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근희의 행진

젊은 근희의 행진

$15.00
저자

이서수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구제,빈티지혹은구원〉이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몸과여자들》《엄마를절에버리러》등을출간했다.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월급사실주의동인이다.

목차

미조의시대
엉킨소매
발없는새떨어뜨리기
젊은근희의행진
연희동의밤
나의방광나의지구
재활하고사랑하는
그는매미를먹었다
현서의그림자
구제,빈티지혹은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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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시대의초상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한가지는알것같다.
근희의행진은나의행진과명백히다를것이란걸.”

이서수소설의특징은인물대부분이주거불안을떠안고있다는점이다.이는비정상적으로값이치솟는부동산시장을둘러싼시의적담론의성격을띠고있기도하지만그것에앞서그비정상이이미우리의일상이되어버렸다는점에서그의미가크다.인간생활의기본요소인의식주중에서도가장비용부담이큰주거공간.서울이고향인사람에게도,서울살이를하러상경한사람에게도‘자가’없이산다는건밑빠진독에물붓기와같다.그렇게어느동네에도뿌리내리지못한사람들은불안정한상태에서불안정한꿈을품은채살아간다.

〈미조의시대〉에는아버지가평생모은재산5천만원으로엄마와함께살전셋집을구하는‘미조’와성인웹툰어시스턴트로일하다스트레스성원형탈모가생긴‘수영언니’가등장하고,〈연희동의밤〉에는꿈을포기하고현실과타협해‘내일채움족쇄’를찬‘나’와끝내영화를포기하지못하고매일망한각본을쓰고있는‘경희언니’가등장한다.그뿐만이아니다.5년만에폭등한집값때문에서울의자가는꿈도꾸지못하게된젊은부부가있고(〈나의방광나의지구〉),서울에선3억으로오피스텔매매도쉽지않은데군산에는3천만원대의아파트가있다는사실을알게되는‘가진’이있다(〈발없는새떨어뜨리기〉).이들은집밖에서도집안에서도안정감을느끼지못한다.먹고살기위해어떻게든자리를잡아야하지만1년에한번씩,2년에한번씩은떠날각오가되어있어야하는사람들이기때문이다.

우리는가난해도너무가난했다.하지만둘다그걸인정할수없었는데자존심때문만은아니었다.서울에서우리가함께살집을구하기에턱없이부족한5천만원은아버지가평생동안모은재산이었다.우리는그걸너무나잘알았기에절대로기죽지않겠다고다짐했는지도모른다.하지만서울의집값은아버지의유산을하찮은것으로만들어버렸다.어느새아버지는6평남짓한반지하방의전세금만남겨준사람이되어있었다._〈미조의시대〉중에서

특히최근에발표된작품들의경우기존에다루었던주제들을확장시켜‘여성의몸’과‘주체성’까지폭넓게이야기한다.원치않는임신으로고민을하다임신중지를결정하는‘나’와(〈엉킨소매〉),책을소개하는방송에서왜가슴골이다보이는옷을입고있는지모르겠다는문희에게“언니는왜우리몸을강탈의대상으로만”보는지당당하게묻는근희(〈젊은근희의행진〉)는이서수의무한한잠재력을암시하는지표이자,그의다음소설을더욱기대하게만드는이유가된다.

책도아름답지만내몸도아름다워.문장도아름답지만내가슴도아름다워.적절하게찍힌마침표도아름답지만함몰유두인내젖꼭지도아름다워.이렇게생각하는게잘못은아니잖아.오히려감추라는언니가이상한거야.언니는왜우리의몸을핍박하는거야?언니의몸은언니의식민지야?언니는왜우리몸을강탈의대상으로만봐?나는언니가좋고,언니도속으론나를좋아할텐데우리를갈라놓는것이편견이라는게너무슬퍼._〈젊은근희의행진〉중에서

하지만막막한그들의상황과는별개로소설속인물들에게선묘한에너지가느껴진다.이는작가의작품에서공통적으로드러나는특징인데,바로그들이‘함께’일때파생되는힘이다.하루걸러하루싸우지만돌아서면여전히마음한구석에박혀있는엄마와동생,입만열면잔소리뿐이라이제그만만나고싶다는생각이굴뚝같아도애증에가까운감정이남아있어관계를끊지못하는친구와언니가있다.그들의관계는지극히현실적이라그리아름답지않고,때때로웃기고슬프기까지하지만우리는모두안다.그관계가지금껏우리를살게했다는걸.마음붙일곳없는낯선땅에서도버티게했다는걸말이다.임신중지를하고심란한마음에누워있는‘나’에게달갑지않은방식의위로를건네는‘주영’이지만별안간야밤에쫓겨나면서도끝까지‘나’의곁을지키는모습(〈엉킨소매〉),애물단지북튜버동생이인스타사기까지당하자생각없는관종아메바라고욕을하지만동생이남긴장문의편지를읽고이건아메바가쓸수없는편지라며동생의유튜브채널에들어가‘많관부’댓글을다는문희(〈젊은근희의행진〉)가그렇다.그들의모습은우리와닮아도너무닮아서,희망으로가득찬결말없이도단지그관계의온도만으로커다란위로와의지가된다.한치앞이보이지않지만실없는농담이라도던져주는누군가가있기에다시웃을수있고,어두운심연에당장잠식될것같다가도대책없이다정한양지로끌어올려주는누군가가있기에다시마음을다잡을수있다.

해정의제안을선뜻수락했던건,이들과함께내가겪은일을잘정리해보고싶어서였다.함께정리할일이아니라고생각하면서도나는해정과주영씨를곁에두고싶었다.그러면암울한기사를봐도울지않을것같았고,서로의생각이달라도인간에대한희망을완전히잃진않을것같았다.물론완전히잃어버릴수도있지만,주영씨나해정의얼굴을다시못보게되는것보단덜괴로웠다._〈엉킨소매〉중에서

과연이선택이맞는건지잘모르겠지만,
결코확신할수없지만,포기할수는없으니까

이서수가그리는세계엔정답이없다.그것이꿈을밀고나가는삶이든현실과타협한삶이든묵묵히걷고뛴다.세상엔너무많은사람들이있고,너무다양한삶이있고,오늘의우리와내일의우리는다르기때문에정답은없다.하지만세상엔대다수의사람들이원하는‘안전한포장도로’가있고,기꺼이비포장도로를선택한사람들은간절한꿈이있으나확신이없다.그럼에도“이선택이맞는건지잘모르겠지만”“포기할수는없”기때문에(소설가강화길)비포장도로의돌을치우고그곳에핀몇안되는민들레홀씨를불어꽃을퍼트린다.

문학평론가소유정은이서수의소설을두고“지금의시대를정확하게바라보는일이자우리의모습이기도한인물들을한걸음떨어진자리에서지켜보며감정을나누는일”이라고이야기한다.허구의인물이지만어딘가에서꼭저런모습으로살아가고있을것만같은사람들이그의작품속에있다.우리가통과중인시절을문학으로비춰보기를묵묵하게수행하는작가의걸음걸음에독자들이함께하는날,우리모두의행진이기꺼이시작될것이다.서로다른속도의걸음으로,하지만누구하나뒤처지지않은채로.

한가지는알것같다.근희의행진은나의행진과명백히다를것이란걸.나는손가락을움직여댓글을달았다.(……)이걸근희가볼수도있다.나는뺨으로흘러내리는눈물을닦고,콧물을훌쩍이며천천히손가락을움직였다.어쩐지졌다는심정으로.나의동생근희와관종오근희를바라보는이세상을향해.
─나의동생많관부
나의동생,많은관심부탁드립니다._〈젊은근희의행진〉중에서

추천사

이서수의인물들은고민이많다.이시대의모든것이그들을피곤하게한다.집,연애,결혼,회사,가족,질병,그리고희망.이들은손해보기싫어서고민하는게아니다.약삭빠르기때문에긴장하는것이아니다.그냥좋아하는걸계속좋아하고싶어서,그저덜불안하고싶어서고민한다.그리고주저하며앞으로나아간다.과연이선택이맞는건지잘모르겠지만,결코확신할수없지만,포기할수는없으니까.삶과이순간을.그러니까나와연결된세상의모든것들을.이서수의행진을진심으로응원한다.
-강화길(소설가)

이서수의소설을읽을수록,그리고소설에대해말할수록지울수없던생각은인물들이꼭다른이름을한나의얼굴이며,나의가까이에있는이들의얼굴처럼느껴진다는것이다.이것이가장치열하게이시대를살아가는우리의얼굴이라면,시대의초상이라말해도좋지않을까.시대의초상을그리는이서수의소설은우리와함께간다.관찰하고기록하는것에서그치지않고,“나의동생,많은관심부탁드립니다”인사하고위로를건네면서.이시대를살아간다는건여전히쉽지않은일이지만,동시대의한국문학에서이서수의작품을만날수있다는사실만큼은무엇보다도기쁘다.
-소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