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16.80
Description
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 _박서련(소설가)

《불온한 숨》 《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신작 스릴러

이들을 왜 죽여야만 했을까요?
알고 싶다면 오늘 자정, 그곳으로.
박영은 욕망의 소실점을 추적하는 작가다. 장편소설 《불온한 숨》에선 재도약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위험한 염원을, 《이름 없는 사람들》에선 벼랑 끝에 선 무명인(無名人)들을 발판 삼아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의 잔혹한 야심을 날카로운 필치로 써내려가며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4년 만의 신작 스릴러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개인의 억눌린 욕망을 위해 ‘힘없는 것’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로 추락시켜버린 인물들을 그린다.

욕망은 어둠을 먹고 자란다. 이상을 갈망하는 마음은 한계 없이 자라나고, 자라난 마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한다. 그들은 죄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명분을 세우고, 진실을 덮기 위해 목격자를 방관자로 만들며 심지어는 스스로 공범을 자처하기까지 한다. 욕망은 대개 “숙명적으로 낡아”가는 순리를 거스르고 “영원히 미래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소설가 박서련) 박영은 ‘에덴 병원’을 둘러싼 선양 고등학교 친구들의 비극을 15년이라는 시간 안에 가두고 병치시킨 뒤, 영사기를 통해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 소설은 비뚤어진 욕망과 맹목적인 자기 과신이 인간을 어디까지 타락시킬 수 있는지 사유하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선한 희생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정의를 타인인 우리가 내릴 수 있는가? 벼랑 끝에 선 당신이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는가? 그렇게 작고 평화로운 도시를 쥐고 있던 창백한 손아귀의 진실이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저들을 괴물로 만든 게 무엇인지. 진짜 괴물은 어디에 있는지.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여러 이유 가운데 으뜸은 그것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당신도 곧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폐광과 항구의 도시 선양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로부터. 이 소설은 박영이 우리에게 보내는 초청장이다. 인간의 욕망과 시간의 교차로 만든 서사의 미로에서 당신은 진실을 쥐고 탈출할 수 있을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_박서련(소설가)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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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영

2015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아저씨,안녕〉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장편소설《위안의서》로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으며장편소설《불온한숨》《이름없는사람들》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망각의가면을쓰고심연속에잠들어버린비밀
기억의빗장이풀리는순간,창백한진실이드러난다

경찰인연우는새해첫날부터선양에서벌어진살인사건에긴급파견된다.과거파트너로함께활약했던후배상혁과함께였다.지역주민들의무한한신뢰와존경을받는,에덴종합병원차요한원장이잔혹하게살해당한사건이었다.연우와상혁은정황을파악하기위해병원직원들을탐문한다.겉으로는모두친절해보이지만묘하게문제의핵심을피해가는대답만반복하는사람들.병원측에서무언가를숨기고있다는게분명했지만,심증만있을뿐물증이없다.두사람은흉기가발견된곳에서부터시작해서서히포위망을좁혀가기로한다.

“피해자차요한원장말입니다.어차피오늘오전9시경에연명치료를중단하기로예정되어있었답니다.”
“그렇다면범인은어차피몇시간만지나면죽을사람을굳이살해한겁니까?”
기묘한살인사건이다.범인은지난새벽피해자가사망하기직전이곳을찾아왔다.그러곤어차피시체와다름없는피해자를온힘을다해공격해서살해했다.강력반13년차였지만이런사건은처음이다.원한의냄새가난다.범인은피해자를반드시제손으로죽이고싶어한것이다._본문에서

한편변호사도진은익명의누군가로부터선양경찰서에잡혀있는살해용의자유민희를변호하라는의뢰를받는다.봉투에는‘강원도선양군에덴종합병원’이라고만적혀있다.15년전끔찍한사건을겪고등져버린고향,아버지가병원장으로있는곳.도진은의도적으로그날의기억을머릿속에서지워버렸지만발신인의요구대로선양으로향할수밖에없다.변호를하지않을경우15년전사건의진실을낱낱이밝히겠다는협박이있었기때문이다.그날일을알고있는사람이라면분명과거어울렸던패거리중한명일것이다.그중두명은죽었고자신포함세명만살아있으니분명나머지둘중에범인이있다.하지만도진은선양경찰서에도착하자마자뜻밖의끔찍한소식을전해듣는다.피해자가다름아닌자신의아버지‘차요한’이라는것.

연우와상혁은경찰이용의자를미처특정하기도전에변호의뢰를받고선양에미리도착해있던도진을의심하고,도진은진범이마지막으로죽이고싶어하는사람이자신이라는것을본능적으로눈치챈다.연우와도진이서로다른방식으로사건의진실을파헤치는동안,15년전‘그날’이새겨진기억의파편들이서서히수면위로떠오른다.

의뢰인들은변호사의과거따위엔아무관심도없었다.그들은오직소송에만관심이있었다.소송에서이기는것,보상금을두둑이챙기는것.그두가지를달성하기위해노력하는동안에그는비로소선양으로부터완전히벗어났다고느꼈다.그런데지금또다시선양으로향하는검은터널이눈앞에버티고있었다._본문에서

15년전,선양고등학교엔한무리의친구들이있었다.지역주민들의깊은존경을받는차요한병원장의아들도진을중심으로민재,서현,이한,윤석이렇게다섯이늘뭉쳐다녔다.사람들은아버지를존경했지만,도진은두려워했다.아버지가쓰고있는것이사회적가면이라는사실을일찍이알았기때문이다.그는유달리자신에게만엄하고냉정한아버지가원망스러웠다.그러던어느날,도진은민재에게서수상한이야기를전해듣는다.에덴종합병원에서새벽마다비명소리가들려온다는소문이었다.당장확인해보러가자는민재의거듭된요청에도도진은시큰둥한태도로일관하지만아버지의약점을쥐고싶지않느냐는민재의유혹에넘어간다.며칠뒤,도진과친구들은선양종합병원의폐쇄병동문을열고야마는데…….

하지만그때까지만해도민재는곧얼마나큰위기가닥칠지에대해상상조차하지못하고있었다.다만막연하게이번에도넘어갈수있을거라고생각했다.잠에서깨어나면기억도나지않는악몽처럼지나갈거라고.이제껏패거리는무슨일이있어도함께모든것을극복해왔으니까.이번에도그럴수있을거라고민재는굳게믿고있었다._본문에서

“인간의욕망과시간의교차로만든서사의미로”
돌고도는순환선처럼,악은끝없이악을낳고있다

《낙원은창백한손으로》는예측가능한반전들을모조리뒤엎고완전히새로운문으로독자를안내하는소설이다.범인이쓰고있던가면이완전히벗겨지는순간드러나는진실은가히충격적이다.누구하나쉽게빠져나갈수없게꼬여버린복잡한이해관계와크고작은욕망들은그들을점차파국의늪으로몰아간다.그렇게모두의눈과귀가먼다.목격자는방관자가되고,피해자와가해자가수없이뒤바뀌며복수는핏빛반전을향해치닫는다.전염병처럼퍼져손도쓸수없게만들고살인은복수를,복수는또다른살인을낳는다.이처럼악이끊임없이재생산되는모습은우리가살아가는현대사회와도매우닮아있다.소설의첫장을펼친당신에게,소설가박서련의추천사를빌려질문한다.“인간의욕망과시간의교차로만든서사의미로에서,당신은진실을쥐고탈출할수있을까?”

도진은등뒤에서자신을향해다가오는발자국소리를들었다.그묵직한무게감에의해오두막의바닥이삐걱대고있었다.그럼에도도진은온몸이가위에짓눌린듯움직이지못했다.온몸이끈적이는땀에젖어들고있을뿐이었다.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