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생활 - 은행나무 시리즈 N 15 (양장)

취미는 사생활 - 은행나무 시리즈 N 15 (양장)

$13.00
저자

장진영

201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마음만먹으면』,장편소설『취미는사생활』이있다.

목차

취미는사생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10월의한파특보

『취미는사생활』의101동2302호사는은협에게이모든일은10월의한파특보에서비롯되었을지도모른다.날씨변화는사람의마음을편안함에서불안함으로옮겨가게하고,별일없는일상이사건사고로얼룩지게하는특별한하루로변모시키기도하니까.자식넷을둔엄마은협에게도급변하는온도탓에두꺼운이불을꺼내야만했고이불장서랍을뒤지게되는일또한없었을것이다.또한초가을에불어온북쪽의찬바람때문에아이의피부가벌겋게올라왔고그것때문에실랑이를벌일이유조차없었을것이다.또아랫집2202호사는‘나’에게막내갓난아기를맡길일도없었을테고.문제는날씨가급변했다는것이다.급변한날씨를예상하지못한건은협의남편보일씨또한마찬가지였다.이불장안깊숙이잠들어있는자신의크리스찬루부탱하이힐을아내인은협이발견할일같은건없을거라고,이상기후로인해찬바람이불어오기전까지는절대그런일이벌어질거라고생각하지않았다.

확실한절망을뒤로하고불확실한희망에목숨건사람들

아무래도보일씨의루부탱하이힐을발견하고윗집은협이아랫집‘나’에게찾아와남편을같이미행해주길,이두렵고위험한시간들을같이해주길바랐던건은협보다‘나’가더원했던그림이었다.잠복형사처럼자동차운전석과보조석에나란히앉아남편차를뒤쫓는풍경.다가구주택에들어간남편을따라은협과‘나’가보게된것은빈집.들어갔던남편은사라지고놓여있는건절대자연스럽지않은,원피스와액세서리와구두들.불행을공유한다는건친밀도를높이는일일까.은협과‘나’의관계는자가와전세의거리감마저좁혀가장밀접한이웃으로,언니로,아이들의이모가되어간다.은협을대신해‘임시은협’이되어아이의학교에찾아가상담을받기도하고,계약만기로나가게된전셋집주인과자신이은협이라며상대하고,동대표아주머니와대면해당당한세입자의권리를주장해주기도하는등,은협을대신해또다른은협으로살아가게되는‘나’.보통의이웃들의삶을표방하고나선임시은협은자신의삶을배면해가는‘나’의존재를감춘채스미듯은협의집으로삶으로침입하게된다.

미래는예측하는게아니라대응하는것이다

‘전세거지’라는신조어는집을소유하지못하는사람을일컫는말이되었다.거주의불안이삶의불안의전체를껴안게되는현상이라말할수있겠다.소설은바로이현상의취약점을소재로조형된다.자가로거주할수없는확실한절망을감추고통제할수없는불확실한희망에올인한어느가정의비극적이야기는분명하게지금의가혹하리만큼이상한부동산의현실을비추고있다.게토화되어버린아파트라는장소성,한정된자산을소유한사람만이이웃이되는위험한관계성.그러한자가의유무라는가장고약한방식으로삶을뿌리채흔드는위험요소들에노출되어있는세입자들의욕망은거세질수밖에없을것이다.바로이것에서소설은발화한다.거주의불안이삶의불안으로전이되는과정이드러나고이면에서꿈틀대는인간의욕망과그욕망의그물에자기도모르게걸려들어삶을망가뜨리고마는,거주의평온이일상의위협으로탈바꿈되는순간을소설은보여주고있다.

은행나무‘노벨라’가은행나무‘시리즈N°’으로새롭게시작합니다.

2014년론칭해2016년까지총13권을출간하고잠시멈춰있던은행나무노벨라시리즈가새로운명명과지금이시대를대표하는젊은작가들의작품으로다시출간됩니다.배명훈최진영정세랑안보윤황현진윤이형문지혁등3~4백매분량의중편소설시리즈로한국문학에새로운기운을불어넣었던‘은행나무노벨라’.그의미를동력삼아현재한국문학장에서활발하게활동중인젊은작가들의장편소설선‘시리즈N°’으로바통을건네받아이어갑니다.이번신작3종(박문영장진영황모과)을비롯해구간리커버(최진영윤이형황현진,이하순차적으로리커버)를동시에출간하며서이제장희원한정현정용준정지돈등각자의개성과상상력이담긴작품들을선보일계획입니다.문학에서발견하는그위태롭고무한한좌표들로한국문학의새로운지도를완성해갈시도를독자여러분께서도함께해주시길부탁드립니다.

추천사

내가올해읽은가장재미있는소설.그런데재미있다고후루룩읽다가문득발견하는밀도높은문장들의재기발랄함과능청스러움,그속에깃든작가의민첩하고도날카로운사유에압도당해그것들을놓치지않기위해서라도결국은천천히읽게되는신기한소설.64년만의가을한파특보가요리조리가지를치며이나라임대차법의무수한제도적구멍들과그것들을피하려애쓰는평범한인물들과선량한이웃의얼굴로그들을기만하는비범한인물의교집합으로뻗어나가더니마침내새콤달콤이있거나없는평행우주의세계로압축되는과정은스펙터클하다못해충격적이다.그러니『취미는사생활』은내가올해읽은가장재미있고가장신기하면서가장충격적인소설이다.얼마나다행인가.내가이소설을읽을수있는우주에살고있다는사실이.
-김미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