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나라, 조선 -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 - 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 9

시험의 나라, 조선 -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 - 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 9

$17.00
Description
혈통주의에서 능력주의로 나아갈 기반을 닦은 나라,
‘시험의 나라, 조선’을 통해 우리사회를 되돌아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고전의 지혜에서 찾아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새롭게 기획한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의 아홉 번째 책 《시험의 나라, 조선》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헬조선’이 상투적인 말이 되고 부모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를 분류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 모습은 태어날 때부터 개인의 가능성과 한계가 정해져 있는 신분제 사회와 닮아 보인다. ‘부모찬스’가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사회에서 노력은 ‘노오력’으로 폄하되고, ‘부모를 잘 만나 미래를 보장받는 일’이 아니면 성공을 꿈꾸기 힘들어 열등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사회의 대명사가 된 ‘조선’은 정말 신분에 따라 삶이 정해지는 철저한 혈통주의 사회였을까?

저자는 다양한 국가고시 제도로 이어져 온 조선시대의 과거 제도를 다시금 꼼꼼히 검토하여 그 바탕에 능력주의가 있었음을 밝혀내고자 한다. 788년 신라시대에서 시작되어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과거제도는 부모의 재산과 권력, 가문의 위세, 심지어 왕의 명령에도 흔들리지 않고 절차대로 공정하게 실시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과거제도의 성격과 실제 운영 사례, 그리고 과거 급제를 위해 공부한 개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혈통주의가 아닌 능력주의 사회로서 조선을 지탱하였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마치 신분제 사회로 되돌아간 듯한 한국 사회가 역사적 뿌리인 과거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김경용

한국교원대학교교육학과교수.연세대학교에서『학교교육을통한사회문화적재생산의양태와그한계』로교육학석사학위를,이후동대학원에서『조선시대과거제도의교육적성격연구』로교육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학중앙연구원책임연구원을지냈으며,교육사학회회장을역임한바있다.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경희대학교등다양한강의를해왔으며,현재교육사학회·한국교육사학회이사겸편집위원을맡고있다.

목차

머리말
서론

과거의종류에는어떤것들이있었을까?
과거시행의구체적인모습은어땠을까?
과거에응시하기위해얼마나공부했을까?
과거응시자들은어떤사람들이었을까?

논의및맺음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시험의내용과절차를통해살펴본과거제도
-부정과외압이개입할수없었던블라인드테스트
과거제도의공정성은먼저시험의내용과실시방법으로보장되었다.과거제도에대한흔한오해는관리로서의실제업무와는무관해보이는유학경전에대한지식만으로관리가된다는점이었다.그러나오해의대상이되는문과에서는실제로통치이념이되는경전에대한학문적지식과실무행정능력을함께평가했다.흔히말하는사서오경에대한지식뿐아니라공문서를작성하는능력이나문제상황에서대안을제시하는위기대처능력등이폭넓게평가되었다.마찬가지로무과,역과,의과,율과에서도각자맡게될관직을수행할수있는업무능력을중점적으로평가하였다.
절차적측면에서,과거시험은철저한블라인드테스트로치러졌다.시험을치를때이름을쓰지않고명부이름하단에적어둔자호(字號)를활용했고,시험등수에따라입장하면응시자를짐작할수있을것이라여겨입장순서를임의로바꾸었다.시험문제는즉석에서숫자가적힌찌가담긴통에서찌를뽑아출제하여예상할수없게하였고,복수의시관이채점하여한사람이당락을결정할수없도록보완하였다.또시험결과를알릴때에도각시관의채점결과를공개하는것이아니라종합점수만확인할수있도록하였다.
또한과거합격자는왕의명령으로도바꿀수없었다.1611년3월광해군은전시답안이불경하다는이유로임숙영을합격자명단에서삭제하라고명령했으나,신하들은이미합격이결정된인원을취소하는경우는없었다며왕의명령을거부하였다.3개월동안의논쟁끝에광해군은자신의명령을거두었다.

과거시험은누가,어떻게응시하였을까?
-신분,가문,재산에상관없이급제할수있었던‘열린’시험
과거시험에대한또다른오해는양반만응시할수있다는것이다.그러나실제로과거제도는양인이라면누구나응시할수있었으며,선대가금기를어겼거나본인에게죄과로인한허물이있는경우에만시험자격이제한되었다.천민또한면천을통해양인이된다면과거에응시할수있었으며,천민에서양인이되고과거에급제한기록은흔히찾을수있다.실제로조선시대전체문과급제자14,615명중약36%에해당하는5,221명은한미한가문출신이었다.
과거시험은부와지위를대물림하는시험도아니었다.저자는‘김수로’라는인물의공부기록을통해이를밝혀낸다.김수로는7세에『천자문』으로공부를시작해23세에초시에입격하였으며,안타깝게도건강상의이유로과거급제에까지는이르지못했다.김수로는가난한가문에서태어나과거에급제하고농가경영으로현대의중산층에근접한‘김인섭’의자제로,틈틈이농사일을거들면서사서를섭렵해초시를통과할수있는실력을갖추었다.

이처럼과거제도는현대의편견과는달리실질적인능력을엄정하게평가하는공정한시험이었고,부모의신분을세습하는시험이아니었다.오히려국가를위해일할인재를공정하게선출하는,국가고시의효시라할수있는제도였으며누구나응시하고급제할수있는열린시험이었다.가문,신분에따라지위가세습되어부정부패가만연한세상을경계했던선조들의지혜가담긴과거제도는마치신분제가돌아온듯,부와권력을세습하는일이당연하게여겨지는오늘날한국사회에시사하는바가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