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간, 조선시대 한글로 쓴 편지 -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 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 10

언간, 조선시대 한글로 쓴 편지 -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 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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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분과 성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조선시대 한글 편지, 언간에 담긴 내밀한 역사와
시대를 넘어 전해온 절절한 마음을 읽어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고전의 지혜에서 찾아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새롭게 기획한 ‘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고전에서 오늘의 답을 찾다’의 열 번째 책 《언간, 조선시대 한글로 쓴 편지》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배계층인 사대부와 왕실이 한문을 사용하여 통치 이념을 세우고 나라를 다스렸으니, 조선은 ‘한문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문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었고, 섬세한 감정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양민, 천민 등 대다수는 한문 대신 한글로 소통했고, 왕실과 사대부 가문에서도 수신인이 여성이면 주로 한글을 사용했다. 한문이 권위의 문자였다면, 한글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담긴 ‘배려’의 문자였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한글로 쓴 편지 ‘언간’에는 민중들의 역사가, 한문으로는 기록될 수 없는 역사가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 왕과 사대부와 양민과 궁녀와 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분석하여 언간에 담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탐색한다. 조선시대의 딱딱하고 엄격한 유교 윤리들과 달리, 언간에서는 자녀에 대한 걱정이나 부부간의 다정한 사랑 등 오늘날의 우리와 닮은 마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왕실과 사대부 가문의 언간에서는 종래의 정치사, 제도사에는 드러나지 않은 권력자의 솔직한 감정, 정치에 관여하려 했던 왕후의 시도, 한문으로는 적을 수 없던 비밀스러운 뒷이야기 등 역사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또한 저자는 언간에 쓰인 종이나 글쓰기 양식 등 형태·형식적인 측면에 드러난 당대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까지 읽어낸다.
저자

이남희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조선시대잡과입격자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여성선비와여중군자:조선지식인여성들의역사』(2023),『조선시대언간을통해본왕실여성의삶과생활세계』(2021),『조선후기의역주팔세보연구:중인의족보편찬과신분변동』(2021),『역사문화학:디지털시대의한국사연구』(2016),『영조의과거,널리인재를구하다』(2013),『조선왕조실록으로오늘을읽는다』(2008),『조선후기잡과중인연구』(1999),『조선시대과거제도사전』(공저,2014),ClickIntotheHermitKingdom(공저,2000)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사서오경(四書五經):동양철학의이해』(1991),『학문의제국주의』(2003),『천황의나라일본:일본의역사와천황제』(2006)가있다.그외에한국근세사회문화사,디지털인문학,그리고문화콘텐츠와관련해서다수의논문을발표했다.

목차

머리말

1장언간과한글그리고훈민정음
2장언간,그자료의성격
3장언간읽기와쓰기
4장언간의세계,그맛보기

맺음말
저자후기
참고문헌
그림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마음을전하는대중적글쓰기이자새로운소통수단
:한글의보급과언간의보편화
한문으로쓰인편지들과달리언간은모두에게열려있는‘보편적인글쓰기’였지만,처음부터널리사용되었던것은아니다.훈민정음이창제된1443년이후한글로「용비어천가」와같은노래를짓거나불교서적을옮기거나『삼강행실도』를발행하는등한글보급을위한다양한사업이진행되었고가사나시조등의한글로된문학이발달하면서,16세기중반부터한글은전국에걸쳐광범위하게사용된다.이시기에여성들이쓴언간도이를뒷받침한다.이때부터언간은성별,계층의고하를뛰어넘어쓰이는공유물이된다.한문편지보다광범위한관계에서사용된것이다.
언간이활발하게쓰이면서예절과형식등언간고유의문화도발달한다.대표적인예로『언간독』이라는편지서식집이유통되었는데,현대의편지처럼사회적관계나손위,손아래관계에맞는적절한형식을정리한것이었다.서식집에수록된상투적인표현들은실제로다양한언간에서확인되었고,서식집발행이래로점점널리사용되었다.
내용과형식은현대의편지와유사한점이있으나,언간의형태에는조선시대고유의문화가묻어난다.‘신언서판’이라는말처럼,글씨는그사람을평가하는하나의잣대가되었기에가족구성원의편지를대필해주는사람도있었고,궁중에서는글씨를잘쓰는상궁이왕실,특히왕후의언간을대신쓰기도했다.글씨체역시초기에는한문서체를모방한서체가널리쓰였으나,궁중에서는기품이있는글씨체를따로연구해‘궁체’를사용했다.또한받는상대에맞춰종이의재질과봉투의유무등을다르게했다.

내밀한감정과은밀한이야기가담긴비밀편지
:사대부가,왕실의언간에담긴숨겨진역사적장면들
공적인한문편지와다르게언간은주로사적인,내밀한이야기를다루었다.선조의편지에는병을앓는정숙옹주를향한다정한걱정의말과딸을위해허준에게친히처방을받았다는기록이남아있고,효종은편지에서딸셋이똑같은내용의편지를보낸것에서운함을토로하기도했다.사대부가의언간에서는첩을들인남편에대한아내의구구절절한원망이드러나고,유배를간추사김정희의언간에는두고온아내를걱정하는마음과아내를잃은슬픔이드러난다.이처럼언간에는타인에대한원망과서운함,애절한마음등솔직한이야기가담겨있어왕실에서는외부로유출되지않도록엄밀하게단속하였고,반대로사대부의언간은가문의역사와전통을보여주는한문편지와함께소중하게보관되는경우가많았다.
한편흥선대원군은독특하게도남자인아들에게한글편지를보냈다.임오군란이후청나라에압송되어지내던대원군은3년간톈진에유배되는데,그때이재면에게한문편지대신언간을보낸다.내용은타국에유폐된자신을구해달라는요청과정치판도에대한경계를늦추지말라는것인데,한문으로쓰면편지의내용이노출될위험이있어일부러한글로쓴것으로보인다.이처럼외교사절이기밀사항을한글로써서전하는등,한자문화권에서한글은비밀을유지하기위한수단으로쓰이기도했다.
이외에도명성왕후가조선후기의정치가송시열에게조정에복귀해달라고보낸언간은왕후가적극적으로정치에개입하는모습을보여주기도한다.송시열은명성왕후와주고받은언간에서명성왕후를‘여중요순’,즉여인중의요,순임금이라고표현하는데,이는겉으로드러나지않았던정치적연합의시도가있었음을암시한다.

멀리서도자유롭게소통할수있는지금과달리,먼거리와긴시간을지나도착한언간은마음을달래주는소중한선물이자무덤까지가져가는일생의보물이었다.그러니언간에담긴마음은사랑이든,원망이든그무엇이든절절할수밖에없다.언간을이해하는일은곧시대를넘어도착한마음에가닿아역사를새로이이해하는일일것이다.