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의지 - 은행나무 시리즈 N 6 (양장)

달의 의지 - 은행나무 시리즈 N 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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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현진

2011년장편소설『죽을만큼아프진않아』로제16회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두번사는사람들』,『호재』,중편소설『달의의지』,단편소설『부산이후부터』,소설집『해피엔딩말고다행한엔딩』등이있다.

목차

달의의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달에게무슨의지가있을까

달에게의지가있을까?소설제목을듣자마자떠오르는건아마도그런질문일것이다.먼저지구와달의관계가떠오른다.알다시피달은일정한거리를두고지구주변을맴돈다.위성이라부른다.또달은줄었다부푼다.이유는달이태양빛에닿는부분만을반사한형태를보여주기때문이다.뿐인가.달은한방향으로오랫동안지구를바라보기만했다.그러고보니달입장에서지구는갑쯤되겠다.지구중력장에이끌려붙들렸고지구주변을하염없이맴돌고만있으니말이다.한눈팔지않고오직지구,그대상만을바라봤다.지금까지늘어놓은모든얘기는지구와달을상투적으로빗대자면,그렇다는얘기다.그럼다시처음으로돌아와되묻겠다.달에게의지란무엇일까?이질문의답을위해소설은첫머리로오래된연인의이별의순간을제시한다.

거짓말을들키지않고건네는
나쁜농담혹은똑똑한농담

“한두.
그를불러세우자니어색했다.민망한마음도들었다.나는더욱천천히걸었다.우리의간격이더욱멀어졌다.나는젖은땅바닥에침을뱉었다.한두는공원을빠져나가는계단앞에서서나를기다리고있었다.가까이다가가자그는계단을내려가기시작했다.”
―본문8쪽

오래된연인이꽤큰호수를산책한다.호수의둥근둘레를따라우레탄재질을박아넣어걷기에편한,사람들이걷기에편하게만든길을남자는앞서걷고여자는뒤따라걷는다.잠시멈춰서서하늘을올려다볼만한데도그남자는걷는속도를줄이지않는다.간격은갈수록벌어진다.“불러세우자니어색”하고민망한마음마저드는사이.헤어지기직전의연인.대부분의연인들이헤어지기에앞서시간을질질끌면서미련이나후회를정리하는게보통.지금이연인도그러한제의를비교적조용히치루고있는것.왜헤어졌을까.

“우리가만났던시간을이기적으로재해석하는수순을각각밟아왔다는이야기이다.지나치게의미가부여된날들을,지나치게무의미화하는,지루하고단순한작업이었다.그와중에아무도우리를혼내지않았고,우리역시서로를혼내지않았다.뭔가단단히글러먹은상태였다.”
―본문15-16쪽

정확한작별의이유를알고헤어지는연인은얼마나될까.아마짐작건대대부분의연인은자신들이왜이별을했고사랑에서멀어졌는지모른다.다만자신이알고싶고확신하는부분만을스스로에게설득하여이해시킬뿐이지않을까.“그래,그러자.무슨말인지충분히알아들었어”(16쪽)이말만을뒤로한채각자는헤어진다.주인공여자는몇년전책을한권펴냈고지금은대기업사보잡지에서인터뷰꼭지를맡아근근이먹고사는소설가.방금남자친구와헤어진그녀는공교롭게도오디션프로그램을통해가수가되었으나노래실력이아닌불우한가정사때문에시청자에게널리알려진‘에그’를인터뷰하게된다.

“에그는그저슬픈이야기의주인공으로만유명했다.나는그이야기를듣기위해에그를찾았다.인터뷰의주제가얼마나성공했느냐보다얼마나불행했나가중요했다.잡지의관계자들은하나같이에그를추천했고정작누구도에그를대체할다른사람을떠올리지못했다.”
―본문21쪽

고아.단란주점웨이터.포장마차주인.태어나면서버려졌던아이에그.충분히예상할만큼의불우한유년기를지나뒷골목술집과유흥가를벗어나지못했던청년에그.그녀는에그를인터뷰하면서그의인생에서가장평범한부분,즉어쩔수없이받아들이게된‘불행’에대해알게된다.그녀는에그의이야기를들으면서도그를믿을수가없다.영화에서나나올법한이야기들.온몸에흉터와불에데인상처로덮인그의몸.그폭력과학대의흔적들을그녀로서는당연히받아들일수없었던것.

“무대에서면눈을감아도머리위로쏟아지는조명때문에눈이부셨다.더욱질끈눈을감았다.몸이바들바들떨려왔다.앞이보이지않으니몸이먼저예전의기억을떠올렸다.우리착한동생에게가해지던주먹질과매질과빨갛게타오르던담뱃불이눈앞을둥둥떠다녔다.”
―본문104쪽

그녀가에그의지금보다불행했던과거에끌렸던건무엇때문이었을까.노래실력이아닌과거‘이야기’를팔아먹고사는것에동질감을느껴서?아니좀더정확하게그녀는불행한에그와헤어진남자‘한두’를견주어스스로에게정당한헤어짐의이유를얻으려했던건아니었을까.한두에게서벗어날의지를에그를통해다짐하게되는것,그건누구나겪는이별의과정일것이다.인터뷰는할애된짧은시간동안자신의삶을요약해야만하는일이다.내가나의삶을요약하고자할때제일먼저우리는불행을떠올릴수밖에없다.과거의터널을지나현재에오기까지의긴여정의요약은언제나과거안에있기때문.그녀는에그를겪으면서혹은에그를거울삼아자신의무엇을바라본걸까.다시,처음에언급한달얘기로가봐야겠다.

달은지구와상관없이
자신의정상궤도를돌뿐이다

“그가무심해지면나도무심해지게되는것이다.나의한계치를넘어내가할수있고견뎌낼수있는최대치의노력을기울여무심해진다.무심하게굴려고노력하고있다는것자체에도무심해진다.그게사랑하는사이의가장엄격한규칙이된다.하지만그사실만은남아있다.나는노력했다.무심해지는데필요한에너지가그를사랑하는데소모되는에너지보다훨씬컸기때문이었다.도무지노력하지않을수가없었다.”
―본문51쪽

달은지쳤다.지구를여태한방향에서바라보는것,지구와의간격이오랫동안꿈쩍하지않았다는것.그래서지쳤고무심해졌고무의지해졌다.누군가를사랑하기위해서우리는필연적으로거리를잰다.그걸‘사이’라말해도좋다.‘사이’라는건연인에게서필요충분한거리,가깝다고흥하거나멀다고망하지않는다.그래서대개그거리는다분히다각적이다.거리에실패한연인이이별을한다.모든이별은각자의무게만큼해롭다.무심해지고건조해졌다고덜상심하거나덜슬퍼지는건아닐것이다.우리는이별하기직전‘사이’의건조함과무심안에열렬히애정했던기억을폐기해묻어놓았다.결국작별은폐기한기억을기억에서멀어지게하는어떤가벼운제의다.그런제의는철저히상대를지우는(죽이는)형식으로행해질뿐이다.그녀는이별하면서그를지웠다.과거인한두를지웠다.과거를어떤식으로건이야기로만들지않고서는앞으로나아갈수없다는사실을,에그를통해체득한셈이다.이소설『달의의지』는어쩌면그문장을부르기위해씌어졌을수도있겠다.

은행나무‘노벨라’가은행나무‘시리즈N°’으로새롭게시작합니다.

2014년론칭해2016년까지총13권을출간하고잠시멈춰있던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가새로운명명과지금이시대를대표하는젊은작가들의작품으로다시출간됩니다.배명훈최진영정세랑안보윤황현진윤이형문지혁등3~4백매분량의중편소설시리즈로한국문학에새로운기운을불어넣었던‘은행나무노벨라’.그의미를동력삼아현재한국문학장에서활발하게활동중인젊은작가들의장편소설선‘시리즈N°’으로바통을건네받아이어갑니다.이번신작3종(박문영,장진영,황모과)을비롯해구간리커버(최진영윤이형황현진,이하순차적으로리커버)를동시에출간하며서이제장희원한정현정용준정지돈등각자의개성과상상력이담긴작품들을선보일계획입니다.문학에서발견하는그위태롭고무한한좌표들로한국문학의새로운지도를완성해갈시도를독자여러분께서도함께해주시길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