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 감각의 형태 - 배반인문학

말 : 감각의 형태 - 배반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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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말을 가진다는 것은 세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자아와 타인, 세계를 감각하는 ‘말’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
챗GPT 등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나면서 대화나 글쓰기를 비롯한 인간의 언어활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미 사진과 동영상의 발명, 유튜브의 등장 등 언어보다 직관적인 표현 수단이 나타날 때마다 말은 조금씩 쇠퇴하는 듯 보였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명징하게 직조’하거나 ‘심심한 사과’, ‘사흘’ 등 문해력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제 말은 인공지능에 의탁하거나 다른 표현 수단으로 대체하거나 의미만 전달하면 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말은 정말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까? 우리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즉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말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배반인문학 열일곱 번째 책 《말, 감각의 형태》는 말의 기원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해 말에 관한 철학들을 검토하여,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말이 지닌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재구성하는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루소가 《언어의 기원》에 서술한 최초의 말에 대한 추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인간의 말이 터져나오는 순간을 상상한다. 최초의 말에는 두려움이든 기쁨이든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며, 이렇게 터져나온 음성언어는 문자언어를 낳고, 문자언어는 논리와 문법을 파생시켰다. 이러한 언어는 소쉬르에 의해 표현하는 대상(기표)와 언어기호(기의)로 나뉘고,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우는 순간을 분석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에 의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근간을 떠받치는 하나의 기호로 분석된다. 메를로퐁티는 말을 하나의 몸짓으로 분석하며 기호를 넘어선 말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말에 관한 철학적 분석과 더불어 저자는 실어증에 걸린 사람, 말을 나눌 타자가 부재한 무인도, 예술적 표현·은유로서의 말 등 말의 본질과 의미가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저자

정지은

홍익대학교교양학과조교수.연세대학교생물학과를졸업하고홍익대학교대학원미학과에서공부한뒤,프랑스부르고뉴대학교에서「레비-스트로스의신화적사유와미학적사유」로철학석사학위를,「메를로-퐁티에서의표현과살존재론」으로철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상학과예술,현상학과정신분석을아우르는연구를하고있으며,이와관련된여러논문을발표했다.『몸의철학』,『헬조선에는정신분석』,『이성과반이성의계보학』등의책에공저자로참여했고,『동물들의세계와인간의세계』,『유한성이후』,『철학자오이디푸스』,『알튀세르와정신분석』,『몸:하나이고여럿인세계에관하여』를번역했다.

목차

들어가며

1장언어에대한성찰들

필요의말,정념의말,논리의말
아기에게말은어떻게도래할까
파롤과랑그

2장살아있는말과세계

말하는말과말해진말
말을잃어버린여자아이
무인도에도착한로빈슨에게무슨일이일어났을까

3장감각과말

살또는감각의언어들
감각,예술,사랑,해독해야하는기호
은유,이해하는마음과공감의장

나가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감정과함께터져나온최초의말
-언어는무엇을,왜표현하는가?

최초로언어를발화한사람에게물어보지않는한,말의기원을파악하는것은불가능하다.그러나장자크루소는이사실을익히알고있었음에도《언어의기원》을집필해최초의말에대해탐구한다.루소는왜찾을수없는답에관한책을쓴걸까?언어의기원,언어가탄생하는순간을탐구하는것은곧언어의본질을논하는것이기때문이다.루소는언어를인간의오감중가장중요한두감각인청각과시각에대응하는음성언어와몸짓언어로나누어언어의기원을설명한다.

시각에기초한몸짓언어는욕구를있는그대로반영하는언어다.밥을먹고싶을때먹는시늉을,잠을자고싶을때는잠자는시늉을하면된다.즉원하는바를그대로몸으로표현하는것으로몸짓언어는주로생존에관한욕구를표현한다.과거인간은욕구를표현하는몸짓언어로도충분히살아갈수있었다.그러나루소는몸짓언어는정신적·심적욕구인정념을표현하기에적합하지않았고,인간은슬픔과두려움,기쁨,사랑등의정념을표현하기위해음성언어를발달시켰다고말한다.나아가상업교류가발달하면서음성언어를기록할수단이필요해졌고,이를위해서문자언어가등장했다고말한다.즉,루소는우리가언어를사용하는이유는‘정념의표현’에있다고보았고,이를언어의기원으로설명한것이다.루소는음성언어와정념의표현이야말로인간의생명력을표현하는언어의본질적인측면이라고보았다.따라서문자언어로전개되는논리학의발달이나문법을체계화하여인위적으로언어를구조화하는시도가언어의생명력을시들게한다고보았다.

언어를얻고자신을잃어버리다
-언어를통해기표의세계로들어가는인간과존재의죽음

루소는인류가처음으로말을연순간에주목하지만,프로이트와라캉은우리가첫말을떼는순간,즉아기가언어를배우는순간에주목한다.아기는태어날때부터이미주어진언어의세계로들어선다.그러나아기는언어를모르고,그런아기에게끊임없이말을거는것은(상징적)어머니다.아이는어머니를보며자신이모르는세계(언어의세계)가있음을짐작하지만,그것이무엇인지는알수없다.이때(상징적)아버지가나타나알수없는말을어머니와나누는모습을보며,아기는언어의세계가무엇인지이해해나간다.나와어머니라는2자관계에서아버지를포함한3자관계,나아가사회의존재를알아간다.그렇게아기는‘어머니,아버지,그리고자녀인나’라고사회속에존재하는자신을말하고인지할수있게된다.

그러나아기가배우는언어의세계,언어규칙은실제세계와는직접적연관이없는기호다.언어학자소쉬르가말했듯,실제의나무(기의)와나무를가리키는언어기호‘나무’(기표)사이에는아무런연관성이없다.라캉은언어의세계가곧이러한기표의세계이며,인간은기표의세계인‘상징계’로진입하면서주체로거듭난다고말한다.따라서언어기호,기표를이해하면서언어의세계로진입한아기는실제의자신을대신하는기표를이해하고받아들이는것이다.즉아기의존재는기표로대체되면서상징적죽음을맞이한다.

기표를중시하는라캉과달리정념을표현하는음성언어를중요하게바라본루소처럼,소쉬르역시‘우리는언어기호인문자보다음성언어를먼저배웠다는사실을잊어버린다’라고말하며,음성언어의표기인언어기호를음성언어보다중시하는현상을비판한다.루소,라캉,소쉬르모두말에는단순히기호로표현되는것이상의의미가있음을암시한다.

말은세계를향한하나의몸짓이다
-고유하면서보편적인몸짓으로서의말

몸의철학자로불리는메를로퐁티는말또한발음기관을통해소리를내는하나의몸짓이라고말한다.우리의몸짓은늘세계를향하고있는데,예컨대컵을드는손의움직임은컵을,퇴근하는발걸음은집을향하고있는것이다.말도발화되는순간주체가표현하려는의미를향하고있으며,이는단순히기의(개념)와기표(단어)로분해되지않는몸짓이다.의미와몸짓의관계는예술에서표현하려는의미와표현의관계에빗대어이해할수있다.우리는화가가그린그림(표현)에서표현하려는의미를찾으려하며,표현과표현하려는의미사이에간격이없다고생각한다.말역시표현하려는의미와표현(언어기호)로이해할수있으며,둘은무관한대상이아니다.예를들어아기는‘창문’,‘빗자루’같은대상을가리키는언어기호를습득하며언어기호를대상이지닌속성처럼,혹은대상과등치하여이해한다.즉모국어화자에게모국어의언어기호는지칭하는대상과분리되지않으며,기표와기의가임의적으로연결되었을지라도말은언어기호를사용하는주체의몸짓으로서기호이상의의미를함의하는것이다.

이처럼말은주체가세계를인지하고이해하는방식과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말을익히고사용하는것은내몸이감각하는세계를이해하고표현하는것이며,언어의세계로들어가는것이자언어라는주체의(동시에공통의)몸짓을배우는것이다.따라서말을갖게될때,우리는타인과공유할수있는나만의세계를갖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