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 도시괴담 테마소설집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 도시괴담 테마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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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시나 뜬소문이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당신도 이런 얘기를 보고 듣게 될 거예요
도시의 공포와 불안을 문학의 언어로 포착한 젊은 작가 8인의 도시괴담 테마소설집
폐쇄된 공동체에서 일어난 실종,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한 빨간 마스크,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나를 쳐다보는 눈,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 ‘도시괴담’을 테마로 도시가 내포한 공포와 불안을 포착한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여성서사, 고딕-스릴러’와 ‘관종’을 이은, 테마소설집 시리즈 ‘바통’의 여섯 번째 기획이다. 2000년대를 휩쓴 빨간 마스크 괴담부터 어디에서 나를 지켜보는지를 파악할 수 없어 더욱 두려운 몰래카메라까지, 상상의 존재에서 현실의 공포까지 두루 살핀 여덟 명의 소설가 강화길 김멜라 서장원 이원석 이현석 전예진 정지돈 조우리의 단편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도시괴담은 왜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을 맴도는 것일까. 그것은 도시가 개인이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사람과 장소, 역사와 자본, 힘의 논리와 일상의 논리 등이 무수히 중첩되어 있다. 그 때문에 도시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일견 자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순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괴담은 이 중첩의 틈을 파고들며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끝내는 믿을 수조차 없는 것들에 대해 폭로한다. 여기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도시의 틈새를 경유하여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2023년의 도시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음모론과 속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 속 교묘한 균열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이 소설들은, 공동체의 질서에 대해 의심하게 하고, 서로를 겨누는 시선을 깨닫게 하고, 안전한 정상성의 세계를 깨부수며 맹목적인 믿음을 돌아보게 한다. 그것이 도시괴담이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도는 이유, 이 책이 지금의 독자에게 다시 나타난 이유인지도 모른다.
지금 다시 그렇게 탄생한 괴담-소설은 독자의 곁을 맴돈다.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에게 문득 서늘한 소문으로 다가온다. “이미 알아버렸는데, 이 불안, 이 의심이 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처럼, 괴담-소설에서 발생한 질문은 독자의 곁을 맴돌며 안온한 현실과 교섭되지 않는 균열을 만나게 할 것이다. 이 소설이 문득 당신의 창문 밖에 어른거리는 것들을 깨닫게 하기를, 그리하여 당신이 도시를 지배하는 어떤 진실에 대해 영원히 알거나 믿을 수 없게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강화길외

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괜찮은사람》《화이트호스》,중편소설《다정한유전》,장편소설《다른사람》《대불호텔의유령》이있다.한겨레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젊은작가상,백신애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강화길꿈속의여인…007
김멜라지하철은왜샛별인가…043
서장원소공…075
이원석마스크키즈…99
이현석조금불편한사람들…139
전예진베란다로들어온…175
정지돈무한의상태…207
조우리모르는척하면서…235

출판사 서평

있잖아,비밀인데.사실그런건없거든.
그러니까찾아도나올리가없지.나는이미알고있었어.
애초에알고있었어.

괴담의매력은우선우리를낯설고기이한곳으로데려간다는데에있다.그러나낯선이야기를여행하는독자를위한표지가있다.괴담이가진유형,혹은역사를지표삼아우리는낯선세계를흥미롭게여행할수있다.여기,그러한괴담의요소를적극적으로활용한소설들이있다.김멜라의〈지하철은왜샛별인가〉는지하철이라는어쩌면가장도시적인공간과‘잡귀’라는환상의존재를매치했다.충무로역영상센터‘오!재미동’에보관된DVD의단역출연자얼굴을빌린잡귀는지하철안에서‘저퀴’라는악령들을물리치기도하고,귀신들의율령에따라삼도천을건널것인지를결정해야하는상황에놓이기도한다.근대도시의발명품인‘영화’가이야기에깊게관여하는것역시흥미로운지점이지만,무엇보다도시의산물인지하철은태생적으로낯선이와의접촉을강요하는공간이며도착지가아닌경유지의특성을지닌다.이고유한특성이낯선존재이며삼도천을향해가야하는한국적인존재,잡귀의이야기와겹쳐질때,이야기는한국의도시에사는,어쩌면매일매일서울한복판충무로역을오갈우리에게돌아온다.

이원석의〈마스크키즈〉에서는2000년대를휩쓸었던빨간마스크괴담을중심으로이야기가진행된다.소설은지금의서울도심에출처를알수없는빨간마스크를등장시키며어린시절에‘빨간마스크’를만나기위해모였던‘마스크키즈’들을다시소환한다.코로나19로인해마스크가보편화된지금다시‘빨간마스크’를호명하는것은어떤이유에서일까.괴담조차도마치마스크키즈들의관계처럼변화하고영향받고,용서할수없는것을용서하거나혹은영원히용서받지못하게되기때문은아닐까.‘빨간마스크’가바꿔놓았던2000년대의풍경,그리고그시절의괴담이2023년에와서재-독해되는방식이흥미롭다.

‘초자연적존재는스스로문을열지못한다’는속설을떠올리게하는전예진의〈베란다로들어온〉에서는베란다를기준으로갈라진삶의안쪽과바깥쪽이서로를침범하면서,삶그리고죽음이후조차도‘자신의자리’를찾는지난한과정임을상기하게한다.상실을겪은이가베란다밖에서안쪽을쳐다보는시선을알아차리고이형의존재들에게문을열어주면서시작되는이소설은불안정한주거의시대에‘거주공간’과‘맞아들임’이부딪히는순간을고요히포착한다.베란다로들어온존재를통해우리는삶의외부가정말로점거되지않은공간인지고려하게된다.그곳에존재하는비-존재를마주했을때우리는그들을어떻게기록할수있을까.이도시에그들몫의정당한자리가존재할까.

정지돈의〈무한의상태〉는괴담의가장오래된분야중하나인음모론을적극적으로활용하고있다.작품에는오랜역사를자랑하는서울시내의한호텔을배경으로‘이름붙일수없는소사이어티’라는집단을이야기한다.‘무한’을쫓는사람들과그들을둘러싼현대예술계의인물들이얽히고설키며이야기는도시괴담의한장면으로독자를이끈다.합리성위에세워진현대도시의기저에맹목적이고조직적인결사가있다는정교한상상은소설속예술계의면면과겹쳐지면서단순한괴담이아니라살아움직이는생생한이면의이미지를전달한다.

초자연적인존재들과괴담의소재를적극적으로활용한소설들을보며독자들은“사실이런건없어”라고말할지도모른다.그러나알고있음에도지하철이도착하지않은플랫폼을바라보다,마스크를쓴누군가와눈이마주치며,베란다의창문앞에서서,역사가오래된서울의한호텔앞을지나면서문득낯선존재를느낄수도있으리라.그때이이야기들은당신을진정으로찾아가게될것이다.

이미알아버렸는데,감쪽같이아닌척할수있다는걸알아버렸는데,
이불안,이의심이사라질수있을까?

도시를배경으로창발하는괴담은종종우리의삶과너무가깝기에더욱섬뜩한모습을취한다.강화길의〈꿈속의여인〉에서는폐쇄된공동체해인마을에서일어난,아무도실종이라고말하지않는실종사건을다룬다.사건보다강렬하게소설을추동하는것은소설전반에내려앉아있는의심의기운이다.네이웃을의심하는일.그것은누구에게나일상의근간이되는공동체와소속감이가상의실체라는것을폭로한다.짐짓특정한신념을가진공동체의일처럼전개되던이야기는그끝에이르러서는어떤모양으로든공동체에소속해있는우리모두에게묻는다.“나쁜생각을하고있나요?”어쩌면나쁜생각일지도모를비규범적인것들을보고듣게된우리는어떤대답을하게될까.

서울이라는대도시의한복판명동,그구체적장소에서진행되는서장원의〈소공〉에는어깨위에작은생명을얹어두게된두명의여성이등장한다.오로지‘여자만이상처받고죄책감을느끼’기에,그들이어깨위에올려둔것은초자연적존재가아닌어떤은유에가까워진다.이상하고기괴한것들이그러하듯,숨겨야하는것으로여겨지는죄책감과수치심.하지만서로다른시기에어깨위에작은생명을얹어두게된두여성이자신의경험을이야기하며대낮의도심을가로지른다.그무게에대하여이야기하는일을,우리의도시는감당할수있는가.

이현석의〈조금불편한사람들〉에서는최근한국사회에서반복적으로재현되는두려움의순간을그린다.바로내가알던사람이전혀다른존재로여겨지는순간이다.소설속에서는코로나백신과주택청약을두고의사인주인공과북한이탈주민인‘은화’사이에서아이러니한문답이계속된다.공통감이사라진사회와불분명한가해와피해의관계속에서도시의공포는거대한그림자를드리운다.

도시가주는공포중하나는그무시무시한익명성에도불구하고어딘가에서나를쳐다보는눈이유령처럼늘우리곁을맴돈다는것이다.조우리의〈모르는척하면서〉는몰래카메라범죄를주제로어쩌면가장현실적이고실존적인공포를다룬다.그러나공포앞에모든것이멈추지는않는다.도시에중첩된시선과폭력의문제를폭로하면서,소설은두려움이추동하는에너지에대해서도함께이야기한다.

도시의괴담은사라지지않을의심을불러일으킨다.하지만사라지지않는의심과동행하면서우리는안온한현실과교섭되지않는균열을만나게되고그것을건너가기위해또다른사다리를만든다.어떤것은현실을구하는사다리가되고어떤것은이야기를구하는사다리가된다.여러겹으로이루어진불균질한도시속에서균열을없는셈하지않고그것과함께살아가는것,우리는그런방식으로다시도시괴담과만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