.저널리스트로서멕시코사회의부조리를고발하는기사와책을쓰고,인터뷰어로서유명인부터평범한사람들,가난한사람들,수감자들에이르기까지다양한이들과대화를나누고,활동가로서약자들을위한일에앞장서왔기때문이다.멕시코의20세기시대상과역사적사건,실제인물들의이야기를담아내는작가의작품세계는이러한이력과도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전통적인소설적글쓰기에서벗어나현실과픽션을융합하는저널리즘적글쓰기를바탕으로한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작품들은억압적이고착취적인상황을목격한증인이직접자신의경험을묘사하는형식의라틴아메리카증언문학을대표한다.

『아이리스』는그런그의작품들중에서도특별한위치를점하고있는데,특정한역사적사건이나인물의삶이아닌,자기자신의이야기를기반으로한소설이기때문이다.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삶은독특한궤적을그린다.1932년,그는폴란드계프랑스인아버지와멕시코출신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다.그의아버지가폴란드마지막왕스타니스와프아우구스트포니아토프스키의후손이고어머니가멕시코혁명때땅과재산을잃고프랑스로이민온멕시코귀족가문의딸이었다는점을고려하면,작가를칭할때종종쓰이기도하는‘공주’라는말은비유적인표현이아니라실질적인명칭이라고볼수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고나치가파리를점령하자유복하던어린시절을뒤로하고어머니,여동생과함께멕시코로이주한후,멕시코의사립학교에서영어,프랑스어로기초교육을받고미국의수녀원부속학교에서중등교육을마친그는멕시코로돌아와신문사의기자로일하게된다.

『아이리스』의주인공마리아나는이렇듯독특한작가의경험을바탕으로창작된인물이다.프랑스인아버지와멕시코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공작가집안의딸이며제2차세계대전때어머니,여동생과함께프랑스에서멕시코로이주했다는점,멕시코의사립학교에서영어로교육을받다가미국의수녀원부속학교로보내진다는점,가톨릭가정에서엄격한규율과훈육속에성장한점등,마리아나의삶은작가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삶과똑닮아있다.

하지만작가는이작품이자서전이아닌,자신의자전적이야기를담은소설이라는것을명확히밝힌다.그지점이『아이리스』를더흥미로운작품으로만든다.현실의사건을목격한증인들을인터뷰하여그관점을녹여낸것이아니라자신이직접경험한삶을담았다는점과,있는그대로의사실로서술하는대신자신과닮은허구의인물을창조하여그눈을통해본이야기라는점에서『아이리스』는작가의내면과작가가바라본멕시코의한시절을짐작해볼수있게한다.

“사람이고통으로인해태어나기도한다면,
나는방금태어났다.”

『아이리스』는마리아나라는소녀가무모할정도로순진무구한어린아이에서점차성장해나가는과정을보여주는성장소설인동시에,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모든작품이그렇듯개인의삶과내면을통해멕시코의시대상을다루는이야기다.소설의시작에서만나는마리아나는외로움이많고소심하며순진한공작집안의딸이다.그리고무엇보다인정과사랑을갈구하는어린아이다.그런마리아나가어린시절을보내던프랑스파리를떠나멕시코로이주하면서성장하는것은낯선땅에서새로운사람들을만나다양한일을경험할때개인이필연적으로겪는변화이기도하지만,멕시코혁명이후의멕시코에서프랑스상류층교민으로,여성으로사는구체적인맥락속의경험에의한것이기도하다.

“사랑에빠지지않고서는삶을이해할수없”다고말하는마리아나를살게하는원동력은사랑이다.하지만그런마리아나를슬프고고통스럽게하는것도,결과적으로성장하게하는것도사랑이다.사랑하고사랑받기를원하는어린아이의순수한마음이사회적이고정치적인장벽에부딪혀좌절되는경험을거듭하며,마리아나는자신이살고있는세상과그속에서의자신의위치를인식하기시작한다.제2차세계대전의발발로도망치듯가게된낯선나라멕시코를사랑하게되지만,아무리사랑해도인종적혼혈이며상류층프랑스교민이라는신분때문에멕시코인으로받아들여지지않는다.아무리자신이멕시코사람이맞는다고주장해도“어쨌든너는멕시코사람이아니야”라는답이돌아올뿐이다.그래서마리아나만이멕시코출신이기때문에결코프랑스인공동체의완전한일원이될수없는엄마,어디에도속하지못하고부유하는엄마의모습을알아차린다.

그러나그무엇보다마리아나를뒤흔드는것은멕시코시티의프랑스교민공동체에어느날나타나상류층프랑스인들을비난하며강렬한존재감으로모두를홀린노동자계급의프랑스인신부자크퇴펠이다.마리아나는자신의인종적,계급적특권을지적하며집안에서정해주는일이아닌진정으로자신이원하는일을찾으라고목소리높여말하는퇴펠신부를열렬히사랑하게된다.마리아나는퇴펠신부를위해자신의특권을포기하고헌신하려고하지만,여성이기때문에그럴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정의로운투사처럼보였던신부는종교적,젠더적권위로마리아나를무너뜨린다.

“마리아나한테사랑이란,사랑하는사람으로변하는것”이지만,그마음만으로는완전한멕시코인도,신부와같은사람도될수없다.마리아나는‘양키처럼’생겼고,멕시코에서태어나지않았고,여자이기때문이다.하지만사랑이좌절되는과정에서마리아나는여자들을,증조할머니와할머니,엄마,이모를돌아보게된다.

마리아나의방황속에서,미래에예정된고독의씨앗이움튼다.루스와프란시스카안에,언제나이방인이라서거의감지되지도않는흔적을남기는여자들안에움튼것과같은씨앗이다.(…)거울에비친핼쑥한마리아나의얼굴을볼때면,나는그애가얼마나많은여자들을비추고있는지궁금해진다.환멸을느끼는,창백한,정신이다른곳에가있는,관자놀이부근의머리가하얗게세어버린여자들.얼마나많은여자가스스로에게질문을던지지않기위해스스로를보지않으며서로를바라보았는지.“무슨일이일어난거지?”“내게무슨일이일어난거야?”그래,이방인여자들,그들의방식을이해하기란,사랑을이해하기란더더욱어렵다._501-502쪽

퇴펠신부를향한사랑은마리아나가속해있던안온한세상의울타리밖을볼수있도록해주었고,울타리너머로나아가고자하는의지와동력을주었다.그사랑의실패는자신안에,그리고옆에있는여자들,자신과같은운명을지닌‘이방인여자들’을다시발견하게한다.마리아나는자신이그여자들중하나라는사실을,동시에그여자들과는다른길을가고싶어한다는사실을자각한다.순진무구한어린아이는그렇게눈을뜨고,성장하고,고통으로인해다시태어난다.

“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찬란한문학적발자취를남겼다.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작품은현대사와밀접한관계를맺고있다는점이두드러지는데,20세기의시대상이나라를넘나들며화합하는방식으로그려진다.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는단연코동시대스페인어권문학에서가장강력한목소리중하나이다.”_세르반테스문학상심사평

엘레나포니아토프스카의문학세계는평범한사람들의삶을증언하기위해가장예리한청각,즉듣기의기술을연마하고끊임없이질문하는것으로시작되었다.전통적인장르구분을넘나드는독특한서술자인작가는현실과픽션의길을영웅처럼답파한다.
-호세이그나시오(전스페인문화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