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기억 - 은행나무 시리즈 N 9 (양장)

개인적 기억 - 은행나무 시리즈 N 9 (양장)

$12.00
Description
‘너 하나를 기억하기 위해 세계를 잊다…’

윤이형 소설 《개인적 기억》
은행나무 시리즈 N° 리커버 출간
윤이형의 《개인적 기억》은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남자를 주인공으로,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적 기억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소설이다. 작가는 어머니 장례식 후 보르헤스의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를 필사하는 것으로 촉발된 주인공의 ‘기억 여정’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섬세하면서도 치열한 싸움의 과정을 고스란히 형상화해낸다.

그동안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미래적이고 낯설고 혁신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 소설 《개인적 기억》에서도 현실과 가상, 현재와 미래의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는 통합적 상상력과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존 소설과의 상호텍스트성, 특유의 사유적 문장들로 독자를 새로운 소설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윤이형

1976년서울에서태어났고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대학졸업후직장생활을하다가그만두고2005년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검은불가사리」가당선되어등단했다.2014년,2015년젊은작가상,2015년문지문학상,2019년이상문학상을받았다.저서로는소설집『셋을위한왈츠』,『큰늑대파랑』,『러브레플리카』,『작은마음동호회』,중편소설『개인적기억』,『붕대감기』,청...

목차

개인적기억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영원하지않을것들의애틋함,
슬픔의태도에관한은유

책을읽어야겠어.나자신의목소리가다시내게속삭였다.저길다시책들로가득채워.하나씩하나씩꺼내펼치고,첫페이지부터읽는거야.천천히.뭘위해서?(…)아마도보통사람들이직관이라부를만한것으로나는알았다.내가그소설을한자한자모니터위에받아적어야하며,그일을끝낸뒤에야어떤다른책을,아마도세상의다른모든책들을읽을수있으리라는사실을.반드시성공하리라는보장은없지만이것이숨겨져있던진짜관문이며,그것을통과한다음에야내가남은삶을살아낼수있으리라는것을._본문15~16쪽

소설은2058년어느날,어머니의장례식을치르고상심에잠긴‘나’(지율)의결심에서시작한다.그는과거에과잉기억증후군으로고통받았지만현재는기억을통제하는훈련과약을통해평범한기억력을갖게된사람이다.책을펼치면단어에관련된모든기억이떠오르는탓에난독증을앓았던지율은문득‘책을읽는’행위가지금자신에게중요한의미를갖게되리라는생각에사로잡힌다.집에는책이한권도없었으므로그는유일하게기억에남아있는한권의책보르헤스의소설집『픽션들』중단편〈기억의천재푸네스〉를떠올리고기억에의존해한자한자컴퓨터화면에받아적기로한다.〈기억의천재푸네스〉는말에서떨어지는사고를당한뒤모든것을기억하는능력을갖게된남자의이야기로,한번본것을결코잊지못하는지율자신의이야기이기도하다.다른점이있다면푸네스쪽이훨씬더뛰어난기억력을갖고있었다는것,그리고푸네스와는달리지율자신은기억에짓눌려삶이없어지기직전인상태에서빠져나올수있었다는것.20년전어느날기억속‘그녀’(은유)가읽어준이소설은글자가아닌소리로서그의머릿속에들어있다.

나는키보드에손을얹고새문서파일을열었다.첫문장은쉬웠다.예상보다는쉬웠다.‘나는손에칙칙한빛깔의〈시계초〉를들고있던그를기억한다.’그다음두문장은어쩐지주저하는것처럼느껴졌는데,그건그것들이괄호안에들어있기때문이었다.그러나내가주의를집중하자그것들은순순하게기억에서끌려나왔다.‘(나는〈기억한다〉라는이신성한동사를입에올릴자격이없다.지구상에서단한사람만이그러한자격을가지고있는데그사람은이미죽었다.)’_본문17쪽

통제할수없는끌림으로지율은오로지기억속목소리에의존해수일에걸쳐〈기억의천재푸네스〉의문장들을적어내려간다.개인적인삶에속하는기억이라는이유로그의머릿속에남아있던문장들은이야기가진행될수록조금씩의심과두려움으로치환된다.작품속에실제로그러한문장들이있는지확인하고싶다는생각에그는책을구해보기로한다.그는국립중앙도서관에전화해거의육십년전에출간되었던민음사판본의보르헤스전집2권『픽션들』,1994년에1판1쇄가출간되고1판31쇄인그책을수소문한다.

며칠뒤책을입수한그는머릿속에들어있는〈기억의천재푸네스〉와한번도읽어본적없는그소설의원본텍스트를천천히대조한다.몇시간에걸친대조작업을끝마친그의머릿속에열한자리전화번호가떠오른다.기억이또다른기억을소환하는것이다.오래전그녀가전화번호를적어준냅킨가장자리의무늬가선명하게그려지고,그것을만졌을때의촉감이손끝에되살아난다.지율은어쩐지은유가자신의전화를기다리고있을것같다는막연한생각에사로잡히며회상에잠기는데……

삶에관계된모든것을기억하는남자와,삶이너무시시해서의식적으로기억하기를거부하는여자.오래전연인이었던두사람의빛바랜기억에따스한숨이입혀진다.

한줄로요약될수없는
우리삶에바치는문학적헌사

우리는살면서많은순간을마주친다.의미있는순간은오랫동안기억하고싶어하고,끔찍한순간은빨리잊고싶어한다.기억력이남들보다조금좋을순있지만『개인적기억』의지율이나〈기억의천재푸네스〉의푸네스처럼모든것을기억할수는없다.산다는것은기억을보태는일이고또망각해가는과정이니까.대체로기억은편집과요약의결과이고뜨겁게사랑했던사람에대한회상이단한줄의문장으로남기도하는법이다.

『개인적기억』에서작가는초기억력을가진주인공지율을통해한줄로요약될수없는개인의삶의가치와의미에대해설파한다.지율의기억력은너무도왕성해서“기억이라는괴물과싸우고있다”고표현할정도로현재의삶을괴롭힌다.그에게모든순간은선택불가능하지만기억할만한어떤것이다.반면점점기억력이약해지는은유에게삶은기억할거리가없는시시한순간의연속이다.

『개인적기억』은스스로를무력한개인일뿐이라고여기는사람들을위한소설이다.작가의말’에서윤이형은보잘것없는개인,의미없는개인의기억은없다고말한다.그에따르면기억은미래이다.무엇을기억하는가에따라우리의미래가달라진다.사랑하는한사람을기억하기위해다른모든것을잊을수있다면,그것도꽤특별하고의미있는삶이아닐까.이제당신은무엇을잊고무엇을기억할것인가.

은행나무‘노벨라’가은행나무‘시리즈N°’으로새롭게시작합니다.

2014년론칭해2016년까지총13권을출간하고잠시멈춰있던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가새로운명명과지금이시대를대표하는젊은작가들의작품으로다시출간됩니다.배명훈최진영정세랑안보윤황현진윤이형문지혁등3~4백매분량의중편소설시리즈로한국문학에새로운기운을불어넣었던‘은행나무노벨라’.그의미를동력삼아현재한국문학장에서활발하게활동중인젊은작가들의장편소설선‘시리즈N°’으로바통을건네받아이어갑니다.이번신작3종(박문영,장진영,황모과)을비롯해구간리커버(최진영윤이형황현진,이하순차적으로리커버)를동시에출간하며서이제장희원한정현정용준정지돈등각자의개성과상상력이담긴작품들을선보일계획입니다.문학에서발견하는그위태롭고무한한좌표들로한국문학의새로운지도를완성해갈시도를독자여러분께서도함께해주시길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