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베이비 (양장)

헬로 베이비 (양장)

$14.00
Description
지난한 기다림을 감싸 안는
애틋하고 간절한 그 마음의 무늬에 대하여

《콜센터》 《쇼룸》,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김의경 신작

“좌절과 실망의 순간, 서로를 돌아보며
손잡아주는 여자들의 이야기”_서유미(소설가)
장편소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의경의 신작 《헬로 베이비》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평균 결혼 연령의 변화, 삼십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현실.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헬로 베이비》는 그러한 고민을 안고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여성들의 솔직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에는 난임이라는 교집합 안에 모이게 된 다양한 직업군-변호사, 기자, 수의사, 가정주부 등-의 난임 여성들이 등장한다. 공통의 목표를 마음에 품고 장거리 마라톤 중인 그들은 단톡방 ‘헬로 베이비’를 만들어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위로한다. 김의경은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의 현재, 어쩌면 미래가 될지 모를 이야기를 독자에게 밀어 보낸다.

“남편과 함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 문정은 대기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심각한 저출산 국가의 난임 병원이 이렇게 붐비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_본문에서

외로운 시간을 함께 걸어온 이들이 만들어낸,
‘이해의 빛’을 향한 동그란 이정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시험관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아기천사병원’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갖고자 하는 난임 부부들로 매년 발 디딜 틈이 없다. 일을 하느라 마흔이 넘어서 난임 병원을 찾은 변호사 혜경, 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계속 미루다가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프리랜서 기자 문정,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파혼을 하고 난자 냉동 프로젝트를 시작한 수의사 소라, 무정자증 남편 때문에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냉동 정자가 든 질소 탱크를 옮기는 지은, 아동학대 현장에서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경찰 은하는 세계 3대 난임 센터 중 하나인 국내 최고 난임 전문 병원, 아기천사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문정도 그랬다. 남편과 자신을 닮은 아이와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남편도 예전보다 벌이가 괜찮았고 주로 집에서 일을 하니 독박육아를 할 염려도 없었다. 늦은 나이에 출산을 결심하기까지는 이런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다.”_본문에서

문정을 중심으로 모인 그들은 ‘헬로 베이비’라는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다. 가능하면 이십대 중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에 출산을 하는 것이 좋다고, 그때가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의사들은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시기에는 출산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취직을 해야 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경제적 여유가 필요했다.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그 모든 것을 이루기에 삼십대 초반은 너무 젊고 어린 나이였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시험관 시술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몸과 마음은 눈에 띄게 지쳐가고, 신경 또한 날카롭고 예민해진다. 하지만 본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남편들은 때때로 무심하고, 아이를 원하는 시댁과 친정의 관심은 큰 부담이 된다. 고통스러운 시술 횟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여자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난임에 대해 가장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나누며 그들은 가족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문정은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상처 입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끼리니까 할 수 있는 위로였다. 어차피 떠나갈 아기라면 아기집이 생기기 전에, 심장 소리를 듣기 전에, 난황이 생기기 전에 떠나는 것이 나았다. 그날 저녁 문정은 식욕이 나지 않아 병원 밥을 물렸다. 그러고는 환자복 차림으로 간호사들의 눈을 피해 지은과 함께 병원을 빠져나가,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면서 깔깔대며 먹었다. 누군가 봤다면 아기를 잃은 여자들 같지 않다고 했을 것이다. 정효를 만난 것도 그날 밤 병원에서였다. 복도에 놓
인 벤치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 있는 낯선 여자에게 지은이 먼저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문정은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아이를 잃었다는 것을.”_본문에서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시험관 시술을 받지 않겠다고 한 이후 1년이 넘도록 단톡방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오지 않았던 정효가 갑자기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정효는 단톡방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아기천사병원에 다녔던 언니다. 정효의 남편은 잦은 출장으로 거의 집에 없다시피 했고, 정효가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교양 있는 부잣집 사모님이었지만 손자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자주 정효를 벼랑 끝으로 내몰곤 했다. 그런 정효가 시험관 시술 중단을 선언한 지 1년 만에 임신을 했다니. 그것도 마흔여섯이란 나이에 자연임신으로. 단톡방 멤버들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모종의 질투.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강렬한 희망. 그날 저녁, 그들은 아기를 보기 위해 정효의 집에 모이기로 하는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 혜경은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급한 일 생겨서 나 오늘 시댁에 못 가. 어머니께 잘 말씀드려줘.
이런 기분으로 시댁에 가봐야 모두에게 좋을 게 없었다. (……) 시어머니는 아들 내외에게 자식이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인 사람이었다. 명절에는 노골적으로 손주 타령이었다. 혜경은 수술을 마치고 실밥도 제거하지 않은 지금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다가 들어가는 것이 혜경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혜경은 단골 꽃집에 들러 노란 장미를 샀다. 혜경은 플로리스트가 건넨 꽃다발에 코를 묻으며 노란 장미의 꽃말을 떠올렸다. 노란 장미의 꽃말은 완벽한 성취였다. 그리고 질투.”_본문에서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는 순간 피어나는
다정한 공감과 연대의 결속

김의경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은 대개 서사를 이끄는 인물들을 한데 집결시키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 자성에 이끌려 모인 인물들이 직조한 세계는 사회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 앞에 선 독자들은 제3자가 되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혹은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던 사회 현상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헬로 베이비》의 구심점은 ‘난임 병원’이다. 비혼, 딩크, 난자 냉동 등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현상이 논제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난임은 관심의 사각지대로 벗어난 듯하지만, 앞서 말했듯 활발하게 다뤄져야 할 사회 현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지금껏 자세히 말해지지 않았으나 어쩌면 가장 첨예한 주제일지 모를 ‘난임’을 소재로 과감한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의 난임은, 어쩌면 사회적 난임이 아닐까. 외따로 놓여 가리어진 사람들을 문학으로 호명하는 자리. 이 소설이 그 논의의 장(長)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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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의경

2014년한국경제청년신춘문예에『청춘파산』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콜센터』로제6회수림문학상을수상했으며소설집『쇼룸』과산문집『생활이라는계절』이있다.‘월급사실주의’동인이다.

목차

1부007
2부115

작가의말201

출판사 서평

외로운시간을함께걸어온이들이만들어낸,
‘이해의빛’을향한동그란이정표

세계최저출산율을기록하고있는대한민국.하지만시험관시술을전문으로하는‘아기천사병원’은코로나19에도불구하고아기를갖고자하는난임부부들로매년발디딜틈이없다.일을하느라마흔이넘어서난임병원을찾은변호사혜경,경제적이유로임신을계속미루다가아기를갖기로결심한프리랜서기자문정,오래사귄남자친구와파혼을하고난자냉동프로젝트를시작한수의사소라,무정자증남편때문에한여름에땀을뻘뻘흘리며냉동정자가든질소탱크를옮기는지은,아동학대현장에서생명의의미를되새기는경찰은하는세계3대난임센터중하나인국내최고난임전문병원,아기천사병원에서만나게된다.

“문정도그랬다.남편과자신을닮은아이와많은추억을만들고싶었다.남편도예전보다벌이가괜찮았고주로집에서일을하니독박육아를할염려도없었다.늦은나이에출산을결심하기까지는이런조건들이갖춰져있었다.”_본문에서

문정을중심으로모인그들은‘헬로베이비’라는단톡방을만들어정보를공유하고정기적인만남을갖는다.가능하면이십대중후반에서삼십대초반에출산을하는것이좋다고,그때가임신성공률이가장높다고의사들은말하지만현실적으로그시기에는출산을고려할여유가없었다.취직을해야했고,이루고싶은꿈이있었고,사회적으로자리를잡아야만했다.무엇보다경제적여유가필요했다.아이를낳아서잘키울수있는경제적여유가.그모든것을이루기에삼십대초반은너무젊고어린나이였다.

반복되는기대와실망.시험관시술기간이길어질수록그들의몸과마음은눈에띄게지쳐가고,신경또한날카롭고예민해진다.하지만본인의몸에서일어나는변화가아니기때문에남편들은때때로무심하고,아이를원하는시댁과친정의관심은큰부담이된다.고통스러운시술횟수가늘어나는것과비례해여자들의관계는더욱돈독해진다.난임에대해가장허심탄회하게이야기할수있는유일한친구들이기때문이다.겪어본사람만이알수있는고통과이해할수있는마음을나누며그들은가족그이상의의미가된다.

“문정은다른사람에게그런말을들었다면상처입었을거라고생각했다.우리끼리니까할수있는위로였다.어차피떠나갈아기라면아기집이생기기전에,심장소리를듣기전에,난황이생기기전에떠나는것이나았다.그날저녁문정은식욕이나지않아병원밥을물렸다.그러고는환자복차림으로간호사들의눈을피해지은과함께병원을빠져나가,편의점에서주전부리를사서돌아와텔레비전을보면서깔깔대며먹었다.누군가봤다면아기를잃은여자들같지않다고했을것이다.정효를만난것도그날밤병원에서였다.복도에놓인벤치에넋이나간듯멍하니앉아있는낯선여자에게지은이먼저다가갔다.
“괜찮으세요?”
문정은답을듣지않아도알수있었다.그녀역시아이를잃었다는것을.”_본문에서

그러던어느날,더이상시험관시술을받지않겠다고한이후1년이넘도록단톡방대화에참여하지않고오프라인모임에도나오지않았던정효가갑자기아기를낳았다는소식을전해온다.정효는단톡방멤버들중에서도가장오랫동안아기천사병원에다녔던언니다.정효의남편은잦은출장으로거의집에없다시피했고,정효가모시고사는시어머니는경제적으로부유하고교양있는부잣집사모님이었지만손자를간절히바라는마음이자주정효를벼랑끝으로내몰곤했다.그런정효가시험관시술중단을선언한지1년만에임신을했다니.그것도마흔여섯이란나이에자연임신으로.단톡방멤버들은기쁜마음으로축하해주면서도복잡한감정을느낀다.모종의질투.그리고어쩌면자신도아이를가질수있을지모른다는강렬한희망.그날저녁,그들은아기를보기위해정효의집에모이기로하는데…….

“차에올라타시동을건혜경은남편에게문자를보냈다.
―급한일생겨서나오늘시댁에못가.어머니께잘말씀드려줘.
이런기분으로시댁에가봐야모두에게좋을게없었다.(……)시어머니는아들내외에게자식이없는것이천추의한인사람이었다.명절에는노골적으로손주타령이었다.혜경은수술을마치고실밥도제거하지않은지금그런일을당하고싶지않았다.친구들을만나신나게놀다가들어가는것이혜경의소박한바람이었다.혜경은단골꽃집에들러노란장미를샀다.혜경은플로리스트가건넨꽃다발에코를묻으며노란장미의꽃말을떠올렸다.노란장미의꽃말은완벽한성취였다.그리고질투.”_본문에서

상처와아픔을공유하는순간피어나는
다정한공감과연대의결속

김의경소설속공간적배경은대개서사를이끄는인물들을한데집결시키는강력한구심점역할을한다.그자성에이끌려모인인물들이직조한세계는사회를투명하게비추는거울이되고,그앞에선독자들은제3자가되어내가미처보지못했던,혹은의도적으로외면해왔던사회현상들을정면으로마주하게된다.『헬로베이비』의구심점은‘난임병원’이다.비혼,딩크,난자냉동등결혼과출산을둘러싼다양한사회현상이논제화되면서상대적으로난임은관심의사각지대로벗어난듯하지만,앞서말했듯활발하게다뤄져야할사회현안중하나임이분명하다.작가는지금껏자세히말해지지않았으나어쩌면가장첨예한주제일지모를‘난임’을소재로과감한화두를던진다.그리고묻는다.지금의난임은,어쩌면사회적난임이아닐까.외따로놓여가리어진사람들을문학으로호명하는자리.이소설이그논의의장(長)을열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